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5 국감 총정리

혹시 했는데 역시…알맹이 없는 국정감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국감)가 지난 8일을 기점으로 마무리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국감이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던 이유는 제20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키워드’별로 지난 한 달간 있었던 국감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정리해봤다.

‘예측불허, 일촉즉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을 관통했던 단어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추석연휴를 끼고 1·2차로 나눠 진행됐다. 소위 ‘분리국감’으로 진행됨에 따라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추석 연휴를 제쳐두고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현장에서는 고성·막말이 어김없이 오갔다. 지난 8일에 끝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숱한 화제와 이슈를 몰고 왔다.

예측불허
일촉즉발

▲기업인 =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인’의 증인 출석이 활발했던 국감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국정감사의 본질과 남용: 증인신문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이번 19대 국회 국감 때 증인으로 출석한 기업인의 수는 지난 16대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57.5명이던 것이 19대 들어서는 평균 124명으로 뛰었다. 비율로 따지면 2.1배 상승한 수치다.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일반인 증인 중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났다. 제18대 국회였던 지난 2000년에는 22.2%였던 것이 제19대 국회인 2014년에는 35.2%로 증가했다. 기존 일반인 5명 중 1명이 기업인이었다면, 2014년에는 3명 중 1명꼴이 된 것이다.

수도 증가했지만 면면도 화려했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지난달 17일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외에도 조대식 SK주식회사 대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등 굵직굵직한 기업인들의 출석이 줄을 이었다.


일각에서는 기업인 출석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김수연 한경연 연구원은 “올해 국감에서도 기업인에 대한 무더기 소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증인신문은 경영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 감사안건 수(피감기관 수), 안건 당 채택 가능한 최대 증인 수 등이 명시된 ‘국정감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했다.

반면 다음 국감에서는 오히려 지금보다 강한 증인채택이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야권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언론에서) 무분별한 증인채택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이런저런 핑계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며 “마치 (국회의원이) 갑질을 하며 기업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얘기가 나오는데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공기업 = 전·현직 ‘공기업’ 회장에 대한 국감 증인채택도 빠지지 않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는 지난달 21일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변종립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등을 증인으로 세웠다.

그러나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인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 대한 증인 출석은 성사되지 못했다. 정무위원회(정무위)는 정 전 회장과 전우식 포스코 전무이사 등을 지난 7일에 있었던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6일 “정 전 회장, 전 전무이사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고가에 인수한 배경에 대한 질의는 사실상 무산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달 21일 일반국감에서도 “검찰 수사 중이어서 어렵다”며 증인 불출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인당 심문시간
30.6분→17.4분

▲정쟁 = ‘정쟁’은 그야말로 치열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소위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국감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대표 잠룡의 자녀 문제가 핵심 쟁점사항으로 다뤄졌다. 김 대표는 사위의 마약 사건으로 야권으로부터 증인 출석을 요구받을 정도로 진통을 겪었다.

대표적으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이 이 사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고검장 출신으로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임 의원은 김 대표 사위에 대한 수사가 축소·은폐됐다고 보고 재수사를 요구했고, 검찰은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의 서울시 국감, 국방위원회(국방위)의 병무청 국감, 그리고 법사위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병역문제가 다뤄졌다. 특히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서는 박원순의 아들 박모씨를 검찰이 직접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박모씨의 소환조사 필요성을 적극 피력했다. 김 의원은 증인으로 나온 김진태 검찰총장을 향해 “(구강 엑스레이 사진 등) 문제가 되니까 본인이 와서 다시 검증을 해야 한다. (중략) 오지 않으면 (검찰이)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두 거물들이 자녀문제로 진통을 겪자 정가 일각에서는 ‘대선주자 흠집내기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지인을 특별채용시켰다는 의혹과 함께 태도 논란이 일었다.
 

주무부처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물론 산자위·법사위에서는 최 부총리에 대한 여러 의혹이 주목받았다. 과거 지역 사무실에서 일하던 인턴과 4년 동안 수행한 비서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 채용되도록 힘썼다고 새정치연합 이원욱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취업 청탁을 한 사람은) 최근에는 노동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얘기하시는 분, 최경환 경제부총리다”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 측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취업과 관련한 어떠한 청탁·외압도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19대 국회 마지막…한달 일정 마무리
어김없는 정쟁·막말 ‘사라진 정책’

▲막말 = 어김없이 국감장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중소기업창업지원법 개정안이 기획재정부(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고 있다며 이를 ‘매국 행위’라 비판했다. 이에 증인으로 참석했던 최 부총리가 “아무리 의원이지만 좀 지나친 표현이 아니냐”며 지적했고, 여·야는 고성을 주고받았다. 최 부총리는 앞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머리가 나빠서 뭘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 태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기업인 소환
회장들 수난도

지난달 21일 산자위 국감에서는 자원외교와 관련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때 메릴린치를 대표해 김형찬 메릴린치 서울지점장이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려진 바대로 메릴린치는 이명박정권의 하비스트 인수와 관련해 자문을 해준 곳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장에서 김 지점장이 “자문료 산정은 시장 관행에 따른 적절한 처사”라고 말하자 새정치연합 홍영표 의원은 그를 향해 ‘야바위꾼’이라고 표현했다.
 


장외전쟁도 치열했다. 지난 6일 법사위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임내현 의원은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의 발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말에 따르면, 임 의원은 지난 5일 국감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 문제에 대해 집중 질의했는데, 국감이 끝난 뒤 이어진 사석에서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이 ‘부메랑이 돼 당신(임내현 의원)도 당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임 의원은 국감 당일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향해 주의 조치를 촉구했다.

막말로 주목을 받았던 이가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화제가 됐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종합감사에서 출석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변형된 공산주의자라 칭했다.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고 이사장을 향해 “과거 노 전 대통령을 민중민주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민중민주주의자는 공산주의의 변형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노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나는 그렇게 봤다”고 답했다. 앞서 고 이사장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튀려는 의원들 ‘오버 질의’
코뽕·드론·몰카 퍼포먼스

▲부실 = 어김없이 ‘부실’ 국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렵게 증인채택을 했음에도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는 사례가 어김없이 이어졌다.


일례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증인으로 국회에 출석해 오후 시간 내내 대기하다 짧은 답변 시간만 받고 돌아갔다. 이마저도 “한·일전에서 한국을 응원하나”와 같이 의미 없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증인들 중 국회에 출석했어도 ‘부름’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출석한 증인 1인당 소요된 평균 심문시간은 지난 2000년 30.6분에서 2014년 17.4분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부르는 증인 수는 늘어나는 데 반해 주어지는 시간은 그만큼 짧아지고 있어 부실 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딴 짓을 하다 걸린 의원들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자신의 회고록을 작성하는 모습이 방송에 잡혔다. 김 의원은 즉시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국감 도중 소설책을 읽는 모습이 잡혔다. 신 의원은 “책을 읽은 것은 사실이지만, 질의 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 국감 내용과 관계없는 오피스텔 매물을 살피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감 의원은 “다음에 있을 감정원 국감에 대비해 자료를 찾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 = 지난해 뉴트리아 국감에 이어 올해도 ‘퍼포먼스’ 국감이 이어졌다. 지난달 10일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국감에서 새누리당 김제식 의원의 보좌관은 셀프성형기구를 착용했다. 10대 사이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이 같은 기구들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해당 의원실은 밝혔다. 보좌관이 소위 ‘코뽕’ ‘얼굴밴드’ 등을 착용한 모습이 주목받았다.

‘뫼비우스의 띠’
왜 매년 반복?

지난달 11일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국감에서는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이 드론(무인비행장치)을 직접 가져와 시연했다. 이 의원은 약 10여초 간 직접 드론을 선보인 뒤 해당 사업 활성화를 주장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몰래 카메라(몰카)의 발전을 알렸다. 김 의원은 몰카가 장착된 야구모자와 안경을 직접 착용한 채 국감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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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