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미래에셋 성공신화 대해부

대한민국 금융 좌지우지 “적수가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국내 금융투자시장은 미래에셋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축의 시대를 투자의 시대로 바꾼 미래에셋은 최근 대우증권마저 손에 넣으며 자본금 8조원대의 압도적인 1등 증권사로 우뚝 섰다. 설립 18년 만에 금융투자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박현주 회장이 중심에 서 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증권가의 맏형이자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던 대우증권의 새 주인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낙점됐다. 대우증권의 풍부한 투자은행(IB) 경험과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네트워크가 맞물려 글로벌 대형 IB 탄생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역동성이 떨어진 금융투자시장에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할지 기대가 높다.

대우증권 인수
시너지 기대

지난 12월24일 대우증권 최대주주이자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산은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는 매각가치의 극대화와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3대 기본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라 매각을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업계 판도를 재편성하는 계기나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의 2015년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업계 4위인 3조4620억원. 여기에 대우증권(4조3967억원)을 더하면 7조8587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초대형 증권사로 탈바꿈한다. 통합 후 총 고객수는 300만명에 육박한다. 기존 1위였던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은 현격한 격차가 실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로써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 등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의 자기자본은 1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미래에셋은 대주주 변경과 금융위원회 출자 승인 신청에 이어 계약금 납부와 확인 실사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이 지닌 상징적 가치를 얻은 것만으로도 미래에셋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1970년 이래 대한민국 증권가의 산 증인으로 자리매김했던 대우증권은 그간 수많은 위기와 풍파 속에서도 증권가를 지켜왔다.

‘증권가 맏형’ 대우증권 새 주인 낙점
자기자본 8조원 초대형 증권사 탄생

대우증권은 1997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로 계열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우증권은 결국 1999년 워크아웃을 선언했고, 2000년 새 주인으로 나선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2013년에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의 양적완화 후폭풍이 증시 침체로 이어지면서 매매수수료 수입 급감과 채권 투자 손실이 커진 탓이다.

고된 풍파 속에서도 대우증권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산관리·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분야에서 대우증권은 명실공히 업계 최고로 손꼽힌다. 국내 102곳의 점포를 기반으로 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역시 대우증권의 강점이다.

IPO시장에서 대어급들의 상장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DCM(채권발행시장)에서도 수위권이다. 대우증권은 2014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을 단독으로 대표 주관한 데 이어 호텔롯데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IB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해왔다.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출범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에 주력해 왔다. 여기에 해외 법인 실적 1위인 대우증권의 네트워크가 융합된다면 해외 진출 계획이 한층 탄력 받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 분야에서는 업무 중복이 거의 없고 서로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활용해 해외IB영역 및 해외자본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샐러리맨 신화
박현주의 18년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일군 작은 회사가 45년 전통의 명문 증권사를 품에 안았다는 점에서 여타 M&A와 의미를 달리한다.

광주광역시 시골 마을에서 자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0년대에 동양증권에 신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던 박 회장은 32세에 국내 증권사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갈아치우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점장으로 부임한 지 2년 만에 해당 지점을 전국 1등으로 만드는 등 엄청난 수익률로 단박에 시선을 휘어잡았다. 은행 적금이 서민들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었던 시기에 돈 있는 사람을 주식시장으로 끌어 모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절정의 명성을 구가하던 1997년, 박 회장은 돌연 사표를 내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오늘날 미래에셋의 시작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설립과 함께 밑그림을 그린 박 회장은 이듬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만들어 국내에 간접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펀드라는 개념이 알려진 게 이 무렵이다.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에 박 회장은 지점 근무 당시 떨친 유명세를 십분 활용해 본인의 이름을 딴 국내 첫 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펀드의 성공은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을 이동시키는데 일조했다. 뒤이어 국내 첫 부동산펀드 및 PEF 등을 내놓으며 미래에셋은 금융투자 역사를 새로 써갔다.

그사이 샐러리맨에서 금융그룹 창업자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간 박 회장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돋보이는 실행력으로 국내 최고 투자전문가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과 함께 성장을 거듭한 미래에셋 역시 불과 18년 만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사로 발돋움했다.

“금융투자 패러다임 바꾼다”
‘미다스의 손’ 박현주 뚝심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캐피탈, 부동산114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전체 직원 4800명, 운용자산(AUM) 186조4515억원이다. 미국, 영국, 홍콩, 중국 등 글로벌 12개국에 총 20여개 법인·사무소를 운영할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탄탄대로만 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설정한 ‘인사이트펀드’는 박 회장의 커리어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미래에셋의 인기 덕에 국민펀드로도 불리던 인사이트펀드는 국가, 주식, 채권 등 특정 지역 및 자산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표방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박 회장도 인사이트펀드의 실패를 굉장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던 미래에셋의 파격적인 시도들은 “너무 앞서간다”는 비난으로 돌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향후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마저 더해졌다.
그렇지만 미래에셋은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 빌딩, 호텔 등 대체투자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대우증권 인수는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를 지향하는 미래에셋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는 규모의 경영을 이루고 한국경제 투자활성화의 절실함에서 출발했다”며 “투자금융을 통해 해외 진출을 선두해온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진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투자기회를 찾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지각변동 예고
창창한 앞날

미래에셋의 활발한 행보는 어느덧 금융투자시장 전반의 분위기마저 바꿨고 대우증권 인수는 또 다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한 미래에셋-대우증권 체제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증권사 간 M&A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해외 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몸집불리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된 곳은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4조2581억원), 삼성증권(3조5705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원), 현대증권(3조2100억원) 등 5곳이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중국 중신증권의 자기자본이 각각 28조원, 1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간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인수합병이나 증자를 선택할 수 있는데 증자로 덩치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를 증권가 빅뱅의 신호탄쯤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올해는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의 매각이 예정돼 있어 증권업계의 지형이 새롭게 짜일 것으로 보인다. LIG투자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KB손해보험이 지난 12월22일 우선협상대상자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해 내년 상반기 안에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잠재 매물도 대기 중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0월 인수를 추진하던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의 지분 계약 해제 통보로 현재는 매각이 무산된 상태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미래에셋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2조4500억원 가량을 써낸 사실이 알려지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의 인수를 반대해 온 대우증권 노조와의 협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노조측은 본 실사 원천 봉쇄 방침을 내세운 데다 최악의 경우 총파업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합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포부
박현주의 열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의 앞날은 어느 때보다 창창하다. 일단 여타 회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회사를 키우고자 하는 박 회장의 열의가 돋보인다. 이미 박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실질 자기자본을 3년 안에 10조원 수준으로 확충할 것임을 천명한 상황이다. 창립 18년만에 자산규모는 7000배, 조직규모는 1200배 커진 미래에셋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서전을 통해 밝혔듯이 박 회장은 미래에셋을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와 견줄만한 회사로 키울 생각”이라며 “미래에셋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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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