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탈당카드’ 만지작거리는 사연

말 안 듣는 청개구리 비박계 ‘길들이기’?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국회에서는 ‘메르스 정국’만큼 뜨거운 것이 있다. 지난 5월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당·청 간 갈등이 심화되는 조짐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을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지도부를 향한 채찍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여·야는 물론 당·청, 심지어 새누리당 내에서도 파열음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5월29일에 있었던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할 때만 해도 의원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의사를 표하면서 정가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청와대의 계획된 ‘정치권 길들이기’ 전략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거부권 행사
길들이기?

갈등의 양상은 이렇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합의한 상태에서 느닷없이 ‘위헌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법안 통과 직후 청와대 측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삼권분립’ 원칙에 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공무원연금개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부하기에 앞서 (국회가 개정안을) 면밀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공무원연금개혁과 같이 묶어 통과시킨 것에 대한 강한 불만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박 대통령 또한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국회는 벌집을 쑤신 것 마냥 혼란에 빠졌다. 지난 5월30일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면 이는 해당 시행령에 실제로 큰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라며 “그럼에도 국회의 수정 요구를 정부가 끝내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어 대법원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행정입법 수정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강제성 여부를 두고는 아직 이견이 있다. 여당 측은 국회법 개정안이 청와대가 걱정하는 것처럼 행정입법권을 강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국회법 개정안 통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시행령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순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이 법으로 인해 그동안 모(母)법과 충돌되는 시행령을 수정할 수 있는 강제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측은 지난 5월30일 강하게 청와대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삼권분립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있고 법과 시행령의 충돌에 따른 최종 해결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라며 “시행령 파동을 보면 청와대의 오만과 월권이 도가 지나치다”고 청와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왜 삼권분립 위배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일까.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삼권분립
위헌논란

알려진 대로 국회는 입법부다. 국회의원들은 각자가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기관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제안된 법안은 여·야 의원들의 논의를 통해 법으로 제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제정된 법과 행정부에서 제정하는 시행령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모법을 기반으로 행정기관은 시행령을 제정하게 되는데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제정하게 되면 이를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법의 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이 늘어나게 되었고, 국회에서는 이를 개선·수정을 권고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행정부의 수장인 박 대통령은 이러한 국회법 개정안이 행정부의 행정입법권과 그에 따른 자율이 국회 등 입법부에 의해 침해받을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모법과 시행령이 충돌하는 경우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1일 ‘법 위의 시행령’ 사례라는 시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시행령을 선정해 공개했다.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이 발표한 것은 총 11개. ▲세월호특별법 ▲누리과정 교부금 지원법 ▲학교보건법 ▲의료법 ▲5?18보상법 ▲노동조합법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지원법 ▲근로기준법 ▲국가재정법 ▲경제자유구역법 등이 그것이다. 특히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두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연석회의자리에서 ‘아비 없는 시행령’이라 말하며 청와대의 공세에 맞불을 놨을 정도로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 통과, 위헌 논란 휩싸여
청 “삼권분립 위배, 받을 수 없다” 입장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은 아직 청와대로 송부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친 이후 정부로 전달될 예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3일 “대통령께서 (미국에서) 돌아오시고 나서 편안하게 판단하시라고, 그렇게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23일에 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고 있는 와중에 정가에서는 친박계가 움직이고 있어 눈길이 간다. 마치 대통령의 시그널을 받은 것처럼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말씀하신 걸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화살은 모두 유승민 원내대표로 모아지고 있다. 실제 새누리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있자면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법이 통과된 지 3, 4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은 현재 시행중인 시행령을 모두 손보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또 오늘 손볼 시행령을 발표하겠다고 까지 이야기했다”며 “(한마디로) 가관이다”라고 말해 새정치연합 측과 합의해준 새누리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협상의 결과가 늘 청와대 당·청 간의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새누리당 내 계파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 자리에서 고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메르스 관련 긴급간담회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처럼 위중한 시기에 우리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에 몰두한다면 설 자리를 영원히 잃지 않겠나 하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함께 참석해 있던 서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메르스 문제만 얘기하려고 했으나 조금 전 김 대표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다”며 운을 뗀 뒤 “아무리 대표를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들은 전부 당의 싸움을 일으킨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 문제없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나무라는 식으로 회의를 이끌지 말기 바란다”고 언성을 높였다.


당내 갈등 심화
유승민 찍어내기

이렇듯 비박계를 향한 친박계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도부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자 친박계가 일제히 들고 일어난 것도 그렇지만 거부권 행사가 박 대통령에게 있어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음에도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법률로 제정된다. 즉 야당이 130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의석수 중에 친박계를 제외한 비박계만 찬성해도 3분의2라는 숫자를 넘게 되는데 그렇다면 거부권을 행사한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오히려 역풍을 맞아 앞으로 국정 운영에 있어서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무조건적인 국회법 개정안 수정 또는 철회를 이끌기 위해 다른 카드도 만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카드가 바로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이라고 보고 있어 주목되는 바다.

탈당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탈당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정가에서 들려오던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이 지난해 7·14전당대회 다음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여당이 공격하면 정부는 일할 수 있는 힘을 잃게 된다”며 “새누리당이 만약 그렇게 하면 내가 여당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보도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일축했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새누리당 계파 갈등 “유승민 내려와!”
대통령 탈당설 솔솔~ 지도부 압박용?

때문에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유사 시 탈당카드를 꺼내들 것이며 그로 인해 친박계를 결집시키는 등 새누리당의 권력지도를 재구성하는 복안을 만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박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온 보수층을 재집결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고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계속되는 갈등 속에 이정현 최고위원이 최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주목된다. 이 최고위원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서 이를 재의결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재의결하는 과정에서 폐기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지난 4일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간 박 대통령의 ‘입’을 자처해온 이 최고위원의 당내 역할을 봤을 때 쉽게 넘길 수 없는 발언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이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의 의중을 듣고 움직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과연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야당과의 재협상은 없다고 못 박은 유 원내대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당·청협의를 중단시킨 청와대를 향해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청와대 측에서 ‘당·청협의 회의론’이 나온 데 대해 “어른스럽지 못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 ‘진실공방’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청와대 측 관계자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이병기 비서실장 채널로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안 되도 좋으니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하지 말라’는 뜻을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측 의견이 당 내부로 공유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이 비서실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때 아닌 진실공방에 당·청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 일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탈당?
기대효과 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결국 당·청 간의 갈등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칫 장기화될 수 있는 갈등 양상으로 인해 다른 현안들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당·청 관계가 원활하게 정상화될 수 있을지, ‘메르스’ 진화를 위해서라도 관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통령 발언 후폭풍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위헌이냐 아니냐를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이 헌법에 위배된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입법권이 국회에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없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는 중이다.

학계서도 의견 분분 “누구 말이 맞나?”

모 대학의 한 법학과 교수는 “행정부에 위임된 시행령 제정 권한은 삼권분립 영역에서 생산된 것”이라며 “국회가 시행령이 법률취지에 맞게 작동하는지 감독한다는 것은 명백히 행정부에 위임된 권한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한 교수는 “원래 입법권은 국회에 존속된 권한인데, 국회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행정부에 위임한 것”이라며 “위탁자가 수탁자 권한을 감시·감독하는 것은 기본 원칙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내다 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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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