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이끌 박근혜 첨병들

'박근혜 완장' 차고 '금배지 사냥' 나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비박의 ‘공천전선’이 심상치 않다. 현재는 ‘국정화 휴전’ 중이지만 물밑작업은 생각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박계는 서로 ‘전략문자’를 주고받으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면 친박계는 청와대에서 복귀한 거물급 인사들로 몸집 불리기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정부부처로 흩어졌던 친박계가 총선을 앞두고 뭉치고 있다. 제20대 총선을 ‘박근혜총선’으로 만들기 위한 사전 움직임으로 보여진다. 이들의 출마선언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가에서는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다. 소위 각 지역에서 ‘박근혜 첨병’으로 활동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친박계가 서울의 강남3구, 대구·경북(TK) 지역에 ‘우선추천지역제’ 적용을 지지하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박근혜총선’ 키
강남3구·TK

최근 정가의 이슈로 떠오른 지역은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다. 총 7석(서초구 갑·을, 강남구 갑·을, 송파구 갑·을·병’, 그러나 인구수가 많은 강남구는 분구가 예상돼 총 8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이 있는 이곳은 일찍이 ‘친박-비박’ 간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가 예상됐다.

그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은 서초구다. 지난 13일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선언문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능력이 뛰어난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또 다른 애국의 방법이라고 믿는다”며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순간 ‘무주공산’이 된 서초 갑을 두고 출마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가에서 흘러나오는 대진표가 흥미롭다. 친박계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미는 모습이다. 비박계는 이혜훈 전 최고위원의 출마가 유력하다. 두 사람 모두 공식 출마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여권 텃밭을 두고 ‘우먼파워’가 정면으로 충돌할 공산이 커졌다.


지난 1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일경제>와 <MBN>의 의뢰로 진행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빙인 가운데 조 전 수석이 약간의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수석은 38.7%의 지지율을 기록, 이 전 최고위원의 32.1%를 6.6%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 10~13일까지 진행, 지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남녀 유권자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 유선전화 임의걸기(RDD)방식).

바로 옆 선거구도 뜨겁다. 기존 친박계 강석훈 의원에게 비박계 정옥임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과외선생님’으로 불리는 인물, 반면 정 전 의원은 비박계 ‘외교통’으로 꼽힌다. 정 전 의원은 최근 김무성 대표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동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과연 강 의원이 수성에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정 전 의원이 비박계 반격의 신호탄을 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윤선 VS 이혜훈
강석훈 VS 정옥임

유력 후보 4명 중 3명이 여성일 정도로 서초구는 여풍(女風)이 거센 상황이다. 반면 강남구로 넘어가면 남풍(男風)이 거세다.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4명 중 3명이 남성이다.

강남 갑에는 기존 심윤조 의원에게 이종구 전 의원이 도전하는 모습이다. 심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이 전 의원은 친박계로 통한다. 두 사람의 대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리턴매치’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제18대 국회 당시 강남 갑에서 재선에 성공했으나, 제19대 총선에 앞서 실시된 최종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이로써 20대 총선을 통해 중진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게 됐다. 인구를 기준으로 강남구가 분구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파 갑은 비박으로 통하는 박인순 의원이 현직으로 있는 곳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친박계 인물은 박영아 전 의원이다. 박 전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송파 갑에 당선돼 재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끝내 낙천했다.


지난 2012년 3월20일 박 전 의원은 낙천이 확정되자 선언문을 통해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공천결과”라며 “하지만 모든 것을 저의 부덕함 탓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지난 19일 청와대는 소폭 개각을 단행하며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을 전격 교체한다고 밝혔다. 유일호 전 장관은 송파 을을 맡고 있는 현역 의원이다. 정가 복귀에 성공한 유 전 장관은 앞으로 남은 기간 지역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 전 장관은 잘 알려진 친박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다.

박근혜 집권 후 첫 총선, 공천 향방은?
강남3구, ‘한가닥’ 하는 사람들 모였다

유기준 전 장관의 총선 결과는 ‘선거구 획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인 부산 서구는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상태인데, 같은 이유로 부산 영도구와 통·폐합이 예상되고 있다. 영도구는 김무성 대표의 지역구로 만약 두 지역이 합쳐진다면, ‘유기준 대 김무성’의 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송파 병은 ‘장군의 손녀’ 김을동 최고위원이 있는 곳이다. 17대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 최고위원은 18대 총선에서 지금의 송파 병에 출마해 당선됐다. 워낙 인지도가 높아 새누리당 내에선 아직 대항마로 거론되는 인물이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김 의원의 계파색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눈길이 간다. 그간 ‘골수 친박’으로 불렸던 김 의원이 최근 비박계와 의견을 같이 하는 모습이다. 공천특별기구 인선과 관련해 “황진하 사무총장이 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해 비박계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전광삼·곽성문
TK물갈이론 실체?

TK는 자·타천 친박 인사들의 러시가 예상된다.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대구 북구 갑 출마가 예상된다. 전 전 관장은 지난달 22일 사직서를 내 총선 출마가 예상됐었다. 지난 7일 새누리당 대구시당에 방문해 입당원서를 접수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출마가 예상되는 북구 갑은 비박계 권은희 의원의 지역구다.
 

곽성문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은 대구 중·남구 출마 소식이 있다. 공교롭게도 중·남구는 박 대통령발 ‘대구 물갈이론’이 정가를 강타했을 때 거론된 김희국 의원의 지역구다. 지난달 7일 박 대통령은 대구를 깜짝 방문, 서문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김 의원을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 외에도 김종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윤상직 산업통산부장관도 TK출마가 예견되고 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5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과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같은 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 대변인과 박 차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복수의 언론은 그 개인적 사정을 총선 출마로 해석하고 있다.

수면위로 올라온 물갈이론에 TK 들썩들썩
청와대 코어4, 민경욱·박종준·윤상현·김재원


민 전 대변인은 인천 중·동구·옹진군 출마가 예상된다. 지역구 현역인 박상은 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최근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때문에 당에서는 박 의원에게 공천을 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따라서 해당 지역구는 20대 총선에서 무주공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또한 민 전 대변인이 분구가 예상되는 인천 연수구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연수구는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의 지역구다.

박 전 차장은 세종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12일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 차장은 “세종시에서 봉사를 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보였다. 지난 20일에는 세종시당 당원연수에 참석해 “좌파들이 세종시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며 “피땀 흘려 지킨 세종시를 우리(새누리당)가 되찾아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상현·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특보도 자리에서 내려와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20일 복수의 언론은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최근 특보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다”며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알려진 바대로 윤 전 특보는 인천 남구을, 김 전 특보는 경북 군위·의성·청송군의 현역 의원이다. 박심을 등에 업은 두 사람이 과연 예상대로 공천에 성공할지 결과가 주목된다.

민경욱·박종준
윤상현·김재원

친박계 인사들의 새누리당 복귀 소식이 줄을 잇고 있는 반면, 비박계에선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당초 여당 관계자들은 계파를 분석할 때 ‘수에선 친박, 질에선 비박’이라고 말해왔으나, 최근 무게감 있는 복귀 인물들이 모두 친박계라 비박계가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치러지는 첫 총선에서 이들 친박계가 어떻게 움직일지, ‘교과서 국정화’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친박계 좌장’ 서청원 총선 출마는?
“주 3~4일 지역 찾아간다”

친박계 거물들의 당 복귀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최고위원의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 화성 갑이 지역구인 서 최고위원은 제20대 총선 당선 시 8선 의원이 돼 정일현·김재광·이만섭 전 의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헌정사상 최다선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다. 최다선인 9선을 지낸 정치인은 김영삼·박준규·김종필 등 3명이 전부다.

의원실 관계자는 출마를 묻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화성 갑으로 출마한다”고 답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서 최고위원은 한 주를 기준으로 3~4일 동안 지역에 머물며 행사에 참석하는가 하면, 주민들과 만남을 갖는 등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11대부터 의원 생활을 시작한 서 최고위원은 13·14·15·16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 이후 18대 국회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활동하다 19대 국회에선 10·30재보선을 통해 지금의 화성 갑에 당선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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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