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 1번지' 경기서남권서 사라지는 여자들 추적

잔혹범죄 사각지대…터졌다하면 ‘충격’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수원·화성·안산 등 경기 서남권의 경우 잔혹범죄가 끊이지 않아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주민들의 범죄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수원역 인근에서 실종된 한 여대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04년 화성 여대생 실종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이번 사건과 함께 그간 경기 서남권에서 일어났던 잔혹범죄들을 되짚어본다.

 
경기 수원역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여대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5일 경기경찰청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께 경기 평택시 진위천 일대 진위배수지를 수색하던 중 배수지 인근에서 실종된 여대생 김모(21·여)씨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 주변에선 김씨가 실종 직전까지 신고 있었던 신발 한 짝도 함께 발견됐다.

여대생 실종
숨진채 발견
 
김씨의 시신은 CCTV분석을 통해 용의자 차량이 해당 경로를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을 수색 중이던 수원서부경찰서 형사에 의해 발견됐다. 김씨가 발견된 곳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윤모(45)씨가 건설업체에 근무하면서 배수로 공사를 했던 곳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14일 오전 1시18분께 김씨 남자친구(22)로부터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길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여자친구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같은 날 오전 4∼5시께 김씨가 사라진 수원역 인근에서 500여m 떨어진 장소에서 김씨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경찰은 소지품이 발견된 수원 매산로 주변의 한 건물에서 건설업체 이사인 윤씨가 김씨를 데려가는 듯한 모습이 찍힌 CCTV를 확보하고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벌였다.
 

CCTV에는 윤씨와 김씨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던 중 경찰의 추적을 받던 윤씨가 14일 오후 5시30분께 강원도 원주시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다. 숨진 윤씨가 몰던 차량 트렁크에선 김씨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다.
 
윤씨는 같은 날 오전 집과 직장에 차례로 들러 옷가지 등을 챙긴 뒤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경찰은 각 현장에서 증거물과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윤씨가 남자친구와 술에 취한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든 김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화성·안산 등서 잇달아 여성실종
수원서만 2년동안 성인녀 160명 행불
 
16일 수원서부경찰서는 국과수로부터 김씨의 사인이 목졸림에 의한 경부압박질식사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윤씨가 숨져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구심이 남지 않도록 윤씨의 행적과 범행 동기 등을 충분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의 직장동료와 가족 등을 불러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윤씨와 김양 사이에 연결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용의자 윤씨와 피해자 김양이 모두 숨져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일어난 여대생 실종사건은 과거 ‘화성 여대생 실종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04년 10월, 노모(당시 21·여)씨는 한밤중 화성복지관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서 2km가량 떨어진 봉담읍 와우리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노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새벽까지 주변 수색을 펼쳐 노씨의 청바지, 브래지어, 양말, 수영복, 가방 등 유류품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건발생 47일째 되는 날 인근 야산에서 노씨로 추정되는 유골과 머리카락이 발견됐고 결국 노씨의 사체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범인을 끝내 붙잡지 못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화성시는 강력사건 1번지로 불린다. 지난 2월에는 시신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져 지역주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경찰은 지난 2월 A(67·여)씨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던 중 A씨 소유 별채에 세들어 살던 김모(59)씨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그의 주거지를 감식하기로 했다. 김씨는 같은 달 9일 경찰의 감식을 앞두고 자신이 살던 별채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김씨 차량에서 A씨 혈흔을 확보했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김씨가 살인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방화 혐의만 적용해 기소한 뒤 경찰과 함께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이후 김씨가 쓰다버린 육절기에서 A씨의 피부, 근육 등 인체조직이 검출되자 검찰은 A씨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짓고 사건을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했다.

실종됐다하면…
싸늘한 주검으로
 
김씨는 미리 구입한 육절기를 이용해 A씨의 시신을 잘게 훼손한 뒤 상자 여러 개에 나눠 담아 인근 개울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버린 육절기 단면 100여곳에서 살점 등 A씨의 DNA를 분석한 결과 살해하지 않고서는 발견될 수 없는 여러 부위의 인체조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살인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씨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올해 1월 말부터 김씨가 인터넷 상에서 ‘인체해부도’ ‘인체해부학’ ‘육절기’ ‘골절기’ ‘띠톱’ ‘민찌기’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5개월여 만에 일단락됐지만 살인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노정환)는 지난 2월 화성에서 실종된 A씨는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유력 용의자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수원 팔달산에서 토막시신이 발견돼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팔달산 등산로에서 토막난 사체 일부가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발견된 것이다. 같은 달 5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4일 오후 팔달산을 등산하던 한 남성이 검은색 비닐봉투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비닐봉투를 확인한 결과 봉투 안에는 머리와 팔이 없는 상반신 사체가 담겨 있었다. 이후 수원시 매교동 인근 수원천 산책로에서 검은색 비닐봉투 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비닐봉투는 피해자의 살점으로 보이는 인체 일부를 덮고 있었다. 특히 시신의 장기가 없었다는 점이 인신매매·장기적출 괴담을 양산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
대부분 살인으로 드러나 
외국인 많아 수사 어려워
 
괴담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중국동포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월세방 계약을 했는데 며칠 머물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통의 신고전화가 수원서부경찰서에 접수되면서 용의자가 특정됐다. 경찰은 용의자 박춘봉(57)이 머물렀던 방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된 점, 팔달산에서 발견된 봉지와 유사한 점을 단서라 여기고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경찰은 잠복 끝에 그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박춘봉은 동거녀 김모(49)씨가 자신과 다투고서 짐을 싸 나간 뒤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박춘봉을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15부(양철한 부장판사)는 박춘봉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토막살인은 경기도 안산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4월 시화 방조제(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에서 낚시 중이던 한 남성이 토막난 시체가 담겨 있는 가방을 발견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 팔, 다리, 머리 등이 없는 몸통 사체를 수습했다. 이후 경찰은 머리, 손목, 발목 등을 추가로 발견해 손목에서 지문을 채취한 결과 피해자는 중국 국적 한모(42·여)씨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한씨의 남편 김하일(47)이 경찰서에 아내의 미귀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조카가 거주하는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와 공장에 출근하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건물을 수색해 옥상에서 한씨의 양팔과 양다리 사체 일부가 담긴 가방을 발견했다. 공장 주변에 잠복해 있던 형사 10명은 김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김하일은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한씨가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부하라고 강요하자 망치로 때린 후 목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증거인멸을 위해 부엌칼을 다듬은 후 화장실에서 사체를 토막 내 가방에 하나씩 담아 출퇴근 시간대를 이용해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영욱)는 아내인 한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시화방조제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김하일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수사 난항 일쑤
불안한 주민들
 

지난 2012년에도 토막사건이 일어나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2012년 4월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서 조선족 오원춘(56)이 휴대전화 부품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K씨(당시 28세·여)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냈다. 당시 오원춘에게 납치된 피해자 K씨는 오원춘이 집을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해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자세한 위치를 설명했지만 경찰은 자세한 위치를 물으며 K씨가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따지면서 대응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뒤늦게 피해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고접수 두 시간 만에 수색에 들어갔다. K씨의 신고전화를 받은 후 2일째 되는 날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옆집 주민의 제보를 받고 수사범위를 좁힌 경찰은 다세대 주택에서 토막 낸 시신을 가지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던 오원춘을 붙잡았다.
 
살해수법은 매우 악랄했다. 오원춘은 K씨 납치 당시 K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358점으로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오원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사형 구형과 함께 전자발찌 30년 부착도 요구했다. 이후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이동훈 부장판사)는 오원춘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오원춘이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김기정)는 범행 수법이 잔인해 죄질이 무겁지만, 인육 및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1심의 판결의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사형 판결을 내린 1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2013년 1월에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했다.
 
지난 2009년에는 ‘연쇄살인’이 각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경기 서남권 지역에서 여성들을 잇따라 살인한 연쇄살인마 강호순(57)이 붙잡히면서부터였다. 강호순은 2009년 1월 2008년 12월 경기도 군포시에서 실종된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추가 수사에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여성 7명이 연쇄적으로 실종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강호순은 연쇄살인을 부인하다 증거를 제시한 경찰에 군포 여대생을 포함해 7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강호순이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호순은 2006년 9월 강원도 정선군에서 당시 정선군청에서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 윤모(당시 23세·여)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2005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강호순은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2009년 8월 사형이 확정됐다.
 
경기 서남권에서 벌어지는 실종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원지역에서 실종된 18세 이상 여성은 지난 2년 새 15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실종사건이 끊이지 않자 당국이 팔을 걷어부쳤다. 경기도, 수원시, 경기지방경찰청이 수원시를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로 만들기 위한 안전시범도시 구축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안전시범지역 조성계획 수립과 시행, 경기지방경찰청은 범죄예방에 대한 자문과 범죄발생정보 관련 데이터 제공을 맡는다.
 
경기도는 도청 내 자문검사와 디자인전문가, 경찰청, 빅데이터전문가 등 범죄예방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수원시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원시도 제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안전마을TF를 구성, 수원시 내 옛 도심 지역인 지동을 중심으로 현장방문조사를 하고 안전도시조성을 위한 사업발굴과 기존의 관련사업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밤길 나서기
두려운 여성들
 
도는 수원시를 6891개 블록으로 세분화하고 범죄취약 정도, CCTV 감시취약지역, 유동인구 등을 분석해 CCTV 최우선 설치 지역 133개 블록, 우선설치 지역 420개 블록, 설치필요지역 979개 블록을 선정했다. 수원시는 이번 분석결과를 반영해 CCTV 설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도시형·도농복합형·농촌형 CCTV 사각지대 표준 분석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내 31개 시·군으로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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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