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5월 회담설' 막전막후

한반도 정세 요동 ‘짜여진 각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과의 ‘12·28 위안부 합의’ 내용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북한은 갑작스레 4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한·미·일·북·중·러 6개국의 레이더가 바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북한 지뢰도발 이후 남북 간에 불던 훈풍이 어느새 동장군 댓바람이 되어 돌아왔다.

남북관계가 결빙과 해동을 거듭하고 있다. 취임 직후 ‘통일대박론’을 외쳤던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답보를 뚫을 묘책이 필요한 상황. 그러던 중 터진 북한의 4차 핵실험 소식은 국내 여론을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난국을 타개할 열쇠로 복수의 외교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을 꼽는다. <일요시사>는 핵실험 직후 정가에서 들을 수 있었던 ‘5월 회담설’의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통일대박론
언제 실현?

시간은 지난 2015년 12월28일로 돌아간다. 당시 한일 외교장관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문제 타결에 합의했다고 발표한다. 갑작스런 소식에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 지난 24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난제’가 갑자기 타결된 배경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실제 합의문 내용을 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많다. 특히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와 한마디 논의도 없이 협상이 진행됐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 뭔가를 위해 급하게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정가는 위안부 합의가 연말에 이루어질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어떠한 귀띔도, 낌새도 없었다는 것. 관련 상임위의 한 관계자는 “(12·28 위안부 합의는) 전혀 예상 못했던 사안”이라며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로 북한을 들고 있다. 즉 집권 4년차를 시작한 박근혜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에 집중하길 원했고 그래서 가지치기에 나선 결과가 12·28 위안부 합의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대화를 원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신년사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튼튼한 안보는 국가 발전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라면서도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또한 신년사에서 “우리는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면서 “누구와도 마주앉아 민족과 통일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논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비록 “남조선이 평화통일을 바란다면 6·15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등 박근혜정부를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남북정상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던 지난해만 못하다는 평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가능성을 열어놨다. 더욱이 ‘핵’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신년사를 통해 피어오르던 남북 평화의 분위기는 일순간에 사라졌다.

분위기 깬
4차 핵실험

지난 6일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4.8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 북한은 즉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첫 수소탄 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남북 2+2 협상을 통한 8·25 합의, 이어진 10월 남북이산가족 상봉으로 피어났던 평화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깨진 순간이다.

박 대통령은 즉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우리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발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는 물론 미국 등 동맹국에게 단호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을 더 이상 남북 대화를 원치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 오히려 갈등이 고조될수록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길 원할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때문에 남북 정상의 시계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일 공산이 크다.

당초 복수의 언론은 박근혜정부가 올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임기 마지막 해인 2017년에 접어들어서는 회담이 의미가 많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박 대통령과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가 올해 12월까지라는 점도 연내 성사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였다.

지난 2015년 10월 이후 깜깜 무소식이지만, 반 총장이 방북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반 총장이 지난 12월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단을 깜짝 방문, 방북설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과연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북한 방문 시기가 언제일지를 두고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합리적으로 따져봤을 때 빠르면 5월쯤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당 대회 맞춰 대화 나설 가능성↑
만난다면 4·13 총선 후 급물살 예상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오는 2월에는 박 대통령의 첫 아프라카 방문이 예정돼 있다. 우간다·케냐·모잠비크·에티오피아 등 4개국 정상들과 차례로 만날 것으로 보여 일정상 남북정상회담은 맞지 않다. 더군다나 2월부터는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예정돼 있어 오히려 남북 긴장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월15∼1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 정상들과 캘리포니아 남부 휴양지 서니랜드에서 정상회의를 연다는 점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요소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광폭행보를 보이는 오바마 미 대통령을 두고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견제의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중론이다.
 

3월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오는 3월31일부터 4월1일까지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에 맞춰 한미일 3개국 정상이 회담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핵심 화두는 12·28 위안부 합의지만, 대북·중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이 있고 난 뒤 진행되는 회담이라는 점에서 핵 억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5월 노동당대회
남북회담 성사?

4월은 국내 정세가 바쁘다. 4·13 총선이 예정돼 있어 남북정상회담을 논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외교전문가는 “총선 전에는 (남북 정상이) 만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문제는 워낙 민감한 이슈다보니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총선 전에 만나는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회담 시기를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지도부 간 온도차가 있을 수 있어 가능성이 전무 하다고 말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5월이 적기라는 결론. 뿐만 아니라 5월에는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가 예정돼 있어 김 위원장과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권영석 <연합뉴스> 논설위원은 지난 6일 <권영석의 통일시대>를 통해 김 위원장이 5월 전후를 기점으로 정상회담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난 1980년 제6차 노동당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제시했던 북한이기에 김 위원장도 이번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새로운 통일방안을 공표하고 쟁점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권 위원은 “김 위원장은 자신을 ‘통일을 이끄는 민족 지도자’로 선전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따라서 오는 5월로 예정된 북한의 제7차 노동당 대회 전후에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가 무르익을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위안부 합의 서두른 이유 북한 때문?
반기문 6월 방한 변수, 7월 성사설도

변수는 있다. 반 총장이 4·13총선이 끝나고 오는 6월에 한국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7월 회담설도 거론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12월22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단과의 송년 간담회에서 “한국 방문 계획이 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6월쯤 유엔이 주최한 NGO 회의가 (서울에서) 있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방북에 대해 북한과 계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방북이 전격적으로 전행될 수도 있다.

이미 반 총장은 한차례 이런 식의 방북을 추진한 적 있다. 지난 5월경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한 반 총장은 극비로 방북을 추진, 21일 하루 일정으로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승낙 하루 만에 방문 허가를 철회하면서 무산됐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도 6월 방한 가능성을 높인다. 유엔총회와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12월15일(현지시간) 공동 명의로 총 193개 회원국에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추천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추천 기한, 청문회 등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늦어도 3월까지 추천서를 받은 후 4월쯤 청문회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는 5월까지 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6월부터 반 총장은 훨씬 유동적인 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6월 방한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반 총장이 6월에 방북, 또는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성사시킨다면, 남북정상회담은 속전속결로 진행될 수 있다. 따라서 6월말 또는 7월에 남북 두 정상이 만나는 그림도 가능하다. 한 외교관계자는 “순서상 반 총장이 먼저 김 위원장을 만나고 그 다음 박 대통령이 만나는 게 맞다”며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되면 빠른 속도로 다음 일정이 논의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기문 6월
박근혜 7월

문제는 주변국의 반응이다. 지난 2009년부터 미국정부가 북한에 대해 ‘전략적 인내’ 노선을 펼친 이후로 김 위원장은 줄곧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대화를 원해왔다. 이번 핵실험도 결국 남한에 대한 도발 목적보다 협상에 먼저 나서지 않는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로 보는 해석이 많다.

최근 한미일 3개국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어 박근혜정부가 오바마정부와 다른 외교 노선, 즉 북한과의 협상을 먼저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외교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대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국의 전략적 인내란?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영향은 비단 대한민국에만 머물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09년부터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 등 군사적 변화가 없으면 먼저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략적 인내’전략을 펼쳐왔다. 이에 대해 최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비판의 핵심은 북한이 더욱 중무장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략적 인내’를 대북 유화정책으로 규정한 뒤 폐기를 주장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오바마 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궁지에 빠졌다고 설명한 뒤, 최근 작고한 스티븐 보스워스 전 대북특사가 살아생전 “이란·쿠바와도 대화하는 이 행정부가 유독 북한에 대해서만은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한 발언을 소개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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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