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식 통일 청사진 완전해부

‘당근과 채찍’으로 대화 이끌어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5일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후반기를 시작하게 되는 박근혜정부는 전반기보다 더욱 숨 가쁜 국정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외교부문에 있어서는 9·10월 연이어 빅2 정상을 만나는 일정이 예정돼있다. 8·15기념식을 전후로 박 대통령은 ‘통일’을 언급하며 만남의 목적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바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초에 있을 중국 ‘항일전쟁·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이하 전승절)’ 방문을 시작으로 10월에는 ‘메르스 사태’ 이후 무기한 연기됐던 방미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연내에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등 외교부문에 있어서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각국 정상들과 나눌 대화의 최대 화두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상회담
북한 압박

최근 박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에 참석해 한 발언이 화제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이 지난 7월10일 청와대에서 비공개로 열린 통준위 민간위원 집중토론회에 참석해 “내년에라도 통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며 한 참석자의 입을 빌려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참석자 중 한 명은 “북한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한 생각이 잠재의식 속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통준위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북의 급변사태를 시사한 것은 아니다’라며 확산을 경계했지만, 최근 8·15기념식을 전후로 박 대통령이 ‘북한’과 ‘통일’에 대한 발언을 아끼지 않고 있어 발언의 취지에 대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광복절 70주년 경축사 또한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로 완성될 것”이라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이루고 민생을 해결하며 평화·통일의 길을 함께 열어나갈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설 도중 박 대통령은 ‘7·4남북공동성명’을 언급하는 등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 간 긴장관계로 인해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북한전문가 대부분의 생각이다.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도발이 자행된 이후 북한은 줄곧 ‘조작된 모략극’이라고 말하고 있어 국내 여론은 악화 일로에 있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있었던 이희호 여사 방북 때 북한은 “박근혜정부와는 남북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뜻을 전했다. 지난 20일 자행된 북한의 ‘포격도발’은 이러한 남·북 갈등을 절정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중국 전승절
김정은 초대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당국에서 추진하던 이산가족명단교환 및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설치 등에 대한 제안도 잇따라 거절당하고 있어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박 대통령의 경축사에는 북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제안이 담길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지뢰도발로 현실화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근혜정부는 외교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해법을 찾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박 대통령의 방중·방미 소식으로 이러한 전망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에 맞춰 중국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9월3일로 예정된 전승절에 박 대통령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의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의 만남에서 다양한 얘기가 오고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핵’ 문제도 그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북한의 제3차 핵실험 및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전승절에 맞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박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은 박 대통령에게 전승절 참석을 청한데 이어 김 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했던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가장 환영할 만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아직 북한 측에서 방문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투트랙, ‘도발엔 단호, 대화엔 협력’
한·중·일 정상, ‘전승절’서 만남 추진


<연합뉴스>를 통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중 간 움직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면서 “핵문제를 둘러싼 북·중 간 긴장과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10월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사태로 미뤄뒀던 미국 방문을 시작한다. 그달 16일에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계획돼 있다. 당초 지난 6월16일 성사될 예정이었으나,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한·미 정상 간 대화의 화제는 단연 북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밝혔듯 두 국가 간 동맹국으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등 대북공조, 동북아 안보 등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 소식을 전하는 <미국의 소리(Voice of America)>는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이번 10월 방미의 주 의제는 북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쇼프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 한반도 긴장 완화가 지지부진하다는 점, 김정은 체제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점을 들어 한·미 정상이 나눌 대화의 핵심은 북한이 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회담
대북 공조 확인

2개월여에 걸쳐 방중·방미를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여권의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정상급 인사들의 해외 방문에 대해 “아무리 급해도 1개월 전에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2~3개월 전에는 방문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남·북 관계의 활로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은 지금보다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10일에 북한 노동당 70주년 행사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전례를 봤을 때 북한은 이날 ‘4차 핵실험’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못해도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등 무력시위를 벌일 것이란 게 북한전문가들 대부분의 예상이다. 따라서 남·북 긴장관계가 지금보다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0월 방미, 오바마와 북핵 현안 논의

10·10 노동당 70주년, 북 도발 예고

박 대통령은 이러한 도발에 맞서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승절에 맞춰 아시아 국가들 간의 외교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연내 3자 정상회담이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은 의장국으로서 10월 내 추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3일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가급적 올해 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3자 회담이 성사되면 이후 ‘한·중’ ‘한·일’ 정상회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 과계 개선이라는 화두도 있어 박근혜정부는 일본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3자 회담이 꺼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을 둘러싸고 있는 한·중·일 3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외교적 고립이 더욱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연내 추진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일 회담
북한 고립

최근 박근혜정부는 북한에 대해 ‘도발엔 단호, 대화엔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지뢰도발이 있었을 당시 “북한의 행동은 명백한 군사도발”이라고 말한 반면, 8·15경축사에서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 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말이 단적인 예다.

3자 회담 또한 같은 기조로 해석된다. 북한을 압박·고립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낸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발 빠르게 진행될 외교전에서 박 대통령은 과연 청사진대로 북한을 움직일 수 있을지, 그 출발점이 될 전승절에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전승절 참석, 국민의 생각은?

국민의 50% 이상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전승절에 참석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중국으로부터 전승절에 초대받은 박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야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 50% 이상인 51.8%가 ‘참석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반면 ‘불참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20.6%를 보였으며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27.6%로 조사됐다.

국민 50%↑ “박 대통령 전승절 참석해야…”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참석 의견이 많이 나왔다. 50대의 경우 64.8%가, 60세 이상의 경우는 64.0%가 참석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인 20대에서는 참석 의견이 32.1%, 불참 의견이 39.1%로 나타나 오히려 행사에 불참해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지난 18일 발표된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주간 정례조사에서는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메르스 사태 이후 지난 8주 동안 33~37%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해왔던 지지율이 8월 첫째 주엔 전주대비 4.6%포인트 오른 39.5%를 기록했고, 둘째 주엔 39.9%를 기록하면서 40%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 광복절과 관련된 행사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