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발 ‘TK 살생부’ 추적

선택받을 ‘진실한 사람’은 누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게 해 달라.” 최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들썩이는 모습이다. 전후사정 알 길 없는 뜬금발언에도 마치 옥석을 가리는 감정사처럼 ‘진박’이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며 명단 추리기에 나섰다. 일각에서 돌고 있는 ‘찌라시(사설정보지)’를 가리켜 ‘살생부’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진박’이라고 들어봤는가. ‘진짜친박’의 줄임말이다. “진실한 사람만 선택받게 해 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중 ‘진실(眞實)’에서 파생됐다. 경우의 차이는 있으나 정치입문 단계부터 지금까지 줄곧 ‘친박’이었던 사람을 일컫는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진박에 대한 설들이 무성하다. 간택 받지 못하면 ‘토사구팽’ 당할 수 있다는 불안함의 발로로 보인다.

여의도 덮은
‘진박’ 논란

‘칭박’도 있다. ‘자칭 친박’이라는 것이다. 친박·비박의 경계선에서 시류에 따라 흔들렸던 사람을 일컫는다. 지난 12일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문종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해당 발언에 대해 “이런 원론적인 말씀만 들어도 제 다리가 저린 사람들이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가박’이라는 단어가 이와 유사하게 쓰인다. 가짜친박의 줄임말이다).

기존 ‘친박·비박’에 ‘진박·칭박’까지, 박의 자가분열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제 ‘탈박·멀박’이라는 단어는 언론보도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야권과는 다르게 ‘박 시리즈’가 새롭게 나타날 때마다 유독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 이유는, 살아있는 권력과의 거리를 함축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번 진박 사태 또한 다가오는 제20대 총선에 맞춰 공천권을 둘러싼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선거개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총선 승리”라는 건배사로 구설수에 올랐던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경우처럼 직접적인 개입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관련 쪽 사람들의 생각이다. 지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조선일보>를 통해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논란은 이미 점화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야권에서는 ‘탄핵’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대응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누가 날 감히 탄핵소추하겠냐는 자신감의 표현이 담겨 있는 것 같다”며 “부디 유신의 밀실에서 나오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비박계에서는 직접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진 않겠다는 분위기다.

배신·진실 이어
‘은혜론’ 대두

해당 사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박 대통령의 비박계 죽이기 전략 아니냐는 해석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국회법 개정안 사태를 통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했고 결국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유 전 원내대표에게 청와대가 ‘근조화환’을 보내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가능성을 높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족 측에서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는다고 알려왔다”며 “그런 경우 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익명의 친박계 의원 중 한 명은 지난 11일 <중앙일보>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6월 말 국회법 파동 당시 유 전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했던 것의 연장선”이라며 “박 대통령의 ‘정치용어 사전’에 진실의 반대말은 배신”이라고 전했다. 즉 박 대통령의 진실 발언은 유 전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11일 제11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은혜를 갚는다는 것은 그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라며 “(은혜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은혜론’은 ‘배신’ ‘진실’과 함께 정가를 강타했다.

그렇다면 소위 ‘진실하다’고 평가받는 친박은 누가 있을까. 중진급 선두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있다. 7선 의원인 그는 자타공인 친박계 좌장이다. <우정은 변치 않을 때 아름답다>라는 제목으로 평전을 냈을 정도로 ‘의리’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박 대통령은 서 최고위원의 이런 부분을 특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박’ 솎아내기 본격화, 누가 이름 올렸나?
홍문종 “제 발 저린 사람 있을 것” 시사

3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박 대통령 뒤를 잇는 권력의 2인자로 통한다. 정부 예산을 쥔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박 대통령과 최 부총리가 쌓아온 관계가 돈독하다는 말이다. 또한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당시 후보자의 비서실장을 맡아 승리로 이끈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같은 3선인 홍문종 의원은 ‘박심의 대변인’으로 꼽힌다. 홍 의원은 최근 당내 주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례로 박 대통령의 진실 발언에 ‘제 발 저린 사람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 바 있으며, 개헌을 언급하면서 ‘반기문 대통령(외치)-친박 총리(내치)’ 시나리오에 대해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는 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믿음 없인 불가능한 발언”이라고 정가는 보고 있다.

신박(새로운 친박) 3인방(이인제·원유철·이주영)도 진박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최근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박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외 인사들을 포함하면 중진급에서는 10~15명 정도가 진박으로 통한다.

재선 의원 중 선두에 선 인물은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김재원 의원이다. 그 중 윤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13·14대) 빈소에 조문을 와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을 언급해 논란을 낳았다. 윤 의원은 당시 자리에 있던 기자들에게 “20대 총선에서 TK 공천을 잘 해야 한다”며 “19대 때 대구에서 (현역) 60%를 바꿔 그 힘이 수도권으로 이어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긴 게 아니냐”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박근혜키즈
전략공천

그 외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김태호 최고위원, 장관직을 내려놓고 여의도로 돌아온 유일호 의원 등 5~6명 정도의 재선 의원들이 진박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이장우·김태흠·김도읍·정용기·김진태 의원 등 초선의원 10~15명까지 합하면 그 세가 대략 30~35명 정도로 추정된다.

진박·칭박 선별 작업에 들어간 것을 두고 정가전문가들은 친박계의 ‘전략공천 시나리오’가 발동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추천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이 그 예라는 지적이다.
 

정가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앞서 언급된 진박 수뇌부 명단은 비박계 의원들에겐 중요치 않다고 한다. 그들에겐 이미 자신의 지역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정부기관에서 내려오는 ‘박근혜키즈’ 명단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나리오상 진박계 수뇌부가 전략공천을 관철시키면, 박근혜키즈들이 당선에 유리한 자리로 내려올 것이란 예상이다. 키즈들이 내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 의원들은 살생부에 이름을 오린 것과 진배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30~35명 진짜 중의 진짜, 진박 수뇌부?
TK 겨냥한 살생부, 청와대 출신 ‘주의보’

TK지역에 복수의 청와대·정부 인사들의 출마선언이 가시화되고 있다. 비박계인 박민식 의원은 지난 10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런 지역(TK)에 이른바 청와대 무슨 비서관, 행정부장관 했던 사람, 이런 사람들, 후보를 낙점한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인 홍문종 의원은 윤상현 의원이 빈소에서 발언한 TK 물갈이론에 대해 “(TK) 정치인들이 기대수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행정자치부에서 나온 정종섭 전 장관은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국회가 중요하다”며 “그 길을 가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거론되는 지역구는 대구 ‘동구갑’이다. ‘동구을’이 유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동구을은 현재 류성걸 의원의 지역구다. 류 의원은 정가에서 ‘친유승민계’로 분류된다. 따라서 청와대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출마 지역으로 고향인 경주 대신 동구을이 예상된다는 측면도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지난달 7일 새누리당에 복당하면서 출마가 가시화된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도 친유승민계를 겨냥한 카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 전 관장은 대구 북구갑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이곳은 비박계이자 친유승민계로 통하는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다.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초 대구 서구 출마가 유력시됐다. 그러나 최근 중·남구 출마로 바뀐 모습이다. 윤 전 수석 측은 지난 12일 <대구신문>을 통해 “윤 전 수석의 본가가 서구와 인연이 있는 관계로 서구 출마로 이름이 올라 많이 당황하고 있다”며 “나오려면 출신고교가 위치한 중·남구가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구는 김상훈 의원이, 중·남구는 김희국 의원이 맡고 있는 곳이다. 두 사람 모두 정가에서는 유승민계로 불린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또한 최근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 총선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성군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달성군은 이종진 의원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의원 또한 비박계이자 유승민계로 분류된다. 여기에 윤상직 산업통산자원부장관의 대구 출마설도 들려오고 있다.

진박에 숨은
변절자들


‘배신의 정치→유승민 사퇴→TK 물갈이론→친·비박 공천전쟁→진박 사태→2차 TK 물갈이론’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흡사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보인다. 청와대발 TK 장악 시나리오라는 정가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비박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미 제19대 총선을 통해 TK지역도 얼마든지 권력자에 의해 재편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위 진박이라는 것에 대한 허상도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즉 현재 분류되는 진박 수뇌부 인사 중 MB정부부터 활약하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것처럼 진박도 결국엔 일시적 현상일 뿐이란 분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열흘간 떠나는 박근혜
또? ‘이슈 투척→순방길’ 패턴 반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참석차 출국한 박 대통령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정치에 이슈를 던진 후 해외순방길에 오르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4일부터 열흘간 해외일정을 소화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진실한 사람’ 발언을 정가에 던졌다. “대통령의 총선 개입 아니냐”는 지적이 야권에서 제기됐다. 이전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언했고, 이후 한·일·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록 회담이 국내에서 진행됐지만, 현안에서 멀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월경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정가를 강타했는데, ‘이완구 전 국무총리 사의’ 문제를 김무성 대표에게 일임하고 떠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정치보다 해외일정을 소화하는데 더욱 힘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출국에 앞서 박 대통령은 위안부문제와 북핵문제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지난 13일 아시아·태평양지역 통신사 기자들과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은 “아베 일본총리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밝혔으며, 북한에 대해 “북핵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남북관계 개선에 진척이 이뤄진다면, 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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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