'새누리 공천 파행' 윤상현 음모론 막전막후

친박 “무대가 사주” 비박 “BH와 연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윤상현발(發) ‘욕설 파문’에 새누리당은 아비규환이다. 황진하·홍문표의 보이콧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신뢰성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친박계와 청와대의 입김이 공천에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계파 간 난타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공천 시계는 멈춰버렸고, 서로에 대한 음모론만 남았다.

“김무성이 죽여 버리게. 죽여 버려 이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내가 당에서 가장 먼저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려 한 거여.” <채널A>는 친박계 핵심 인사인 A가 누군가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녹취 내용을 보도했다. 지난달 27일 녹취된 내용이었다. ‘40인 살생부’ 파동이 새누리당을 흔들어놨을 때다.

친박계 핵심
녹취록 논란

보도 직후 김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가 바로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바 있는 윤상현 의원이라는 것.

김 의원은 “발언을 한 윤 의원이 당내에서 공천을 받고 이번 총선에 나간다면 국민들은 우리 새누리당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정말 너무나 걱정이 된다”며 “누구와 통화했는지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당윤리위원회에서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징계를 내려 다시는 이러한 해당행위가 용납되지 않고 우리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정당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일벌백계의 의지와 실천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사실상 윤 의원의 공천 배제를 요구함과 동시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주장한 것이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윤 의원 또한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수습에 나섰다. 문자 내용에는 “(27일 아침 공천 살생부 뉴스를 접하고 나서) 절대 그런 일이 없고, 있지도 않은 일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격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리고 그날 저녁, 취중에 흥분한 상태에서 그러한 억울함을 토로하던 중 잘못된 말을 한 것 같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 같은 실언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윤 의원은 김 대표를 직접 만나 사과하려 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사실상 사과를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윤 의원은 지난 9일부터 연이어 대표실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김 대표는 만남을 거부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지난 10일에는 윤 의원이 김 대표의 자택을 직접 찾았으나 악수조차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원유철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소명과 사과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제안하며 윤 의원을 초대, 자리를 마련했으나 김 대표는 윤 의원이 방문하기 전에 김을동 최고위원과 함께 회의실을 퇴장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주도권은 완전히 김 대표와 비박계로 넘어간 모습이다.

통화 상대방
도대체 누구?

친박계는 확전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보도가 난 다음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총선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져 국민들 보기에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김 대표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윤 의원은 김 대표에게 직접 사과하고 당원들에게도 사과해야 한다”며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장소에서 비박계 좌장 이재오 의원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는 “당 대표를 솎아내려면 전당대회를 해야 하는데 혼자서 가능하겠느냐”며 반문한 뒤 “통화 내용을 보면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라고 나오는데 취중에 안부 전화한 게 아니라 김 대표를 죽여 버려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전화했다는 것”이라며 “그럼 전화를 받는 사람은 누구겠냐”고 되물었다.
 

즉, 윤 의원이 통화한 사람은 공천에 관여할 수 있으면서 김 대표를 끌어내릴 정도로 힘 있는 사람일 것이란 예상이다. 이 의원은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정치권과 관계없는 친구는 아닐 것이고, 같은 의원이라고 하면 비박계를 다 죽일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했을 것”이라며 “누구겠냐. 딱 두 부류 아니겠냐. 공관위원들에게 전화했거나 아니면 공관위원들에게 오더(명령)를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계파 간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이 의원의 지적처럼 윤 의원과 통화한 사람이 과연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무성 죽여 버려” 욕설 파문
극심한 계파갈등 일정 올스톱


지난 10일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 중 한 명인 친박계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이 윤 의원의 통화 상대였다는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가 돌아 파문이 일었다. 만약 내용대로라면 친박계가 공천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박 부총장 측은 소문을 일축하고 법적대응에 나설 뜻을 전했다. 같은 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부총장은 “내가 윤 의원과 통화했는지 보려고 (통화 내역을) 봤더니 3월4일 이전은 지워졌다”며 “지난달 27일에 통화한 기억은 없다. 통화한 내용도 기억 안 나고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해당 찌라시는) 나 뿐만 아니라 공관위 명예를 심대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법적인 것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장은 해당 찌라시에 어떤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에는 한 명의 사람이 더 등장한다. 윤 의원의 통화 내용을 녹취한 사람이다. 박 부총장이 법적 대응을 예고한 찌라시에는 ‘안상수 의원 측근이 녹음해서 안 의원이 유출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요약하면 윤 의원이 안 의원을 컷오프 명단에 올리려는, 소위 작업에 들어갔지만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에 격분한 윤 의원이 전화로 욕설을 했는데 이를 안 의원의 측근이 녹음했다는 것이다.

안 의원 측은 즉시 보도자료를 내고 전면 반박했다. 내용을 보면 ‘본 찌라시는 안 의원 측이 녹음해서 안 의원이 유출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이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므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당장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며 ‘안 의원은 윤 의원 건에 대해서 누가 이것을 녹음했고 누가 유출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으나, 이 찌라시를 작성한 사람이 누군지는 짐작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이 사람을 제보하여 법에 처벌받도록 하겠다’고 나와 있다. 즉, 배후에 어떤 음해세력이 있다는 뜻이다.

박종희·안상수
찌라시 등장

음모론은 새누리당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에서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윤 의원을 지나치게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윤 의원이 기자들에게 ‘취중에 흥분한 상태였다’고 문자를 보낸 것과 비슷한 시각,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술 한 잔 먹고 (그런 소리) 한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의원의 해당 발언이 공천심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공천심사에 너무 많은 요소를 넣으면 심사를 할 수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에도 거듭 언론을 통해 윤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당내 여론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이 위원장이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밀리에 만났다는 보도가 나와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채널A>는 지난 9일 이 위원장과 현 수석이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극비회동을 가졌다고 전했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시기상 욕설 파문에 대한 긴급 대책회의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가능하다.
 

당내에서는 공천 작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채널이라 할 수 있는 현 수석과 만난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논란에 대해 현 수석은 “극비 회동은 없었다”며 부인했고, 이 위원장은 회동 여부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면서도 “내가 누구를 만났든 그게 왜 문제가 되느냐. 나는 아무나 만나야 한다”는, 회동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막후에 누구 있다” 사주설
양측간 서로 의혹 난타전


사태는 비박계의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2차 경선지역 발표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김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를 빼자 공관위 부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과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공관위원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최고위가 김 대표의 지역구를 발표 명단에 포함시킨다고 결정했음에도 이 위원장이 뒤집었고 이에 두 사람이 반발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 살생부 논란을 다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보류했다고 설명했지만, 비박계는 김 대표와 윤 의원에 대해 공정한 잣대를 대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위원장과 친박계도 가만 있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먼저 친박계는 지난 살생부 논란을 들춰내며 윤 의원을 공천 배제하려면 살생부에 연루된 의원들도 함께해야 한다는 식의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 김 대표에 대한 ‘압박 전략’이다.

이 위원장은 보이콧에 대해 김 대표 ‘사주설’을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황진하·홍문표 두 사람이) 계속 공관위에 불참하면 이미 결정한 경선지역도 발표할 수 없다”며 “본인들 불만보다 김 대표의 불만 같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지난 11일 두 사람이 공관위에 복귀하면서 보이콧 사태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총선일이 30일 정도 앞둔 상황에서 졸속 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일정이 늦어지는 것도 모자라 총선 일정에 맞추기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해준 24일까지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면 경선이 치러져도 떨어진 사람들 사이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한구·현기환
대화 내용은?

앞으로 더 큰 뇌관이 도사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경선지역 발표가 늦어지는 지역이 대구와 인천이다. 익명의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구는 진박, 인천은 찌라시로 공관위의 모양새가 이상해졌다”며 “상황도 묘하게 찌라시와 맞아 들어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윤 의원의 통화 내용에 ‘형’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와 관련해 대통령과 가까운 ‘그’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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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