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계 5027 확장판> ‘작계 5015’ 해부

“즉각 김정은 제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개념을 담은 새 작전계획(작계5015)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작계에는 김정은을 제거한다는 ‘참수 작전’까지 포함돼 있다. 남북이 합의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작계 5015가 공개돼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도 이번 작계 공개에 대해 비난했다. 

 
한국과 미국이 새 작전계획(작계 5015)을 만들어 지난 6월 합참의장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서명을 마쳤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한·미는 1974년 연합작전계획인 ‘작계 5027’을 만들었다. 1994년 미국이 북한 영변을 폭격할 계획을 수립한 직후 ‘5027-94’처럼 뒷부분에 연도를 붙여 업데이트해 왔다. 그러다가 한·미가 올해 말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지난 2010년 ‘전략기획지침’에 합의한 뒤 ‘작계 5015’를 구체화해왔다. 
 
남북관계 찬물
 
올해 말로 예정됐던 전작권 전환 시기는 2020년 초로 연기했지만 작계 5015는 예정대로 수립했다. 향후 기존 작계 5027은 폐기된다. 양국 군은 지난달 실시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서 이 작계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작계 5015는 안보환경 변화에 맞춰 선제타격 개념을 적용하는 등 기존의 작계 5027보다 신속하고 공격적인 군사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7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안보학술세미나에서 군 관계자는 작계 5015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이 북한보다 앞서 있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심리전과 참수 작전, 정보 우위, 정밀 타켝 능력 등을 모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합의된 작계는 전쟁 발발 등 유사시 한·미 군사력 운용과 관련된 큰 밑그림에 해당한다”며 “한·미 양 군은 새 작계에 따라 제대별로 예하부대까지 적용될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연말까지 작업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작계 5015는 내년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남침했을 경우 작계 5027은 일정 장소까지 후퇴 뒤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하는 개념이다. 반면 새로운 작계 5015는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작전과 북한의 공격과 동시에 반격하는 선제타격 개념이 적용됐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등 공격력이 대폭 증강됐다”며 “일단 공격을 받은 뒤 반격하게 되면 워낙 피해가 커 북한의 공격력을 최단기간에 무력화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최첨단 정찰 장비를 활용해 북한의 공격 징후가 명확할 경우 북한군이 공격을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공격 같은 반격을 하는 적극성을 담고 있다.
 
작계 5015의 핵심은 맞춤형 억제전략(TDA)과 4D전략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포괄적 억제와 대응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 탐지(detect)와 방어(defence), 교란(disturb), 파괴(destruction) 능력을 강화하고, 북한군의 공격징후가 뚜렷할 경우 예방적 선제공격을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 전술보다 공격적으로 설계
최단기간 무력화 개념으로 변경
 
참수 작전을 살펴보면, 주요 지휘자를 제거한다는 뜻의 미군 작전 개념이다. 적국이 핵·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정밀타격무기를 이용해 최종 승인권자를 사전에 제거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최고 승인권자는 북한 김정은을 의미한다.
 
미국은 적국의 핵무기 사용징후가 포착되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등을 곧바로 활용한다. 최근에 이와 더불어 핵무기 사용 승인권한을 지닌 최고지휘자를 제거해 위험요인을 근원적으로 해소한다는 전략을 추가했다. 한국군이 이같은 참수 작전을 활용키로 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가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의 운영도 작계 5015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 한국군은 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을 별도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과도한 대응을 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미측이 국지도발 때도 개입해 대응 강도를 조정키로 했다고 한다. 미군 측은 전면전뿐 아니라 국지도발 때도 필요한 경우 미군이 보유한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작계를 발표한 군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8·25 남북 합의가 이루어진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작계 발표를 해서다. 이들 발언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물론 수년간 냉각됐던 남북관계가 오랜만에 ‘화해 모드’로 되는 것을 깨버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김정은을 즉각 노리겠다’는 참수 작전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북한 대남 선정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북한 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배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고위급 접촉에 참가했던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도 방북한 남측 인사에게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남측) 군부에서 ‘참형’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공개 논란
 
논란이 커지자 지난 2일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는 작계 5015 등 군사기밀이 언론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부에 대해 대대적인 보안 감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 사령관은 작계 5015의 일부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직접 우리 군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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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