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 재건’ 박삼구 잃어버린 6년 풀스토리

먼길 돌아 제자리 “화해만 남았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인생은 수많은 갈림길의 연속이다. 갈림길을 두고 원하든 원치 않던 선택의 순간은 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이 무작정 최선의 길로 인도할 거란 보장은 없다. 탁월한 선택으로 칭송받던 결단이 엄청난 고통을 주는가 하면 그릇된 선택이 ‘신의 한수’로 둔갑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공중분해 된 그룹을 찾고자 긴 시간 험준한 길을 돌아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946년 전남 나주 출신의 고 박인천 창업주가 46세의 늦은 나이에 택시 2대로 세운 광주택시에서 출발했다. 1971년 금호석유화학을 시작으로 꾸준히 사세를 확장하면서 어느덧 건설, 물류, 금융을 아우르는 재계 11위 기업으로 급성장한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또 한 번 대담한 도박을 단행한다. 2006년 11월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4000억원에 사들이는 통 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2008년에는 대한통운마저 4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 사이 재계 순위는 11위에서 8위, 다시 7위로 뛰어올랐다.

덩치불리기 후유증
유동성 위기 몰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덩치를 불리자 현금 유동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예상은 보기 좋게 맞아떨어졌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약 3년이 흐른 2009년에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되팔기로 결정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다시 매물로 내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무리한 사업 확장에 돈줄이 말라버린 탓이다. 인수 당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의 시가총액은 각각 4조6000억원과 1조6000억원 수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축이던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각각 6800억원, 8500억원, 6900억원에 불과했다. 


과도한 빚은 머지않아 골칫덩어리로 되돌아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주식을 매입하면서 전체 지분 6조4000억원 가운데 3조5000원을 재무적 투자자에게 대출해 충당했다. 2009년 말까지 인수 당시 주가 2만6000원보다 6000원 높은 3만2000원이 안될 경우 이 가격에 주식을 되산다는 ‘풋백옵션’을 내걸었다.

그러나 2008년 불어닥친 금융위기 여파로 대우건설 주가는 1만대에서 등락을 거듭했고 투자자에게 약속한 3년이라는 시간은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왔다. 투자자들은 당연히 풋백옵션 행사하며 대우건설을 3만원에 사줄 것을 요구했고 이 금액의 총액은 무려 4조2000억원에 달했다. 결국 대우건설 인수 이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난 부채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존폐 위기로 몰아넣었다.

대우건설은 형제간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박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2009년 당시 불거진 경영권 분쟁에서 심각한 갈등 상황을 연출했다. 갈등의 시작은 역시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과정에서 나타났다. 당시 박 회장이 그룹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에 나서자 그룹 내 석유화학 부문을 이끌던 박찬구 회장은 이를 극구 반대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이마저 묵살하자 이후부터 그룹 경영을 놓고 대립각이 커졌다.

결국 박찬구 회장은 업계 불황 등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지난 2009년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대폭 늘리며 계열 분리를 시도했다. 여기에 맞서 박 회장은 같은 해 7월 ‘지분공동보유’ 규칙을 깬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 채 본인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아시아나, 금호석유화학으로 갈라진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뾰족한 해결 방도마저 찾지 못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2009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의 자율협약체제에 편입된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그나마 다행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금호산업의 우선매수청구권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 이후 금호그룹 재건에 나선 박 회장에서 두 가지 요건은 결정적인 지렛대로 작용한다.

시간 돌린다면…
꺾지 않은 의지

급하게 남은 자산을 수습하고 그룹 재건 의지를 천명한 박 회장은 일단 사재 3330억원을 들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경영 일선 복귀에 성공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를 중심으로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는다. 이렇게 흐른 시간이 어림짐작으로 약 6년이다.


그 사이 옛 영광의 한축이던 금호산업이 다시금 매물로 나왔다.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눈독들인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금호산업을 주의 깊게 바라본 건 비단 박 회장만이 아니었다.

지난 3월2일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호반건설과 사모펀드 4곳(MBK파트너스, IBKS-케이스톤, 자베즈파트너스, IMM PE)을 입찰적격자로 선정했다. 매각대상은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감자·출자전환으로 갖게 된 지분 57.5%, 약 1955만주였다.

대우건설 인수 삐거덕 승자의 저주 현실로
배탈난 무리한 투자…형제간 우애까지 금가

당시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대금으로 설정한 금액은 약 1조원 수준이었고 실제 인수금액 역시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측됐다. 매각 소문이 흘러나온 직후 7000억∼8000억원으로 예상되던 금호산업에 1조원이라는 금액이 매겨졌다는 사실은 그만큼 금호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을 반증한다. 호반건설이 화제의 중심에 서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건설경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한 호반건설은 지난해 도급순위 15위를 기록한 알짜 중견건설사로서, 도급순위만 놓고 보면 오히려 금호산업(20위)보다 우위에 있다. 금호산업에 대한 호반건설의 의지는 지난 3월25일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대한상의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상열 회장을 통해 다시 한 번 재확인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우리의 자산이 2조원 가량인데 채권단이 정한 가이드라인이 1조원 조금 안되는 수준이라고 들었고 이를 두고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며 “현금 동원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무조건 단독입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호산업에 대한 의지는 호반건설보다 박 회장이 훨씬 굳건했다. 금호산업은 박 회장에게 그룹을 지탱하는 주춧돌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물론 호반건설이 금호산업을 눈독들인 이유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시점에서 두 회사는 경영권이 분리됐지만 그렇다고 아예 연결점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한축을 담당해왔고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30.08% 보유한 상태였다. 금호산업을 손에 넣으면 단번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최대주주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는 금호산업 인수가 아시아나항공 이외에도 아시아나항공 산하 계열사의 경영권도 모두 포함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목숨 걸고 찾는다
인수금은 어떻게?

결국 금호산업 인수전은 좌충우돌 끝에 박 회장의 승리로 귀결됐다. 지난달 24일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산업 지분 50%+1주를 박 회장이 7228억원에 인수키로 동의한 것이다. 지난 4월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던 호반건설은 이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전 중간에 이탈한 상태였다.

이제 자금을 조달해 채권단에게 쥐어주면 6년 만에 다시 그룹의 주인이 된다. 다만 박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매각에 동의한 채권단도 박 회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인수 대금 7228억원을 12월30일까지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박 회장 자금 여력이 그리 넉넉지 않다는 게 공통된 생각이다. 박 회장은 3년 전 우선매수청구권을 받기 위해 금호산업에 2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바 있다. 현재 박 회장의 가용 자산이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보유분을 포함한 금호산업 지분 9.92%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IB업계에서는 3개월 전 되찾은 금호고속을 다시 팔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 주식 100%(1000만주)를 칸서스HKB 사모 펀드에 3900억원을 받고 재매각한다고 밝혔다. 칸서스HKB는 칸서스자산운용이 8월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매각한 대금으로 금호산업 지분을 살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다만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출자 전환 주식 매각 준칙에 따라 계열사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라 이마저 녹록지 않다.
 

칸서스자산운용이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융자 받아 박 회장의 재무적 투자자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꽤나 신빙성 있어 보인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 바 있는 칸서스자산운용은 박 회장과 지역 연고가 같은 김영재 회장이 전권을 쥐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과 사실상 동맹관계인 칸서스자산운용이 백기사로 나설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며 “칸서스자산운용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해 박 회장과 함께 인수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계속된 빚잔치 시련의 회생기
금호산업 재인수 마무리 단계


여기서 최근 박 회장의 지원군으로 또 다른 세력이 급부상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됐던 금호석유화학이다. 최근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에 어딘지 모를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호산업은 지난달 24일 금호피앤비화학에 발행했던 어음대금 90억원과 이자 30억원을 법원에 공탁하고 금호피앤비화학은 소송을 취하했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이고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이다.

금호그룹은 계열 분리 이전인 2009년 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계열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을 대상으로 각각 90억원, 3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기업어음(CP)을 매입토록 했다. 그러나 2010년 초 금호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CP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자 금호피앤비화학은 2013년 5월 어음금 청구 소송을 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소 제기 이후 CP 대금을 갚았으나 금호산업은 금호석화와 금호피앤비화학 등을 상대로 상표권 지분이전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법원은 금호산업이 제기한 상표권 소송 1심에서 “금호 상표권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양측에 모두 공동 권리가 있다”는 취지로 판결해 사실상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1건의 소송취하로 둘 사이 쌓인 앙금이 전부 해소됐다고 보는 건 확대해석일 가능성이 크다. 금호산업이 어음 원금과 이자를 법원에 공탁했고 금호석유화학에서 소송을 취소한 과정은 상표권 소송 판결에 따른 당연한 수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에게 창끝을 겨누던 모습은 일정부분 사라졌다는 게 중론이다.

상처가 너무 깊다
동생과 화해 수순

하늘 높이 치닫던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원대한 이상은 산산조각난지 오래다.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이라 믿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거대한 채무만 남긴 채 남의 손으로 넘어간 지 오래고 형제 간 우애마저 쉽사리 회복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박 회장의 입지 역시 마찬가지다. 6년이라는 시간동안 그룹 재건이라는 큰 목표아래 일정부분 상처를 치유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옛 영광을 되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는 언제나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만한 사례는 없어 보인다. 남들에겐 큰 교훈이 된 셈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