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대구도 바뀌고 변할 때 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로 이어질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을 판가름 지을 날이 가까워지기 때문. <일요시사>는 지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네 번째로 대구 수성구갑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도통 쉬운 길을 가려하지 않는다. 이 고집스런 야당의 3선 중진은 적지 한가운데서 밤낮으로 뛰고 있다.

대구행을 선언한 지 4년, ‘낙수가 바위를 뚫는다(滴水穿石, 적수천석)’는 말처럼 서서히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외침을 멈추지 않는다. 두 번의 실패, 그리고 세 번째 도전. 분명 쉬운 결정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온전히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의 ‘김부겸’이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

- 수성구갑 지역 현안 중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린벨트 해제, 종 상향, 송전탑 지중화 등 거주자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들, 그리고 오랜 불황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구 전반의 경제 상황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는 일도 큰 과제다.

- 현재 대구민심은 제2의 IMF를 우려할 정도다.
▲경제 문제는 비단 대구뿐만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도시에는 소득을 보전해줄 수 있을 만한 제조업이든 혹은 기타 기반산업이 있는데 반해, 대구에는 그런 것이 없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6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게 20년째다. 도시에 생산기반, 즉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청년이 1년에 1만 명에 이르는데, 이것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 경제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이 있나?
▲수성구 차원의 공약과 대구시 공약을 적절히 결합하겠다. 대구시에는 차세대 먹거리, 즉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수성구에 있는 ‘수성의료지구’, 정보통신 쪽의 ‘아이시티지구’와 대구시의 성장 동력을 잘 연결시키겠다. 또한 정부에서 하는 ‘스타트업’ ‘창조경제’와 어떻게 연계할지도 생각중이다.

수성구는 지적산업과 교육·문화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밖에 없다. 지역의 좋은 인재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문화·관광·예술·체육·의료 등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그에 따라 어떤 사회적 인프라를 이곳에 구축할지는 관련 자료들을 모으는 중이다.

- 몇몇 후보자들은 대기업 유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 얘기는 20년 전부터 했다. 대기업을 유치하면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입지를 고려했을 때 대기업이 여기 왜 와야 되냐는 문제에 봉착한다. 내륙 도시의 치명적 약점이 물류다. 물류에서 경쟁력이 없는데 계속 대기업 유치 얘기만 하고 있으면 발전이 없다.

지난 대구시장 선거 때 권영진 시장과 논쟁을 벌였던 것도 이 부분이다. 당시 권 시장 후보가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라고 해서 내가 말했다. “(대기업 유치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대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기계공업, 공구공업과 같은 몇 가지 부분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클러스터화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견기업을 대구에서 몇 개 키워내자”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이 저절로 크길 바라면 안 된다. 산업 정책적으로 지원,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적화’하고 동시에 지역의 17개 대학에서 나오는 인력과 결합해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

- 2017년 조성되는 ‘수성의료지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수성의료지구는 의료에 관광이 더해진 ‘체류형 의료관광지구’로 개발된다. 의료관광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의 에이전시, 의료관광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과 관광유치업체 간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가격 덤핑과 불법 브로커를 통한 환자 유치 등을 막고, 차별화된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안경·디자인·미용 등 인프라가 탄탄한 뷰티산업, 그리고 의료지구 주변의 대구 스타디움, 삼성 라이온즈 파크 등 스포츠 산업과 잘 접목시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 소속이 야당이다 보니 과연 대구시, 그리고 다른 대구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업에 문제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오히려 정부와 야당을 이어줄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대구시는 ‘물산업 클러스터’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 사업 등 국가적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국회에 올렸다. 처음에 야당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세게 부딪혔다. 그래서 내가 권영진 대구시장과 손잡고 홍의락 의원과 함께 우리당(더민주)을 설득했다. 그 결과 전혀 삭감 없이 통과됐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야당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그러진 프로젝트가 많았지 않나. 이번에는 우리(김부겸·홍의락)가 직접 나서 브릿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이런 역할을 못한다. 딱 필요한 타이밍에 누군가는 바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오히려 더! 야당 의원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진영으로 갈라져서는 답이 안 나온다.

야당 간판 달고 여당 안방서 3수
협업에 문제? ‘브릿지’ 역할 자신

-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 실제로 그렇게 느껴지나?
▲아무리 여론조사 결과가 좋아도, 여기는 대구다. 이건 실제 지난 시장 선거 끝나고 들은 얘기다. “나는 분명히 김부겸 이름 밑에 찍는다고 찍었는데, 찍고 보니 1번 밑에 찍혀 있더라….” 무슨 말인가 하면 이 분들이 워낙 오랫동안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1번 당을 찍다보니 1번을 안 찍으면 뭔가 이상하달까, 마치 배신했다는 죄책감이 들 정도라고 한다. 거기다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까지 있다. 전통적 여당 지지에 박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의리까지 있어서 정말 쉽지 않다.

실제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당지지율이다. 지금 조사에서 대개 새누리당은 50% 이상, 더민주는 10% 선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절대 여론조사 수치에 방심해서는 안 된다. 더 겸손하게 진심으로 다가가 설득하고 호소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 어르신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별로다”라는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인물이 아닌 정당 대결로 가면 불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는데...
▲그렇다. 상대 후보 측도 그걸 알고 ‘당 대 당’ 대결로 몰아가려 할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무조건 이기는 곳이 대구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엄청나게 네거티브를 한다. 선거가 아직 80여일 남았음에도 벌써 공격을 해대는 건 인물은 지우고 정당만 남기자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 사투리로는 ‘사람은 좋은데 마, 당이 영 파이다’라고 한다. 그런 어르신들한테는 이렇게 호소한다. “물건이 좋으마 일단 한 번 써 보이소, 공장 나쁘다고 좋은 물건을 버릴 낍니까?”라고.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속한 ‘공장’에 대해서도 나의 구상을 밝힐 생각이다. 공장의 기계나 기술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면 과감히 폐기 처분하고 신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하여간 그 문제는 좀 더 지금 당의 변화 노력을 지켜본 뒤 입장을 밝힐 것이다.

제 지지층 중에 1/3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들이다. 난 그 분들이 왜 더민주를 싫어하면서도 저를 지지할까 곰곰이 생각한다. 생각할수록 어깨가 무겁다. 우리 당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겸손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대구 사람들은 쉽게 말을 바꾸거나,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해 책임을 안 지거나, 소위 ‘싸가지’ 없이 함부로 말 하는 사람을 절대 안 믿는다. 딱 그 부분이 우리 당이 지금까지 제일 잘못해온 지점이다. 우리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도 그런 태도는 당장 고쳐야 한다.

- 불편한 질문 하나 드리겠다. 새누리당의 고정 지지자 중에는 “에이 설마”라고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하다. 대구는 30년 동안 여당의 텃밭이었다. 30년이면 관성이 있다. 그렇지만 호소한다. 지금 새누리당을 계속 도와주고 짝사랑한 결과가 대구에 무엇으로 돌아왔냐고.

경제 침체, 섬유·자동차 산업이 몰락했고, 지금 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공업은 부가가치가 너무 적다. 1차 밴드들의 마진폭이 5% 정도고, 2차 밴드까지 가면 2~3%에 그친다. 열심히 일했는데, 자산가치는 서울의 1/3이다. 대구에서 열심히 애 키워서 경북대·영남대 보냈는데, 지방대라는 이유로 취업전선에서 얼마나 고생하나. 경북대·영남대는 괜찮은 대학이다.

1년에 1만명이 떠난다. 한 도시에 젊은 두뇌들이 1만명이 떠난다고 생각해봐라. 10년이면 10만명이다. 도시가 확 늙어졌다. 저녁에 밖으로 나가보면 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 보기가 힘들다. 그 사람들이 경제·사회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 아닌가.


여론조사에서 나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은 김부겸 개인에 대한 호감이라기 보다 대구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다. 특히 30·40·50대는 대구가 가진 환경에 대한 분노가 있다.

- 요즘 야권에서는 탈당이 최대 이슈다. 김 전 의원도 탈당을 예상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면?
▲나는 정치도 경쟁을 해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구에 왔다. 즉 정치적 지역주의, 싹쓸이 투표 행태를 극복해보자는 명분을 갖고 나의 고향인 대구로 온 것이다. 하나의 당만 있으면 경쟁 할 필요가 없다.

정치인들이 그냥 특권층 행세를 하고 군림하려 든다. 그런데 두 개 이상의 당이 서로 경쟁하면 절대 그렇게 못 한다. 정당 간 경쟁을 주장하는 내가, 지금 와서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탈당을 하고 무소속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민주를 떠나 신당으로 가는 것 또한 명분이 없다고 봤다. 아주 냉철하게 보면 지금 탈당 러시는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 간 불신이 원인이다. 그 불신 때문에 수많은 야당 지지자들까지 편이 갈려 서로 비난하고 막말을 하도록 만들었다. 문·안 두 사람은 이번 탈당 사태를 빚은 당사자로서 국민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 판에 내가 휩쓸릴 이유가 어디 있는가?

- 문재인 대표가 사퇴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야권으로서는 마지막 절박한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문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고 몰렸던 지난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자신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 하에 이루어진 정치 행위니 문 대표가 앞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야당의 정치 문법과 다를 것 아닌가. 그런 사람에게 프리핸드(재량권)를 준 것이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 더민주 박용진 전 대변인이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야 될 두 곳으로 자신이 출마하는 강북구을과 김 전 의원의 수성구갑을 꼽았다. 김 전 의원도 한 번 꼽아본다면?
▲역시 순천·곡성이다. 호남민들이 이정현 의원의 정치적 태도와 일하는 자세, 이 두 가지 각기 다른 면에 어떤 평가를 내리실지 궁금하다. 그 다음 대구 동구을이다. 박 대통령과 소위 진박, 그리고 대구에 뿌리가 있는 유승민 의원 간의 갈등을 대구 시민들이 어떻게 풀어낼지, 그 결과는 향후 대구 정치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김부겸은 누구?]

▲경북 상주 출생
▲경북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제16·17·18대 국회의원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전 대구시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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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