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김무성 '일촉즉발 플랜B' 실체

루비콘강 건넌 ‘무대’…‘문(문재인)’ 열고 탈출?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호’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혁명’이 될지 ‘폭동’에 그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위시로 한 비박계의 궐기가 시작된 모습이다. 친박계는 ‘선상반란’이라 규정하고 즉시 진압에 나섰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김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플랜B’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공’은 ‘무대’의 손을 떠났다.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의 갈등 속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명명백백’한 안을 던졌다. 그동안 친박계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외치는 김 대표를 향해 ‘모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달 10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픈프라이머리는) 제도적으로 정비가 돼있지 않다”며 “상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문제 많다”
청와대 발끈

비박계에겐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가 소위 ‘플랜A’였다.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았을 때부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천명해왔다. 이를 위해 ‘정치생명’까지 걸었을 정도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플랜A는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달 30일 새누리당은 장장 3시간여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오픈프라이머리를 포기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김 대표는 의총 마무리 연설에서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방법을 변화시켜야 할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표면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과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정가 내에서는 사실상 친박계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공격은 날카롭고도 체계적이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고 했던 것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다”며 “국정감사 이후에 김 대표의 입장을 분명히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평소 김 대표가 도입 여부에 정치생명을 건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기 때문에 서 최고위원의 발언은 경우에 따라서 사퇴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복수의 언론 또한 친박계의 산발적 압박에도 김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자 큰 형님이 나서 ‘데드라인’까지 제시했다고 내다봤다.


예상과 달리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이 밝힌 시한보다 먼저 치고 나왔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대체할 ‘플랜B’를 가동한 것이다. 1차 국정감사의 종료를 알리는 추석연휴기간 동안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전격 회동했고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이하 국민공천제)’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친박계 공세
청와대 가세

지난달 28일 여·야 대표인 ‘김무성·문재인’은 부산 롯데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1시간40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두 대표는 ‘안심번호’ 서비스를 활용한 국민공천제 도입방안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마련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복수의 언론은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두 사람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친박계는 즉각 거부반응을 보였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UN총회’ 참석차 미국에 있던 상황이었다. 친박계는 양 대표의 ‘9·28합의’를 ‘선상반란’이라 보고 진화에 나섰다. ‘뒤통수를 친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다시 한 번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일련의 사태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돌이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넌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귀국하던 지난달 30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것에 반해 김 대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 대표를 향한 친박계의 공세는 박 대통령의 귀국을 총성으로 시작됐다. 더불어 국민공천제를 두고 “정치권에서 오가는 얘기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청와대도 친박계가 들고 일어나자 후방지원에 나섰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외곽 때리기’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여·야 대표의 잠정 합의에 대해 “문 대표와 친노계의 손을 들어준 졸작 협상을 했다”고 평가했다.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도 “야당의 ‘안심번호’가 반개혁적·반혁신적이라고 비판한 분이 이를 수용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9·28회동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
친박계 “뒤통수” 반발…전면전 예고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익명의 관계자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9·28합의가 있은 지 이틀이 지난달 30일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실을 찾아 국민공천제가 5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고 없던 ‘익명의 브리핑’에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운을 땐 후,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그가 밝힌 5가지 문제점은 ▲역선택을 차단할 수 있느냐 여부 ▲조직선거의 가능성 ▲과비용에 의한 ‘세금공천’ 문제 ▲절차상 하자 ▲졸속 협상을 지적했다.

청와대의 반론에 김 대표는 발끈했다. 청와대가 밝힌 논리에 대해 “1개만 맞았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청와대가 ‘여론조사 응답률이 2% 수준으로 낮다’고 한 부분은 맞지만, 나머지는 맞지 않는 지적이 많다”고 답했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전략공천에 대해선 “내가 있는 한 없다”고 못 박았다.

김 대표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일련의 갈등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전략공천의 유무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친박계를 향해서 “차라리 솔직하게 전략공천 하자고 해라”고 말했을 정도로 비박계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이다. 플랜A가 무산된 상황에서 김 대표가 내건 국민공천제는 결국 비박계가 현 상황에서 제시할 수 있는 ‘플랜B’에 해당된다.

공천제 특별기구
새로운 혈투장?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플랜B를 논의할 별도대책기구를 설치한다는 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하면서 특별기구가 친박-비박 간 새로운 혈투장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 제4절 26조 2항을 보면 ‘대표최고위원은 원활한 당무수행을 위하여 필요시 (중략)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단, 특별위원회 구성시 최고위원회의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즉 서청원·이정현·김태호·이인제 등 친박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최고위원들의 동의가 있어야 특별기구가 설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설치된다 하더라도 비박계가 국민공천제를 제시하면 친박계가 반대하고 나서는 그림이 반복될 수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 친박계 홍문종·김태흠 의원은 지난 1일 각각 방송 3사(KBS·MBC·SBS)라디오에 출연해 국민공천제를 폐기하는 대신 전략공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리 공천학살 막아라!”
‘반란’ 비박계 바로 행동

국민공천제가 새로운 플랜B로 떠오른 가운데 김 대표가 제시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랜B들에 대한 정가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 입장에서 가장 믿는 구석을 꼽으라면 단연 ‘제20대 총선’이다. 대선보다 앞서 치러지기 때문에 수세로 몰린 지금의 국면을 전환할 수 있는 카드다.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지난 4·29 재보궐 선거에서 들었던 ‘선거의 남왕’에 다시 올라설 수 있다면 다음 대선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복안이 가능하다.

따라서 TK 지역 사수가 비박계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대선까지 내다보는 김 대표 입장에서는 TK 지지기반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또한 최근 박 대통령이 대구지역을 방문하면서 ‘물갈이론’이 수면 위로 올라옴에 따라 비박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혹여나 TK 지역에 전략공천이 행해진다면 우려했던 ‘공천학살’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비박계와 새정치연합 간 대타협 가능성을 제기한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자체 혁신안을 통해 지역구 20%는 전략 공천을, 나머지 80%는 국민공천제로 하겠다고 정해놓은 상태다. 비율은 다르더라도 유사한 공천 룰을 적용한다면 공천학살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비박계에서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친박계 입장에서도 핵심지역에서는 전략공천을, 험지에서는 국민공천제를 통해 유력후보를 낼 수 있다는 측면이 매력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비박계 사이에서는 농촌당 의원들의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일부 농·어촌 지역은 통·폐합의 기로에 서있는 실정인데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가 소위 농촌당이라 불리는 의원들의 지역구를 지켜낸다면, 여·야를 초월한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확보된 지지층은 향후 국민공천제 등 게임의 룰을 둘러싼 친박계와의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힘이 될 전망이다.

선거구 획정
농촌당 변수

김 대표의 정치 스타일을 두고 복수의 정치평론가 및 언론은 YS에 비유한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도 그렇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둘은 서로 닮아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DJ·JP 등과 함께 3김 시대를 열었던 YS는 누구보다 ‘의원들이 합심했을 때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를 지척에서 지켜봤던 김 대표이기에 위기 상황에서 야권과 힘을 합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정가는 보고 있다. 과연 김 대표는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감서 불거진 '김무성 사위 마약사건' 미스터리
투약 1년6개월 지나 압수수색

2차 국감이 시작된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김무성 사위의 마약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위 이모씨가 집행유예를 받으면서 한차례 ‘봐주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의혹이 나와 논란이 재점화 되는 모습이다. 대검 마약과장을 지낸 이력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은 이 씨의 범죄사실이 일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봐주기’ 또 다른 의혹 제기
“범죄사실 일부누락” 주장도


임 의원은 “지난 2014년 11월 검찰이 이씨 자택에서 압수한 17개의 주사기 중 9개에서 이씨의 DNA가 검출됐지만, 검찰 기소 내용에는 상당수가 빠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판결문에 이 씨가 주사기를 사용해 코카인이나 필로폰 등 마약을 투약한 시점이 압수수색 시점과 1년6개월 이상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건을 맡았던 서울동부지검 박민표 검사장은 “이씨는 검찰이 직접 체포해 구속한 사안이며 1차 기소를 했다가 주거지 압수수색 후 2차 기소까지 했던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봐주기 수사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은 가운데 야권의 공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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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