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신라면세점 공영주차장 특혜 의혹

주차장 주면 시민들은 어디에?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HDC신라면세점이 신규 시내면세점으로 확정된 데에는 용산아이파크몰 시설 활용을 통한 투자비 절감과 대규모 주차공간 확보가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아이파크몰 내 옥외주차장을 신설할 계획이던 HDC신라면세점에 용산구청이 ‘황금티켓’인 공영주차장을 지원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영주차장을 기업에 지원해 준 것에 대한 구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달 5일, 서울시가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심사기준에 관광버스 수백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 공간 확보’를 최우선 조건으로 반영해달라는 요청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이에 서울시 주차난 심각지대인 명동과 동대문 등지를 면세점 부지로 제출한 신세계그룹, 롯데면세점, SK네트웍스는 확정 발표를 앞두고 난항에 겪게 됐다.

면세점 주차공간 
막판 변수로 작용

주차공간 확보가 신규 시내면세점 선정에 막판 변수로 작용한 데는 중국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다. 기존 시내면세점이 소재한 명동·광화문 일대의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경우 평일 200여대, 주말 300여대의 관광버스가 방문하지만 관광버스 주차공간이 15대 정도에 불과해 명동 일대의 주차난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화문에 소재한 동화면세점도 주차공간 부족으로 인한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신규 시내면세점 발표를 5일 앞두고 ‘주차공간 확보’가 막판 변수로 작용한 가운데 입찰 평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롯데는 동대문 롯데피트인을 면세점 부지로 선정했으나 승용차 16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만을 확보했다.

동대문 케레스타를 면세점 부지로 선정한 SK네트웍스도 인근 300m 반경에 대형주차 150여대 수용 주차공간만을 확보했고, 이랜드그룹(서교동 자이 갤러리)도 망원지구 공영주차장과 상암동 평화의공원 주차장 연계 계획과 함께 선정 예정 부지 내 대형버스 10대와 승용차 13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만을 확보했다.


‘황금티켓’ 거머쥔 결정적 이유는 교통
옥외 신설 대신 용산구가 나서서 해결

반면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현대아이파크몰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현대아이파크몰)과 현대백화점(삼성동 무역센터점), 한화갤러리아(여의도 63빌딩)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 안정권에 진입, 시내면세점 경쟁에 대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대 시내면세점 입점 계획을 밝힌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아이파크몰 내 주차공간 신설 계획(350여대 관광버스 주차)과 함께 용산구청으로부터 공영주차장(43대 관광버스 주차)을 지원받아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최대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한화갤러리아도 63빌딩 주차장과 한강 고수부지 주차장 활용 및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인근 부지 매입 계획을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도심공항터미널과 무역센터점 별관주차장을 통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강남구가 계획 중인 아셈로 지하주차장 추가 조성 계획을 밝혔다.

연말 조기 개점
동네 사람은 불만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10일, HDC신라면세점·한화갤러리아·SM면세점이 신규 시내면세점으로 확정됐다.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된 데에는 충분한 주차공간 확보가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정된 세 기업은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대비해 내년 초에서 올해 연말 조기 개점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이달 중 개점을 위한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9월 초 면세점 선정 부지에 대한 설계 및 인·허가 절차를 마친 직후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아이파크몰의 3층~7층(문화관)에 해당하는 2만7400㎡ 규모를 면세점으로 조성하고 면세점과 전자상가 사이에 3만7600㎡ 규모의 관광차량 진입도로, 전용주차장, 한류공연장, 한류관광홍보관 등의 연계시설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용산구청이 지원하는 공영주차장과의 연결성을 높이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한다.

하지만 용산구청으로부터 공영주차장을 지원받은 HDC신라면세점에 대한 용산구민들의 반발이 거세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시내면세점 입찰 계획에 이미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했음에도 용산구청으로부터 공영주차장을 추가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의 설립 예정 주차장의 관광버스 주차면수는 350여대로 용산구청의 43대 주차공간 지원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관광버스가 동 시간대에 한꺼번에 유입되지 않고 순환식으로 운영된다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 시내면세점 중 매출이 가장 높은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동시간대 최대 관광버스 유입량은 100여대로 추정된다. HDC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 규모의 1.5배 수준으로 150여대 주차공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왜 기업 지원?” 구민들 반발 거세
안그래도…주차난 더욱 악화될 전망

용산구 후암동에 거주하는 김남권(32)씨는 “그렇지 않아도 주차공간이 부족해 용산구가 주차난을 겪고 있는데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이용공간인 공영주차장을 활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면세점이 오픈하고 나면 주말마다 이 일대가 주차난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체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구청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공영주차장의 일부를 기업에 지원해줬다는 건 특혜 제공으로 해석돼 아쉬울 따름이다”고 강조했다.

용산구가 HDC신라면세점에 지원하는 주차공간은 한강로3가 23-1에 해당하는 전자상가 제1공영주차장과 제2공영주차장이다. 현재 공영주차장(전체 면적 1만9950.8㎡)의 주차 가능대수는 제1공영주차장이 202대, 제2공영주차장이 196대다. 승용차의 주차구획은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3조(주차장의 주차구획)에 따라 너비 2.5m×길이 5m로 규정돼 있으므로 해당 주차장의 승용차 한 대당 차지하는 면적은 대략 50㎡다.
 

따라서 용산구청이 HDC신라면세점에 제공하는 공영주차장의 43대의 관광버스(3.5m×18m)에 해당하는 주차면적은 1만836㎡로 예상된다. 즉 HDC신라면세점의 관광버스 주차공간 제공으로 전자상가 제1공영주차장과 제2공영주차장에 승용차 250여대가 주차할 수 없으며 주차 가능 대수는 150여대에 불과한 셈이다.

‘이제 어디에 대나’
승용차 주차 축소

전자상가 공영주차장 일대의 교통체증이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자상가 공영주차장 인근에는 2017년 6월 개점 예정인 엠버서더호텔용산의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다. HDC신라면세점에 이어 앰버서더호텔용산까지 개점하면 용산역과 용산전자상가 이용객까지 더해져 해당 일대의 자동차 유입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엠버서더호텔용산과 전자상가 공영주차장 사이의 도로는 양방향 2차로로 도로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자상가의 한 전자제품수리업체 운영자는 “호텔과 면세점이 들어서 이 일대가 활성화되는 것은 좋지만 교통체증에 대한 충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도로 확장과 충분한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구청이 지원하는 공영주차장의 사용료에 대한 기업 임대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영주차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유료로 운영되며 5분 기준 250원의 사용료를 받고 있다. 월정기권은 13만원이며 장애인 및 저공해차량은 50%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HDC신라면세점 이용 관광버스의 주차요금은 현재 용산구시설관리공단과 협의 중이다.

용산구시설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공영주차장을 지원하는 것은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 전부터 합의된 사항이나 구체적으로 공영주차장을 언제 사용할 지와 사용료에 대해서는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일대의 유입 자동차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소음과 매연 등으로 피해를 보는 구민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용산구는 10만8234개면의 주차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용산구민의 자동차 보유량이 7만5450대로 나타나 외부 유입 자동차 3만2784대가 용산구에 추가 주차가 가능하다.

하지만 용산역 하루 이용객만 1만5000명, 엠버서더호텔용산의 객실수는 1730객실, 용산전자상가 2800여개 전자판매상, HDC신라면세점 예상 매출 2조4000억원 등을 미루어 보면 현재 용산아이파크몰 일대의 주차면수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소음과 매연 등으로 피해를 보는 구민들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재벌기업 특혜?
구 위한 혜택?

한편 용산구는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 한남동 일대에 250대의 주차공간을 확보한 주차장을 신설하고 이태원-녹사평역-한강진역의 길거리 주차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2018년까지 관광버스 주차장을 571대에서 927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장충체육관 인근 버스주차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주차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며 일각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만 너무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시의 주차난에 의한 교통혼잡지역은 남산, 남대문, 명동, 동대문 일대 등으로 주차장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vernur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