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세대 빵빵…투자자들 군침 질질

넘치는 수익형 부동산 '알짜 고르는 법'

저금리로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분양초기에 높은 인기를 얻다가 공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공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 외면당하는 상품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과거 학습효과로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 주저하는 모습이다.

‘저금리 시대’ 인기 고공행진…공급과잉 지적
공실 우려 목소리 커져…외면 상품들 많아져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적인 상품은 테마 쇼핑몰, 도시형 생활주택, 분양형 호텔 등이 있다. 공실의 위험에서 벗어나 적정 수익을 얻으려면 배후세대가 얼마나 풍부한지, 투자하려는 상품이 임차인이 선호하는 입지인지를 투자 전에 꼭 따져봐야 한다. 그렇다면 배후 및 소비세대가 풍부한 지역은 어디일까. 멀티 역세권, 업무밀집지역, 대학가, 외국인 관광지 등을 꼽을 수 있다.

배후·소비세대
풍부한 지역은?

▲멀티 역세권 = 역세권에 입지한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수요가 풍부하고, 불황기에도 가격하락의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환승역세권인 경우 사통팔달의 교통의 요지로 향후 시세차익도 가능하다. 2개 이상의 노선이 겹치는 환승역세권 상가는 단일역보다 풍부한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배후수요가 많아 이곳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기도 한다. 환승역은 대체로 도심과의 접근성이 좋다. 환승역은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노선이 서로 만나 상대 노선의 열차로 갈아타는 것이 가능한 역을 뜻한다. 좁은 의미로서의 환승역은 광역 철도 또는 도시 철도로 이루어진 두 가지 이상의 노선이 만나 다른 노선으로 환승이 가능한 역을 뜻한다. 넓은 의미로는 일반 철도나 다른 교통수단까지 포함한다.

환승역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먼저 목적지까지 최단거리로 갈 수 있게 해준다. 버스도 환승권을 주로 경유하면서 지역 연계성을 살려준다. 여기에 대중교통 이용도가 높은 젊은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업종의 다양성과 경쟁력까지 높아진다. 환승역 인근의 상가는 지역상권에서 랜드마크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3·7·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 주변에 위치한 센트럴시티, 2·6호선 합정역세권 메세나폴리스, 2·7호선 건대입구역세권의 스타시티 모두 랜드마크 상업시설로 우뚝 섰다. 임대료도 올랐다. 지난해 4분기 홍대역 상권의 임대료는 2013년보다 무려 46.5% 올랐다. 합정역 상권도 39.3% 상승했다.


▲업무밀집지역 = 대기업 산업단지 인근에는 근무자가 기본적으로 수만명이 넘기 때문에 배후수요가 풍부한 장점이 있다. 근로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다수 위치하고 있어 소비여력이 뛰어난데다, 강남이나 도심처럼 오피스텔 공급도 많지 않아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학가 = 대학가의 경우 상권이 형성되기 좋은 역세권에 위치한 경우가 많고 고정 고객 확보가 용이하다. 캠퍼스 내 기숙사 등 부족으로 인한 대학생 수요 확보가 수월하다.

▲외국인 관광지 = K팝, K드라마, K음식 등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연간 20% 이상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들이 자주 찾고 관심 갖는 지역은 수익형 부동산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 중이다.

“발품 팔아야
 위험 줄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는 총 612만6865명이다. 매년 20%가량 증가해 2018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1분기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도 142만6262명으로, 전년도 동분기 대비 36.3% 늘었다. 몰려드는 요우커들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가 한국에서 쓰고 간 돈은 무려 14조원에 달해 준중형 승용차 92만대가량을 수출한 것과 맞먹는 경제효과를 냈다.

부동산 전문가는 “수익형 부동산에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위해서는 임대수익 확보가 용이한 입지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임대수요가 풍부한 역세권이나 대학가에서 분양 중인 물량일지라도 전용률, 주거환경, 주거 내 편의시설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수한 입지여건으로 인한 프리미엄, 해당 지역의 상주·유동인구, 임대차 수요·공급 현황 등과 함께 개발호재, 대규모 사업장(점포) 분포도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 발품을 파는 것이 공실로 인한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배후세대가 탄탄한 수익형 부동산 현황이다.

I 멀티 역세권 I


▲딜라이트 스퀘어(상가) = 대우건설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마포 한강 1·2차 푸르지오 단지 내 상가인 ‘딜라이트 스퀘어’를 분양 중이다. 이 상가는 하루 유동인구가 45만여명에 달하는 수도권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과 직접 연결된다.  오픈 브릿지를 통해 마포 한강 1·2차 푸르지오 단지와 이어져 구매력 높은 주상복합 입주민을 고정수요로 끌어들일 수 있다. 축구장 7개 규모와 맞먹는 총 4만5620㎡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층 186개 점포로 구성된다. 이 중 71실을 1차로 분양한다.

주변 교통환경이 괜찮다. 서울 지하철 2·6호선 합정역과 바로 연결된다. 단지에서 반경 2㎞ 이내에 지하철 2·6·9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가 지난다. 홍대·상수·합정역 일대로 기존 홍대 상권이 확장하고 있어 젊은층은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는 연남·망원동도 가깝다.

I 업무 밀집지 I

▲마곡 동익 드 미라벨(상가) = 동익건설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I7-1, 2블록에 들어서는 상업시설인 ‘동익 드 미라벨’1층 회사보유분을 선착순 분양한다. 마곡지구의 주거∼행정∼업무타운으로 이어지는 골든트라이앵글 내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8층으로, 연면적 4만4297㎡ 규모로 지상 1∼2층과 8층에는 168개의 점포가, 3∼7층에는 62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조성된다.

상가 북서쪽으로 9000여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고, 남쪽으로는 강서 세무서, 강서구청 등의 행정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동쪽으로는 LG사이언스 파크, 이랜드 등의 업무시설이 조성된다. 컨벤션센터, 전시장, 신세계몰 등이 들어설 특별계획구역(예정)과도 마주하고 있다. 마곡지구 인근 상가에 비해 분양가는 낮고 전용률은 매우 높다.

▲동탄 테크노타워(상가) = 경기도 화성시 동탄2지구에 동탄일반산업단지 833-4번지에 ‘동탄 테크노타워’오피스텔과 상가를 분양 중이다. 연면적 7868㎡,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다. 지하층은 주차장(94대), 지상 1∼2층은 상가, 3∼7층은 105실의 오피스텔로 구성된다. 오피스텔은 A, B타입 두가지로 대기업이 기숙사로 선임대가 확정됐다. 3층은 넓은 테라스가 제공되어 인기가 높다.

3∼7층은 전용 2만625㎡로 1인이 거주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감각적이고 깔끔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모던한 감성공간으로 구성된다. 동탄테크노타워 동탄산업단지 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텔로 산업단지 내 사원 주거시설이 절대로 부족한 실정이다. 동탄산업단지는 약 150개의 우량업체와 약 2만명의 상주인원이 근무 중이다.

‘전용률, 주거환경, 편의시설…’
임대수익 확보 입지 여건 중요

I 대학가 I

▲성남 센트럴푸르지오시티(오피스텔) = 지하철 8호선 수진역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한 총 1255실 규모의 ‘성남 센트럴푸르지오시티’오피스텔이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3층, 전용면적 20∼49㎡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2개 동으로 지어진다. 오피스텔은 총 20개 타입으로 약 93%가 전용면적 20∼28㎡의 소형으로 이뤄진다. 2룸 타입인 40∼49㎡는 48실이 지어진다. 실당 1대씩의 자주식 주차공간이 제공된다.

뒷골목 상권 먹자골목의 하루 유동인구가 약 10만여명에 달한다. 인근에 가천대, 동서울대, 폴리텍1대학, 신구대, 을지대 등의 대학교가 많다. 성남 하이테크밸리와 판교 테크노밸리, 문정법조타운 등이 가까워 임대수요가 풍부하다. 지하철 8호선 수진역과 분당선 모란역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잠실역이 11개역 23분, 판교역이 6개역 20분, 선릉역이 10개역 22분이면 도달이 가능하다.

▲광교 유니코어(상가) = 광교신도시에 원일종합건설의 2번째 오피스텔인 4-6블록에 들어서는 ‘광교 유니코어’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가 분양 중이다. 신분당선 경기도청역 도보 1분 거리로 지하 1층∼지상 2층으로 구성된다. 전용률 60%대, 1층 기준 3.3㎡당 1000만원대부터 가능하다. 494실의 단지 내 근린 업종 및 역세권 업종 등 다양한 업종의 입점이 가능하다. 주변에 오피스텔 3000여실이 밀집돼 있다. 회사 사옥들이 계속 입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후수요가 탄탄하다.


I 외국인 관광지 I

▲강남역 센트럴애비뉴(상가) = 2호선, 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에 ‘강남역 센트럴푸르지오시티’단지 내 상가인 ‘강남역 센트럴애비뉴’가 회사보유분을 분양 중이다. 이번에 공급되는 점포수는 5개층, 총 26개로 3.3㎡당 최소 2000만원대에서 최대 7000만원대로 책정됐다. 4면 개방 스트리트형 몰링상가에 강남역 초역세권 입지로 1일 약 21만명, 주말 35만∼40만명의 유동인구와 상주 인원 2만여명에 달하는 삼성오피스타운이 배후다. 총 728실에 달하는 오피스텔 입주민이라는 고정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용인 센트럴 코업호텔&오피스텔(게스트하우스) = 포스코 ICT와 중앙건설이 시공을 맡은 ‘용인센트럴 코업호텔&오피스텔’이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역삼구역 M1-1-2블록에 대지면적 5006㎡, 연면적 4만4479㎡, 지하 4층∼지상 17층, 총 726실 분양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용인대 게스트하우스는 지상 3∼8층, 300실, G1·G2·G3의 3가지 타입이다. 용인대에서 게스트하우스로 10년+10년(갱신) 장기 임대차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역삼도시개발지구 내 최요지로 용인대, 명지대, 송담대, 강남대를 포함해 4개 대학의 약 2만8000명이 차량으로 10분 이내 통학이 가능해 대학생 숙소로 인기가 많다. 

코업오피스텔은 지상 9∼17층, 426실, H1·H2·H3·H4의 4가지 타입이다. 국내 최대 운영사로 알려진 코업의 ㈜S&B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용인의 대표적인 관광지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을 찾은 관광객의 숙소이자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진입을 위한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호텔형 오피스텔로 개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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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