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대한민국 교육 현주소 “아이들이 위험하다” ①학교폭력에 멍든 아이들

갈수록 교묘…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

[일요시사 사회부] 박호민 기자 = 학교폭력이 멈추지 않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이 학교폭력을 당하면 평생에 걸쳐 후유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어른들의 관심이 더 절실하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 아이들은 학교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왕따의 등장으로 학교폭력 방법이 더 교묘해져 어른들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중학교 2학년인 이다솜(가명) 양은 학교 가기가 싫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은따(은근히 따돌림)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친구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학기 초 장난으로 한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비호감’으로 찍히면서 이 양은 친구들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친구들이 이양 모르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이양을 욕설하는 메시지를 남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양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진화하는 괴롭힘
지금은 사이버왕따
 
▲진화하는 학교폭력 = 학교폭력이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힘을 빌어서 말이다. 과거에는 폭행·금품갈취 등의 물리적인 위압을 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들어 ‘사이버 왕따(사이버 불링)’와 같은 형태의 학교폭력으로 진화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진화된 학교폭력 형태인 사이버 불링에 노출된 학생들은 상당히 많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5∼6월 전국의 중고생 4000명을 대상으로 ‘사이버 불링 실태조사’를 한 결과 중고생 27.7%가 “사이버 불링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학생 10명 가운데 3명꼴로 사이버 학교폭력을 당한 셈이다.
 

사이버 불링은 24시간 피해 학생을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때문에 물리적인 폭행 못지않게 피해가 크다. 사이버 볼링은 스마트폰 기술발전에 따라 더욱 교묘해지는 추세다. 통상 게임이나 스마트폰의 사용량이 많은 남학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것이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등 SNS가 인기를 끌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도 사이버 불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학교 가기 싫다…이유는 십중팔구 폭력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 무방비 노출
 
여기에 스마트폰의 보급이 사이버 불링의 형태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다른 학생의 데이터를 빼앗아 쓰는 ‘데이터셔틀’‘와이파이셔틀’ 등은 이미 스마트폰 보급 초기부터 계속되고 있고, 자신이 사고 싶은 음원을 피해 학생들에게 소액결제로 구매하도록 해 빼앗는 일도 다반사다.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메신저의 단체 대화방도 사이버 불링의 도구가 됐다. 단체 카톡방에 피해 학생을 초대해 욕설이나 비방을 하고 피해자가 괴로움에 방을 나가면 계속해서 초대해 괴롭히는 이른바 ‘카톡 감옥방’의 형식이다.
 
피해 학생 안티카페 개설 역시 사이버 불링의 한 형태다. SNS모임 기능을 통해 피해 학생에 대한 비방정보나 비난을 게재하는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피해 학생을 제외한 반 친구 등을 초대해 비방하는 방식이다.
사이버 불링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학교폭력 발생 빈도도 3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교폭력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국 초·중·고교, 특수·각종 학교의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모두 1만 662건으로 2013년 상반기 9713건보다 9.8%나 늘어났다. 학생수 감소를 반영하면 학생 1000명당 학교폭력 발생건수는 2013년 상반기 1.49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69건으로 무려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 없으면 저리가”
 카톡방 집단 왕따
 
▲학교폭력의 원인·분석 = 국민들의 절반 가까이는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가정교육의 부재’를 지목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해 11월 14∼24일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4%인 827명이 가정교육 부재를 학교폭력의 가장 중요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1.3%가 가정교육 부재를 선택했다. 1년 만에 무려 10%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이밖에 게임과 인터넷 등을 포함한 대중매체의 폭력성이 학교폭력의 원인이라고 보는 응답자가 466명(23.3%)으로 뒤를 이었다. 대중매체의 폭력성 항목은 지난해 조사에서는 32.1%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2위로 밀렸다.
 
 
학교의 폭력방지 노력 부족을 원인으로 답한 응답자는 357명(17.9%), 점수 위주의 입시 경쟁체제는 225명(11.3%), 학생 개인의 문제는 98명(4.9%) 등의 순이었다.
 
학교폭력에 대한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 대구광역시 교육청의 한 전문가는 학교 폭력의 원인으로 세 가지로 나눴다.
 
첫 번째 원인은 개인적인 성향 문제로 보는 시각이다. 청소년기에는 도덕적인 결함이나 공격적 성향, 또는 충동적인 성격 등과 같이 개인적인 요인이 학교폭력을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개인적 특성은 청소년기에 한번 형성이 되면 쉽게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개인의 문제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포함된다. 자기 비하가 심한 학생, 혹은 자존감이 약한 학생 같은 경우에는 타인을 괴롭히고 상대방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쾌감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학교 폭력 현상이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삐뚤어진 방식으로 우월감을 표현하며 열등감의 탈출구로 삼게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교육관계자들이 학교폭력의 원인을 분석 할 시에는 학교폭력 가해자의 개인적 특성이나 성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원인은 앞서 국민들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한 가정교육의 부재였다. 인격이 형성돼야 할 시기에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일수록 감정의 조절력과 표현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학교폭력 가해자가 돼 학교폭력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가정적인 환경이 학교 폭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자녀가 삐뚤어진 성향으로 자라날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더욱더 대두되고 있다.
 
마지막 원인으로는 환경적인 요인의 상호작용이었다. 즉, 본인의 성격이 온순하고 내성적이라고 할지라도 함께 다니는 친구들이 폭력과 폭언을 일삼는다면 자신도 그렇게 변할 수가 있고, 또한 반대로 폭력적인 성향이 있는 청소년도 부모님과의 친밀도를 높여 가정에 애착을 갖게 한다면 문제행동 유발환경에 노출돼도 충동적 행동을 억제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집단적 동조에 의한 압력도 무시 할 수 없다. 자신은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따돌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데 다수의 친구들이 그런 행동을 일삼는다면 혼자 도태되지 않기 위해 학교폭력에 가담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래로부터 소외돼 본인이 그 피해자가 될 것이 두려운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점점 피해 확산
예산 줄인 정부
 
▲쉽지 않은 해결책 =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은 현재까지도 모색 중이지만 적절한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요원하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교육당국부터 학교폭력에 대한 정확한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2년전 학교폭력을 4대악 중 하나로 꼽고 척결 대상으로 삼으면서 감소 추세를 나타냈지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이 교육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그런데 정부는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학교폭력 예방 관련 예산을 큰 폭으로 삭감해 빈축을 샀다.
 
교육부의 ‘2015년 학교폭력 예방대책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교육부 등 15개 부처의 학교폭력 관련 예산은 모두 3082억 9900만원이었다. 지난해 3364억 500만원에서 281억 600만원이 축소된 것이다. 특히, 인성교육법 제정에도 ‘인성교육 중심 학교폭력 예방 강화’ 분야에서 298억원이 삭감되는 등 5대 분야 중 가장 많이 줄었다.
 

정부는 예산을 줄이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으로 학교폭력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교육부가 두 차례 실시하는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2012년 2차 8.5%에서 2013년 2차 1.9%, 지난해 2차 조사에서 1.2%까지 감소했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시각은 크게 달랐다. 조사결과가 반공개 되는 교육부의 설문조사의 신뢰도가 크게 낮다면서 실질적으로 학교폭력 발생건수가 늘었다는 통계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폭력의 현실과 맞지 않는 교육부의 학교폭력설문조사를 폐지하고 실제적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 10명 가운데 3명 피해
절반은 ‘가정의 부재’원인
 
정부의 학교폭력 관련 대책도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학교폭력 대책에 대한 신뢰도라고 할 수 있는 학교폭력 신고효과에 대한 만족도가 미미했다.
 
지난해 학교폭력 신고 학생 중 신고 효과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이 36%에 불과한 것. 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진행과정과 전문성, 공정성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재심기관이 달라 혼선을 초래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의 대책으로 정부와 관련 당국, 그리고 부모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무관심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 부모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맞벌이 가정의 경우 일반 가정에 비해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학교폭력 가해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적 요인 연구’ 논문을 쓴 강소영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원은 “학교폭력 60여건 정도에 대한 기록을 검토해 보니, 60% 정도는 부모가 모두 있는 양부모 가정이었는데, 이 가운데 75%는 맞벌이었다”라며 “부모가 신경을 잘 못 쓰는 경우에 아이들이 탈선한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피해 학생의 대처법도 제시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대처법’에 대해 가만히 있거나 무조건 피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이 괴롭히는 행동을 중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괴롭히는 강도가 세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복합적인 원인
쉽지않은 해결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부드럽고 단호한 어조로 ‘싫다’, 나에게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만약 괴롭힘이 지속될 경우 주변사람에게 알리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럼에도 지속된다면 실제로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탈북·다문화 청소년 왕따 실태
 
최근 탈북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크게 늘면서 이들의 왕따(집단 따돌림) 문제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다문화 가정의 학생수는 2012년 4만6954명, 2013년 5만5780명, 2014년 6만7806명으로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탈북학생 수도 증가 추세다. 최근 3년간 전국의 탈북학생 수를 살펴보면, 2012년 1992명, 2013년 2022명, 2014년 2183명으로 탈북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언어나 교육환경 등이 다른 학생들과 달라 왕따 문제에 쉽게 노출된다. 왕따에 노출된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 각종 사회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례로 탈북자 관련 범죄는 2011년 51명, 2012년 68명, 2013년 8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탈북학생과 다문화 가정 학생의 학교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교육 현장을 중심으로 나온다.
 
그러나 교육 당국의 관심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탈북 청소년과 다문화 가정 청소년의 왕따 실태에 대한 통계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또, 다문화 가족 지원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10.1% 줄어든 972억원으로 책정하면서 무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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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