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정국 정치권 7인3색 동상이몽

위기일발 박근혜·이병호, 이환위리 안철수·원유철·이종걸, 천재일우 김무성·문재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정원 해킹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민간을 대상으로 해킹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됨은 물론, 느닷없이 국정원 직원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바쁘다. 관계가 얽혀있는 이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꿈보다 해몽이 큰 7인의 제각각 속내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지난 13일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육군 5163부대가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국내 유력 메신저인 카카오톡 해킹 기술 등을 문의한 내용의 문서가 인터넷에 나돌면서 민간에 대한 사찰 의혹에 휩싸였다. 이후 해킹 소프트웨어 ‘리모트콘트롤시스템(이하 RCS)’을 구입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국가정보원
민간 사찰?

하루가 지난 14일 이병호 국정원장이 RCS구입 및 문의사실을 시인하면서 공론화됐다. 이 원장은 북한의 해킹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량 구매했으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해킹은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이하 정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을 대상으로 해킹했다면 어떠한 처벌도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RCS 불법 구매 및 운영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 15일 안철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치권의 본격적 움직임이었다.

안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 명칭을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이하 국정위)로 변경하고 국정원에 RCS 사용내역을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안 위원장은 “정쟁을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국정원은 로그(RCS 사용기록)를 제출해야 한다. 떳떳하다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국정원을 압박했다.


이에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반박했다. 핵심은 현재 보유한 20대의 해킹장비로는 민간인 사찰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기밀자료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야당이 요구한 자료를 공개하고 방문조사도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안 위원장이 보안업체의 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국정위 위원장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안 위원장에게 “(국정원 사태를 조사하는 위원회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백지신탁과 주식을 팔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여·야의 단순 공방으로 끝날 것 같던 이번 사태는 그러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뇌관이 터져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박근혜정부
이병호 원장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야산에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에서는 시신과 함께 A4용지 3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돼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루가 지난 19일 가족의 동의하에 유서가 공개됐다. 유서에는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대테러·대북공작활동 자료를 삭제했다”고 나와 있다. 또한 자신이 오해를 살 만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실수’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살사건은 국정원 직원의 공동 성명서 발표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 성명 발표가 오히려 논란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성명에는 임모씨의 자살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게 돌리는 듯한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정원 일동’이라고 적혀 있지만, 직원이 모두 회람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병호 국정원장이 직접 결재해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원 바라보는 여의도, 제각각 속내
박근혜정부 위기, 이병호 기름 붓나?

소위 ‘해킹정국’ 속에서 이 원장과 박근혜정부는 위기를 맞게 됐다. 그 중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상 초유의 국정원 성명 발표를 승인한 이 원장은 자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법률전문가들이 이번 성명 발표를 두고 국가공무원법 66조(집단 행위의 금지), 국가정보원법, 국가정보원직원법 등의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이 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다. RCS 구입과 직원 자살, 국정원 성명 발표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외신까지 관심을 보이며 이번 사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지난 대선개입 의혹 건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정부는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일 국정원 직원 자살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2012년 대선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상대 후보에 대해 비밀 온라인 비방 캠페인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는 한국의 정보기관이 과거 납치와 살인사건에 연루되는 등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을 언급하면서 대선개입 의혹도 같이 다뤘다. BBC는 더 나아가 최근 원 전 원장이 증거불충분으로 파기환송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서는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일발’이 아닐 수 없다.


안·원·이
반등 기회

반면 위기이자 기회를 맞은 사람들이 있다. 국정위 장을 맡고 있는 안 위원장은 물론 새누리당 원유철·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는 ‘이환위리’ 전략이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알려진 바대로 국내 최고의 보안전문가인 안 위원장은 19대 국회 입성 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과거 유력 대선주자였음에도 좀처럼 힘을 못 쓰는 모습에 야권 일각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라는 맞지 않은 옷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안 위원장은 복지위 소속 위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인 바 있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일 때 복지위 소속 의원들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가진데 반해 안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위기는 기회, 기회는 위기? 안·원·이
하늘이 준 기회, 리더십 다잡아 GO~


해킹정국이 도래하자 안 위원장이 ‘물 만난 물고기’처럼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 안 위원장은 국회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해킹 시연회 및 악성코드 감염검사를 실시해 화제가 됐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감시,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한 도촬 등 해킹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쳤다. 이후 안 위원장은 중앙당에 검사센터를 설치, 일반 국민들의 휴대폰도 검사해 주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광폭행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안 위원장이 시연회를 하던 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수권정당임을 자부하는 제1야당이 뜬금없이 국회에서 해킹 시연회까지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만을 조장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여겨진다”며 “새정치연합의 이번 시연회는 의혹 해소를 위한다기보다는 정쟁용 이벤트에 가까운 퍼포먼스에 그쳤다”고 평가절하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풍을 얘기하기도 한다. 만약 전문분야에서 안 위원장이 확실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새누리당의 말처럼 정치적 쇼에 그치게 될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해킹’에 ‘인권’ 프레임을 씌운 상황이라 자칫 큰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연 해킹정국이 안 위원장의 지지율로 이어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의 협상력 또한 주목받는 대목이다. 그 중 원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로부터 자리를 이어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우에 따라서는 협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내지는 자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가 불명예 사퇴한 이후 당 내에서 원 원내대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의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이 원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 또한 마찬가지다. 당내에서 친노-비노 간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이 원내대표가 국정원 사태, 나아가 추경을 유리하게 이끌어 낸다면 자신의 입지뿐만 아니라 향후 친노 및 혁신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밀리지 않을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원 원내대표와의 협상에 있어서 ‘소득세·법인세 정비’ 문구를 이끌어내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해킹정국과 관련해서는 청문회를 두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김무성·문재인
박근혜 탈출구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해킹정국이 박 대통령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게 정치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당직 개편으로 수족이 묶였던 김 대표에게는 다시 본인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이, 문 대표에게는 그간 자신을 괴롭혔던 국정원에 대한 아픔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됨은 물론 계파 갈등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울 수 있는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표 입장에서는 최근 탈당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해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에게는 이번 해킹정국이 흔들렸던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침묵하는 박근혜, 소리치는 국정원
침묵이 금? 무언의 압박에 국정원 갈팡질팡

국정원 해킹사태가 터진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화제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반면, 음지에서 움직인다는 국정원은 오히려 전면에 나서 자신을 두둔하고 있다.

임모씨가 자살한 이후 국정원 직원들이 낸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성명서에는 “(숨진 직원은) 본인이 실무자로서 도입한 프로그램이 민간인 사찰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무차별적 매도에 분노하고 있었다”며 임모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이유를 나름 분석했다. 또한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 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반면 박 대통령 및 청와대는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의 말에 따르면 국정원에 대해 “청와대 의견은 없냐”는 질문을 받으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만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원에게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던지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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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