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일최이황 권력함수

충성경쟁 종막…친박 트로이카 대충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가 몰고 온 것은 비단 국론분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강행과 책임이라는 파도가 정국을 강타했고, 권력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공생하는 듯 이면에서 갈등을 보였던 3인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일최이황’(一崔二黃, 최경환·황교안·황우여)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이하 국정화)가 지난 3일 전자관보를 통해 확정고시 되면서 국정화 ‘핵심 3인’의 역할론도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잇따른 개각 소식이 들려오면서 파장을 낳고 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오른팔·왼팔, 그리고 입으로 통했던 사람들 간 불협화음이 들려온다.

최-황 신경전
갈등의 시작

오른팔·왼팔이 따로 놀았다. 최경환 기획재정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국정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엇박자를 보였다. 그러나 책임론은 한 사람에게 쏠려있다.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으로 부상한 때는 지난 9월23일, 황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최경환만 없으면 살겠는데”라고 말했다. 어·당·팔(어수룩해 보여도 당수가 팔단)로 불릴 정도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황 부총리의 그간 모습과는 달리 파격 발언이었다. 기자들은 물론 배석한 교육부 관계자까지 놀랐다는 전언이다.

발단의 원인은 최 부총리의 말 한마디였다. 황 부총리의 파격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9월22일, 최 부총리는 <제1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0월 중 사회 수요에 맞게 대학 정원을 조정하고…(중략)…교육개혁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 황 부총리를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 부총리는 이미 부침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9월10일 있었던 교육부 국정감사를 시작으로 국정화에 대한 야당의 맹공을 받아야했다. 그런 와중에 청와대는 “교육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부총리가 사석에서 한 “검정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검정 기준을 높여 서너 개의 교과서만 쓰는 것도 가능하다” 등과 같은 발언들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황 부총리가 최 부총리에 대해 평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단 분석이다. 압박이 강했던 반면 지원은 약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 부총리가 교육개혁이 늦다고 지적하자 황 부총리는 예산이 아쉽다고 반격했다. 정부 예산을 쥔 최 부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전에도 두 사람이 부딪힌 사례가 있다. 지난 2014년 10월경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 지원으로 할지 교육청 재량으로 할지를 두고 교육부와 기재부가 파워게임을 벌인 바 있다. 최 부총리는 해당 예산 문제를 교육청 재량으로 해결하라는 내용의 공동기자회견을 강행했는데, 당시 최 부총리가 황 부총리의 멱살을 잡듯 넥타이를 잡고 기자회견장에서 나왔다는 목격담이 정가에 나돌았다.


두 사람의 갈등이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중론이다. 최 부총리의 12월 복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당으로 돌아오면 두 사람 간의 관계가 역전되기 때문이다. 알려진 대로 최 부총리는 3선 의원이고 황 부총리는 5선 의원이다. 황 부총리는 앞서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 부총리에게 “(나중에) 당에 가서 (국회의원으로 돌아가) 보자고 했다”며 여운을 남겼다.

황 vs 황
어부지리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 이번 국정화 사태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황 부총리의 손익계산서를 정의할 수 있는 속담이다. 황 부총리는 국정화 사태를 거치면서 개각의 대상이 된 반면, 황 총리는 국정화를 이끈 1등 공신이 됐다.

황 총리가 지난 한 달여간 보여준 모습은 황 부총리와는 확실히 달랐다. 황 총리는 반대여론이 심해질수록 더욱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통진당 해산에 이어 국정화 사태까지, 정부의 핵심과제를 해결하는 ‘청부사’로 거듭났다고 내다 봤다.

황 부총리가 주무장관임에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끌었다면, 황 총리는 소위 ‘역사전쟁’에서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황 총리는 지난 3일에 있었던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행 검정 발행제도는 실패했다”며 “더 이상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로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신임을 쌓은 황 총리는 최근 대선주자로까지 분류된다. 당초 이완구 전 총리가 낙마하는 등 부담스러웠던 자리에 연착륙했다는 평이 정가에서 들려온다. 때문에 황 총리에 대한 보수 측 여론 또한 호의적인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친박계가 고려할 수 있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망도 밝은 상황이다. 황 부총리의 교체가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이루어 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정화가 포함된 교육부 정책에 황 총리의 입김이 강해질 공산이 커졌다. 후임 교육부장관이 내정되더라도,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실제 교육부의 일을 맡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황 총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교육부 일을 안정감 있게 처리한다면 보수진영으로부터의 인지도는 지금보다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 총리는 지난 9월경 있었던 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당 내 정치 지형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언제든지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최경환] 흔들림 없는 자타공인 권력실세
[황우여] 불의의 일격당해…총선 문제없나
[황교안] 대선후보군 급부상 ‘본인 뜻은?’

반면 황 부총리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들려오는 개각소식에 정가의 해석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국정화가 확정고시 됐기 때문에 황 부총리가 더 이상 정부기관에 머물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 반응부터 경질설까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여의도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금의환향’이냐 아니면 ‘경질’이냐의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이는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황 부총리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정화 사태로 인해 자칫 ‘박심’으로부터 멀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면 공천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론되고 있는 예상자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여당 내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연수구 출마 예상자는 황 부총리를 제외하고 3명이다(새누리당 민현주 의원, 정승연 인하대 교수, 탤런트 송일국). 최근 김회선·김태호 의원 등 친박계로부터 총선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자칫 세대교체 바람이라도 분다면 황 부총리 입장에선 가장 우려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본인도 직접 밝혀왔듯 황 부총리의 최종목표는 국회의장에 오르는 것이다. 이는 빠르면 20대 국회부터 가능하다. 과연 황 부총리는 뜻을 이룰 수 있을지, 그 첫 번째 관문은 국정화 사태를 털고 공천권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황-최 중심
신 권력구도

정가 일각에서는 황 총리를 ‘대독총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최 부총리는 ‘실세’라는 게 중론이다. 대한민국 공식 의전 서열로 본다면 국무총리는 5위, 경제부총리는 12위지만, 실제 권력은 최 부총리가 앞선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연내 ‘4대개혁’ 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교롭게 황 총리가 대권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최 부총리와 함께 친박계 대선후보군 두 명이 이들 개혁과제를 이끌게 됐다. 새로운 투톱 체제가 형성된 모습이다.

황 총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화를 언급했다. 이슈를 띄운 박 대통령은 이후 곧바로 한·일·중 정상회담에 나섰다. 국정화를 맡겨놓고 갈 수 있었던 것은 황 총리에 대한 믿음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란 게 정가의 중론이다.

최 부총리는 현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4일 SBS 생방송 프로그램 <제13차 미래한국리포트: 광복70년-좋은 정부의 조건>에 참석한 최 부총리는 “지금까지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입장을 전했다.

만약 최 부총리의 발언이 개헌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대권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당 발언에 대해 기재부는 “좋은 정부의 조건과 관련해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국정화 사태가 불러온 정치권 지각변동
겉으론 공생…이전투구 3인 관계 주목

두 사람은 서로 업무스타일이 다르나, 보수진영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자를 끌어안을 적임자로 평가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 총리는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대구·경북(이하 TK)에서 보냈다. 그 중 대구고검 검사장으로 1년5개월을 지냈다. 지방생활 중 가장 오래 머문 곳이 대구였다. 때문에 지역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부총리는 알려진 것처럼 경북 경산시·청도군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의원이다. 때문에 지역 유력인사는 물론 고위 공무원들까지 꿰고 있다고 정가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5급 이상의 지역 공무원 모임을 주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결국 최 부총리가 정가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12월까지 투톱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부총리의 경우 내년도 예산안 통과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벌써부터 표를 의식한 예산 책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4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최 부총리의 입김으로 내년도 TK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7000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총선용 예산’이라는 쓴 소리 속에서도 실세 부총리의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있다.

내년도 예산심사
실세 힘 실릴까?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6월경 최 부총리를 지금의 자리에 임명했다. 한 달여가 지난 7월경에는 황 부총리를 기용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지난 6월경에는 황 총리가 취임해 지금의 친박 트로이카를 구축했다. 이제 다시 박근혜호는 트로이카에서 투톱으로, 투톱에서 다시 황 총리 중심의 원톱 체제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과연 이 중에서 친박계 대선후보가 나올지, 아니면 ‘반기문’이라는 외부 영입이 이루어질지 친박계 권력구도에 눈길이 간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화 사태 '막말 백태'
“종북·친일은 그나마 낫다” 

국정화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막말 전쟁으로 비화된 모습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검찰에 고발됐다. 법무법인 ‘진솔’의 손훈모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전남 순천지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자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손 변호사의 고발과는 별개로 전남 순천지역에서는 지난 4일부터 ‘이 최고위원 소환 청문회 개최를 위한 범시민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순천은 이 최고위원이 지난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곳이다.

상대 비꼬는 모욕발언
명예훼손 고발 잇달아

막말은 이 최고위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북한이 쓰는 남남갈등 전술을 돕고 있다”며 쏘아붙였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비밀TF 사무실을 급습한 야권 의원들을 두고 ‘화적떼’에 비유하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막말 릴레이가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달 28일 국정화 저지를 위한 버스투어에서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가”라며 국정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현 교과서가 전체적으로 부끄러운 역사를 담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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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