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900만원 심리실험 알바 참가남의 고백

최신판 ‘올드보이’“독방서 30일 버티면 900만원?”


현대판 ‘올드보이’가 떴다. 아르바이트를 이유로 사회와 단절된 채 독방에서 17일을 보낸 한 남성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 TV는 물론 컴퓨터, 라디오 심지어 시계조차 없는 20평 독방에서 30일을 버티면 무려 900만원을 지급한다는 아르바이트였다.

국내 모 의과대학과 외국 대학이 진행한 이번 심리실험에 겁도 없이 참가한 20대 남성은 독방 생활 17일째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과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등 강박증이 생겨 현재 병원을 오가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방 생활 17일 동안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돌아봤다.


인터넷 게시판 후끈 달군 ‘올드보이’ 후기 눈길
20평 방에서 사회 접촉 차단, 교수 지시 따라 생활
참가남 17일 만에 중도 포기…꿈으로 인한 강박증


한 달에 9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 8월17일 한 유머사이트에서였다. 아이디 ‘LA○○○○○’는 ‘놀고 먹고 자고 월급 900만원짜리 알바 실사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국내의 한 의과대학과 외국의 유명 대학이 함께 진행하는 심리실험 프로젝트로 30일간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먹고, 자기만 하면 9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독방 30일에 900만원?

다만 외부의 자극이라는 범주가 상당히 넓었다. TV는 물론 라디오, 컴퓨터, 신문, 사람들과의 대화, 심지어 20평 상당의 방 안에는 시계조차 없다는 조건이었다. 뒤이어 글쓴이가 밝힌 프로젝트 참가자 공지사항 및 유의사항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험 진행 주최측은 “사회와 차단된 상태에서의 자기개발이나 심리변화, 또 상황에 따른 판단능력과 남녀의 다면적 사고능력, 심리분석 등 여러 분야의 학술연구를 위해 진행 된다”고 프로젝트의 목적을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20대, 30대, 40대 24명의 남녀를 고학력자와 저학력자로 나눠 30일간 시행되며, 첫 일주일간 실험에 중도포기란 있을 수 없고, 이후부터는 중도포기가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급은 주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으며, 30일째 실험 완료시까지 독방에 남아있으면 총 900만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 내용 중 ‘자해 등으로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글쓴이는 이 부분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해당 아르바이트의 참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 마음은 이미 참가 쪽으로 굳힌 것 같았기 때문이다. LA○○○○○가 올린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고, ‘그런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나도 하고 싶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정말 위험한 짓인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받았다.

일부 네티즌은 프로젝트 유의사항에 적힌 ‘자해 등으로 인한 피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대목을 거론하며 글쓴이를 극구 말렸다. 고도의 심리적 압박으로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실험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매우 위험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흔들리지 않았고, ‘실험에 참가하기로 했다’ ‘갔다 오면 후기를 쓰겠다’는 글을 남기고 유머 사이트를 떠났다.
 
이후 해당 사이트를 즐겨 찾는 네티즌들은 LA○○○○○의 후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실험이 시작되면 첫 일주일은 무조건 버티고 난 다음에야 중도 포기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일차적인 화두는 글쓴이가 일주일 뒤 실험을 중도 포기한 채 돌아오느냐는 데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또 시간이 지나도록 그의 후기는 올라오지 않았고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져가던 지난 9월9일 드디어 글쓴이의 글이 사이트에 등장했다.

그런데 해당 글을 본 네티즌 대부분은 ‘내용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오타가 너무 많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접속사나 문맥도 맞지 않았다. 처음 글쓴이가 이번 실험에 대해 올렸던 글과 비교해 봐도 어투나 표현력에 차이를 보였다. 왠지 낯설고 불안정한 모습처럼 비쳐진다는 것. 중도 포기하고 왔다는 내용의 간략한 글이었지만 본인은 술을 마시고 나서 쓰는 것이라 정신이 없다며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쓰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쓴이의 글을 두고 의문을 표했지만 나흘이 지난 9월13일 LA○○○○○는 약속했던 ‘진짜 후기’를 올렸다. 후기에 따르면 그는 독방에 들어간 지 17일째 포기를 선언했다. 처음 이틀 정도는 내리 잠만 잤고, 시계가 없기 때문에 날짜 개념은 물론 낮과 밤의 구별이 무너졌다. 하지만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 한 번도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글쓴이가 뉴욕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린 그림의 25%가 실제 뉴욕의 건물모습과 맞아떨어진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그는 “미국 드라마에서 본 것을 상상해서 그렸다”고 답했다. 이에 교수는 자기개발의 성과가 나타난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림그리기와 성경읽기, 공부 등을 하며 버텼던 글쓴이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중도 포기를 선언하기 전 마지막 3일이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그였지만 정말 무서운 꿈을 꿨고, 꿈속에서 들었던 ‘딱딱딱’이라는 소리는 그를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다.

꿈을 꾼 이후 글쓴이는 계속 심장이 두근거리고, 볼펜이 굴러가는 작은 소리에도 비명을 지르는 등 강박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일한 필기도구였던 A4용지에 ‘에이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등 혼자 있을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기도 했지만, 강박증이 심해지자 ‘에이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에 A4용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그 후에도 공포감이 사라지지 않자 정신건강의 위협을 느낀 그는 결국 중도 포기 벨을 눌렀다.

돌아온 참가자 그런데…

어쨌든 이번 실험에서 17일을 버틴 LA○○○○○는 약 500만원의 큰 돈을 벌게 됐지만 현실세계로 돌아온 지금도 혼자 있을 때면 그 꿈이 기억나고 갑자기 두근대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 실험 이후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많이 변했다”고 한다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했다. 현재 모 대학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후회는 없지만 좋은 경험은 아닌 것 같다”면서 “뭔가 굉장히 찝찝하다”고 최종 소감을 밝혔다.

글쓴이의 마지막 후기를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는 댓글로 그를 환영했지만 일각에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실험 이전에는 없었던 강박증과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계속하는 등 그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LA○○○○○의 최종 후기 2편은 9월16일, 해당 사이트에서 삭제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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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