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 망한 정치인 흑역사 추적

배꼽 아래 세치에는 인격이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배꼽 아래 세치에는 인격이 없다.’ 일본의 속담이다.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전해지는 설에 의하면 군대문화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뜻 또한 현재의 부정적 의미 대신 ‘영웅호색’과 맞닿아 있다. 마초는 응당 여자를 밝힌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수백년이 흘렀고 공간적으론 현해탄을 건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속담을 몸소 실천하다 ‘오욕의 역사’를 남긴 정치인의 이름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 한주, 복수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강용석 도도맘’이 실검 1위에 올랐다. 소송이 제기된 시기는 지난 1월경이었지만, 불륜설의 당사자인 ‘도도맘’ 김미나씨가 <여성중앙>과 인터뷰를 가지면서 회자되는 모습이다.

영웅호색?
“다 옛말”

김씨는 해당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죄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자신이 생각하는 불륜의 기준은 ‘자는 것’이라며 강용석 전 의원과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륜의 아이콘’이 되어 대한민국 주부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고 말하며, 무엇보다 자녀에게 상처를 줘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강 전 의원은 일찍이 김씨와 스캔들이 터졌지만,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러나 지난 8월18일 <디스패치>를 통해 두 사람이 홍콩 여행을 갔다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프로그램 하차 압박을 받게 됐다.

두 사람이 나눈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강 전 의원은 ‘좀 고난도 없느냐. 더 야한 거’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김씨에게 보내 오해의 소지를 남겼다. 지난달 28일 MBN <생방송 뉴스&이슈>에 출연한 김씨는 김 전 의원과 주고받은 내용에 대해 “명백하게 짜깁기 된 것”이라며 “악의적인 편집으로 왜곡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강 전 의원은 맡고 있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며 “OO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 하더라”고 말해 제명된 전적이 있다.

최근 심학봉 전 의원도 성추문으로 홍역을 치렀다. 심 전 의원은 지난달 12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고 금배지를 반납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심 전 의원이 보험설계사 A씨를 알게 된 건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지역의 한 인터넷언론사 간부를 통해 알게 된 두 사람은 데면데면 지내다가 지난 6월경 대구의 한 횟집에서 재회했고, 이후 관계는 급진전됐다.

그로부터 약 한 달여가 지난 7월24일, 대구지방경찰청에 심 전 의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A씨의 신고가 접수된다. 내막인 즉, 지난 7월12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심 전 의원은 A씨를 불러 성관계를 맺고 A씨의 가방에 30만원이 든 돈봉투를 넣는다. 봉투를 본 A씨는 수치심을 느꼈고, 관계 이후 심 전 의원과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것에 기분이 상해 신고했다.

강용석-제명·고소
심학봉-의원직 상실

경찰과 검찰 모두 심 전 의원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 8월3일 경찰은 심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한 뒤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서영민)는 지난달 20일 혐의 없음으로 결론냈다. 피해자 A씨가 “강제성이 없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과 폭행·협박 등 강압이 없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A씨가 신고한 지 이틀이 지난 7월26일 심 의원으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측은 A씨가 받은 금액에 대가성이 없다고 봤다.

돈으로 입막음하려는 행위는 이전에도 있었다. 서장원 전 포천시장은 여성을 성추행한 후 돈을 주고 무마하려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으며, 지난 6월9일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다.
 

서 전 시장은 지난 2014년 9월경 자신의 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50대 여성을 강제 추행했다. 이 같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자 서 전 시장은 중개인을 통해 1억8000만원(9000만원 차용증 포함)을 건네며 거짓진술을 요구했다. 서 전 시장에게 실형을 내린 재판부는 또한 피해여성에 대해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돈을 받고 거짓진술을 했기 때문이다.


돌발행동으로 실추된 사람도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강원도 원주에 있는 모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를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졌는데, 당시 박 전 의장의 해명이 더욱 논란을 키운 바 있다.

지난 2014년 9월경 강원 원주경찰서에는 하나의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여성은 라운드 도중 박 전 의장이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자신의 손목을 잡고 엉덩이를 치거나 가슴을 찔렀다고 진술했다.

‘강용석 도도맘’ 실검 1위, 흑역사 추가
권력 이면에 항상 존재했던 그것 ‘여자’

박 전 의장은 즉각 반박했다. 언론에 알려지자 그는 “손녀 같아서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며 “그것을 ‘만졌다’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반발했고 사태는 확산됐다.

이후 박 전 의장은 지난 2월경 재판부를 향해 “대단히 죄송하고 깊이 반성한다. 관용을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박 전 의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고, 법원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013년 5월경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정가에서는 윤 전 대변인으로 인해 대통령의 방미 성과가 퇴색됐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첫 정상외교 일정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컸다.

워싱턴DC 경찰국의 기록에 따르면, 사건 당일 경찰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20대 초반의 여성은 “56세의 남성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신고했다. 워싱턴DC 내 한 호텔에서 묵고 있던 윤 전 대변인은 신고를 한 여성을 포함해 지인들과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다음날 새벽 추행한 여성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고, 알몸 상태로 맞이했다는 것이다. 결국 윤 전 대변인은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김형태 전 의원은 제수(친동생의 부인)를 성폭행하려고 해 파문을 불러왔다. 지난 2012년 4월경 김 전 의원의 남동생 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1995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후 두 아들과 부산에서 살았는데, 2002년 5월경 아들의 장학금 문제를 의논하자고 불렀다”며 “오피스텔에서 만났는데 (시아주버니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서장원-돈으로 무마
윤창중-알몸으로 대기

해당 기자회견 후 김 전 의원은 “10년 전 일을 언급하고 있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했으나, 제수의 폭로 열흘 뒤 “(박근혜 전 대표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며 새누리당을 자진해서 탈당했다.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신고로 곤욕을 치른 사람도 있다. 지난 2006년 2월경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었던 최연희 전 의원은 언론사 기자들과 함께 노래방엘 갔는데, 이때 모 일간지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아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08년 4월경에는 정몽준 전 의원이 모 방송국 여기자의 볼을 만져 문제가 됐다. 지난 2013년 8월경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연찬회 자리에서 한 일간지 여기자의 허벅지를 만지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김 대표는 <미디어오늘>을 통해 “술에 취해 일어나는 도중에 무릎을 짚었다”며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경우도 있다. 지난 2003년 12월경 이경재 전 의원은 한 동료 여성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느닷없이 우리 집 안방에 와서 드러누워 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얘기”라고 말해 국회의장으로부터 시정권고를 받았다. 송영근 전 의원은 군내 성폭행 피해여성을 ‘하사 아가씨’라고 지칭하는가 하면, 성폭행의 원인을 ‘외박을 못나가서’라고 진단해 문제가 됐다.
 

단순히 개인의 일탈을 넘어서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도 있었다. 지난 1996년 당시 백두사업 응찰업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한 린다김과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대한민국 뒤흔든 ‘섹스게이트’, 지금은?
역대 VIP도 예외 아냐, ‘혼외자·아방궁’

린다김은 지난 1995~1997년까지 군 내부인사로부터 군사기밀을 빼내는가 하면 백두사업 총괄 책임자에게 1000만원을 제공하는 등의 혐의를 받았다. 더군다나 이 전 장관 등 다수의 정·관계 인사들과 서로 연애편지를 교환하는 등 부적절한 로비를 한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린다김은 지난 2004년 불구속기소됐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소위 ‘린다김 사건’이다.

‘신정아 스캔들’도 있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위조로 불거진 해당 사건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되면서 판이 커졌다. 스캔들은 ‘권력형 게이트’로 변질됐다. 핵심 쟁점은 ▲변 전 실장과의 관계 ▲정 전 총장의 교수직 추천 여부 ▲누드사진 진위 여부 ▲예일대 학위였다.


결국 신씨는 학력 위조를 통해 동국대 교수로 활동하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지난 2007년 10월경 구속기소된 후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신씨는 지난 2011년 자서전 <4001>을 출간, 당사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 동안의 설들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전했다.

역대 대통령도 성추문에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혼외자 사건이 터지면서 논란이 됐다. 김모씨는 자신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자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낸 인지청구소송에서 2011년 2월경 원고 승소판결을 받았다. 서울가정법원은 “김씨를 김 전 대통령의 친생자로 인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 또한 혼외자가 있었단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SBS와 <오마이뉴스>는 지난 2005년 4월경 김 전 대통령이 제 7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여비서였던 김모씨와의 사이에 딸이 있었다고 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소식은 지난 2005년 12월경 <신동아>를 통해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론을 맡았던 안동일 변호사는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를 찾아오는 빈도가 높았고,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며 “상대하는 여자로는 영화배우와 탤런트, 연극배우, 모델 등 연예계 종사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 숫자가 200명을 넘었다고 김 전 부장이 말하더라”고 전했다. 호사가들은 언급된 궁정동을 과거 진시황이 세운 ‘아방궁’에 비유했다.

린다김·신정아
권력형 게이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중은 위정자에게 도덕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성에 대한 기준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는 잇따른 추문이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가장 기본적인 잣대가 가장 높은 수준의 잣대로 변모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해소하는 첫걸음은 이를 바로 잡는 시정에서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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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