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상한’ 북한 보위부 동향 포착

남쪽 탈북자에 전화해 “날래 돈 보내라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가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에게 전화해 금품을 갈취 중이라는 제보가 나와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입북을 종용하거나 반북활동을 하지 말라는 등의 협박은 종종 있었으나 이번처럼 탈북자들에게 전화해 송금을 강요하는 경우는 상당히 예외적인 일로 파악된다.
 

북한에서의 급작스러운 전화는 지난 2월 초부터 시작됐다. 2월 중순인 현재까지 약 10여명의 탈북자가 공안당국에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개인 휴대전화로 중국에서 발신된 국제전화를 받고 각 400만∼1000만원가량의 돈을 송금할 것을 요구받았다.  

중국서 발신 확인
2월 초부터 시작

전화 받은 탈북자들은 모두 함경북도 출신들로 북한 거주 당시의 동네 주민, 지인 혹은 지역의 보위부 연계 첩자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신자들은 하나 같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가족이 보위부에 구금될 것”이라는 협박을 받았다. 이에 이러한 공작의 주체가 누구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전화를 받고도 가족의 안위 때문에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는 탈북자들도 있을 것으로 추측돼 확인이 안 된 피해도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피해 사실을 <일요시사>에 처음 알린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회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탈북자들이 두려움을 호소해 오면서 최근 이러한 협박행위가 빈발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됐다.

김 회장은 “보위부의 돈벌이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보위부는 가만히 있어도 목돈을 벌수가 있다”며 “보위부에 잘못 걸리면 ‘남한연계’ 혐의로 정치범으로 몰려서 산간오지로 추방당할 수 있다. 보위부의 무서움을 잘 아는 탈북자사회에선 사채를 끌어와서라도 가족을 구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남한 거주 탈북자들에 금품 요구
가족 인질로 1000만원 송금 협박

김 회장에 의하면 그동안 보위부는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량이 많은 사람들이나 남한에서 성공한 탈북자에게 협박을 했는데 최근에 와선 조용히 생업에 종사하며 평범하게 지내는 탈북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협박 중이라고 한다. 앞서 밝혔듯, 북한으로 돌아오라거나 반북 활동을 중지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아니며 오로지 ‘금품 갈취’가 목적이다.

탈북자 및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에게 현금이나 생필품을 보내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을 드나드는 다이궁(代工,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농산물과 면세품을 소규모로 밀거래하는 보따리상)에게 높은 수수료를 주고 북한의 가족에게 물건을 보낸다.
 

북한에선 구하기 어려운 희귀하고 질 좋은 물품부터 생필품, 옷가지 등 다양한 물건이 북한의 가족들에게 전달된다. 이때 보위부 측이 국경을 통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을 검사하다가 한국산 물건을 적발하면 반입자를 체포하고 수령자를 추적, 감금한다. 이후 보위부 측이 제3자를 내세워 남한의 탈북자에게 전화해 가족의 석방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는 수순이다.

이외에도 가족 중 ‘행방불명자’가 있는 가정이나 갑자기 돈 씀씀이가 커진 가정 등이 보위부의 상시적인 감시대상이 된다. 북한주민은 자신이 사는 시나 군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돼 있다. 거주구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선 인민보안부(남한의 경찰에 해당하는 치안 및 감시조직)에서 발행하는 ‘여행증명서’와 ‘공민등록증’을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로 대량 이탈자가 발생하면서 북한의 감시체제에 허점이 생겼다. 보위부에서는 지역마다 발생한 행방불명자들의 파악에 나섰으나 실제로 이들의 거소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보위부는 중국이나 동남아로 인력을 파견해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 남한에 입국했는지 여부를 상시적으로 추적하고 있다. 이에 우리 공안당국은 보위부가 남한에 정착·거주 중인 탈북자들의 대강의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거절 시 남한연계 혐의 정치범수용소행
보위부 사칭한 보이스피싱 가능성도


김 회장은 “다른 루트를 통해 북한의 가족들이 실제로 조사 중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잘못 대응하면 보위부에 미끼를 던지는 꼴이다. 북한에 남겨진 탈북민 가족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피해를 막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탈북자들은 주로 밤 시간대에 개인 휴대전화로 전화를 받고 있다. 발신지는 중국 국가번호인 ‘86’으로 시작하지만 실제론 함경북도로 추정되는 북한 내에서 ‘중국제 휴대전화’로 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통신료도 국제전화로 분류돼, 분당 2000∼3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막강한 공안기관이자 행정부 권력기관인 보위부가 이러한 ‘무차별적 돈벌이’에 나선 이유가 뭘까.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정대일 박사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당 차원의 시책으로 송금하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보위부원 개인의 일탈로 보인다. 적발되면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박사는 “남겨진 가족들이 탈북을 무마하기 위해 알아서 상납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에게 송금 받은 외화를 가족뿐 아니라 보위부원, 인민반장이 골고루 나눠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위부를 사칭한 누군가의 범죄행위일수도 있다고 봤다. 정 박사는 “북한에서 보위부는 세력이 대단하다. 그런 모험을 안 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인민반장 같은 주민 감시를 담당한 말단이 보위부를 팔아서 협박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봤다.  

전화 받은 수신자
모두 함북 출신들

현재 협박당하고 있는 탈북자 중 돈을 송금한 이는 아직 없다고 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전화를 받고 가족이 고초를 당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면 별다른 대안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김 회장은 “이것을 널리 알려야 하는데 정말 답답하다. 탈북자들이 두려움으로 움츠려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잘못하면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 혼자 속앓이 중이다. 호소할 곳이 마땅히 없다”며 “탈북민에게 널리 알리는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