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저가항공사 항공기 노후 실태

싼 게 비지떡?…목숨 담보로 ‘위험한 비행’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기체의 흔들림이 잦은 관계로 항공기의 노후 및 안정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국내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기종 및 연식을 조사해봤다.
 

한국공항공사에 등록된 항공사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항공사는 50개사로 총 41만6644편(국내선·국제선 여객기·화물기 운항 합산)이 운항, 6162만7894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만2605편(48.63%)을 운항, 2843만8282명(46.15%)이 이용했다.

연식 조사해보니…
과연 안전한가?

저가항공사 5사(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비율을 살펴보면 운항이 42.73%(17만8046편), 이용객이 45.34%(2794만4663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국내항공사를 이용하고, 이 가운데 4명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2008년 기준)을 살펴보면 유럽이 35%, 미국이 28%, 아시아가 12%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경우 지난 2007년 6.5%에서 2011년 41.4%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 및 결항률을 국제선 정기여객 출발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저가항공사(1만8353편)의 지연율은 0.381%(70편), 결항률 0.01%(2편)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6424편)이 24편 지연, 에어부산(4122편)이 11편 지연·2편 결항, 진에어(3656편)가 10편 지연, 이스타항공(2653편)이 20편 지연, 티웨이항공(1498편)이 5편 지연했다. 국내 대형항공사(7만8291편)의 지연율은 0.236%(185편), 결항률은 0.001%(1편)다. 대형항공사보다 저가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이 높게 조사돼 저가항공사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이용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결항률 높아
저가항공 69대 중 53대가 10년 넘어


저가항공사의 지연 및 결항의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5월30일 광주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907편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중 기체결함이 발견돼 램프리턴했다. 정비를 마친 후 4시50분에 광주공항에 이륙했으나 기존 승객 167명 중 155명만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8일 에어부산 B737-500기종 1대가 플랩 문제를 일으켜 운항 예정이던 10대가 연달아 취항이 취소됐으며, 같은 해 8월21일에도 B737-400기종이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중 유압액이 유출돼 활주로가 일시 폐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제주항공이 엔진터보 균열,  티웨이항공이 보조동력장치 오일 누유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 2006년 6월5일 취항을 시작한 이래 2008년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2009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운행을 시작했다. 저가항공사는 주로 국내선 위주로 취항하나, 근거리인 아시아 등지의 국제선도 함께 운항한다. 저가항공사별 보유항공기 규모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20대(3753석), 에어부산이 14대(2373석), 진에어가 13대(2474석), 이스타항공이 12대(2133석), 티웨이항공이 10대(1887석)다.

20년전 제작
버젓이 운항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제작일자별 현황을 살펴보면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기는 총 53대로 에어부산의 B737-500기종(HL7250편, 1995년 6월7일 제작)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어부산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B737-400기종 4대 모두 1996∼1997년 제작됐다. HL7508편과 HL7510편이 1996년도, HL7513과 HL7517이 1997년도에 제작됐다.

이스타항공의 HL8264편·HL8023편·HL8029편과 티웨이항공의 HL8232편·HL8253편의 5대는 1998년도, 제주항공의 HL7779편·HL8233편·HL8214편과 진에어의 HL7555편은 1999년도에 제작된 항공기다.

2000년식이 10대(진에어 6대, 이스타항공 2대, 제주항공·에어부산 각 1대), 2001년식이 9대(진에어 5대, 제주항공 2대, 에어부산·이스타항공 각 1대), 2002년식이 8대(제주항공·이스타항공 각 3대, 에어부산 2대), 2003년식이 5대(티웨이항공 2대, 에어부산 2대, 제주항공 1대), 2004년식이 6대(제주항공 3대, 이스타 2대, 티웨이항공 1대), 2005년식이 1대(이스타항공)로 조사됐다.


제작된 지 15년 이상(2000년식 이상) 된 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는 진에어(7대)이며 에어부산(6대), 이스타항공(5대), 제주항공(4대), 티웨이항공(2대) 순으로 나타났다. 제작된 지 10∼15년(2001∼2005년) 된 항공기 보유량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9대, 이스타항공이 7대,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 5대, 티웨이항공이 3대로 조사됐다. 10년 미만 제작 항공기 보유량은 제주항공(7대), 티웨이항공(5대), 에어부산(3대), 진에어(1대)이며 이스타항공은 2005년 이후에 제작된 항공기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10년 초과 제작 항공기 보유율을 살펴보면 이스타항공이 100%로 가장 높았으며, 진에어가 92.31%(12대/13대), 에어부산이 78.57%(11대/14대), 제주항공이 65%(13대/20대), 티웨이항공이 50%(5대/10대)다. 올해 제작된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며 해당 기종은 B737-800(HL8030편)으로 나타났다.

1대만 구매
68대는 임차

저가항공사가 보유한 69대의 항공기 중 에어부산이 2006년 6월23일(2006년 5월29일 제작)에 등록한 A320-200기종(HL7744편)만 구매 도입된 항공기로 조사됐다.

나머지 68대의 항공기는 임차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169대 항공기 중 33대(19.53%)를 구매해 운용 중이며, 이 중 6대가 제주비행훈련원의 훈련용 비행기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한 85대 항공기 중 B747400SF기종(HL7413편) 1대 구매, 21대를 임시구매했다. 저가항공사가 대형비행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항공기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기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B737-800기종이 51대로 가장 많았다. 에어부산이 A321-200기종 6대, A737-400 4대, A320-200기종 3대, B737-500기종 1대, 이스타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B737-700기종 3대, B777-200기종 1대씩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B737-800기종만 보유하고 있다. B737-800기종은 전장 39.5m, 날개폭 35.79m, 최대운항거리 5376km, 순항 속도 836km/hr, 보유좌석 173~189석의 스펙을 지녔다. 1998년 첫 운항을 시작한 B737기종은 초기 클래식 모델인 100~500모델이 단종됐다. 단종된 기종을 보유한 저가항공사는 에어부산으로 B737-400기종 4대, B737-500기종 1대다.

B737-800기종 선호하는 이유는?
에어부산 14대 중 5대 90년대 제작

저가항공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객의 가격 부담을 해소해주고 있지만 항공기종을 누락한 저가항공사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요시사>가 저가항공사 5사의 홈페이지 예약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결과 티웨이항공(국내선·국제선)과 에어부산(국제선)이 기종 공개를 누락한 채 등록기호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기 연식은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항공안전관리시스템http://atis.casa.go.kr/ATIS)">(http://atis.casa.go.kr/ATIS)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저가항공사 보유 항공기종의 세계 사망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에어부산이 3대 보유한 A320-200기종의 경우 독일루프트한자 저가항공사 저먼에어윙스 4U9525편이 지난 3월24일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추락해 144명의 승객과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항공기는 제작된 지 24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로 밝혀졌다. 2010년 7월에도 에어블루항공사의 A321기종(에어부산 6대 보유)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근처에서 추락해 152명 전원이 사망했다. 2013년 7월7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B777-200기종(진에어 1대 보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3명의 사망자와 180여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추락사고 잦은
B737-800기종

저가항공사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기종은 세계 각국에서 각종 추락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2009년 터키항공 항공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했으며, 지난 2010년 5월22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망갈로드 바즈페공항 인근에서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166명 중 158명이 사망했다.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항공사의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출발-망갈로드 바즈페공항 도착 항공기가 착륙에 실패해 활주로를 넘어서 인근 산림지대에 추락한 것이다. 1993년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도 전남 해남 일대의 산에 충돌해 66명이 사망했다.


저가항공사는 기내식과 무료 신문 제공의 서비스를 없애고 최소한의 기내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체크인카운터 이용, 신용카드 수수료, 수화물, 화장실 이용 등의 서비스에는 별도의 비용 청구된다. 특히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객들의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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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