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한눈에 보는 부동산 동향> 청약통장 필요 없는 상종가 상품은?

‘요즘 뜨는’ 내집마련 4선 가이드

저금리에 전세가격이 사상 최대치를 보이면서 내집 마련에 관심을 가지는 수요층이 늘고 있다. 때마침 청약통장도 아끼면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상품들이 생기면서 실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저금리에 전세가격 사상 최대치
‘때는 이때다’ 매매 수요층 늘어

청약 통장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4가지 상품으로 ▲미분양 아파트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주거용 오피스텔(아파텔) ▲중소형 타운하우스 등이 있다.

이들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데다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하면서 원하는 동·호수를 선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분양업체의 다양한 평면과 특화 설계가 도입돼 아파트 못지않은 주거 환경을 보이는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를 강조하지만, 이중 토지확보·조합설립·사업진행 지연에 따른 추가 부담금 등 어려움도 있다. 소위 아파텔이라고 불리는 주거용 오피스텔은 엄연히 오피스텔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파텔은 건축법 적용을 받는 오피스텔이라 아파트보다 계약 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전용률)이 낮은 편이다.

I 미분양 I


신규 아파트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양가가 상승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인기다. 우선 분양 당시 가격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규청약 시 2∼3년을 기다려야 입주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입주가 임박한 미분양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입주 때까지 오래 기다리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추첨을 통해 층·호수를 결정하는 신규청약과 달리 물량만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집을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의 하나. 무엇보다도 그 동안 분양대금을 납부한 수분양자에 비해 금융비용이 그만큼 절감된다. 경우에 따라 분양가 할인이나 중도금 납부 유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분양 주택의 원인이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데서 비롯됐거나 경기침체기에 발생한 것이라면 향후 미분양 요인이 사라질 때 가격회복과 함께 발전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미분양 주택은 대부분 수요자들의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만큼 고를 때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미분양의 원인이 무엇인지 현장 답사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혜택
독특한 환경

▲홍은 동원베네스트 =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북한산 자락에 즉시 입주 아파트인 ‘동원베네스트’아파트가 착한분양가로 회사보유분을 분양 중이다. 지하 3층∼지상 12층 5개 동으로 세대수는 총 195가구다. 이 단지는 단지내 산책로가 북한산과 바로 연결되어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주변에 생활편의시설 및 교육환경도 좋다. 전용면적 85㎡형과 105㎡형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분양 중인데 3.3㎡당 1050만∼1100만원대로 서울 시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금액대다. 

▲황학 아크로 타워 = 서울 중구 황학동 2523일대에 주상복합아파트 ‘황학 아크로 타워’263가구 중 일부 회사보유 임대를 분양전환 중이다. 지하 6층∼지상 20층 3개동 규모로 110.52∼193.9㎡ 총 263가구로 구성됐다. 이 중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110㎡이 공급 가구수의 40%를 차지한다.

교통 역시 편리하다. 2·6호선 신당역을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으로 도보로 약 1분 정도면 이용이 가능하다. 매매가는 3.3㎡당 1300만∼1500만원대다.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 = 서울 중구 흥인동 13-1번지에 위치한 주상복합아파트 ‘청계천 두산위브더제니스’가 일부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인근의 다양한 개발호재가 풍부하며 최대 27%까지 할인하여 분양 중이며,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분양가 할인 이외에 시스템에어컨 무료, 발코니확장 무료 등의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시세보다 분양가 저렴
원하는 동·호수 선택

I 지역주택조합 I

지역조합아파트는 조합을 직접 결성해 땅을 사고 시공사를 선정해 집을 짓는 것으로 일종의 ‘아파트 공동구매’방식이다. 일정 자격 요건만 갖추면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일반 분양아파트보다 분양가의 평균 20%내외 정도 저렴할 수 있다.

조합원 자격은 6개월 이상 일정 지역에 거주한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의 소형 주택 1채를 소유한 이들은 누구나 가능하다.

이들은 20인 이상이 모여 주택건설 예정지의 80% 이상 토지사용승낙서를 확보하면 관할 시·군·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동작 센트럴 서희스타힐스 = 지난 3월 1차 조합원 모집을 진행한데 이어 2차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산 65-52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최고층 18층으로 1222세대 대단지로 지어진다. 전용면적 59㎡ 552세대(3가지 타입), 74㎡ 424세대, 84㎡ 246세대로 총 20개동으로 구성된다. 조합원가는 3.3㎡당 1300만원대다.

▲신길 주택조합 아파트 = 7호선 신풍역 바로 앞에 위치한 ‘신길지역주택조합 아파트’도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여의도와 강남생활권을 자랑하는 초역세권 프리미엄과 신길뉴타운의 프리미엄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신풍역은 2018년 신안산선 1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7호선과 신안산선이 통과하는 환승역으로 바뀐다. 전용면적 59m², 82m² 중소형 타입으로 구성된 1091채 대단지로, 59m²의 A 타입은 소형 타입임에도 4베이 설계를 적용했다.

I 주거용 오피스텔 I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아파트 같은 오피스텔 일명 ‘아파텔’이 대체 수익형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몸값이 오르고 있다. 특히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젊은층이 아파트처럼 살 수 있는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며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층은 집보다 차를 먼저 구입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편리한 주차가 주거 선택의 중요 조건 중 하나다.


젊은 층이 빌라보다 주차가 편리한 아파텔을 선호하는 이유다. 아파텔이 주목을 받더라도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파텔이 아파트와 실내 구조가 비슷하고, 아파텔로 불린다 해도 엄연히 오피스텔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파텔은 건축법 적용을 받는 오피스텔이라 아파트보다 계약 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전용률)이 낮은 편이다.

▲배곧 다인 로얄팰리스 = 시흥 배곧신도시 상업용지 2-5-1, 2 필지에 ‘배곧 로얄팰리스’아파텔이 공급된다. 주변에 4호선과 수인선이 환승되는 오이도역, 서울대 국제캠퍼스(2018년 개교),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2016년 개점 예정)과 롯데마트는 물론 경기 고양시 일산 라페스타 형태의 복합쇼핑몰, 도시지원 및 연구개발 단지 등 글로벌 교육&의료 산학 클러스터 등이 조성된다.

▲킨텍스 꿈에그린 = 한화건설이 분양을 준비 중인 ‘킨텍스 꿈에그린’은 내부 오피스텔 780실 모두를 전용 84㎡로 설계했다. 전실이 방 3개, 욕실 2개의 LDK(거실과 식당을 겸한 부엌)형 구조로 만들어진다. 4베이 판상형 설계와 4.5m 광폭 거실 등을 적용할 계획으로, 아파트와 다름없는 주거기능을 갖춘다.

▲래미안 용산SI =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서 분양 중인 ‘래미안 용산SI’는 전용 71㎡k와 77㎡n, 84㎡0 타입의 주택형은 방 2개, 거실 구성으로 생활공간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천장고를 일반 아파트보다 40cm 높은 270cm로 개방감을 극대화 시켰다.

“덥석 물지 말고
꼼꼼히 비교해야”

I 중소형 타운하우스 I


한때 주택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중소형 타운하우스의 인기가 요즘 상종가를 치고 있다. 답답한 고층 아파트에서 벗어나 전원주택 같은 주거생활을 누리면서도 방범·관리가 쉬운 단지형 저층 주택에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중대형 위주로 분양값이 비쌌던데 반해 최근 분양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들은 ‘중소형’이면서 ‘착한 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연령층도 젊어지고 있다.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가치와 질을 따지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답답한 아파트를 떠나 전원생활을 즐기는 30∼40대층이 급증하고 있다.

▲금정 더 클래식 타운하우스 =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곡동 일대에 들어서는 ‘금정 우진 더 클래식 타운하우스’는 121세대로 건설된다. 분양면적 기준 66∼118㎡, 지하 1층∼지상 8층 규모다. 명문학군(부곡초, 부곡중, 금양중, 부산사대부고)에 둘러싸인 입지에 쇼핑 및 문화(롯데백화점, 홈플러스, NC백화점, CGV, 금정 문화 회관) 등 풍부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입지다. 도보거리 역세권과 편리한 교통 환경(부산대역, 구서IC)과 단지 옆으로 다양한 산책로와 쉼터가 있는 약 50만㎡의 윤산 생태공원과 인접한 지역에 위치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주의를 살펴보면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내집을 마련하는 상품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며 “당장에 혜택을 준다고 해서 덥석 계약하지 말고 주변아파트와 시세를 잘 비교해야 하며 교통여건이나 편의시설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값이 비싸더라도 로열층으로 구입하는 게 좋으며 도심의 경우 지하철역과 가까운 역세권에 위치해 있거나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이 최우선 공략하는 것이 포인트”고 말했다.  

 

<2002c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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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