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900만원 심리실험 알바 참가남의 고백

최신판 ‘올드보이’“독방서 30일 버티면 900만원?”


현대판 ‘올드보이’가 떴다. 아르바이트를 이유로 사회와 단절된 채 독방에서 17일을 보낸 한 남성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것. TV는 물론 컴퓨터, 라디오 심지어 시계조차 없는 20평 독방에서 30일을 버티면 무려 900만원을 지급한다는 아르바이트였다.

국내 모 의과대학과 외국 대학이 진행한 이번 심리실험에 겁도 없이 참가한 20대 남성은 독방 생활 17일째 중도 포기를 선언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과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등 강박증이 생겨 현재 병원을 오가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독방 생활 17일 동안 그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요시사>가 돌아봤다.


인터넷 게시판 후끈 달군 ‘올드보이’ 후기 눈길
20평 방에서 사회 접촉 차단, 교수 지시 따라 생활
참가남 17일 만에 중도 포기…꿈으로 인한 강박증


한 달에 9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가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난 8월17일 한 유머사이트에서였다. 아이디 ‘LA○○○○○’는 ‘놀고 먹고 자고 월급 900만원짜리 알바 실사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국내의 한 의과대학과 외국의 유명 대학이 함께 진행하는 심리실험 프로젝트로 30일간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하고 먹고, 자기만 하면 9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독방 30일에 900만원?

다만 외부의 자극이라는 범주가 상당히 넓었다. TV는 물론 라디오, 컴퓨터, 신문, 사람들과의 대화, 심지어 20평 상당의 방 안에는 시계조차 없다는 조건이었다. 뒤이어 글쓴이가 밝힌 프로젝트 참가자 공지사항 및 유의사항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험 진행 주최측은 “사회와 차단된 상태에서의 자기개발이나 심리변화, 또 상황에 따른 판단능력과 남녀의 다면적 사고능력, 심리분석 등 여러 분야의 학술연구를 위해 진행 된다”고 프로젝트의 목적을 설명했다.

프로젝트는 20대, 30대, 40대 24명의 남녀를 고학력자와 저학력자로 나눠 30일간 시행되며, 첫 일주일간 실험에 중도포기란 있을 수 없고, 이후부터는 중도포기가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급은 주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으며, 30일째 실험 완료시까지 독방에 남아있으면 총 900만원의 보수를 받게 된다. 내용 중 ‘자해 등으로 생긴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글쓴이는 이 부분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듯 보였다.

해당 아르바이트의 참가 여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상 마음은 이미 참가 쪽으로 굳힌 것 같았기 때문이다. LA○○○○○가 올린 이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일파만파로 퍼졌고, ‘그런 아르바이트가 있으면 나도 하고 싶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정말 위험한 짓인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받았다.

일부 네티즌은 프로젝트 유의사항에 적힌 ‘자해 등으로 인한 피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대목을 거론하며 글쓴이를 극구 말렸다. 고도의 심리적 압박으로 스스로를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실험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으로 매우 위험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흔들리지 않았고, ‘실험에 참가하기로 했다’ ‘갔다 오면 후기를 쓰겠다’는 글을 남기고 유머 사이트를 떠났다.
 
이후 해당 사이트를 즐겨 찾는 네티즌들은 LA○○○○○의 후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실험이 시작되면 첫 일주일은 무조건 버티고 난 다음에야 중도 포기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네티즌들의 일차적인 화두는 글쓴이가 일주일 뒤 실험을 중도 포기한 채 돌아오느냐는 데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또 시간이 지나도록 그의 후기는 올라오지 않았고 사람들의 궁금증이 커져가던 지난 9월9일 드디어 글쓴이의 글이 사이트에 등장했다.

그런데 해당 글을 본 네티즌 대부분은 ‘내용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오타가 너무 많았고, 문장과 문장 사이의 접속사나 문맥도 맞지 않았다. 처음 글쓴이가 이번 실험에 대해 올렸던 글과 비교해 봐도 어투나 표현력에 차이를 보였다. 왠지 낯설고 불안정한 모습처럼 비쳐진다는 것. 중도 포기하고 왔다는 내용의 간략한 글이었지만 본인은 술을 마시고 나서 쓰는 것이라 정신이 없다며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쓰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쓴이의 글을 두고 의문을 표했지만 나흘이 지난 9월13일 LA○○○○○는 약속했던 ‘진짜 후기’를 올렸다. 후기에 따르면 그는 독방에 들어간 지 17일째 포기를 선언했다. 처음 이틀 정도는 내리 잠만 잤고, 시계가 없기 때문에 날짜 개념은 물론 낮과 밤의 구별이 무너졌다. 하지만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 한 번도 그림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글쓴이가 뉴욕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린 그림의 25%가 실제 뉴욕의 건물모습과 맞아떨어진 것.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교수도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물었고, 그는 “미국 드라마에서 본 것을 상상해서 그렸다”고 답했다. 이에 교수는 자기개발의 성과가 나타난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림그리기와 성경읽기, 공부 등을 하며 버텼던 글쓴이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중도 포기를 선언하기 전 마지막 3일이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그였지만 정말 무서운 꿈을 꿨고, 꿈속에서 들었던 ‘딱딱딱’이라는 소리는 그를 공포의 소용돌이로 몰아갔다.

꿈을 꾼 이후 글쓴이는 계속 심장이 두근거리고, 볼펜이 굴러가는 작은 소리에도 비명을 지르는 등 강박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일한 필기도구였던 A4용지에 ‘에이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나누는 등 혼자 있을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기도 했지만, 강박증이 심해지자 ‘에이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에 A4용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렸고, 그 후에도 공포감이 사라지지 않자 정신건강의 위협을 느낀 그는 결국 중도 포기 벨을 눌렀다.

돌아온 참가자 그런데…

어쨌든 이번 실험에서 17일을 버틴 LA○○○○○는 약 500만원의 큰 돈을 벌게 됐지만 현실세계로 돌아온 지금도 혼자 있을 때면 그 꿈이 기억나고 갑자기 두근대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 실험 이후 자신의 친구들이 자신을 볼 때마다 “많이 변했다”고 한다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했다. 현재 모 대학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후회는 없지만 좋은 경험은 아닌 것 같다”면서 “뭔가 굉장히 찝찝하다”고 최종 소감을 밝혔다.

글쓴이의 마지막 후기를 접한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무사히 돌아와 다행”이라는 댓글로 그를 환영했지만 일각에서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실험 이전에는 없었던 강박증과 지속적인 심리치료를 계속하는 등 그의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LA○○○○○의 최종 후기 2편은 9월16일, 해당 사이트에서 삭제되어 더 이상 볼 수 없게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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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