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점검> 저가항공사 항공기 노후 실태

싼 게 비지떡?…목숨 담보로 ‘위험한 비행’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용객들은 기체의 흔들림이 잦은 관계로 항공기의 노후 및 안정성을 염려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에서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국내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기종 및 연식을 조사해봤다.
 

한국공항공사에 등록된 항공사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항공사는 50개사로 총 41만6644편(국내선·국제선 여객기·화물기 운항 합산)이 운항, 6162만7894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국내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20만2605편(48.63%)을 운항, 2843만8282명(46.15%)이 이용했다.

연식 조사해보니…
과연 안전한가?

저가항공사 5사(제주항공·에어부산·진에어·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의 비율을 살펴보면 운항이 42.73%(17만8046편), 이용객이 45.34%(2794만4663명)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국내항공사를 이용하고, 이 가운데 4명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시장 점유율(2008년 기준)을 살펴보면 유럽이 35%, 미국이 28%, 아시아가 12%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경우 지난 2007년 6.5%에서 2011년 41.4%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 및 결항률을 국제선 정기여객 출발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저가항공사(1만8353편)의 지연율은 0.381%(70편), 결항률 0.01%(2편)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6424편)이 24편 지연, 에어부산(4122편)이 11편 지연·2편 결항, 진에어(3656편)가 10편 지연, 이스타항공(2653편)이 20편 지연, 티웨이항공(1498편)이 5편 지연했다. 국내 대형항공사(7만8291편)의 지연율은 0.236%(185편), 결항률은 0.001%(1편)다. 대형항공사보다 저가항공사의 정비로 인한 지연 및 결항이 높게 조사돼 저가항공사의 안정성을 우려하는 이용객들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비 사유로 인한 지연·결항률 높아
저가항공 69대 중 53대가 10년 넘어


저가항공사의 지연 및 결항의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 5월30일 광주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티웨이항공 907편이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이동하던 중 기체결함이 발견돼 램프리턴했다. 정비를 마친 후 4시50분에 광주공항에 이륙했으나 기존 승객 167명 중 155명만 탑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8일 에어부산 B737-500기종 1대가 플랩 문제를 일으켜 운항 예정이던 10대가 연달아 취항이 취소됐으며, 같은 해 8월21일에도 B737-400기종이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중 유압액이 유출돼 활주로가 일시 폐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에는 제주항공이 엔진터보 균열,  티웨이항공이 보조동력장치 오일 누유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제주항공이 지난 2006년 6월5일 취항을 시작한 이래 2008년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2009년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운행을 시작했다. 저가항공사는 주로 국내선 위주로 취항하나, 근거리인 아시아 등지의 국제선도 함께 운항한다. 저가항공사별 보유항공기 규모를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20대(3753석), 에어부산이 14대(2373석), 진에어가 13대(2474석), 이스타항공이 12대(2133석), 티웨이항공이 10대(1887석)다.

20년전 제작
버젓이 운항

저가항공사의 항공기 제작일자별 현황을 살펴보면 제작된 지 10년이 넘은 항공기는 총 53대로 에어부산의 B737-500기종(HL7250편, 1995년 6월7일 제작)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어부산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B737-400기종 4대 모두 1996∼1997년 제작됐다. HL7508편과 HL7510편이 1996년도, HL7513과 HL7517이 1997년도에 제작됐다.

이스타항공의 HL8264편·HL8023편·HL8029편과 티웨이항공의 HL8232편·HL8253편의 5대는 1998년도, 제주항공의 HL7779편·HL8233편·HL8214편과 진에어의 HL7555편은 1999년도에 제작된 항공기다.

2000년식이 10대(진에어 6대, 이스타항공 2대, 제주항공·에어부산 각 1대), 2001년식이 9대(진에어 5대, 제주항공 2대, 에어부산·이스타항공 각 1대), 2002년식이 8대(제주항공·이스타항공 각 3대, 에어부산 2대), 2003년식이 5대(티웨이항공 2대, 에어부산 2대, 제주항공 1대), 2004년식이 6대(제주항공 3대, 이스타 2대, 티웨이항공 1대), 2005년식이 1대(이스타항공)로 조사됐다.


제작된 지 15년 이상(2000년식 이상) 된 항공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항공사는 진에어(7대)이며 에어부산(6대), 이스타항공(5대), 제주항공(4대), 티웨이항공(2대) 순으로 나타났다. 제작된 지 10∼15년(2001∼2005년) 된 항공기 보유량을 살펴보면 제주항공이 9대, 이스타항공이 7대, 에어부산과 진에어가 각 5대, 티웨이항공이 3대로 조사됐다. 10년 미만 제작 항공기 보유량은 제주항공(7대), 티웨이항공(5대), 에어부산(3대), 진에어(1대)이며 이스타항공은 2005년 이후에 제작된 항공기를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았다.

10년 초과 제작 항공기 보유율을 살펴보면 이스타항공이 100%로 가장 높았으며, 진에어가 92.31%(12대/13대), 에어부산이 78.57%(11대/14대), 제주항공이 65%(13대/20대), 티웨이항공이 50%(5대/10대)다. 올해 제작된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는 티웨이항공이 유일하며 해당 기종은 B737-800(HL8030편)으로 나타났다.

1대만 구매
68대는 임차

저가항공사가 보유한 69대의 항공기 중 에어부산이 2006년 6월23일(2006년 5월29일 제작)에 등록한 A320-200기종(HL7744편)만 구매 도입된 항공기로 조사됐다.

나머지 68대의 항공기는 임차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169대 항공기 중 33대(19.53%)를 구매해 운용 중이며, 이 중 6대가 제주비행훈련원의 훈련용 비행기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한 85대 항공기 중 B747400SF기종(HL7413편) 1대 구매, 21대를 임시구매했다. 저가항공사가 대형비행사의 10분의 1 수준으로 항공기를 구매하고 있는 셈이다.

저가항공사의 기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B737-800기종이 51대로 가장 많았다. 에어부산이 A321-200기종 6대, A737-400 4대, A320-200기종 3대, B737-500기종 1대, 이스타항공과 진에어가 각각 B737-700기종 3대, B777-200기종 1대씩을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B737-800기종만 보유하고 있다. B737-800기종은 전장 39.5m, 날개폭 35.79m, 최대운항거리 5376km, 순항 속도 836km/hr, 보유좌석 173~189석의 스펙을 지녔다. 1998년 첫 운항을 시작한 B737기종은 초기 클래식 모델인 100~500모델이 단종됐다. 단종된 기종을 보유한 저가항공사는 에어부산으로 B737-400기종 4대, B737-500기종 1대다.

B737-800기종 선호하는 이유는?
에어부산 14대 중 5대 90년대 제작

저가항공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판매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객의 가격 부담을 해소해주고 있지만 항공기종을 누락한 저가항공사가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일요시사>가 저가항공사 5사의 홈페이지 예약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결과 티웨이항공(국내선·국제선)과 에어부산(국제선)이 기종 공개를 누락한 채 등록기호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공기 연식은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항공안전관리시스템http://atis.casa.go.kr/ATIS)">(http://atis.casa.go.kr/ATIS)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저가항공사 보유 항공기종의 세계 사망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에어부산이 3대 보유한 A320-200기종의 경우 독일루프트한자 저가항공사 저먼에어윙스 4U9525편이 지난 3월24일 스위스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추락해 144명의 승객과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 전원이 사망했다.

당시 사고 항공기는 제작된 지 24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로 밝혀졌다. 2010년 7월에도 에어블루항공사의 A321기종(에어부산 6대 보유)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근처에서 추락해 152명 전원이 사망했다. 2013년 7월7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의 B777-200기종(진에어 1대 보유)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충돌사고를 일으켜 3명의 사망자와 180여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추락사고 잦은
B737-800기종

저가항공사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B737-800기종은 세계 각국에서 각종 추락사고가 발생해 수많은 사상자를 낳았다. 2009년 터키항공 항공기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공항에 착륙하던 중 추락했으며, 지난 2010년 5월22일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망갈로드 바즈페공항 인근에서도 추락사고가 발생해 탑승객 166명 중 158명이 사망했다. 인도 국영항공사인 에어인디아항공사의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출발-망갈로드 바즈페공항 도착 항공기가 착륙에 실패해 활주로를 넘어서 인근 산림지대에 추락한 것이다. 1993년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도 전남 해남 일대의 산에 충돌해 66명이 사망했다.


저가항공사는 기내식과 무료 신문 제공의 서비스를 없애고 최소한의 기내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체크인카운터 이용, 신용카드 수수료, 수화물, 화장실 이용 등의 서비스에는 별도의 비용 청구된다. 특히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객들의 예약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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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