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잔혹사’ 재론되는 진짜 이유

한번 했으니 무사통과?…새정치 “응답하라 2013”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무총리후보로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내정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27일 이완구 전 총리가 전격 사퇴한 후 한 달여간의 장고 끝에 다시 한 번 ‘구관이 명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여론은 이번에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회전문 인사’라 질타 받는 황 후보자의 총리취임은 과연 무난할까? <일요시사>가 황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해부해봤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지난 5월21일 새로운 국무총리후보자로 내정됐다. 이완구 전 총리가 ‘비리 완구백화점’이란 오명을 받으며 사퇴했기 때문에 새로운 총리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연일 황 후보자에 대한 기사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을 정도. 그러나 이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욱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박근혜정부의 ‘총리잔혹사’가 떠오르는 이유다.

황교안 장관
총리로 내정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 달여 동안 장고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그간 100여명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검증 끝에 황 후보자를 낙점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청문회 검증 경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황 후보자는 이미 한 차례 송곳 검증을 거친 바 있다. 지난 2013년 3월경 법무부장관후보에 올라 야권의 검증을 받은 것. 물론 숱한 비리와 의혹들에 휩싸였지만, 결국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점이 박근혜정부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라고 정계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그들은 지난달 28일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이하 청문특위) 구성을 완료하고 대대적인 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청문특위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야권이 이번 청문회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위 구성 이전에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대표급인 박지원, 박영선 의원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로 황 후보자는 안 된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박지원, 박영선 의원이라는 올스타급 특위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낼 수 있는 최선의 카드로 구성했다는 목소리가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구성된 위원은 여·야를 합쳐 총 13명. 의석수에 따라 위원장을 포함해 여당에서 7명을, 야당에서 6명을 선출했다. 그중 새정치연합은 대표적인 강성파로 꼽히는 우원식 의원을 간사로 선택함으로써 강경 의사를 내비쳤다.

새정치 ‘저격수’
새누리 ‘소방수’

그뿐만이 아니다. 황 후보자의 병역문제, 국가안보관 검증을 위해 국방위 소속 김광진 의원을, ‘공안’에 대한 의혹 부분 검증을 위해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을, 최근 국정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노동문제를 검증하기 위해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의원을, 경제활성화 등 정책검증을 위해 기재위 소속 홍종학 의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우원식 간사를 제외하면 모두 초선 의원들로, 새정치연합의 떠오르는 ‘최신예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무서운 입담을 자랑한다. 또한 검사 출신을 전격 배제함으로써 ‘봐주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한 구성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특급 소방수들을 전진 배치했다. 특히 선택된 7명 중 4명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황 후보자가 받고 있는 의혹 중 전관예우 등에 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방어할 계획인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장으로 뽑힌 장윤석 의원은 황 후보자와 검사 선후배 사이라는 점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정가 내부에서 들려오는 얘기다.

여·야가 전열을 정비한 가운데 서로 주고받을 공방이 흥미롭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예상되는 비리 의혹들을 중심으로 정보를 모으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기되는 의혹들은 2013년 3월경을 기점으로 나뉜다. 황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청문회를 거칠 때 나왔던 의혹들 중 심대한 문제로 지적된 부분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대형 로펌에서 한 달에 1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은 부분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예정이다. 황 후보자는 1년6개월여 동안 ‘법무법인 태평양’에 근무하면서 15억6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다.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진 순간이었다.

의혹만 10여가지, 파도파도 ‘파도남’
1년6개월 근무에 15억, 월급만 1억?


이는 과거 청문회 자리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한 안대희 전 총리후보자와의 형평성 문제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 전 후보자는 당시 변호사 전업 후 5개월간 16억원 상당의 수입을 올린 게 문제가 돼 사퇴한 전력이 있다. 금액이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야당의 집중 공세가 예상된다.

과거 황 후보자의 해명에도 관심이 간다. 그는 당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은 급여를 받은 점에 송구스럽다”며 “일부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바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4년 연말까지 법정기부금과 지적기부금을 합쳐 1억3649만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다. 이마저도 배우자의 기부금 629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라는 점에서 거짓말 논란이 예상된다.

병역문제는 이미 검증받은 사안 중에서 가장 문제시될 공산이 큰 대목으로 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특위 위원실 관계자는 “(황 후보자의) 가족과 관계없이 가장 명확하면서 확실하게 드러난 부분이 병역문제라 집중 검증이 예상된다”고 전했을 만큼 야권의 총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의혹이다.

황 후보자는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 때 두드러기 질환 중 하나인 ‘만성 담마진’ 판정을 받고 병역을 면제 받았다. 그러나 이 질환으로 지난 10년간 면제를 받은 사람이 365만명 중 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치상으로 황 후보자는 ‘91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병역면제가 된 것이다.

야권에서 더욱 문제시하는 점은 그가 병역면제를 받은 다음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가정해 본다면 황 후보자는 군 면제를 받을 정도로 만성 담마진이 악화된 상태였음에도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저력을 보인 것이다.


황 후보자는 지난 1977년부터 1979년까지 3년 동안 징병검사를 연기해왔다. 이후 1980년 7월경 ‘제2국민역’ 판정을 받게 되는데 이듬해인 1981년에 제23회 사법고시를 합격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황 후보자는 한차례 해명을 한 바 있다. 그는 이어지는 병역기피 의혹에 “병역이행을 못한 점에 대해서는 늘 마음의 빚으로 생각해왔다”면서도 “1977년부터 1994년까지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했다”며 “그러나 치료를 받은 지 10년이 지나 관련 의료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40년 전 진단서를 들고 와 해명한 이완구 전 총리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전관예우
병역의혹

야권은 새로운 의혹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밝힌 ‘전관예우’ ‘병역의혹’이 비록 심대한 결격사유가 될 지라도 이미 한 번 짚고 넘어간 상황에서 더 깊게 파고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달 초로 예정된 청문회 전까지 최대한 다양한 의혹들을 파헤친다는 복안이다. 특히 장관시절인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있었던 황 후보자의 언행과 행적을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그 중 국정원 댓글사건 등 야권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한 추가 정보 찾기가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던 특별수사팀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밀어내기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의혹 후 황 당시 법무부장관과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간 불화설이 야기된 바 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채 총장에 대한 ‘혼외자’ 의혹이 불거지면서 때마침 황 후보자가 감찰을 지시하는 등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밀어내기 의혹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후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초기부터 외압이 많았다. (법무부장관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폭로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서울시공무원 간첩증거조작사건,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들에 대한 집중 추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황 후보자에 대해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다. 먼저, 과거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한 말실수가 화근이 되고 있다. 그는 가정폭력의 원인에 대해 “부산 여자들이 드센 이유도 있다”며 “반면 남자들은 말싸움이 안 되니까 손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국정원 댓글, 비선실세 수사개입 의혹
100점 총리? “80점 맞고 통과만 되자”

이에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내고 “가정폭력의 원인은 바로 황 총리후보자와 같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라고 즉각적인 사죄를 요구했다.

또 다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이는 황 후보자의 ‘기독교 편향’ 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 2012년 황 후보자가 저술한 <교회가 알아야 할 교회법 이야기>를 보면 “우리 기독교인들로서는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며 “하나님이 이 세상보다 크고 앞서시기 때문”이라고 명시돼 있다. 법조인으로서 부적절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다른 종교를 존중한다”라며 짤막하게 해명했지만 국정의 2인자가 될 사람치고 ‘국민통합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교계는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불교소식을 전하는 언론사인 <불교닷컴>은 지난달 28일 한 중앙교역직 스님이 “황교안 후보가 총리가 되면 불교는 최소 10년 후퇴한다”고 말한 부분을 보도했다. 또한 “국무총리후보자가 종교적으로 심각한 사람이다. 대통령이 일부러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불이익을 당하고, 불사를 못하거나 감옥에 간다고 해도 우리 목소리를 낼 때는 제대로 내야 한다”고 당시 스님들 사이에서 나온 발언들을 전했다. 자칫 두 종교 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 보여 우려되는 상황이다.

총리 지명에 대한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수많은 국민들은 황 총리후보 내정의 이면에 ‘성완종 게이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즉, 원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성완종 사태’를 불법대선자금 수사에서 특별사면의혹 수사로 전환시키는데 적임자라는 것이다. 황 후보자가 지난 4월29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한 사람이 두 차례 사면 받은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며 “범죄단서가 나오면 수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근거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당시 황 후보자의 발언을 두고 야권에서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대응 전략
80점 컷 통과

황 후보자와 그의 청문회 통과라는 중대 임무를 맡고 있는 ‘인사청문준비단’의 전략은 명료하다. 40년 전 진단서를 들고 오는 등 적극적 해명에 오히려 발목 잡힌 이완구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단 모습이다.

황 후보자는 최대한 ‘저자세’ ‘모범답안’ 전략으로 언론의 압박을 피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소상한 내용은 청문회에서 말씀 드리겠다” “국민께 걱정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등 모든 문제에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준비단도 마찬가지다. 내부에서는 “청문회에서 100점 맞을 생각 대신 80점으로 통과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라는 말이 들릴 정도다.

다음 주로 예정된 청문회에서 과연 황 총리후보자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총리로 거듭날 수 있을지, 100점 만점짜리 총리를 원하는 것은 과연 국민의 욕심일 뿐인지 인사청문회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교안 돕는 준비팀 대해부

‘총리 인사청문준비단’에 현직 부장검사가 차출되면서 준비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은 정수봉 부산지검 형사1부장, 권순정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 등 두 명. 이들은 인사·조직·예산을 관리하는 법무부 검찰과와 청와대 파견근무 경력자들로 ‘엘리트 기획통’ 검사들로 손꼽힌다.


정 부장은 개인 신상과 관련된 부분을, 권 부장은 법무정책 분야에 대한 답변 자료를 각각 준비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역부터 장관급까지, 엘리트만 모였다

이들과 함께 준비단 내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이다. 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으며 진두지휘하고 있는 추 실장은 장관급임에도 이례적으로 직접 단장을 맡고 있다. 추 실장은 과거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완구 전 총리를 통과시킨 이력이 있어 청와대에서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