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뜨는 ‘유승민 신드롬’ 명암

‘신 보수’ 아이콘, 소신의 끝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지난 7월8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잠행’을 거듭하던 그는 최근 공천과 관련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비박계 인사들과의 물밑접촉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 7월경 정가를 강타했던 ‘유승민 신드롬’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그 명과 암에 대해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지난 24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 체제에 비해 당·청간 소통이 많으며 최근 ‘신박’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말에 “신박이라면 기꺼이 수용하고 또 그렇게 불러줄 것을 요청하겠다”며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가까운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혁신적 보수

공교롭게도 유 전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압박을 받고 사퇴한 지도 약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 7월8일 사퇴한 유 전 원내대표는 당시 정가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사퇴를 전후로 지지율 고공행진에 ‘유승민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유 전 원내대표의 이름을 권력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여겼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소속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지난 7월7일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되자 “지금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 마녀사냥 하듯이 내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도 그러한 시선은 이어지고 있다. 정가에서는 꾸준히 야권과의 연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 내 비박계에서도 최근 수세에 몰리는 이유를 유 전 원내대표의 부재로 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추석 연휴 마지막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이혜훈 전 의원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관철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얘기를 유 전 원내대표에게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즉각 관련 보도를 부인했지만, 친박계의 공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입장을 생각한다면 우회적으로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복수의 언론은 보도했다.

또한 이름이 언급된 이 전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신빙성을 높였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거취가 의원총회에 붙여졌던 지난 7월8일 이 전 의원은 “권력자가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북한식”이라며 지원사격했다.

사퇴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1위에 오르는 등 신드롬이라 할 만한 현상들이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7월10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9.2%의 지지를 얻어 18.8%의 김 대표를 0.4%포인트 차로 앞섰다(7월8~9일 사이 19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그러나 정가전문가들은 해당 지지율이 야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포함된 수라며, 곧 있을 지지율 하락을 예견했다.

현재까지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들어맞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10월 3주차 주간 집계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3.8%에 그쳤다. 수치상으로 보면 3개월 동안 지지율 15.4%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역선택·컨벤션 효과 등 부수적인 것들을 포함하더라도 하락폭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같은 기간 순위도 1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10월12~16일 사이 19세 이상 남녀 25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그러나 여권 내로 범위를 축소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면, 유 전 원내대표는 전주대비 1.6%포인트 오른 14.2%로 2위를 차지했다. 비록 1위인 김 대표(28.4%)와 두 배 차이가 나지만, 3위인 홍준표 경남도지사(8.2%)에 비해 6%포인트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사퇴 직후부터 지금까지 유 전 원내대표가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 정가전문가들은 그가 ‘혁신적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됐지만 반대로 기존 보수층의 표를 잃었다고 분석한다. 지난 19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경향신문>에 낸 칼럼을 보면 “박 대통령이 개혁적 보수 유 전 원내대표를 찍어냄으로써 낡은 보수는 대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사퇴 100일, 유승민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친박계 이재만에 근소 우위, 공천장 주인은?

그런 유 전 원내대표가 최근 입을 열었다. 앞서 지난 7일 대구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부당한 공천학살이나 차별에 대해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당 대표와 청와대가 싸우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안 좋은 현상이며 좀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6일에는 대구지역 한 성당에서 열린 특강에 참석해 “내년 총선에서 100% 공천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새누리당의 상향식 경선 등 공천 과정에 당연히 참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제안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선 “기존 유선전화 방식의 여론조사 경선에는 문제가 많다”며 “휴대전화 기반의 안심번호를 통한 경선이 좋다”고 지지했다.

해당 발언들이 박 대통령의 깜짝 대구 방문 후 나온 것들이라 정가는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문 후 정가에는 이른바 ‘TK 물갈이론’이 나도는 실정이다.

야권으로부터의 러브콜 또한 유승민 신드롬의 한 단면이다. 여권 인사임에도 야권에서 영입을 시도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8월17일 고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의 장례식이 있던 때에는 유 전 원내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와의 만남 소식이 전해지며 중도신당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두 세력이 손을 내밀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현 야권 틀로만 그 분(유 전 원내대표)에게 같이 하자고 하는 건 무리인 것 같다”면서도 “아마 총선 이후에 대한민국의 새로운 그림을 그릴 큰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가능성을 시사했다. 26일 발간되는 김 전 의원의 저서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에는 “김문수보다 유승민이 대구를 대표하는 대선후보감”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도 지난 7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출연해 “전면 개혁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설령 보수적인 분이라 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은 두 러브콜 모두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김부겸-천정배

이와 함께 대구 중진들의 서울 출마설이 정가에 돌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죽어도 대구에 나가겠다”고 이미 선언한 바 있다. 의원실 측도 해당 설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 전 원내대표 측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얘기는 단 하나였다. ‘새누리당과 지역구인 동구을 이외에 어떠한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MBN과 <매일경제 레이더P>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 동구을에서 유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43.9%의 지지율을 기록, 39.9%의 이 전 청장을 단 4%포인트 앞섰다. 친박계가 유 전 원내대표의 대항마로 이 전 청장을 민다는 소문이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10월11~14일 사이 19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95% 신뢰 수준에 ±4.4%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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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