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떠도는' 반기문 신당설의 비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군불 지핀 세력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소문이 돌았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신당설이다. 그 중심에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있다는 내용이다. 반 총장이 직접 나서 부인했음에도 아직 정가에서는 소위 ‘대망론’과 ‘신당설’이 돌고 있다. 최근 친박계와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는 반 총장의 행보와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반기문 대망론’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9월27일 SBS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차기 대선주자로 선호하는 인물 1위로 반기문 UN사무총장(21.1%)이 꼽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위(14.1%)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3위(11.2%), 박원순 서울시장이 4위(10.1%),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5위(6.3%)를 기록했다(9월23∼24일, 여론조사기관 TNS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 실시).

김무성 대항마
적극적인 친박

대망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나오기 시작하더니 지난 2014년 10월경에는 대대적인 언론의 조명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실체는 안개속의 허상과 같다. 최초로 대망론이 나오기 시작했던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자의 당선을 막기 위한 대항마로 친이계에서 거론됐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자 이번에는 김무성 대표의 독주를 막기 위한 친박계의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정치는 관심 없다”며 거듭 입장을 밝히고 있음에도 정가에서는 반기문 활용법을 다양하게 구현하고 있다.

반 총장에 대한 친박계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반기문 대망론이 정가를 뒤덮던 지난 2014년 10월경 친박계 모임 중 하나로 알려진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참석한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은 “당내 인사로 정권창출이 어렵다면 반 총장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주류 친박으로 통하는 유기준 의원 또한 “우리가 처음 화두를 던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런(반기문 대망론) 현상이 있기 때문에 이해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그로부터 약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러브콜은 여전히 친박계로부터 들려온다.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1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반기문 총장에 대한 국민적인 열망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국민들이 좋아하는 그런 후보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평가했다.

기저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믿고 총선을 치르기엔 불안하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이는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 말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윤 특보는 지난달 15일 <조선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안철수 의원·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유력 대권 주자의 지지율을 모두 더하면 김 대표보다 훨씬 높다”며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낸다면 현재로는 (정권 연장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의 말처럼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 대표의 지지율이 여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20%대를 기록하고 있어 2·3위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부인해도…
여론조사 1위

윤 특보의 발언은 대망론이 박심과 연결돼 있다고 볼 법하다. 실제 윤 특보는 같은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서 4선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이 있다”며 “충청에도, 영남에도 있다”고 말했다. 복수의 언론은 충청은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을, 영남은 최경환 부총리를 지칭한 것이라 분석했다. 그리고 4선은 고사하고 국내 정치에 한 번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는 반 총장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반 총장이 손사래를 치고 있음에도 차기 친박계 대선주자로 분류된다. 공연한 언론의 가십일까. 박수도 두 손이 맞부딪혀야 소리가 나듯 반 총장 또한 친박계와 접촉면을 늘려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5월18일 반 총장은 모국을 찾아 4박5일 간의 일정을 진행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북한에 깜짝 방문을 추진하는 등 여러모로 신경 쓴 방한이었다. 이때 반 총장이 만남 사람들 중 친박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정가 일각에서는 반 총장과 박 대통령 사이의 ‘교감설’도 나오고 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으로 분류되는 사람끼리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주장이다.

박근혜와 7차례 만남…대망론 재점화
전승절에 이어 한 달 새 만남 횟수↑


추석 연휴 동안 ‘UN총회’ 참석 차 미국을 방문했던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 7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해 반 총장과 관저에서 만찬을 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26일에는 UN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행사에서 반 총장과 함께 했다. 27일에는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오찬을, 28일에는 UN총회 기조연설·UN사무총장 주최 오찬·UN평화활동 정상회의 등의 자리에서 만남을 가졌다.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만찬자리에서 반 총장은 “비행기를 타고 오셨는데 도착하자마자 이곳을 찾아주시고 고맙다”고 인사말을 건넸고, 이에 박 대통령은 “임기 중에 UN창설 70주년을 맞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는 새마을운동에 대해선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에서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며 개인 경험까지 섞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 총장 연설이 끝나자 박 대통령은 기뻐하며 박수를 쳤고, 반 총장을 향해 “감사하다”고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교감설이 힘을 받는 이유는 최근 중국 전승절 행사 때 두 사람이 이미 만남을 가졌기 때문이다. 한 달 새 두 사람은 만남의 횟수와 폭을 늘려가고 있다. ‘박심’이 반 총장을 향해 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반면 ‘반기문 신당설’이 존재한다. 설의 핵심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신당을 10월 내 창당할 것이란 내용이다. 반 총장을 중심으로 말이다. 설을 들어본 사람들은 ‘허무맹랑하다’부터 ‘가능성이 있다’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충청권 중심
“후보로 적합”

소설과 같은 얘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로 친박계와의 관계를 꼽는다. 도저히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만약 반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면 새누리당(또는 새정치연합)에서 출마하지 미래가 불투명한 신당 쪽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요지다.
 

또한 반 총장의 최근 행보를 봐도 지역 신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앞서 서술한대로 반 총장은 박 대통령·친박계와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미래 권력으로 반 총장을 원하고 있다면 지역 신당은 그야말로 ‘배신’이 되기 때문에 신당설은 풍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은 충청지역민들의 높은 요구를 근거로 꼽는다. 실제로 반 총장의 얘기가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충청지역이 들썩인다는 내용의 기사가 쏟아진다. 다음 대선에 반 총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목소리도 지역에선 곧잘 들린다. ‘자유선진당’ 이후 충청을 대변하는 정당도 후보도 사라졌다는 지역민의 갈증이 한몫하고 있다.

다른 설들과 마찬가지로 신당설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반 총장 본인이 아닌 주변에서 군불을 지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일부 전직 의원들이 반 총장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반기문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 극비 러브콜 쇄도
친박계가 원하는 후보?


군불을 지피는 세력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대표적으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마지막 대화에서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밀어주려 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이 창립한 ‘충청포럼’에서 대망론의 불을 지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여러 충청지역 유지 모임에서 대망론을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결국 대망론과 신당설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정가의 중론이다.

때 아닌 신당설에 반 총장 측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직 임기가 1년이 넘게 남은 상황에서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중적인 인기가 크다보니 ‘존경한다’고 찾아와 신당 얘기를 꺼내는 사람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망론’ ‘교감설’ ‘신당설’에는 모두 ‘반 총장 대선 출마’라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그간 “국내정치는 생각없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말하는 반 총장이기에 ‘설’이 ‘사실’이 될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단 찔러보고…
어느쪽과 교감?

정가의 전문가들은 곧 있을 제20대 총선, 다가올 제19대 대선에서 충청도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만큼 충청도의 정치적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영·호남과 달리 정치계의 주류로 발돋움 하지 못한 아픔이 숨겨져 있다. 과연 반 총장은 그들의 요구에 귀 기울일지, 아니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할지 정가의 눈과 귀가 반 총장의 행보에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기문-리수용 무슨 대화?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지난 2일(현지시각 1일) 뉴욕에 위치한 UN본부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을 접견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반 총장은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이산가족상봉에 대해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남·북한이 지난 8월25일 합의를 이끌어 낸 것과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재개하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또한 UN사무총장으로서 남·북 간 협력을 지원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으며, UN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