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덜내는 노하우 ‘알면 돈 된다’

‘콕 짚어준’ 상가투자 절세법

저금리로 상가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들이 상당히 많은 탓이다. 막상 마음에 드는 상가가 있더라도 필수적으로 부딪치는 과정이 있는데, 과연 누구의 명의로 해야 유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계약자 누구 명의 유리? “취득 전 검토 필수”
취득세·부가가치세 비교…자금조사도 유의

대기업 부장으로 은퇴를 앞두고 있는 허창(57·가명)씨는 약 7000만원(평균 과세표준 35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허씨는 그동안 모은 자금으로 노후를 대비해 연간 1500만원의 임대소득이 기대되는 단지 내 상가를 5억원에 본인의 명의로 분양을 받았다. 얼마 전 그는 지인에게 자신이 분양받은 상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왜 상가 명의를 전업주부인 부인 명의로 하지 않는가?’였다. 한평생 한 직장에 몸 바친 허씨가 상가 명의에 대한 것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가투자 전에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세금, 즉 종합소득세가 얼마나 증가할 것인지 여부다. 직장에 다니는 경우 근로소득이 임대사업소득 등에 합산돼 6∼38%의 누진세율로 과세되면 세금이 크게 증가한다. 건강보험료도 추가될 경우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어 취득 전에 누구의 명의로 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본인으로?
배우자로?

업계에 따르면 상가 명의는 ▲계약자 본인으로 하는 경우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하는 경우 ▲소득이 없거나 적은 쪽으로 하는 경우 등 3가지가 있다. 만약 투자자 자신이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는 근로소득자이거나 연봉이 높은 경우 명의를 바꾸는 것이 절세효과가 크다. 근로소득자로서 부동산 임대소득이 본인의 수입에 추가되는 경우 소득 발생년도 다음해 5월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허씨의 사례에 세율을 적용시켜 보면, 허씨 명의로 분양받을 경우에는 기존 근로소득과 새로 발생한 임대소득을 합한 5000만원(연봉 3500만원+임대수익 1500만원)에 대해 24%의 세율을 적용받아 약 678만원가량의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허씨의 아내 명의로 상가를 취득한다면 그는 자신의 근로소득세 417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아내 소유의 상가에는 연 1500만원에 대해 15% 세율이 적용돼 약 117만원가량의 세금을 내게 된다.

두 세금을 합하면 534만원가량이다. 허씨가 소유했을 때보다 144만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허씨의 상가는 이미 그의 명의로 돼 있는 상태. 이 상가를 아내 명의로 바꾸려면 증여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부부 간 증여세 비과세 범위가 종전 3억원에서 6억원(10년 이내 증여 재산을 합한 금액)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허씨는 혜택을 볼 수 있다. 그의 상가 분양가는 5억원이므로 증여세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으로 취득 시에 검토해야 할 취득세와 부가가치세, 자금출처조사는 어떻게 될까. 허씨는 어떤 세금문제를 만나게 되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급여 받으면
없는 쪽으로

먼저 상가는 취득세 등 부대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취득할 때의 취득세율은 4%(지방교육세 등 포함 시는 4.6%)가 적용된다. 과세표준에 부가가치세는 제외된다. 따라서 허씨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5억원에 상가를 취득했으므로, 이에 4.6%를 곱한 23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주택의 경우에는 1∼3%로 저렴한데, 상가 등 임대수익형 상품은 기본 취득세율이 4%가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세법상의 고급오락장(유흥주점영업장 등)을 취득하거나 취득 후 5년 내에 이의 용도로 임대하면 취득세가 8%로 중과세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다음으로 일반과세자는 취득시 부가가치세를 환급받는데, 취득하면 부가가치세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포괄양수도계약방식으로 계약하면 부가가치세가 발생하지 않지만, 신규분양 등의 경우에는 부가가치세가 발생하므로 이를 환급받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가 부가가치세를 돌려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우선 사업자등록신청을 할 때에는 일반과세자로 등록해야 한다. 간이과세자는 영세한 업체에 해당하는 사업자로서 부가가치세 부담이 거의 없다. 세금계산서 발행의무도 면제하고 있다. 이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제도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지 않는다.

“세금 줄이면 상품가치 극대화”
분양 중인 유망 상가는 어디?


사업자등록은 임대개시일로부터 20일 내에 해야 하나, 신규사업자는 부가가치세 환급을 위해 사업개시 전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법에서는 공급시기가 속한 과세기간 종료일부터 20일 내에 신청한 경우 해당 과세기간 내에 교부된 세금계산서 상의 매입세액을 환급해준다. 만일 부가가치세를 빨리 환급을 받으려면 조기환급신고를 하도록 한다. 여기서 조기환급신고는 매월 또는 매 2월 또는 분기단위 중에서 선택에 의하며, 조기환급 신고기한 경과 후 15일 내에 환급된다.

마지막으로 상가취득자금에 대한 출처조사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상가취득자금이 증여성에 해당되면 일차적으로 증여세가 나올 수 있다. 그 자금이 사업자금에서 온 경우에는 이차적으로 사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상가를 취득할 때에는 자금관계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세금에 흥하고
세금에 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 주요 역세권, 아파트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상가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어느 지역에 투자를 해야 좋은지 만큼이나 계약 시 명의를 누구로 할지 등 세금에 대한 지식은 필수가 되고 있다”며 “절세 노하우를 익혀 놓으면 상가의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유망 지역에서 분양(예정) 중인 상가들이다.

▲마곡 G퍼스트 = 서울 마곡지구 B5-1BL에 ‘G퍼스트’상가와 오피스를 분양 중이다. 연면적 3만6609.66㎡, 지하 5층∼지상 14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 지상 1∼2층은 상가, 지상 3∼4층은 94실의 오피스, 지상 5∼14층은 오피스텔 475실로 구성된다. 5호선 마곡역과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 상가로 가시성과 접근성이 좋은 사거리 코너상가다. 전용률 약 52% 선으로 3면 개방형 상가 1층 24개, 2층 15개 점포 오피스텔 고정수요와 발산역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가능하다. 준공은 2017년 말 예정.

▲위례 우남역 GM프라자 = 경기 성남 수정구 위례신도시 근생 7-1-3, 4블록에 우남역 ‘GM프라자’상가가 분양 중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4664.70㎡ 규모다. 수변공원이 인접해 있다. 전용률 62.6%를 자랑한다. 총 34개 점포로 3.3㎡당 분양가는 750만∼3800만원 선이다. 주변 경쟁 상품과 비교해 저렴하며 계약금 20% 중도금 20%, 잔금은 60% 조건이다. 주차는 28대가 가능하다. 8호선 우남역과 트램선 더블역세권으로 1만2000가구(2015∼2016년 3월 입주, 약 3만5000명)의 아파트와 주상복합 1450가구, 단독주택 900가구 및 바이오산업단지와 국방문화센터, 호텔, 컨벤션센터, 도서관, 수영장 등 유동인구가 풍부하다. 입주는 2015년 10월 말 예정.

▲마포 딜라이트 스퀘어 = 대우건설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마포 한강 1·2차 푸르지오 단지 내 상가인 ‘딜라이트 스퀘어’를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하루 유동인구가 45만여명에 달하는 수도권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직접 연결된다. 오픈 브릿지를 통해 마포 한강 1·2차 푸르지오 단지와 이어져 구매력 높은 주상복합 입주민을 고정수요로 끌어들일 수 있다. 축구장 7개 규모와 맞먹는 총 4만5620㎡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층 186개 점포로 구성된다. 이 중 71실을 1차로 분양한다.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몰 = 분당선, 용인에버라인 환승역세권인 기흥역에 기흥역 롯데캐슬 레이시티 단지 내 스트리트형 상가인 ‘롯데캐슬 레이시티몰’이 분양 중이다.
5100세대 복합도시로 이뤄진 기흥역 복합도시 내 5번 출구 바로 앞 초역세권 상가로 고정수요는 물론 유동인구 유입에도 용이하다. 선호도가 높은 지상 1층과 2층, 총 33개 점포가 공급된다. 인근에 유동인구 유입이 기대되는 대중교통 환승센터 조성과 AK프라자가 입정할 예정이다.

▲동탄2지구 동탄테크노타워 = 경기 화성시 동탄2지구 동탄일반산업단지에서 ‘동탄테크노타워’오피스텔과 상가가 분양 중이다. 동탄테크노타워는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 지상 1∼2층은 상가, 지상 3∼7층은 오피스텔 105실로 구성된다. 상가는 우리은행 입점이 확정됐다. 총 20개 점포로 3.3㎡당 분양가는 750만∼2300만원 선이다. 대출금(40%)과 보증금을 감안하면 3억원대로 투자가 가능하다. 즉시 입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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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