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하림 세무조사 막전막후

‘메가톤 세풍’ 10원까지 탈탈 턴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몸집불리기에 열을 올리던 '하림그룹'이 연이은 구설수에 휘말렸다. '팬오션' 인수, 담합 의혹 등으로 불거진 잡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더해지면서 더욱 골치 아파진 형국이다. 단순 세무조사로 치부하기에는 적지 않은 의문이 따른다. 하림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기초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덩치 키우기는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짧은 시간에 사세확장을 노리고 공격적인 M&A를 거듭하다 몰락하는 광경은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하림의 팬오션 인수 소식을 접한 대다수 관계자들이 무리한 투자로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걸리면 뼈도
못 추리는데…

정작 하림의 문제는 팬오션이 아니라 국세청 세무조사인 듯한 분위기다. 기업의 치부가 만천하에 공개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자칫 잘못하면 기업의 투명성마저 의심받을 수 있다. 위기로 봐도 무방하다.

하림그룹은 닭가공업체 ‘하림’, 사료전문업체 ‘제일사료’, 양돈 전문업체 ‘팜스코’, 홈쇼핑업체 ‘엔에스쇼핑’ 등 총 85개사 계열사를 휘하에 두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자산규모는 약 4조8000억원. 지난 6월 팬오션을 약 1조원에 인수하면서 덩치가 한층 커졌다.

1966년 범양전용선으로 출발해 글로벌 해운사로 성장한 팬오션은 탱커·벌크선·자동차 운반선·LNG선 등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철광석·석탄·곡물·비료·원목 등의 벌크선 화물 운송에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된 시점부터 2013년 법정관리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평가다.


팬오션이 보유한 자산 약 4조원을 흡수한 하림의 자산규모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9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기준은 자산총액 5조원이다. 큰 변동사항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그동안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던 하림은 내년부터 대기업에 포함된다. 내년 초 재계순위 30위권으로 도약이 점쳐진다.

팬오션 인수의 기쁨도 잠시, 최근 하림은 특별세무조사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팬오션을 품는 과정에서 개운치 않던 뒷맛이 세무조사를 거치며 무시할 수 없는 후폭풍으로 변해버린 양상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고강도 특별조사 시작
재계 30위권 앞두고 '몸집불리기' 탈났나

최근 국세청은 조사4국 요원 70여명을 투입해 전북 익산 하림 본사를 조사했다. 하림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2012년 정기세무조사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광주국세청은 거래, 세무, 회계내역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일정 매출액 이상 법인에 대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기세무조사 형식이었다.

이번에는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을 추궁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하림은 닭고기 부위별 판매업체이자 핵심 계열사인 ‘올품’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올품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3년 21.2%(매출액 3464억4000만원 중 736억9000만원), 2014년 21%(매출액 3466억2000만원 중 729억5000만원)에 이른다.
 

올품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로 연결되는 고리의 중심에 서있다. 그룹 경영권 승계의 발판으로 올품이 부각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사료값 담합 여부 역시 세무조사의 핵심 사안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문용 하림 대표는 지난달 10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 사료값 담합과 관련해 '리니언시(자진신고감경제도)' 혜택을 받았음에도 담합 사실을 부인해 위증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사료담합을 집충 추궁했다.

하림은 13일 황 의원 측에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사료업체들 사이에 합의가 없었고 경쟁제한성도 없었다는 점을 입증할 예정”이라고 답변서를 보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하림은 공정거래위원회 사료담합 조사 과정에서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50% 감경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리니언시란 담합행위를 한 기업들에게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제도로서, 담합 사실을 처음 신고한 업체에게는 과징금 100%, 2순위 신고자에게는 50% 감면 혜택을 준다.

뭔가 걸렸다?
시한폭탄 작동

실제로 지난 7월 2일 공정위는 배합사료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하려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카길애그리퓨리나' '하림홀딩스' 'CJ제일제당' 등 11개 업체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773억34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하림에 내려진 과징금은 총 87억원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지난 2006년 10월부터 2010년 11월 사이 총 16차례에 걸쳐 가축 배합사료 가격 인상폭과 적용시기 등을 담합했다. 황 의원은 “내년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소속되는 하림이 국감에서 위증을 한 셈”이라며 “이달 초 열리는 종합감사에서 하림 대표를 다시 증인으로 채택해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치킨프랜차이즈에 대한 세무조사가 원재료 제공 업체인 하림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번 세무조사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단 이번 경우는 3년 전과 조금 다른 양상이다.

통상 기업은 5∼6년 주기로 정기세무조사를 거치는데 3년만에 다시 세무조사를 받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대기업 집단에 속하게 되는 하림에 대한 국세청의 전방위 압박이자 팬오션 인수와 관련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재조명 받는 사안이 팬오션 인수건이다.

팬오션 인수 과정에서 하림은 적잖은 걸림돌을 헤쳐나가야 했다. 기존 팬오션 주주들과의 갈등이 수면위로 부각된 것도 이 즈음이다.

인수에 앞서 하림은 법원에 팬오션이 제출한 변경회생계획안의 무상감자 내용을 두고 올해 초 지분율 72.87%에 달하는 기존 팬오션 주주들과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 2013년 9월 출자전환으로 주가대비 60% 이상의 손실을 감수했던 팬오션 소액주주들은 하림에 인수되기 전 팬오션이 제시한 1.25 대 1의 무상감자 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회원수 4500여명 규모인 ‘팬오션 소액주주 권리찾기’는 헐값매각에 항의하며 당시 팬오션 관리인이었던 김유식 대표를 대검찰청에 고발한다. 하림이 인수할 경우 불매운동을 비롯한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마저 내비쳤다.


급 사세확장
승자의 저주?

그러나 하림 역시 팬오션을 포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현실에서 곡물 운송 인프라를 구축한 팬오션을 품에 앉으면 운송비 절감을 포함한 각종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팬오션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25일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전경련 CEO 하계포럼에서 “곡물사업은 굴곡이 없는 미래사업”이라며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에 집중하는 만큼 곡물사업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오래전부터 곡물사업을 염두한 만큼 하림의 팬오션 인수에는 리스크를 감수할만한 기대심리가 작용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의 불씨는 세무조사와 함께 과도한 빚보증 문제로 연결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은 계열사와 타법인(협력업체) 등 6곳에 채무보증을 실시했다. 이를 두고 IB업계에서는 하림의 자회사 채무보증 규모가 지나치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보증 규모가 커질수록 재무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사업의 성패가 모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며 “지급보증을 받은 기업의 경영이 악화돼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지급보증액은 고스란히 보증을 선 기업으로 전가된다”고 말했다


'국세청 중부수' 조사4국 출격
오너 등 경영진 검은돈 추적?

현재 하림의 채무보증 잔액은 총 1105억원으로 자기자본 2025억원의 절반을 넘어선 54.56%에 해당한다.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 ‘하림USA’에 831억원의 채무보증을 섰고 또 다른 계열사인 ‘그린바이텍’에는 104억원 빚보증을 했다. 이외에도 협력사인 농업회사법인 ‘브리딩팜’(3억원), ‘파인환경기술’(18억원), ‘하림인증대리점’(1억원), ‘위탁계약농가’(145억원) 등 타법인 채무보증이 170억원에 달한다.
 

팬오션 인수가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신용등급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해운업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는데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가 불확실해 재무부담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하는데 투입한 자금은 1조79억5000만원에 달한다. 6000억∼7000억원으로 예상되던 매각금액은 지난해 11월 매각 방식이 ‘8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2100억원)’으로 바뀌면서 1조원대로 대폭 상승했다.

매각대금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JKL파트너스가 1700억원을 부담하고 1579억5000만원은 팬오션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하림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6800억원이다. 하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충당이 가능하더라도 자칫 그룹 전반에 재무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림은 8000억원 수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마어마한
세금폭탄 예고

하림의 장기신용등급과 등급전망을 각각 ‘A-’, ‘안정적’으로 기재했던 나이스신용평가가 최근 장기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포함한 것도 단순히 지나치기 힘들다. 염성필 나이스신평 평가전문위원은 “해운사업의 실적 변동성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발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회사의 직·간접적인 재무적 지원 부담 발생 가능성, 회사에 대한 그룹의 지원여력 축소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닭고기 가공업체의 변신

닭고기 회사의 갑작스런 해운회사 인수.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이구동성으로 나온 반응이다. 닭고기를 팔기 바쁜 중소기업에게 1조원이라는 여력이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만큼 하림과 닭고기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닭고기 회사라는 이미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놀랍게도 4조8330억원에 달하는 하림의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1조4000억원을 기록한 사료 부문이었다. 그 다음이 닭고기(1조1000억원)에서 파생된 매출이다.

팬오션 인수가 사료 부문의 매출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곡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팬오션이 힘을 빌려 곡물 유통사업에 투자되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앞장서 팬오션 인수를 진두지휘 한 것도 사료부문의 중요성을 감안한 움직임이다.

하림 내부에서도 팬오션 곡물 유통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제조원가의 50%를 차지하는 사료값를 절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7월 신설된 팬오션의 곡물사업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림그룹 계열사 물량을 운반할 전망이다.

게다가 곡물운송사업은 출혈경쟁이 심해진 육계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도 제격이다. 통상 사료의 주원료인 곡물은 닭을 키우는 데 투자되는 비용의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하림은 1억4000만달러의 곡물을 수입하는데 수입 곡물가격은 실제 곡물가가 60%, 운송비가 40%를 차지한다. 팬오션의 곡물유통사업이 안착할 경우 곡물가를 좌지우지하는 운송비가 큰 폭으로 절감될 수 있다.

육계업계 관계자는 “하림이 운송비를 조금만 절감해도 큰 이득을 볼 것”이라며 “팬오션 곡물사업부가 빠르게 자리 잡을수록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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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