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김성수 기자 =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의 수상한 거래가 포착됐다. 비밀리에 초호화 빌라를 매입했는데, 그 과정과 의도가 석연찮다. 의문투성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찜찜한 구석이 많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 매입한 빌라는 비싸기로 유명한 '트라움하우스'다. 삼성동 아펠바움·아이파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과 함께 국내 대표 ‘재벌타운’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김석규 한국 몬테소리 회장, 오상훈 대화제지 회장 등 굴지의 기업인들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기사? 흑기사?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강 사장은 지난달 22일 트라움하우스 5차 C동 101호(지하 1층·지상 1층)를 매입했다. 매매가는 54억1700만원. 2003년 준공된 트라움하우스 5차는 3개동 18가구 규모다. 강 사장이 매입한 빌라는 건물면적 273.64㎡(약 83평), 대지권 245.96㎡(약 74평)다. 방 6개와 욕실 3개가 있다.
트라움하우스 5차는 2006년 이후 10년 연속 공동주택 공시가격 1위를 기록했다. 한때 120억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때와 비교하면 강 사장은 반값에 산 셈이다.
어렵게 낙찰된 강덕수 자택 돌연 매입
대체 왜?…매매 과정·의도 의문투성이
문제는 빌라 매매 과정과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의문점도 여럿 있다. 먼저 매입 형태가 이상하다.
사실 강 사장에게 집을 판 사람은 다름 아닌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2014년 경영에서 물러난 강 전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10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돼 석방됐다.
강 전 회장의 자택을 담보로 잡았던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이 집을 경매에 넘겼다. 이어 절차가 진행, 지난달 16일 법원 경매를 통해 58억18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런데 6일 뒤인 22일 기각됐다. 경매 결정이 취소된 것. 강 사장이 집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경매로 사지 않고 굳이 매매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매매가와 낙찰가가 다른 점도 눈길을 끈다. 낙찰가는 58억1800만원. 이와 달리 매매가는 54억1700만원으로, 4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트라움하우스 5차가 경매시장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집은 공동주택 경매 역사상 가장 높은 감정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지난해 12월(최저입찰가 87억6000만원)과 지난 1월(70억800만원) 2번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는 감정가의 64%인 56억640만원으로 떨어졌다.
강 전 회장의 부채 변제 부분도 의문이다. KEB하나은행 36억원, 우리은행 30억원, 서초세무소 12억원 등 등기부상 설정된 강 전 회장의 채무총액은 78억원. 이 금액 모두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 사장이 대신 갚아준 것으로 보인다. 강 전 회장 소유 지분에 근저당권을 재설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걸린 채권최고액은 2월22일 40억원·2월24일 30억원 등 모두 70억원으로, 강 전 회장의 채무와 8억원가량 차이가 난다. 강 사장이 강 전 회장의 빚을 더 갚아준 셈이다.
[의문1] 경매로 사지않고 굳이 매매?
[의문2] 매입하고 부채도 대신 탕감?
[의문3] 둘이 무슨 관계…미리 교감?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매매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강 사장이 강 전 회장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며 “매매가와 낙찰가가 다르고, 또 채무액과 근저당 설정액이 다른 것은 미리 두 사람이 의논한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전했다.
강 사장 덕분에 강 전 회장은 자택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게 됐다. 현재 101호엔 강 전 회장이 거주 중이다. 강 사장이 집주인인 상태에서 전세나 월세로 전환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 집에 대한 강 사장의 지분은 강 전 회장으로부터 매입한 6분의 5. 나머지는 강 전 회장의 어머니 박모씨가 소유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2006년 이 집을 매입한 뒤 줄곧 거주했다. 그전까지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에 살았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강 사장과 강 전 회장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
일단 친인척은 아니다. 강씨 성은 같지만 혈연관계는 아니다. 그렇다고 혼맥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연·학연은 어떨까. 부산 출생의 강 사장은 부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구미가 고향인 강 전 회장은 동대문상고와 명지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두 사람은 각각 1971년, 1950년생으로 동년배도 아니고, 그동안 사업적 교류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강 사장은 2001년 넥센타이어에 재경팀 과장으로 입사, 경영기획실 상무와 영업본부 부사장 등을 거쳐 2009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1973년 쌍용양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강 전 회장은 2001년 자신이 CFO(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 한때 재계 서열 11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을 일궜다.
진짜 꿍꿍이는?
넥센 관계자는 “빌라 매입은 오너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강 전 회장과의 친분은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전 STX그룹 임원도 “두 사람은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얽힌 관계는 아니다”며 “만약 사적 인연이 있다면 강 사장의 아버지인 강병중 회장 쪽이 아니겠냐”라고 전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라움하우스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트라움하우스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최고급 빌라다. 독일어로 꿈의 주택이란 뜻을 가진 트라움하우스는 핵전쟁에 대비해 벙커가 설치된 것이 특징이다. 최고 두께 80㎝의 지하벙커가 있어 핵폭탄과 진도7의 강진에도 200명 정도가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5kt(킬로톤) 이상의 위력을 견딜 수 있다. 지하에서 1층까지 고무와 납, 강철로 만든 적층고무가 있다. 전용 로비와 6대 주차공간, 전기 공급중단 사태를 대비한 수동 발전기도 있다. 벽 곳곳에는 방사능 오염물질과 핵먼지를 걸러내는 필터와 공기 순환기가 설치돼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