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핫 키워드’ 7

한탕 제대로 해서 눈도장 한번 찍어볼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감사가 오는 9월10일부터 10월8일까지 진행된다. 19대 국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이번 국감을 두고 세간에서는 그 여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을 예상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뇌관역할을 할 주요 이슈들을 <일요시사>에서 완벽 정리했다.

여·야는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이하 국감)를 9월10일부터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지난 20일 원내수석부대표회동을 가지고 2015년 정기국회 주요일정을 도출해냈다. 당초 국감 시작은 9월4일로 예정됐으나 새정치연합이 부실국감 등을 주장하며 10월 개최를 주장했었다. 결국 추석을 끼고 분리 국감을 진행하자는 새누리당의 의견을 새정치연합이 받아들이면서 일정이 확정됐다.

분리 국감
여·야 합의

세부일정을 살펴보면, 9월1일 여·야는 본회의를 가지고 국감 대상기관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어서 9월10일부터 23일까지 1차 국감을, 10월1일부터 8일까지 2차 국감을 진행하게 된다. 추석을 전후로 나뉘게 돼 연속성에서 우려를 표하는 의견이 있다.

당초 2015년 국감은 큰 주목을 받아왔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될 마지막 국감이기 때문이다. 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국감이 총선을 8개월여 앞 둔 상황에서 ‘국감스타’로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특히 상대적으로 얼굴이 덜 알려진 초·재선 의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정스타일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올해는 과연 누가 국감을 주도해 나갈지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의 이목이 여의도로 집중되고 있다.

여·야는 만반의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25일, 26일 이틀에 걸쳐 연찬회를 가지고 성공적인 국감을 기원했다. 국감에서 새누리당의 책사 역할을 하게 될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지난 25일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들을 향해 “정책위원회에서 작성한 ‘2015 정기국회 대비 상임위별 주요현안 및 법안’ 책자를 배포할 예정”이라며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26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 비록 국감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9월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만 초청한 자리라 단순 오찬은 아니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새정치연합 측도 결의를 다졌다.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워크숍을 열고 국감을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대한 전략을 논의했다. 주요 의제로 꼽히는 비정규직과 청년 고용 문제 이외에도 정부의 시행령 개정, 대선 공약 파기 등을 지적하기 위해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서기호 원내대변인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청년일자리’ ‘경제민주화’ ‘세금’ ‘민생’ ‘정치개혁’ ‘남북관계’ 등에 대한 6대 ‘똑바로 세우기’ 시리즈를 제시하며 각오를 다졌다.

여·야 모두 빈틈없는 국감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다뤄질 이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가에서 들을 수 있는 굵직굵직한 키워드는 총 7가지가 있다.

[키워드 1·2·3]
국정원·롯데·조현아


국정원 직원 자살 사건과 해킹 의혹은 가장 뜨거운 감자로 꼽힌다. 국감 기간 내내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를 가득 채울 이슈 중 하나다. 새정치연합 측에서는 이미 이와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실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26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국정원·검찰·경찰·군 수사기관 등이 제출받은 통신비밀자료는 총 8224만5445건으로 집계됐다”며 “영장도 없이 수사기관이 요구만 해도 제출하는 통신자료는 인권침해가 심각하므로 압수수색을 통해서만 제출받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을 포함한 5대 사정기관(국정원·법무부·검찰청·경찰청·청와대 민정수석실)의 민간정보 취급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새정치연합 박남춘 의원은 최근 경찰의 개인정보 취급에 대해 “경찰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조회하거나 유출하여 징계를 받은 사례가 3년간 289명에 이른다”며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보유하고 있는 경찰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경찰을 결코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선 앞둔 마지막 국감, 치열한 총성 예고
2015년 전반기 강타한 ‘뜨거운 감자’ 산재

그러나 5대 사정기관에 대한 충분한 견제가 가능할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주장이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전화를 통해 “(정부기관에) 요청한 자료가 3분의 1도 오지 않았다”며 “제대로 하고 싶어도 도와주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롯데 사태는 또 다른 정가의 주요 이슈다. 여·야는 모두 한 목소리로 신동빈 롯데 회장의 국감장 출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기업도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는 이번 국정감사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지난 26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국감에 대비해 문제가 있었던 대기업을 상대로 증인명단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여·야 모두 공통분모로 신 회장을 지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증인 출석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이미 증인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해외출장 등의 이유로 응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지난 2014년 12월부터 대한민국을 달군 ‘땅콩회항’ 사건도 이번 국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야권 관계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한진그룹 임원들에 대한 증인 소환을 고려 중에 있다”며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승무원을 압박·회유하라는 회사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키워드 4·5]
메르스·탄저균

보건복지위원회는 메르스 사태 관련 국정감사를 하루 정해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소속 의원들은 보건복지부가 메르스에 관한 초동 대처에 소홀했던 점을 집중적으로 알아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9월1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되는 1차 국감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있는 세종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있는 오송을 오가며 관계자들을 만난다. 특히 21일에는 국회에서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를 출석시켜 메르스에 대한 집중 추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책임을 묻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장관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 26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임식을 갖고 자리를 승계했다. 책임자가 교체된 상황에서 전임 장관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여부가 이번 메르스 관련 국감을 관통하는 전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롯데·메르스 사태 등 상임위별 이슈
부실국감 우려 여전, 이번에도 호통치다 끝?

보건뿐 아니라 복지 분야에 대한 이슈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 일정을 확인해 보면 10월1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2차 국감이 대부분 연금·복지와 관련된 것들이다. 이에 대해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공약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군 탄저균 반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외교통일위원회가 준비 중이다. 비록 메르스 사태와 겹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소속 의원들은 확실한 문제로 인식하고 국감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직후 외통위 측은 탄저균 배달사고를 두고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이 불리해 발생한 것 아닌가”라고 외교부 관계자를 문책했다. 또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SOFA 조항의 수정보다 권고사항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이와 관련된 질의가 국감장에서 오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5 국정감사 정책자료’를 통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 국내에 특별한 허가절차 없이 반입되는 것을 막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키워드 6·7]
자원외교·성완종

자원외교 문제도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다시 한 번 이전 정권의 비리와 국부유출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경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사실상 소득 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4월경 종료된 국회 자원외교국정조사특위 이후 5개월여 만에 진행될 이번 국감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관련된 사항도 국감에서 다뤄질 수 있다. 경남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기소된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혐의사실을 부인했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관련 상임위는 경남기업 관계자들을 국회로 불러 금융권으로부터 특혜성 자금지원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된 발언이 야권에서 나올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분리 국감에 터지는 불만

여·야가 합의한 국정감사(이하 국감) 날짜가 발표되자 의원실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추석연휴는 좀 쉬어보나 생각했던 보좌진들은 국감일정이 9월10~23일과 10월1~8일에 분리돼 실시된다는 소식에 연휴를 일찌감치 반납했다.

지역활동에 매진해야 할 시기임에도 국감 일정이 겹쳐 보좌진들은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 의원들의 보좌진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장거리 이동뿐만 아니라 국감 준비까지 병행해야 되기 때문이다.

추석연휴 반납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어느 순간 국감이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는 의견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전파를 타는 국감을 소홀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역민들과의 접촉면을 줄여가면서 국감을 준비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딜레마는 국감이 끝나는 10월8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선을 지낸 여성의원을 보좌하는 경우 더욱 힘들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최근까지 보좌관을 지낸 여권의 한 여성관계자는 “초선 여성의원을 수행할 때 주위에서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의정활동까지 챙겨야하니 그때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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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