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여장남자 찾는 남자들 '은밀한 속사정'

여자 아니고, 남자도 아닌 ‘쉬멜’을 아십니까

[일요시사 취재1팀] 이광호 기자 = 영화나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여장남자는 보통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기존의 상식을 깬 낯선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여장을 하는 남자는 실제로 존재한다. 이들을 흔히 ‘쉬멜(Shemale)’이라고 부른다. 쉬멜은 거세하지 않고 가슴수술만 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최근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쉬멜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게이(Gay)’와는 또 다른 세계다.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인 쉬멜의 면면을 살펴봤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동성 간 결혼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대법관 9명 중 동성 결혼을 찬성한 쪽은 5명, 반대한 쪽은 4명이었다. 이전까지 미국에서는 워싱턴 D.C와 36개 주에서만 동성 결혼이 허용됐다. 하지만 이번 연방 대법원의 결정으로 동성 간 결혼은 미국 51개 주로 확대됐다.
 
상체는 여성
하체는 남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결혼 허가증을 받으려고 동성 커플 20~25쌍이 미국 텍사스 주 트래비스 카운티 법원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등 텍사스, 네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아칸소, 미시간, 오하이오 등 14개 주 법원에 동성애 커플이 운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동성 결혼의 전국적인 허용에 따라 그간 불허된 주에 살던 300만명의 동성 커플이 결혼권을 획득했다고 추산했다.
 
미국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8일 서울광장에서는 ‘제16회 퀴어문화 축제’가 열렸다.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 레볼루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퀴어문화 축제에는 성소수자, 시민, 외국인 등 약 3만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6000여명)이 참여해 광장을 그들의 상징색인 무지개로 물들였다.
 
일부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는 이날 서울광장 주변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1만여명(경찰 추산)의 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동성혼 OUT’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성애 규탄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들의 반대 집회에도 이번 행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퀴어문화 축제에는 ‘LGBT’가 모두 참여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다양한데 이를 LGBT로 통칭한다.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등의 앞 글자를 차용한 것이다. 레즈비언은 여자가 여자를, 게이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트랜스젠더에는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가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도 쉬멜(Shemale)은 여성을 나타내는 3인칭 영어 She와 남성을 나타내는 Male의 합성어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레이디보이(Ladyboy)’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뉴하프(Newhalf)’라고 부른다. 이들은 여성호르몬을 맞으면서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여성호르몬으로는 가슴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대부분 수술을 통해 풍만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쉬멜은 ‘러버(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파트너라고 알려진다. 한마디로 쉬멜은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이 되기 위해 가슴수술을 통해 양성을 가지고 있는, 수술이 덜 된 트랜스젠더를 의미한다.
 
미모 뽐내며
동성관계 맺어
 
일부 트랜스젠더는 쉬멜이라는 말이 트랜스젠더 개인의 성정체성과 성표현을 무시하고 조롱한다고 주장하며 용어 자체가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에 따르면 쉬멜이라는 말은 그 사람의 생물학적 성을 강조하고 사회적 성을 무시하는 것이다. 성전환자 여성에게 쉬멜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녀가 성매매에 종사한다는 주장을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쉬멜이라는 말이 서양 포르노에서 자주 사용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한다. 
 
미국의 전투적 여성주의 레즈비언 운동가로 알려진 재니스 레이먼드는 1979년 본인의 책 <트랜스섹슈얼 제국>에서 쉬멜이라는 용어를 성전환자 여성을 경멸적으로 가리키는 말로서 도입해 사용했는데, 레이먼드를 비롯해 메리 데일리 같은 다른 페미니스트들은 쉬멜은 여전히 메일(남성)이며, 그들은 여성의 본질에 대한 남성들의 가부장적 공격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 MTF(여성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 사이에서 쉬멜이라는 말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멜이라는 용어는 여전히 동성애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쉬멜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쉬멜이라고 떳떳하게 밝히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쉬멜들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 등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조건만남을 시도한다. 대표적으로 ‘XX코리아’를 들 수 있다. XX코리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거친 회원가입이 필수다. 본격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개월 3000원, 6개월 1만1000원을 결제해야 한다. XX코리아 홈페이지의 카테고리는 앞서 설명한 LGBT로 나뉜다.
 
각 카테고리 안에는 데이트, 지역방, 성향방 등의 게시판이 있다. 동성애자들의 놀이터인 것이다. XX코리아 회원들은 자신을 ‘뚱바텀(뚱뚱한 여성성향 게이)’ ‘훈남탑(훈훈한 외모의 남성성향 게이)’ 등으로 소개하며 애인 찾기에 열을 올린다.
 
XX코리아 게시판에는 쉬멜들의 사진이 가득하다. 얼핏 보면 여성으로 착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의 쉬멜이 많다. 분명 남성성을 갖고 있지만 긴 머리에 짙게 화장한 얼굴, 스커트, 스타킹, 구두 등 외모와 각선미는 영락없는 여성이다. 이들은 자신의 사진을 게시판에 공개하면서 매력을 발산한다. 외모가 뛰어난 쉬멜의 게시물에는 러버들의 댓글 수백여개가 달리기도 한다. 수많은 러버들에게 쪽지를 받은 쉬멜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조건만남’을 통해 성적욕구를 채우고 돈을 번다.

영화·드라마·코미디서 우스꽝스럽게 희화
대부분 여장부터 시작해 결국 트랜스젠더로
 
XX코리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LGBT 중 자신의 성향을 밝혀야한다. 선호하는 체위도 선택해야 한다. 체위 종류는 ‘올(양성성향)’ ‘올탑(남성성향 강함)’ ‘올바텀(여성성향 강함)’ ‘탑(남성역할)’ ‘바텀(여성역할)’ ‘오랄(구강섹스)’ ‘전천(레즈비언 중 양성성향 가능)’ ‘부치(레즈비언 중 여성성향)’ ‘팸(레즈비언 중 남성성향)’ 등이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그들만의 은어가 즐비하다. 
 
XX코리아 외에도 여러 카페에서 쉬멜을 만날 수 있다. 한 쉬멜 카페의 경우 일부 인기회원이 연예인급으로 추앙받으며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인기 회원 케X는 처음엔 ‘CD(여장을 즐기는 사람)’였으나 가슴수술 등 성형수술을 통해 쉬멜로 전향했다고 알려진다. 케X는 신림동에 거주했으나 최근 강남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러버들과의 조건만남으로 번 돈이 상당했다는 것이다. 케X는 자기애가 강해 커뮤니티 게시판에 주민등록증을 공개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로 주변을 놀래기도 했다. 
 
쉬멜 찾는 러버
그들만의 취향
 
개인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러버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쉬멜을 검색하면 다양한 쉬멜들의 모습이 발견된다. 쉬멜들이 다소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면 러버들이 벌떼처럼 몰려든다. 러버들은 쉬멜이 남성인 걸 뻔히 알면서도 “누나 한 번 만나줘요” “정말 섹시하네요” 등 구애의 손길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쉬멜과 러버의 조건만남이 이루어진다.
 
인터넷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다. 일명 ‘OFF카페’에서는 CD, 쉬멜, 러버 등이 한데 섞여 자신들의 은밀한 성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회적으로 억압된 욕구를 해소한다. OFF카페는 주로 이태원, 신촌, 영등포, 왕십리 등에 은밀하게 숨어있다. OFF카페에서 서빙하는 스텝과 바텐더 등 종업원도 CD 혹은 쉬멜이다. 쉬멜을 찾는 러버가 아니라도 호기심에 OFF카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쉬멜로 가득한 OFF카페는 사실상 성매매 업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러버들은 쉬멜을 만나기 위해 1시간에 10만원을 지불한다고 알려진다. 일반적인 남녀의 성관계와 달리 이들의 성관계는 정해진 ‘역할’이 없다. 그래서 쉬멜을 찾는 러버의 성 정체성에 대해 물음표가 지어지기도 한다. 남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여성성을 선호하는 건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다수의 러버가 거세를 하지 않은 쉬멜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러버들 사이에서 수술한 트랜스젠더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동성애 무지개 물결
점차 음지서 양지로
 
쉬멜도 일반 여성처럼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두텁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고백을 하지 못하고, 고백을 받아도 솔직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동성애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쉬멜 A씨는 최근 손님 B씨로부터 고백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서로 이상형이라며 마음을 터놓고 연인사이로 발전했다. 문제는 A씨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B씨가 모른다는 것이었다. A씨는 다른 쉬멜에 비해 유독 빼어난 외모와 고운 목소리를 자랑해 의도치 않게 B씨를 속이게 됐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쉬멜이라는 걸 남자친구인 B씨가 알게 된다면 헤어질 게 뻔하다고 생각해서다. 만약 B씨가 러버였다면 A씨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일반 남성이 쉬멜을 여성으로 착각하고 접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쉬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점차 고개 드는
동성애 하위문화
 
쉬멜은 트랜스젠더의 한 종류다. 트랜스젠더의 성정체성은 실로 다양하다. 우선 ‘트랜스맨’은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스스로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뉴트로이스’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스스로 중성화된 신체를 가지고자하는 사람들로 남성의 경우 거세를 바라고 여성의 경우 유방제거술을 받기를 원한다. ‘바이젠더’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젠더를 각각 개별적으로 갖고 있다.
 
바이젠더는 상황에 따라 성별 의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된다. ‘시스젠더’는 트랜스젠더에 대응해 만들어진 용어로 신체적 성과 사회적 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안드로진’은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구분하지 않고 한 인격체 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안드로진은 형, 오빠, 누나, 언니 등 성별이 드러나는 호칭을 꺼려한다. ‘젠더퀴어’는 젠더를 남성과 여성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을 벗어난 종류의 성 정체성을 가지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트라이젠더’는 성 정체성의 한 종류로 세 개의 젠더를 뜻한다. ‘팬젠더’는 자신을 모든 젠더에 속한다고 자각하는 정체성이다.
그간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트랜스젠더를 가렸던 막이 점차 걷히는 형국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깔끔하게 정리한 성소수자 은어
 
퀴어: 사전적 의미는 기묘한, 이상한, 괴상한. 흔히 동성애자를 총칭.
호모: 성별과 관계없이 동성애자 모두를 총칭.
이반: 일반인과 구별된다는 차원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을 일반이 아닌 이반이라고 부름. 
레즈비언: 여성 동성애자.
다이크·부치: 남성적이고 능동적인 레즈비언
펨: 여성적이고 소극적인 레즈비언
더덕: 트랜스젠더를 지칭하는 그들만의 은어.
더덕빠: 트랜스젠더빠
무방달자: 신체적으로 아무수술도 하지않은 상태에서의 트랜스젠더.
유방달자: 가슴수술만 하고 거세는 하지 않은 이들.
쉬멜: 유방달자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은어.
러버: 트랜스러버. 트랜스젠더를 좋아하는 사람.
바이섹슈얼: 양성애자.
바이: 바이섹슈얼의 줄임말로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성적 지향성이 있는 사람.
카트: 거세.
카순이: 거세한 트랜스젠더. 가슴을 달고 거세수술까지 한 이들.
기갈: 트랜스젠더의 남성성이 강조된 성격. 성격 있는 트랜스들을 ‘기갈있다’고 표현한다.
보갈: 게이(남성동성애자)를 지칭하는 은어.
CD: 크로스드레서의 약자로 취미로 여장을 즐기는 이들. 트랜스젠더와 종종 트러블이 일어나기도 한다. 
CD레즈: 남성적 남성에는 끌리지 않고 여성적 CD에게 끌리는 여성적CD.
TG: 트랜스젠더. 몸은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성정체성이 여성.
TS: 트랜스섹슈얼. 강을 건너버린 성전환자.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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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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