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박근혜정부 외교 성적표

계속되는 굴욕 협상 '못 먹어도 고?'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12월, 전격 타결됐던 위안부 협상 후폭풍이 거세다. '굴욕 협상'이란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박근혜정부의 실익 없는 외교가 도마에 올랐다. 국정수행 지지율 40%를 웃도는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무기'는 외교였다. 잇따른 국내 실정에도 불구하고 해외순방으로 지지율을 끌어 올렸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4년차 들어 중대 고비를 맞았다.

한국은 바다 건너 일본과 인접한 국가이자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 있는 사실상의 '섬' 나라다. 서해로는 중국과 마주하고 있고,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과는 반세기 넘게 갈라져 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미국과는 적대관계를, 중국과는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강대국들 틈에서 한국은 필연적으로 균형 있는 처세를 요구 받는다. 냉전체제 종식 후 특정국가에 편중된 외교정책은 국제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급부상과 일본의 팽창 속에 더는 친미외교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때문인지 역대 대통령은 저마다 외교정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균형'을 언급했다.

일본-D등급
"굴욕 외교"

박근혜 대통령도 그랬다. '통일대박'을 대표 브랜드로 앞세운 박근혜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외교성과 홍보에 열을 올렸다. 실제 성과는 어떨까. 박근혜정부 4년차를 맞아 '외교 성적표'를 뽑아봤다. 일본군 위안부 협상, 중국 열병식 참석 등 굵직한 사건들을 변수로 놓고 성적을 매겼다. 각 국가별(일본·미국·중국) A~F등급까지 주관적인 기준을 반영했다. 첫 번째 국가는 일본이다.

지난 28일 한·일 양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안을 도출하고 협상결과를 언론에 공표했다. 그러나 "위안부 소녀상 철거의 대가로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97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른바 '굴욕 협상' 논란이 확대됐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 도쿄신문, 산케이신문 등 주요 외신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지난 29일 "더는 사죄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미는 한국 정부가 제공했다. 협상 내용에 '불가역적·최종적'이란 문구를 삽입한 탓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아베 총리가 '앞으로 이 문제(위안부)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 다음 일·한 정상회담 때도 말하지 않겠다. (박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어 말해뒀다. 어제(28일)로 끝이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박근혜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소녀상 철거 보도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렇게까지 한 이상 한국이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라는 등 며칠 새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일본 정부는 합의문에 명시된 '책임'이란 표현과 관련해 "법적책임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모든 보상이 끝났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오해를 유발할 수 있는 언행들이 없길 바란다"라고 답했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에 끌려가는 형국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도 미뤄질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28일 "한국이 신청에 합류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협상 직후 기시다 외무상이 "우리가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고 자신한 배경이다.

국내 여론은 이번 합의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 결과에 따르면 '잘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0.7%로 '잘했다'고 응답한 43.2%보다 7.5%P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71.3%가 '잘했다'고 응답했다.

60세 이상의 '콘크리트' 지지는 박근혜정부가 '미완의 협상'을 밀어붙인 원동력이란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외교 실무자들에게 직접 위안부 협상 연내 타결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집권 초 박 대통령이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책"을 공언한 것과 대비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벤트'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12·28 한일 위안부 협상 후폭풍 거세
미국은 환영…사드 배치 강수 이어질까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으로부터 1년이 지난 2014년 3월25일에야 아베 총리와 첫 환담을 나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 측의 요구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당시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 눈을 맞추고 한국어로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때만 해도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구애'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대일 노선 변화는 임기 반환점을 돈 지난 9월 무렵 가속화됐다. 세부적으로 따지면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식 참석 당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가 계기였다. 일본은 10월8일 일본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통해 친서를 전달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한 것이다.

냉랭했던 한·일관계는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 일본 당국자는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에 소녀상 철구를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양국 정상간 협의내용을 밝히지 않겠다"라고 브리핑했다.

결과적으로 위안부 소녀상 철거 여부는 합의문에 적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지 못한 반쪽짜리 합의문이 '외교적 성과'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청와대는 31일 브리핑에서 '굴욕 협상'이란 비판에 대해 "사회혼란을 야기시키는 유언비어"라고 반박했다. 재계에선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로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는 점에서 낙제점인 D등급 이상은 매기기 어렵다.

미국-B등급
"Poor Park"

미국은 한·일 위안부 협상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28일(현지시간)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는 한·일 정부가 합의를 도출한 것을 축하한다"라며 "양국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보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같은 날 "이번 합의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며 "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길 기대한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내 여론과 무관하게 미국 정부의 입장은 호의적이다. 거칠게 말하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 합의인 것이다.

실제 일본 도쿄신문은 29일자 사설에서 이번 위안부 협상 배경에 대해 "동북아 패권을 노린 오바마 정권이 양국의 등을 떠밀었다"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을 의식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을 수립했다. 한·미·일 공조체제를 구축해 국제무대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이 핵심이다. 그러나 한·일관계가 냉각되면서 3국 공조체제 역시 흔들려왔다는 것이 외교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이번 위안부 협상은 미국의 '앓던 이'를 빼준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위안부 협상을 계기로 주춤했던 싸드(THH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배치 문제가 외교 현안으로 부각될지 관심이다.

지난 10월29일 마이크 트로츠키 록히드마틴 부사장은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한·미) 정책당국자 사이에 싸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를 부인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가 없었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15일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펜타곤(미국 국방부)에 초청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중국을 상대로 '싸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엉뚱한 '북핵' 얘기로 눈총을 샀다. 지난해 10월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장에 나온 박 대통령은 현지 기자로부터 '베이징(중국)을 방문해 중국·러시아 정상과 함께 했다. 이 방문이 미국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속내는 이른바 '중국 경사론'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질문 내용을 모르는지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북한 핵이 전세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라고 답한 것이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건 중국이 국제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미국처럼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마디로 남중국해 등의 문제에서 미국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박 대통령이 미국 기자의 질문을 잊어버리자 "딱한 대통령(The poor president), 질문조차 잊은 것 같네요"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 침묵…한중 FTA·AIIB 성패 촉각
남북 정상회담 요원…변수는 반기문?

오바마 대통령의 '평가'와는 별개로 한국의 대미 외교는 무난한 수준(B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이 싸드 배치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적극 강권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박 대통령도 지난 방미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란 발언으로 점수를 땄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한·미 관계는 최상의 상태"라고 화답했다.

문제는 중국이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기념식 당시 박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을 자신의 옆에 세우고 중국이 '동북아의 맹주'가 될 것임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중국 동북아 정책에서 한국은 다른 의미의 '핵심축'이었던 것이다.

실제 박 대통령 취임 후 시진핑 주석은 무려 6차례나 한·중 정상회담에 응하며 한·미·일 공조체제를 깨는데 공을 들였다.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회담까지 포함하면 한·중 정상회담만 무려 10차례에 이른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수장이다.


중국은 박 대통령을 매개로 한·중·일 정상회의를 추진해 왔다. 전승절 이후 경색된 한·일관계가 급작스레 개선된 것이 그 증거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내심 정상회의를 통해 '친미' 성향인 일본을 회유 또는 압박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은 중국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중국 억제정책에 힘을 보탰다. 미국으로서는 북핵을 핑계로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수위를 높일 수 있는 명분을 쌓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이번 위안부 협상으로 자의든 타의든 미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네트워크에 협력하는 꼴이 됐다. 지난 29일 중국 신화통신은 양국 합의에 대해 "미국의 압력 속에서 만들어진 정치적인 선택으로 볼 측면이 크다"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중국-C등급
불가근불가원

그렇다고 한·중관계가 당장 악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당분간은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발효된 한중FTA와 중국 주도의 첫 국제 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성공을 위해선 일정부분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북한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요원한 상황에서 중국은 박근혜정권과 김정은체제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국에 이어 북한과도 전면적인 경제협력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높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북한에 대해 사실상의 '고립 외교' 정책을 펴고 있는 박근혜정부는 북·중관계 복원을 우려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련 대목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방북은 중국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반 총장의 방북은 미국의 간접 개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정부가 국내 정치용으로 반 총장의 방북을 돕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보다 꼬일 공산이 크다. 흥미롭게도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모두 6차례 회동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세계 지도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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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