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그룹 총수일가의 자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브랜드 수수료. 오너일가의 지분률이 높은 지주사에 브랜드 수수료를 지나치게 퍼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감독당국이 브랜드 수수료를 주시하고 있다. 후보군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대기업집단. 이 가운데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수수료율이 최고 수준이라 당국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10일 41개 대기업 집단의 브랜드 수수료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감독 당국이 직접 나선 것은 브랜드 수수료에 대한 재벌총수들의 자산 불리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 힘들어도
‘브랜드 수수료’는 통상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회사와 브랜드 사용회사 간의 계약이나 외부감정평가 등을 통해 징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경우 브랜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실태조차 명확히 조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공정위의 이번 시그널은 브랜드 수수료에 대한 감독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읽힌다.
현재 국내 브랜드 수수료는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지주사가 같은 상표를 쓰는 계열사에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그동안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브랜드 수수료의 산정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지주사의 지분 가운데 총수 일가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브랜드 수수료를 책정할 때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아 영업이익률이 낮게 나온 경우에도 총수일가는 별다른 영향 없이 제 주머니를 채울 수 있었다.
재벌가의 제 주머니 채우기 기조는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정무위원회) 의원실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브랜드 수수료를 징수하는 5개 지주회사의 경우 그 금액이 2010년 4700억원에서 2014년 6710억원 수준으로 40% 늘어났다.
당국의 칼날이 조여오자 한국타이어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의 지주사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가 자회사로부터 지난해 매출액의 0.75%를 브랜드 수수료로 가져갔다. 이는 대기업 그룹 집단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의 요율이다. 다른 대기업 집단을 살펴보면 한화, SK, LG, GS, LS 등의 대기업집단에서는 매출액 가운데 0.2%를 가져갔다. 두산은 0.3%, CJ는 0.4%로 한국타이어에 비해 낮은 요율을 적용했다.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수수료가 총수일가의 자산을 증식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은 또 다른 수치로 설명이 가능하다. 구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2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로 회사를 쪼갰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다.
브랜드 수수료로 총수일가 배불리기
공정위 실태조사 착수…칼끝 어디로?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는 인적분할 당시 조양래 회장 및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35%(2012년 12월 기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3년 7월 지주사인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총수 일가에게 신주를 넘겨 지분율은 75%까지 뛰어올랐다. 결과적으로 총수일가가 브랜드 수수료로 가져가는 돈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재벌가의 꼼수 자산 증식을 위해 지분율을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회사의 경영 상황과 관계없이 총수일가가 가져가는 돈이 늘었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 월드와이드가 지난해 가져간 브랜드 수수료 470억원은 전년도보다 10%(약 40억원)가까이 늘어난 규모인데 같은 기간 계열사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기업은 힘들어도 재벌의 배는 불어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한국타이어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013년 7조 692억원에서 2014년 6조6800억원으로 3892억원 감소했다.
한국타이어는 “2013년에는 브랜드 수수료율이 국내 0.4%, 해외 1.0%로 산정됐는데 2014년 들어 국내·해외 모두 7.5%로 바뀌면서 (브랜드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기식 의원은 “브랜드 수수료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현실에서, 최소한 공정위는 현재 브랜드 수수료 수취현황, 금액 결정기준 및 상표권 소유관계등을 파악하고 ‘부당지원 가능성’ 여부를 판단해 ‘브랜드 수수료’ 명분으로 재벌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 수단이 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회장님 ‘빵빵’
한국타이어는 브랜드 수수료와 관련해 “공정위의 최근 움직임은 단순 자료 제출이라면서 브랜드 수수료와 관련한 부정적인 움직임은 아니다”라며 “공정위가 요구한 자료를 충실하게 준비해 제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