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 1번지' 경기서남권서 사라지는 여자들 추적

잔혹범죄 사각지대…터졌다하면 ‘충격’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수원·화성·안산 등 경기 서남권의 경우 잔혹범죄가 끊이지 않아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지역주민들의 범죄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수원역 인근에서 실종된 한 여대생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2004년 화성 여대생 실종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이번 사건과 함께 그간 경기 서남권에서 일어났던 잔혹범죄들을 되짚어본다.

 
경기 수원역 인근에서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가 실종된 여대생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5일 경기경찰청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께 경기 평택시 진위천 일대 진위배수지를 수색하던 중 배수지 인근에서 실종된 여대생 김모(21·여)씨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 주변에선 김씨가 실종 직전까지 신고 있었던 신발 한 짝도 함께 발견됐다.

여대생 실종
숨진채 발견
 
김씨의 시신은 CCTV분석을 통해 용의자 차량이 해당 경로를 이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을 수색 중이던 수원서부경찰서 형사에 의해 발견됐다. 김씨가 발견된 곳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윤모(45)씨가 건설업체에 근무하면서 배수로 공사를 했던 곳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14일 오전 1시18분께 김씨 남자친구(22)로부터 “여자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고 길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여자친구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같은 날 오전 4∼5시께 김씨가 사라진 수원역 인근에서 500여m 떨어진 장소에서 김씨의 지갑과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경찰은 소지품이 발견된 수원 매산로 주변의 한 건물에서 건설업체 이사인 윤씨가 김씨를 데려가는 듯한 모습이 찍힌 CCTV를 확보하고 윤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수사를 벌였다.
 

CCTV에는 윤씨와 김씨가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던 중 경찰의 추적을 받던 윤씨가 14일 오후 5시30분께 강원도 원주시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다. 숨진 윤씨가 몰던 차량 트렁크에선 김씨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 등이 발견됐다.
 
윤씨는 같은 날 오전 집과 직장에 차례로 들러 옷가지 등을 챙긴 뒤 종적을 감춘 상태였다. 경찰은 각 현장에서 증거물과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윤씨가 남자친구와 술에 취한 상태로 길에서 잠이 든 김씨를 납치한 뒤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화성·안산 등서 잇달아 여성실종
수원서만 2년동안 성인녀 160명 행불
 
16일 수원서부경찰서는 국과수로부터 김씨의 사인이 목졸림에 의한 경부압박질식사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윤씨가 숨져 사건이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구심이 남지 않도록 윤씨의 행적과 범행 동기 등을 충분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의 직장동료와 가족 등을 불러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윤씨와 김양 사이에 연결고리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용의자 윤씨와 피해자 김양이 모두 숨져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일어난 여대생 실종사건은 과거 ‘화성 여대생 실종사건’과 유사해 눈길을 끈다. 지난 2004년 10월, 노모(당시 21·여)씨는 한밤중 화성복지관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서 2km가량 떨어진 봉담읍 와우리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노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새벽까지 주변 수색을 펼쳐 노씨의 청바지, 브래지어, 양말, 수영복, 가방 등 유류품을 발견했다. 그리고 사건발생 47일째 되는 날 인근 야산에서 노씨로 추정되는 유골과 머리카락이 발견됐고 결국 노씨의 사체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범인을 끝내 붙잡지 못하면서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
 

화성시는 강력사건 1번지로 불린다. 지난 2월에는 시신없는 살인사건이 벌어져 지역주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경찰은 지난 2월 A(67·여)씨의 실종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던 중 A씨 소유 별채에 세들어 살던 김모(59)씨의 행적에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고 그의 주거지를 감식하기로 했다. 김씨는 같은 달 9일 경찰의 감식을 앞두고 자신이 살던 별채에 불을 질러 전소시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김씨 차량에서 A씨 혈흔을 확보했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김씨가 살인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방화 혐의만 적용해 기소한 뒤 경찰과 함께 살인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계속해왔다. 이후 김씨가 쓰다버린 육절기에서 A씨의 피부, 근육 등 인체조직이 검출되자 검찰은 A씨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을 짓고 사건을 ‘실종사건’에서 ‘살인사건’으로 전환했다.

실종됐다하면…
싸늘한 주검으로
 
김씨는 미리 구입한 육절기를 이용해 A씨의 시신을 잘게 훼손한 뒤 상자 여러 개에 나눠 담아 인근 개울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가 버린 육절기 단면 100여곳에서 살점 등 A씨의 DNA를 분석한 결과 살해하지 않고서는 발견될 수 없는 여러 부위의 인체조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살인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씨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 결과 올해 1월 말부터 김씨가 인터넷 상에서 ‘인체해부도’ ‘인체해부학’ ‘육절기’ ‘골절기’ ‘띠톱’ ‘민찌기’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5개월여 만에 일단락됐지만 살인사건의 가장 중요한 증거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노정환)는 지난 2월 화성에서 실종된 A씨는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유력 용의자 김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수원 팔달산에서 토막시신이 발견돼 지역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팔달산 등산로에서 토막난 사체 일부가 비닐봉지에 담긴 채 발견된 것이다. 같은 달 5일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4일 오후 팔달산을 등산하던 한 남성이 검은색 비닐봉투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비닐봉투를 확인한 결과 봉투 안에는 머리와 팔이 없는 상반신 사체가 담겨 있었다. 이후 수원시 매교동 인근 수원천 산책로에서 검은색 비닐봉투 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비닐봉투는 피해자의 살점으로 보이는 인체 일부를 덮고 있었다. 특히 시신의 장기가 없었다는 점이 인신매매·장기적출 괴담을 양산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
대부분 살인으로 드러나 
외국인 많아 수사 어려워
 
괴담이 삽시간에 번지면서 “중국동포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월세방 계약을 했는데 며칠 머물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통의 신고전화가 수원서부경찰서에 접수되면서 용의자가 특정됐다. 경찰은 용의자 박춘봉(57)이 머물렀던 방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된 점, 팔달산에서 발견된 봉지와 유사한 점을 단서라 여기고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경찰은 잠복 끝에 그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박춘봉은 동거녀 김모(49)씨가 자신과 다투고서 짐을 싸 나간 뒤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동거녀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용정)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박춘봉을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형사15부(양철한 부장판사)는 박춘봉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토막살인은 경기도 안산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4월 시화 방조제(안산시·시흥시·화성시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에서 낚시 중이던 한 남성이 토막난 시체가 담겨 있는 가방을 발견했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현장에 출동해 팔, 다리, 머리 등이 없는 몸통 사체를 수습했다. 이후 경찰은 머리, 손목, 발목 등을 추가로 발견해 손목에서 지문을 채취한 결과 피해자는 중국 국적 한모(42·여)씨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한씨의 남편 김하일(47)이 경찰서에 아내의 미귀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루어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조카가 거주하는 건물로 들어갔다가 나와 공장에 출근하는 것을 확인한 경찰은 건물을 수색해 옥상에서 한씨의 양팔과 양다리 사체 일부가 담긴 가방을 발견했다. 공장 주변에 잠복해 있던 형사 10명은 김씨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김하일은 경찰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밝혔다. 한씨가 자신의 계좌로 돈을 송부하라고 강요하자 망치로 때린 후 목졸라 살해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증거인멸을 위해 부엌칼을 다듬은 후 화장실에서 사체를 토막 내 가방에 하나씩 담아 출퇴근 시간대를 이용해 유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영욱)는 아내인 한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시화방조제 등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김하일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수사 난항 일쑤
불안한 주민들
 

지난 2012년에도 토막사건이 일어나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2012년 4월 수원시 팔달구 지동에서 조선족 오원춘(56)이 휴대전화 부품공장에서 일하고 퇴근하는 K씨(당시 28세·여)를 자신의 집으로 납치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토막냈다. 당시 오원춘에게 납치된 피해자 K씨는 오원춘이 집을 나간 사이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해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자세한 위치를 설명했지만 경찰은 자세한 위치를 물으며 K씨가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따지면서 대응해 논란이 됐다.
 
경찰은 뒤늦게 피해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신고접수 두 시간 만에 수색에 들어갔다. K씨의 신고전화를 받은 후 2일째 되는 날 “부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옆집 주민의 제보를 받고 수사범위를 좁힌 경찰은 다세대 주택에서 토막 낸 시신을 가지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던 오원춘을 붙잡았다.
 
살해수법은 매우 악랄했다. 오원춘은 K씨 납치 당시 K씨가 강하게 저항하자 둔기로 내리치고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범행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시신을 358점으로 토막 내 여행용 가방과 비닐봉지 등에 나눠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오원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사형 구형과 함께 전자발찌 30년 부착도 요구했다. 이후 수원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이동훈 부장판사)는 오원춘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오원춘이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부장 김기정)는 범행 수법이 잔인해 죄질이 무겁지만, 인육 및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1심의 판결의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고, 사형 판결을 내린 1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2013년 1월에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했다.
 
지난 2009년에는 ‘연쇄살인’이 각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경기 서남권 지역에서 여성들을 잇따라 살인한 연쇄살인마 강호순(57)이 붙잡히면서부터였다. 강호순은 2009년 1월 2008년 12월 경기도 군포시에서 실종된 여대생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추가 수사에서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경기 서남권 일대에서 여성 7명이 연쇄적으로 실종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강호순은 연쇄살인을 부인하다 증거를 제시한 경찰에 군포 여대생을 포함해 7명을 살해했다고 털어놨다.
 
 
강호순이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호순은 2006년 9월 강원도 정선군에서 당시 정선군청에서 근무하던 여성 공무원 윤모(당시 23세·여)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또 2005년 10월 경기도 안산시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강호순은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사형을 선고했다. 2009년 8월 사형이 확정됐다.
 
경기 서남권에서 벌어지는 실종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경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수원지역에서 실종된 18세 이상 여성은 지난 2년 새 159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실종사건이 끊이지 않자 당국이 팔을 걷어부쳤다. 경기도, 수원시, 경기지방경찰청이 수원시를 전국 최고의 안전도시로 만들기 위한 안전시범도시 구축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안전시범지역 조성계획 수립과 시행, 경기지방경찰청은 범죄예방에 대한 자문과 범죄발생정보 관련 데이터 제공을 맡는다.
 
경기도는 도청 내 자문검사와 디자인전문가, 경찰청, 빅데이터전문가 등 범죄예방 전문가들로 구성된 TF를 구성해 수원시를 지원할 계획이다. 수원시도 제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안전마을TF를 구성, 수원시 내 옛 도심 지역인 지동을 중심으로 현장방문조사를 하고 안전도시조성을 위한 사업발굴과 기존의 관련사업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밤길 나서기
두려운 여성들
 
도는 수원시를 6891개 블록으로 세분화하고 범죄취약 정도, CCTV 감시취약지역, 유동인구 등을 분석해 CCTV 최우선 설치 지역 133개 블록, 우선설치 지역 420개 블록, 설치필요지역 979개 블록을 선정했다. 수원시는 이번 분석결과를 반영해 CCTV 설치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도는 올해 말까지 도시형·도농복합형·농촌형 CCTV 사각지대 표준 분석모델을 개발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내 31개 시·군으로 확대·적용할 계획이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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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