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룰 전쟁 2라운드> 친박-비박 동상이몽 액션플랜

‘한지붕 두가족’ 누가 먼저 칼 빼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갈등 국면은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참모진들은 수장들의 설전을 신호탄으로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의 공천 룰을 두고 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두 계파의 ‘동상이몽’을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새누리당 내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그 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 언급됐던 공천 룰에 대한 논의는 특별기구(이하 공천기구) 안에서 계속하기로 했다. 친박-비박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앞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둘러싼 갈등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좀 더 다양한 게임의 룰을 두고 두 세력 간 공방이 예상된다. ‘무대’의 막이 올랐다.

공천특별기구
계파 결투장

공천기구 논의의 ‘시작점’은 여·야 대표가 만나 발표했던 ‘9·28합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둘 모두 해당 제도를 시행하되 공정성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주관으로 진행하고, 합의 내용과 다른 공천제(전략공천·오픈 프라이머리 등)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키로 잠정 합의했다.

알려진 바대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오픈 프라이머리의 대안으로 정가에서 꾸준히 논의돼 오던 제도다. 암호화된 가상번호를 개별 유권자별로 만들어 역 선택의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즉각 반박했다. 청와대는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민심왜곡 ▲조직선거 ▲세금낭비 ▲전화조사와 현장투표 간 간극 ▲절차적 정당성 등 5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친박계는 지난달 30일 긴급회동을 열고 대처법을 논의했다.


9·28합의가 시작점이었다면 ‘김무성-서청원’ 갈등은 ‘기폭제’ 역할을 했다. 두 계파의 수장은 지난 5일 배수진을 치고 서로 부딪혔다. 서 최고위원은 “당은 대표가 주인이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국민들 보는 앞에서 그만합시다”라고 응수했다. 예정됐던 공천기구 발족은 결국 연기됐다.

표면상 두 사람의 갈등 이유는 우선추천지역제도(우선추천제)와 관련된 김 대표의 발언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전략공천제는 지난해 당헌·당규 개정 때 없어졌다”며 “전략공천은 수용할 수 없지만 당헌·당규에 있는 우선추천제는 실시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 최고위원은 발언을 한 김 대표를 두고 “당헌·당규에 있는 것을 대표가 떡 주무르듯 마음대로 거론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안심번호?
우선추천?

과정도 순탄치 않다. 공천기구 위원장직 인선을 두고 친박-비박의 기 싸움이 치열했다.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을 내정했고, 친박계는 김태호 최고위원을 내세우다 최근 신박계 이주영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위원장직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할 정도로 부담스런 자리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떤 사람을 세우든 말이 나올 것”이라며 “여·야 모두 계파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찾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뇌관은 곳곳에 심어져있다. 특히 지금까지 나온 모든 공천 룰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이 공천기구의 발족 취지라는 점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내에서 공천 룰이 논의된 과정을 보면, 비박계: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 → 친박계: 한국식으로 수정 요구 → 김 대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주장 → 친박계: 반발 → 김 대표: 우선추천제 언급 → 공천기구서 논의결정 순으로 전개돼 왔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우선추천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비박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우선추천제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5월13일에 개정된 새누리당의 최신 당헌·당규를 보면, 당헌 제103조 ‘각종 공직선거(지역구)에 우선추천지역을 선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해당 당헌의 당규를 보면 기준이 나와 있는데, ‘①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의 추천이 특별히 필요’ ‘②공모에 신청한 후보자가 없거나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작해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해 선정된 지역’이 그것이다.

친-비 계파 갈등 점입가경 ‘끝까지 간다’
공천방식 정할 특별기구 신설 ‘진짜 결투’

두 기준은 향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기준②에 적힌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는 문구는 해석상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역선정 기준과 당원-일반국민의 여론조사 비율 등이 핵심 쟁점 사항으로 떠올랐다.

김 대표와 비박계는 일반국민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국민 50%에서 최소 70∼80%대까지 끌어올려야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새정치연합에서 당원 30%, 국민 70%의 여론조사 얘기가 나온 마당에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겠다고 한 새누리당은 최소한 이보다는 국민의 비중이 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친박계는 현행 규정인 ‘당원 50%, 국민 50%’ 유지를 주장한다.

또 다른 동상이몽도 존재한다. 우선추천제 도입을 두고 친박계는 ‘정치신인 발굴’을 위해 광범위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비박계는 ‘정치적 소수자 배려’를 위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적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대표 측은 친박계의 구상에 반대한다. 우선추천제의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비박계는 친박계의 주장 이면에 특정 지역을 물갈이하고자 하는 속내가 존재한다고 본다.

50% vs 70%
명운 갈린다

거론되는 지역은 TK(대구·경북)다. 친박계는 특정지역 배제 없이 모든 지역에 우선추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김 대표 측은 TK나 서울의 강남 지역은 우선추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그 서막이었다면, 친박계의 주장이 구체적 전략·전술이라고 지적한다. 추천 지역 기준이 모호해 특정 인사를 ‘낙하산 공천’할 수 있다는 점이 비박계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사태가 TK 지역 문제로까지 번지자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입을 열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와 청와대가 싸우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안 좋은 현상”이라고 운을 뗀 뒤, “TK 지역이 우선공천 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TK 의원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선추천제 해석 분분…어느 쪽이 유리?
드디어 입연 유승민 “좌시하지 않을 것”

또한 “일부 TK 지역 의원들이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압력이나 처벌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구 물갈이론’에 대한 경고장을 날렸다. 유 전 원내대표는 “그런 일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보였다.

한때 ‘순망치한’의 관계로 불렸던 유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 김 대표는 숨통이 트인 모습다. 마침 친박계와의 싸움에서 김 대표가 밀린다는 말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대구 물갈이론’의 당사자 격인 유 전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는 ‘천군만마’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고립무원’ 상태였다. 유 전 원내대표에 이어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가 최근 친박 측 손을 들어주면서 외로운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원 원내대표는 “(공천 룰을 정할) 당 특별기구는 대개 최고위원들이 맡아 왔다”고 말해 친박계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김태호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략공천이 필요하며, 컷오프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비박계가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전략공천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더불어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경선 후보자들을 제한하는 컷오프 제도에 대해 비박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K-Y 리턴즈’
난국 타개책?

앞서 복수의 언론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정가의 화두로 떠올랐을 당시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에게 ‘긴급구조’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 측은 “그런 일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국민일보>를 통해 “김 대표를 도와주자는 한 인사의 말에 ‘생각해보자’라고 한 게 전부”라고 답했다.

정가에서는 ‘K-Y가 직접적인 대화는 안했어도 지인을 통해 현재 당 상황에 대해 유 전 원내대표가 전해 들었고, 언론 앞에 입을 연 것은 그에 반응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연 ‘K-Y 리턴즈’를 통해 비박계는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무성에 문자 보내는 사람들
“청와대만 있나? 나도 있다”

지난 2일 ‘김무성계’ 참모진이 실체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큰 명분만 얘기하면 게임은 유리해진다’는 내용의 문자를 작성했다. 김 대표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성태 의원은 해당 내용을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


문자에서는 김 대표의 핵심 브레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학용 비서실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 캠프에서 일한 바 있는 김모씨는 김 대표에게 ‘주말 동안 김학용 비서실장이 나서 정병국·원희룡·남경필이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발사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하는 게 어떠냐’며 ‘정두언 의원이 월요일 라디오에서 세게 칠 것’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권은희 의원은 최근 비박계에서 떠오르는 참모 가운데 한명이다. 과거 KT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권 의원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이론적 지원에 나선 바 있다. 권 의원은 ‘안심번호 오해와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 청와대·친박계와 각을 세우던 김 대표를 후방 지원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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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