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여장남자 찾는 남자들 '은밀한 속사정'

여자 아니고, 남자도 아닌 ‘쉬멜’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영화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장남자는 보통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기존의 상식을 깬 낯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여장을 하는 남자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을 흔히 ‘쉬멜(Shemale)’이라고 부른다. 쉬멜은 거세하지 않고 가슴수술만 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최근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쉬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게이(Gay)’와는 또 다른 세계다.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쉬멜의 면면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동성 결혼을 찬성한 쪽은 5명, 반대한 쪽은 4명이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동성 간 결혼은 미국 51개 주로 확대됐다.
 
상체는 여성
하체는 남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 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성 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에 따라 그간 불허된 주에 살던 300만명의 동성 커플이 결혼권을 획득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는 ‘제16회 퀴어문화 축제’가 열렸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 축제에는 성소수자,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그들의 상징색인 무지개로 물들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경찰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동성혼 OUT’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성애 규탄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들의 반대 집회에도 이번 행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퀴어문화 축제에는 ‘LGBT’가 모두 참여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다양한데 이를 LGBT로 통칭한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의 앞 글자를 차용한 것이다.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에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쉬멜(Shemale)은 여성을 나타내는 3인칭 영어 She와 남성을 나타내는 Male의 합성어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레이디보이(Ladyboy)’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뉴하프(Newhalf)’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성호르몬을 맞으면서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여성호르몬으로는 가슴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대부분 수술을 통해 풍만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쉬멜은 ‘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라고 알려진다. 한마디로 쉬멜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통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미모 뽐내며
동성관계 맺어
 
일부 트랜스젠더는 쉬멜이라는 말이 트랜스젠더 개인의 성정체성과 성표현을 무시하고 조롱한다고 주장하며 용어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쉬멜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성전환자 여성에게 쉬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주장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쉬멜이라는 말이 서양 포르노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의 전투적 여성주의 레즈비언 운동가로 알려진 재니스 레이먼드는 1979년 본인의 책 <트랜스섹슈얼 제국>에서 쉬멜이라는 용어를 성전환자 여성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로서 도입해 사용했는데, 레이먼드를 비롯해 메리 데일리 같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쉬멜은 여전히 메일(남성)이며, 그들은 여성의 본질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 공격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MTF(여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쉬멜이라는 말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멜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동성애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쉬멜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쉬멜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쉬멜들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조건만남을 시도한다. 대표적으로 ‘XX코리아’를 들 수 있다. XX코리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거친 회원가입이 필수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개월 3000원, 6개월 1만1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XX코리아 홈페이지의 카테고리는 앞서 설명한 LGBT로 나뉜다.
 
각 카테고리 안에는 데이트, 지역방, 성향방 등의 게시판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놀이터인 것이다. XX코리아 회원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XX코리아 게시판에는 쉬멜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쉬멜이 많다. 분명 남성성을 갖고 있지만 긴 머리에 짙게 화장한 얼굴, 스커트, 스타킹, 구두 등 외모와 각선미는 영락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진을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외모가 뛰어난 쉬멜의 게시물에는 러버들의 댓글 수백여개가 달리기도 한다. 수많은 러버들에게 쪽지를 받은 쉬멜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조건만남’을 통해 성적욕구를 채우고 돈을 번다.

영화·드라마·코미디서 우스꽝스럽게 희화
대부분 여장부터 시작해 결국 트랜스젠더로
 
XX코리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LGBT 중 자신의 성향을 밝혀야한다. 선호하는 체위도 선택해야 한다. 체위 종류는 ‘올(양성성향)’ ‘올탑(남성성향 강함)’ ‘올바텀(여성성향 강함)’ ‘탑(남성역할)’ ‘바텀(여성역할)’ ‘오랄(구강섹스)’ ‘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 ‘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 ‘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그들만의 은어가 즐비하다. 
 
XX코리아 외에도 여러 카페에서 쉬멜을 만날 수 있다. 한 쉬멜 카페의 경우 일부 인기회원이 연예인급으로 추앙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인기 회원 케X는 처음엔 ‘CD(여장을 즐기는 사람)’였으나 가슴수술 등 성형수술을 통해 쉬멜로 전향했다고 알려진다. 케X는 신림동에 거주했으나 최근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러버들과의 조건만남으로 번 돈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케X는 자기애가 강해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민등록증을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주변을 놀래기도 했다. 
 
쉬멜 찾는 러버
그들만의 취향
 
개인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러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쉬멜을 검색하면 다양한 쉬멜들의 모습이 발견된다. 쉬멜들이 다소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면 러버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러버들은 쉬멜이 남성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누나 한 번 만나줘요” “정말 섹시하네요” 등 구애의 손길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쉬멜과 러버의 조건만남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다. 일명 ‘OFF카페’에서는 CD, 쉬멜, 러버 등이 한데 섞여 자신들의 은밀한 성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해소한다. OFF카페는 주로 이태원, 신촌, 영등포, 왕십리 등에 은밀하게 숨어있다. OFF카페에서 서빙하는 스텝과 바텐더 등 종업원도 CD 혹은 쉬멜이다. 쉬멜을 찾는 러버가 아니라도 호기심에 OFF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쉬멜로 가득한 OFF카페는 사실상 성매매 업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러버들은 쉬멜을 만나기 위해 1시간에 10만원을 지불한다고 알려진다. 일반적인 남녀의 성관계와 달리 이들의 성관계는 정해진 ‘역할’이 없다. 그래서 쉬멜을 찾는 러버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가 지어지기도 한다. 남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여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다수의 러버가 거세를 하지 않은 쉬멜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러버들 사이에서 수술한 트랜스젠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동성애 무지개 물결
점차 음지서 양지로
 
쉬멜도 일반 여성처럼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고백을 하지 못하고, 고백을 받아도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성애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쉬멜 A씨는 최근 손님 B씨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서로 이상형이라며 마음을 터놓고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문제는 A씨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B씨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A씨는 다른 쉬멜에 비해 유독 빼어난 외모와 고운 목소리를 자랑해 의도치 않게 B씨를 속이게 됐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쉬멜이라는 걸 남자친구인 B씨가 알게 된다면 헤어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다. 만약 B씨가 러버였다면 A씨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반 남성이 쉬멜을 여성으로 착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쉬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점차 고개 드는
동성애 하위문화
 
쉬멜은 트랜스젠더의 한 종류다.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트랜스맨’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트로이스’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스스로 중성화된 신체를 가지고자하는 사람들로 남성의 경우 거세를 바라고 여성의 경우 유방제거술을 받기를 원한다. ‘바이젠더’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젠더를 각각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바이젠더는 상황에 따라 성별 의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된다.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에 대응해 만들어진 용어로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안드로진’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구분하지 않고 한 인격체 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안드로진은 형, 오빠, 누나, 언니 등 성별이 드러나는 호칭을 꺼려한다. ‘젠더퀴어’는 젠더를 남성과 여성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라이젠더’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세 개의 젠더를 뜻한다. ‘팬젠더’는 자신을 모든 젠더에 속한다고 자각하는 정체성이다.
그간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트랜스젠더를 가렸던 막이 점차 걷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깔끔하게 정리한 성소수자 은어
 
퀴어: 사전적 의미는 기묘한, 이상한, 괴상한. 흔히 동성애자를 총칭.
호모: 성별과 관계없이 동성애자 모두를 총칭.
이반: 일반인과 구별된다는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일반이 아닌 이반이라고 부름. 
레즈비언: 여성 동성애자.
다이크·부치: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
펨: 여성적이고 소극적인 레즈비언
더덕: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그들만의 은어.
더덕빠: 트랜스젠더빠
무방달자: 신체적으로 아무수술도 하지않은 상태에서의 트랜스젠더.
유방달자: 가슴수술만 하고 거세는 하지 않은 이들.
쉬멜: 유방달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은어.
러버: 트랜스러버. 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
바이: 바이섹슈얼의 줄임말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적 지향성이 있는 사람.
카트: 거세.
카순이: 거세한 트랜스젠더. 가슴을 달고 거세수술까지 한 이들.
기갈: 트랜스젠더의 남성성이 강조된 성격. 성격 있는 트랜스들을 ‘기갈있다’고 표현한다.
보갈: 게이(남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은어.
CD: 크로스드레서의 약자로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이들. 트랜스젠더와 종종 트러블이 일어나기도 한다. 
CD레즈: 남성적 남성에는 끌리지 않고 여성적 CD에게 끌리는 여성적CD.
TG: 트랜스젠더. 몸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성정체성이 여성.
TS: 트랜스섹슈얼. 강을 건너버린 성전환자.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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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