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패션그룹 형지(이하 형지)의 최병오 회장이 자사가 지원하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회사를 알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오는 동시에 악평도 나왔다. 한 회사를 이끄는 수장이 과하게 나서는 것 아니냐는 평가다.
현재 방영중인 MBC 인기드라마 <엄마>에 다소 어색한 연기를 하는 보조 출연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엄마>의 제작지원을 하고 있는 패션그룹 형지의 최병오 회장. 그는 <엄마> 18회에 출연해 어색한 표정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대사로 연기자 박영규의 대사를 받았다.
화면에 깜짝 등장
박영규가 <엄마>에서 연기하고 있는 엄 회장은 최병오 회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엄 회장이 극중에서 경영하고 있는 회사도 실제 최 회장의 ‘형지’와 같은 사명을 쓴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엄 회장의 성공 스토리 역시 최 회장의 성공담과 비슷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크로커다일레이디도 형지의 주력 브랜드로 극중 비중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주요 배경으로 쓰이고 있다. 극중 이세창과 진희경은 각각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사장과 이사로 연기를 하고 있다. 드라마 전개에 기업의 이미지가 전격적으로 차용된 것은 든든한 제작지원이 한 몫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크로커다일레이디 배성호 본부장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많은 사랑을 받는 MBC 주말드라마의 주요 배경으로 ‘크로커다일레이디’가 등장하는 만큼 촬영장소 및 의상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주요 타깃층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 제작지원을 비롯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크로커다일레이디’의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나 많은 자금을 드라마 제작에 투입해야 회장까지 드라마에 나올 수 있을까. 이와 관련 형지 측은 “<엄마>에 투입되는 지원 규모와 관련해 업계 관례상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형지는 1996년 런칭한 크로커다일레이디의 성공으로 급격한 외형적 성장을 거뒀다. 패션브랜드가 회사의 성장 동력이다 보니 브랜드 노출이 중요했다. 따라서 드라마 간접광고(PPL)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효율적인 수단이 됐다.
스타들이 자사의 브랜드 패션 제품을 사용하면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형지는 드라마 PPL을 통해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MBC<왔다!장보리>(이하 장보리) 지원에 나서 회사 이미지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MBC <엄마> 카메오 출연 ‘어색한 연기’
드라마 제작 지원…브랜드 최대한 노출
형지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장보리> 종영 당시 형지의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가 드라마 제작 지원을 통해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밝혔다. 노스케이프는 <장보리> 속 주인공이 운영하는 브랜드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제품, 매장협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드라마 제작을 지원했다.
드라마 스토리 속에서 노스케이프 제품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그 중 한 남성 출연자가 입고 나온 제품은 평소보다 6배 증가(전월대비)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형지는 이후에도 꾸준히 드라마 PPL을 진행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수단으로 활용했다. 형지가 패션그룹인 만큼 시청자 연령이 분명한 드라마를 통해 자사의 회사와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것이 유리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무리한 PPL은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 비싼(?) 돈을 들여 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보니 드라마에 회사와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시켜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회장까지 나서서 어색한 연기를 펼치자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 것.
방송을 시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PPL을 통해 이미지 제고를 노리고 있지만 극의 흐름을 깨는 PPL은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최 회장의 어색한 연기가 극의 흐름을 깬 거 같다”고 말했다.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광고주 입장에서 드라마 제작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만큼 그룹 이미지와 주력 브랜드를 더욱 많이 노출시키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가끔 광고주가 무리한 부탁을 해와 극의 흐름이 깨지는 것을 감수하고 브랜드나 상품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과 출연자들 사이에 친분에 있어 출연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 회장과 연기자들 사이에 친분은 없었다. 형지 관계자는 최 회장의 출연에 대해 “<엄마> 제작에 형지가 지원을 결정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행동반경이 넓다보니 생기는 '질투어린 잡음'이라는 시각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동행했다. 또, 회사 내에서는 등산 등을 통해 임직원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무리한 부탁으로?
최 회장의 대외적 노출 빈도가 높아지면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지난 박 대통령 방미 일정 동행으로 14회 연속으로 대통령 순방길에 동행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재계의 질투어린 의혹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