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6·2 지방선거 후폭풍

선풍(選風)에 감투 쓰자마자 검풍(檢風)에 추풍낙엽 될라 ‘벌~벌’


6·2 지방선거가 반전 속에 끝이 났다.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검찰은 본연의 임무를 시작했다. 선거 당락 여부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한 승부를 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 선거법위반자들을 일벌백계할 방침인 것. 실제 대검찰청은 선거 직후 공직선거법 위반 정황이 포착된 후보들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검풍 앞에 ‘벌벌’ 떨고 있는 당선자는 136명에 이른다. 검찰발 6·2 지방선거 후폭풍에 대해 취재했다.  


지방선거 이후 선거법위반 검찰 수사 본격화
이광재 당선자 항소심서 유죄 판결 직무정지


지방선거 이후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당선자는 모두 176명에 이른다. 광역단체장이 9명, 기초단체장 68명, 광역의원 22명, 기초의원 72명, 교육감 3명, 교육의원 2명 등으로 검찰은 이들 중 혐의가 확인된 24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고, 16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나머지 136명에 대한 수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선거 이후 검풍 쓰나미의 중심에서 칼바람을 제대로 맞은 인물은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다. 11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은 모든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결국 이 당선자는 이날 유죄 판결을 받았다.  내달 1일 취임과 동시에 직무가 정지되고, 상고를 통해 대법원 판결을 받는다 해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아예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이태종 부장판사)는 11일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17만원을 선고했다.

검풍 쓰나미 이광재 쓸고가

지난해 9월 1심에서 선고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4814만원보다는 처벌의 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직무정지’ 유죄 판결이다.
이 당선자는 검찰에게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으나 이를 전면 부인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당선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 당선자는 지방자치법 111조에 의거, 도지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부지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정하고 있어 이 당선자는 취임과 동시에 직무정지 상태를 맞게 된다. 특히, 상고심까지 최종판결이 확정되면 도시사직까지 잃게 될 수 있다. 이날 재판 직후 이 당선자는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상고심 재판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강원도는 위기에 빠졌다. 취임과 함께 직무정지가 되는 바람에 당장 내년 7월에 결정되는 2018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활동은 도지사 없이 치러야 하고,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조기 착공과 알펜시아리조트 사업 문제 해결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강원도민들 역시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민주당 열세 지역인 강원도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춰봤을 때 새로운 강원도의 미래를 염원했던 도민들의 기대가 컸던 이유에서다.

실제 강원지역 시민단체는 항소심에 앞서 이 당선자 구명운동에 앞장섰다.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는가 하면 성명을 통해 이 당선자에 대한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당선자의 항소심 재판에 이어 검찰의 선거법위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선거 단체장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수원지방검찰청 공안부(변창훈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발된 11명을 포함해 61명을 입건했으며, 그 가운데 기초의원 후보 2명을 기소하고 7명을 불기소 처분, 나머지 52명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힌 대상 가운데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곽상욱 오산시장 당선자, 채인석 화성시장 당선자, 김학규 용인시장 당선자 등 단체장 당선자 5명이 포함되어 있다.

검풍 속 ‘추풍낙엽’ 계속될 듯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자는 전국공무원노조의 고발로 복지시설과 종교단체에 위로금을 지급하면서 영수증을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의 경우, 선거구민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기도 교육국 신설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진보 성향의 특정단체 강연회에 참석한 이유로 경기도선관위가 수사를 의뢰해 그 건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방검찰청 역시 기초단체장 3명을 포함해 6·2 지방선거 인천지역 당선자 10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 조사하고 있다. 또 인천지검은 평민당 백석두 인천시장 전 후보가 고발한 송영길 당선자의 뇌물수수와 관련해서 인천지검 공안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백 전 후보에 따르면 송 당선자는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의원 5명과 함께 베트남을 방문해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술과 성접대를 비롯해 뇌물을 수수했다.  이에 백 전 후보는 지난 5월31일 대검찰청에 송 당선자를 고발했고, 인천지검은 송 당선자에 대한 성접대 의혹을 제기한 백 전 후보의 허위, 비방 여부도 함께 가려낼 전망이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도 재개

대구·경북지역 당선자 23명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방검찰청은 지난 7일 지방선거 당선자 23명을 입건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8명을 불기소 처리하는 한편 나머지 10명을 수사 중이다. 입건된 당선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을 비롯해 기초단체장이 5명인 것으로 드러났고, 나머지 16명은 지방의원들이다.

한편, 관건선거로 기소된 후 6·2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재선에 성공한 전주언 광주 서구청장 당선자가 당선 1주일 만에 인사 비리로 구속됐다. 지방선거 자치단체장 당선자 가운데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경우는 광주·전남에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9일 부하 직원에게 승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로 전 당선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전 당선자는 자신의 혐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당선자는 아니지만 출마에서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논란을 몰고 다녔던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선거 출마자들에 대한 수사를 잠정 유보했던 검찰이 지방선거 이후 수사를 재개해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유에서다.

향후 정치권의 동향과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수사재개 시기와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무부장관 등 내각 개편이 이뤄질 경우 올 하반기에나 수사가 재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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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