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중행보 노림수

청와대 앞에만 서면…무대 울렁증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무대’가 변했다. 최근 정가에서 들을 수 있는 주장이다. 과연 비박계 좌장의 어떤 부분이 변했다는 말일까. 간간히 들려오던 불만의 목소리가 폭발한 시점은 ‘일요만찬’에서의 대화 내용이 알려진 12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계인가. 아니면 의도된 전략인가. 정가에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친박계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한 결과라고 해석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그간 정치 경력을 고려해본다면 김 대표의 의도된 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무성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이 생긴 가운데, ‘무성 대장’이라는 별명이 무색하다는 평가다.

투 트랙 리더십
한계? 전략?

비박계에선 불만이 새 나오고 있다. 조심스러워도 너무 조심스럽다는 말이다. 지난해 7월경 당 대표에 취임한 이후 보여줬던 호기로운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지적한다. 국회의원들에겐 ‘일리미네이션 경기’와 같은 총선 문제가 꼬이자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식당에 모여 공천 룰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소위 ‘일요만찬’이라 불렸던 이 자리에서 김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 간 작은 설전이 오고간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당시 회동이 주목받은 이유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는 친박계의 요구에 대해 김 대표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비박계는 반발했다.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이 지난 9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참석해 “최고 의사결정은 의원총회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을 결정하고 그 결정의 내용을 공천특별위원회에 넘겨서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그 중차대한 문제를 의원총회에 말 한 마디 안 하고 기정사실로 한다는 것은 절차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도부 전체를 향한 작심발언이었지만, 결국 김 대표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어서 이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1차에서 떨어진 사람도 당선된 사람을 안 돕는데 1차에서 됐는데 2차에서 떨어진다면 틀림없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결선투표제는) 당내 경쟁력을 약화 시킨다”고 주장했다. 결국 회의장은 친박-비박 간 난전으로 이어졌다.
 

하루 전인 지난 8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김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은 “공천권을 국민한테 돌려주겠다고 김 대표가 말씀하셨는데 물 건너간 것 같다”라며 “(수정된) 마지노선이 ‘전략공천이나 컷오프 같은 것이 없도록 하겠다’인데, 계속 밀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결국 그것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결선투표제
작심발언

이어서 정 의원은 “정말 그것(전략공천·컷오프 저지)마저도 지켜내지 못하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수차례 얘기했듯이 당 대표도 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렇게 공언했는데 그 자리를 지킬 수 있겠나.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하고 똑같이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 도입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주장해왔다.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공천제를 관철시킬 것”이라고 누차 뜻을 밝힌 김 대표는 “4·13 총선에서 단 한 명의 전략공천도 하지 않겠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미국식 국민공천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 간 뒤 수정된 국민공천제마저 저지당하자 힘에 부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결선투표제까지 내주기 직전까지 몰리자 비박계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비박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또 있다. 아직 암초 지대를 다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정 의원이 밝힌 것처럼, 당 내에서는 아직 전략공천과 컷오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이 이와 관련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공천특별기구가 출범한 지난 7일 다시 한 번 해당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 최고위원은 “(공천특별기구가) 출범했지만, 그동안 논의해온 (현역) 컷오프, 전략공천 문제 등이 배제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컷오프나 전략공천이 배제된 상태에서 공천 룰이 논의되면 아마 그들만의 잔치로, 폐쇄정치로 비쳐 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박계 내에서 김 대표를 향한 비판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이유도 결국 전략공천까지 내주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제 두고 친-비박 갈등 재점화
정두언 “당 대표직 유지하기 힘들 것”

또한 최근 친박-비박은 ‘서울 험지출마론’을 두고 논리 전쟁을 펼쳐왔다. 알려진 대로 공천 지분을 넓혀가는 친박계에 맞서 비박계는 험지출마론을 제시했다. 서울 수복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친박계는 “험지출마론도 결국 전략공천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험지출마론을 주장하는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김용태 의원이 김 대표를 겨냥해 주목받은 적 있다. 그는 복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 대표의 서울 출마를 말씀드리고 다니는 것은 서울 출마에 준하는 결단 없이는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며 “김 대표가 정치적 사활을 건 국민공천제를 제대로 밀고 가지 못하는 고착 상태를 일거에 깨부수려면, 우리 당 대표로서 결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경 있었던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 공약으로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밝은 눈과 큰 귀가 되겠다”며 “국정운영의 책임을 공유하고, 국정동반자로서 할 말은 하는 집권여당을 만들겠다”고 외쳤다.
 

수평적 당·청 관계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당시 해석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라가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돼 의구심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손잡은 것 아니냐는 불만 또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 대표가 박 대통령 및 청와대를 향해서는 프렌들리 전략을, 비박계 인사들에게는 기존의 형님 리더십을 강조하는 투 트랙 노선을 택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정가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미래권력
손 잡았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기점으로 당·청의 화해분위기는 확산됐다. 특히 그동안 각을 세웠던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지난 10월13일 김 대표는 미국 방문길에 나서는 박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갔다.

앞서 9월25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할 때와 같은 달 30일 귀국할 때 모두 공항에 나오지 않았던 지난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지난 9월25일, 30일은) 특수한 사정이 있어 못 갔을 따름”이라며 “(30일 귀국 당시) 새벽 4시였는데 어떻게 나가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나섰다는 해석이 당시 중론이었다.

시간이 지나 지난달 29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공항을 찾았을 때도 김 대표의 환송은 이어졌다. 당시 박 대통령은 김 대표를 향해 한·중FTA와 관련해 “믿고 갑니다”라는 말을 전했다.

박 대통령을 향한 ‘프렌들리 전략’이 드러나는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김 대표는 친박계 핵심 인물들과의 자리를 늘려가는 등 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내부 소식에 따르면, 지난 6일 일요만찬을 포함해 이번 달 들어서만 총 3차례에 걸쳐 친박계 핵심들과 술잔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얘기가 오고갔는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다.

청와대에 손내민 김 ‘박비어천가’
문·안 이겨 당·청 훈풍 통하나?


당초 김 대표와 최 부총리 간 파워게임이 예상됐던 것과 달리 훈풍이 불었다는 전언이다. 공천 룰에 대한 얘기가 있었음에도 갈등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당내 갈등을 외부에 드러내선 안 된다는 점에서 서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친박계 인사들도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란 분석이다.

훈풍의 영향일까. 앞서 ‘안철수 사태’가 있었음에도 김 대표의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12월 차기대선주자 양자대결지지도 조사’를 보면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대결에서 45.8%의 지지율을 기록, 문 대표가 얻은 42.0%에 3.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안철수 의원과의 대결에서는 김 대표가 42.2%를 차지, 안 의원의 41.4%에 0.8%포인트 차로 앞섰다(12월15∼16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 응답률 4.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탈당 컨벤션 효과’가 야권에 불었음에도 특별한 이슈가 없던 김 대표가 오히려 앞서는 모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효과가 사그라 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략 변화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비박계뿐만 아니라 친박계 내부에서도 김 대표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내년 공천에) 김 대표를 믿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친박계에서도 대선주자로 꼽을 만한 거물들이 많은데 굳이 김 대표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외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4일 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는 자신의 개인 SNS에서 김 대표를 두고 ‘청와대 출장소장님’이라고 언급했다. 진 교수는 안철수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분열, 갈등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 김 대표의 발언을 꼬집어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게 본인 리더십이 아니라 각하 리더십이다”라고 평가 절하했다.

당청 훈풍은
박근혜 덕?


지난 7월 국회법 파동 이후 김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서로 각자의 노선을 유지해왔다. 간혹 두 사람의 회동 소식이 전해졌지만, ‘K-Y라인’이라고 불렸던 지난 시절에 비해 한 목소리를 내는 횟수는 확연히 줄어든 게 사실이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이후 김 대표의 힘도 같이 빠졌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4·13총선을 전후로 두 사람이 힘을 합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대구·경북의 지지층이 필요한 김 대표와 유승민계를 지켜야 하는 유 전 원내대표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견해다. 과연 K-Y리턴즈가 가능할 것인지, 김 대표의 행보에는 어떤 복안이 숨어있는 것인지, 유권자의 이목은 내년 4월13일로 향해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철수에 발목 잡힌 사람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문재인 대 안철수, 두 야권 거물들 간의 갈등은 결국 안철수 전 대표의 탈당으로 결론 났지만, 파급은 비단 두 사람에 머물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발목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당사자는 여의도 복귀를 준비하던 국무위원들이다. 당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위시로 한 5명의 국무위원들의 정가 복귀가 점쳐졌으나, 관련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직접 영향권에 들게 됐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말년병장에 비유한 바 있다. 지난 10일 세종시에 있는 한 식당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단과 송년회를 가진 최 부총리는 “아직 ‘제대증’을 받지는 못했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 병장 같은 심정”이라고 표현했다. 설상가상으로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이어지면서 예정된 날짜보다 더욱 늦어지게 됐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지난 18일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의 시기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다만, 박 대통령이 개각보다 핵심법안 처리를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최경환 여의도 복귀 무기한 연기
정의화 법안 처리 늦어지자 난감

정의화 국회의장은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안철수 사태에 따른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청와대는 정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했고, 정 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선거법만 직권상정 한다는 것은 국회의원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밥그릇이라는 표현은 저속할 뿐 아니라 그런 표현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식을 접한 정가 관계자들은 정 의장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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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