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에 반발해 대학 건물에서 투신자살 했다. 17일 오후 3시5분께 부산 금정구 부산대 본부건물 4층 국기게양대에서 이 대학 국문과 고 교수가 1층 현관으로 투신했다. 고 교수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고 교수는 현장에서 “총장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치며 투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장에서는 총장 직선제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A4 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고 교수는 유서를 통해 “총장이 처음의 약속을 여러 번 번복하더니 최종적으로 총장직선제 포기를 선언하고, 교육부 방침대로 간선제 수순에 들어갔다”면서 “부산대는 현대사에서 민주주의 수호의 최루 보루 중 하나였는데,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총장 직선제 폐지 반대” 자살
추진하던 간선제 원점 재논의
또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덧붙였다. 경찰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투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부산대는 최근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차기 총장을 선출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반발한 부산대 교수회는 대학본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전개하는 등 갈등을 빚어 왔다.
이 사건으로 김기섭 부산대 총장이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총장은 임기는 내년 1월5일까지였다. 김 총장은 “차기 총장을 간선제로 선출하는 게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간선제로 추진하던 차기 총장 후보 선출 절차를 중단하고, 교수회와 이 문제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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