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친박계 새누리 ‘7월 전대’ 청사진

총선은 신호탄…최경환 체제 만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7월 전당대회는 내년 대통령선거(이하 대선)의 전초전 양상으로 치러질 거예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측 관계자의 귀띔이다. 결국 4·13 총선과 전당대회, 그리고 대선은 하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중 7월 전대를 두고 정가는 ‘친박-비박’ 간 맞대결의 백미(白眉)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모두의 눈이 4·13 총선을 향해 있지만, 오히려 하이라이트는 7월 전당대회(이하 전대)라는 주장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정치인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제쳐두고 계파라는 거대 조직의 시선으로만 본다면 총선은 오히려 전대를 위한 교두보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친박(친 박근혜)계에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최경환 의원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전 포인트는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이하 당협위원장) 쟁탈전이 될 예정이다.

실세 최경환
친박계 카드

지난해 10월 정가에서는 최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할 것이란 설이 돌았다. 몸담고 있던 기획재정부장관직을 내려놓고 10월 말에 당으로 복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밀어낼 것이란 내용이었다. 당시 기자를 포함해 다들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최 의원이 여의도로 복귀한 지금, 그 실체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군불은 친박계 의원들의 입을 통해 서서히 지펴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에서 “최 의원이 경제부총리를 하다가 당과 국회로 복귀했다. 우리 당에 큰 인물 아닌가? 특히 경제에서는 확고한 내공이 있는 분이다”라며 “여러 가지 많은 활동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선거 때 많은 활동을 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끝나면 전대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가 만들어진다”며 “본인(최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많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7·14 전대를 통해 김무성 체제가 들어선 지도 2년이 돼 간다.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를 올해 7월에 실시할 계획이다. 패배의 아픔을 맛봐야 했던 친박계는 이번 전대를 통해 친박계 당 대표를 세울 계획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친박계 대선주자를 만들어야 함은 물론, 박근혜정권이 집권 4년차에 들어선 상황에서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선 당 대표직을 놓칠 수 없다는 게 친박계의 입장이다.

진박 감별사
TK물갈이론

유력한 후보인 최 의원은 여의도로 복귀한 후 광폭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이하 TK)은 물론 부산·경남, 서울까지 종횡무진 찾아다니는 그에겐 어느새 ‘진박 감별사’라는 별명까지 추가됐다.

지난달 25일 ‘TK 의원 자성론’으로 공격을 시작한 최 의원은 30일, 새누리당 하춘수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경제부총리 시절) 호남·충청의원들이 TK에서 예산을 다 가져간다고 난리를 피울 때 TK의원들 중 누구 한 명 나서지 않았다”며 “그래놓고 지금은 (예산확보) 자기가 다 했다고 홍보하고 다닌다”고 질타했다.

그는 “세금 올리면 당장 세금 더 들어오는지 누가 모르나”라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뒷다리를 잡았다”고 말하는 등 유승민 의원을 정면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최근까지도 최 의원의 ‘진박 투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사무소를 찾아 “‘스스로 뭔가 꿀리는 사람들이 (내 말에) 반기를 든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더라”며 “겸허하게 반성하고 용서 구하고 찍어달라고 해야지, ‘내가 뭐 잘못했는데’, 이렇게 있어가지고 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하춘수 선거사무소 개소식 축사가 논란이 되자 최 의원은 이 자리에서 “뭐가 잘못됐느냐”며 되물었다).

비박계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사실상 동료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 아니냐”는 게 그들 입장이다.

최 의원이 곽 전 수석의 사무소를 찾은 날, 박민식 의원이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정부의 핵심인 경제부총리를 역임하신 분이 대구에 가서 너무 드러나게 한쪽 편의 손을 들어주면 공정한 경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김용태 서울시당 위원장은 논란이 된 지난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 후보에 대해 진박을 운운하며 지원하는 게 그들에겐 득이 될지 몰라도 수도권에서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의원은 돌발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윤두현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대구 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부산 기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 찾는 등 청와대와 정부 출신 인사들의 사무소 개소식을 찾아 유사한 축사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지역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기존 ‘TK 당 대표’라는 별명이 무색한 상황, 오히려 진짜 ‘당 대표’ 같다는 게 정가의 시선이다.

‘진박 감별사’ 자처 후 광폭행보
“오는 전대서 중요한 역할할 것”

비박계는 7월 전대에서 최 의원이 당 대표로 출마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긴다. 상향식 공천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상향식 공천을 반대하는 것은 당협위원장과 관계 있다”며 “왜냐하면 총선 후보자가 당협위원장이 된다. 그러니 자기들(친박계)이 낙점을 하려는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전대에서 당협위원장이 갖는 힘은 익히 알려진 사실. “지역에서도 계파가 형성된다”고 운을 뗀 익명의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단정할 순 없지만,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역에서는 당협위원장의 파워가 매우 큰 게 사실”라고 말했다. 복수의 전대를 치러본 한 사무처 당직자는 “지금까지 전례를 보면, 당협위원장만 잡아도 당 대표가 될 수 있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교두보는 마련됐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인선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취임 일성으로 ‘저성과·비인기 현역 의원의 공천 배제’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친박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현역 물갈이론’과 유사하다고 비박계는 지적한다. ‘저성과·비인기’ 부분에 작위적인 해석이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우려한 비박계 의원이 서로 연판장을 돌렸다는 점만 봐도 그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만큼 큰지 알 수 있다.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이 의원의 취임 일성 후 기자들에게 문자를 돌려 “공천 룰이 현역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도록 하고, 성과를 내지 못한 현역은 배제하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라며 “그런 공천의 원칙을 말한 것인데, 이를 두고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협위원장 교체
계파 갈등 뇌관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선거에서 적게는 몇 백, 많게는 몇 천 단위의 표를 움직일 수 있는 게 그들의 힘이라고 복수의 관계자들은 전한다. 앞서 말했던 당직자는 “전대에서 나오는 표를 100%라고 보면 한 80% 정도는 당협위원장이 움직일 수 있다”며 “왜냐하면 당협위원장으로 정해지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당원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상향식 공천이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들어간 이후 지역에서는 당원들을 경쟁적으로 끌어 모으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신을 지지하는 당원이 몇 명이냐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절대적 기준이 되다보니,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새누리당 인사는 “과거 각 지역별 당원이 500명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 수가 2000∼3000명 정도로 크게 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대는 새로운 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치러진다. 김무성·서청원이 맞붙었던 7·14 전대를 기준으로 보면, ‘선거인단 투표 70%, 여론조사 30%’를 합해 총 득표수에서 1위를 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됐다. 비율이 높은 선거인단은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청년선거인단(만 19∼39세)으로 구성됐다.

당헌상에는 대의원의 구성을 1만명 이하로 명시하고 있는데, 지난 전대에서 총 9351명의 대의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여기서 당협위원장은 당연직 전대 대의원이다. 또한 당협에서 추천하고 시·도당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당원과 국회의원이 추천하는 당원을 합해 대의원 총수의 50% 이상, 즉 5000명 이상으로 구성해야 한다.

계파전 양상? “당협위 잡으면 승”
김무성 vs 최경환…과연 주도권은?

이처럼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다보니 임명과 교체를 두고 계파 갈등으로까지 번지곤 했다. 지난해 3월 초, 친박-비박 사이에는 부실 당협위원장이라는 뇌관이 터진 바 있다. 새누리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는 2014년 11∼12월까지 이뤄진 당무감사 결과를 토대로 8명의 부실 당협위원장을 지정, 교체 대상으로 꼽았는데, 이때 서청원 최고위원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서 최고위원은 “정당하지 못한 당협위원장 교체는 정치적 살인이나 마찬가지”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생명을 끊는 건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강특위에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라며 지지의사를 보인 김무성 대표와 대치되는 반응이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8명이 황우여 당시 사회부총리가 당 대표로 있을 때 홍문종 사무총장에 의해 임명된 친박계 당협위원장으로 7·14 전대에서 서청원 최고위원을 지지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은 더욱 크게 일었다.

결국 4·13 총선은 지역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심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협위원장 교체를 알리는 총성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 비박계 인사는 “총선이 지나면서 당협위원장이 거의 다 교체된다”며 “전대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질 것이다. 대선과 연계돼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총선 결과가 그것(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비박’을 통틀어 현재 당 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최 의원이 유일하다. ‘비박계는 대항마로 거론되는 사람이 없나?’라는 질문을 복수의 비박계 관계자에게 하자 “친박에서는 그 사람(최경환)이 거론되지만, 나머지는 총선 끝나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며 “총선 전에는 섣불리 가늠하기 힘들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 사무처 당직자 출신 인사는 친박계에서 후보로 최 의원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놨다. 그는 최 의원이 최고 실세이기도 하지만, TK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7·14 전대 당시 서청원 최고위원에게는 새누리당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TK 지역 당원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을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서 최고위원은 충청남도 천안 출생).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는 최 의원이 친박계가 내세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당 대표 후보라고 전망했다.

유기준(부산), 홍문종(경기도 양주), 윤상현(충청남도 청양) 의원 등 친박 핵심이라고 불리는 이들 중 TK 출신은 최 의원을 포함해 그 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김재원 의원이 경상북도 의성 출생).

‘김 vs 최’
승자가 독식

복수의 정가 관계자들은 앞으로의 전대가 ‘김무성-최경환’의 대결 구도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 김 대표는 4·13 총선을 통해 대선까지 연결해주는 확고한 지지층을 원할 것이고, 친박계의 노림수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양쪽이 같은 목적지를 공유하는 이상 전면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변수는 경선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당의 당헌은 2014년 2월25일, 당규는 지난해 5월26일 일부 개정이 있은 후 더 이상의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4·13 총선 이후 경선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당대회준비위원회 구성이 지금의 공천관리위원회 만큼이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등돌린’ 조응천 역할론
청와대 X파일 터뜨리나

현 정권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야당에 입당하자 이를 둘러싼 말들이 많다. ‘정윤회 문건’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 전격 입당했다. 4·13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즉각 이를 비판했다.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조 전 비서관의 입당에 대해 “정치적 도의를 벗어난 행위”라며 “여러 가지로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기준 의원은 “그동안 보여준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어떻게 보면 더민주가 초조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지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됐던 당사자가 정치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논평했다(이를 전해들은 조 전 비서관은 자신의 처지와 영화 <내부자들>에 출연한 이병헌씨가 오버랩된다고 말했다).

총선 앞두고 더민주 입당
이동 배경 두고 해석 분분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전 비서관에게 ‘박근혜 저격수’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맡았던 업무(공직자 비위감찰, 인사검증, 대통령 측근 관리), ‘정윤회 문건’이라는 실례가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충분히 조 전 비서관을 시한폭탄으로 느낄 만하다. 정가와 언론은 혹여 그가 숨겨뒀을지도 모를 정보들이 언제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까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실제 그러한 일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조 전 비서관 본인이 의지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조 전 비서관의 입당을 두고 일각에서 ‘청와대 핵심 정보를 이용해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뭔가 얘기하려 했다면 구속 위기 때 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청와대에서 서류 같은 것은 들고 나온 게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남아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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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