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5월 방한 노림수 해부

‘성완종’ 논란 잡고 ‘남북정상회담’ 분위기 띄우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오는 18일 방한한다. 1년 9개월 만에 밟는 고국 땅이다. 그러나 그 발걸음을 여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본의 아니게 ‘성완종 사태’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면서 진실을 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 시선은 그의 ‘발’이 아닌 ‘입’으로 모아진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국내에서 4박5일을 보낼 예정이다.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반 총장은 18일에 방한해 ‘세계교육포럼 참석’ ‘정의화 국회의장 면담’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 외교부 고위관계자 면담’ ‘이화여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22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도 계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기문 방한
4박5일 일정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이다. 그러나 결코 ‘충청대망론’과 ‘성완종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도 정국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성완종 리스트’와 ‘녹취록에 나온 사람’에 대한 진실공방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자살하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나눈 대화에서 반 총장의 이름을 거론한 바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사정드라이브에 대해 ‘반 총장과 가깝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성 전 회장의 발언에 대해 반 총장은 “이번 사안은 나와 전혀 관계없다. (성 전 회장은) 충청포럼 등 공식석상에서 본 적이 있고, 알고 있지만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등 성 전 회장이 밝힌 내용과 다른 주장을 했다.

따라서 방한에 대한 관심은 공식일정보다 주요 인사들과의 만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정가와 언론계는 반 총장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 특별수사팀 또한 ‘성완종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국내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반 총장은 최대한 조심스런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반 총장은 기존 방한일정과 다르게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의 반 총장 종친회인 ‘광주반씨 장절공 종중’의 반선환 국장은 지난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반 총장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선산이 있는 음성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없었다”며 “최근 국내외 정세가 민감한 데다 일정도 짧아 공식행사만 참석하고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가 쪽에서는 반 총장의 이러한 일정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평소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반 총장이기에 이번에도 고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고향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성 전 회장에 의해 오가는 ‘반기문 대망론’이 부담스러워 그런 것 아니겠냐”며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다.

고향방문 불발
대망론 때문?

정치권과도 거리두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식 행사 후 정의화 국회의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및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지만 정계 인사들과는 최대한 거리를 둘 것이란 전망이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반 총장의 행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반 총장이 지금 시기에 방한하는 것은 성완종 사태에 대한 논란만 증폭시킬 뿐인데 일정을 강행하는 것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냐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 윤 외교부장관과 만나는 것에 주목한다.

반 총장이 소수의 사람들과만 만남을 가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그 사람들과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가 정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가능성이 높은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한편에서는 성완종에 대한 대화도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이라 보고 있다.

직접 만날 것으로 알려진 정 의장 측은 지난 3일 “반 총장의 국회 방문 일정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정계관계자들은 “두 분이 (민감한) 국내 정치 현안보다 동북아 평화와 남북관계 등 외교 전반에 걸쳐 주로 대화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윤 장관과의 만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와 최근 급변하는 아시아관계 등 외교 전반에 걸쳐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8일 방한, 1년 9개월 만에 고국행
성완종 논란에도 입국 강행, 할 말 있나?

이에 일각에서는 다시 한 번 반 총장의 ‘남북정상회담 성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은 여러 차례 방북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오준 주 유엔대표부 대사는 지난 4월2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남은 임기 중 한반도 문제, 즉 북한 문제에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적 있다. 이에 임기가 1년7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방북을 추진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에 임명된 직후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의 중재자 역할로 주목받아왔다. 여권 일각에선 ‘반기문 총장 방북 → 남북정상회담 → 비무장지대 개발이나 북핵협상 진전 → 반 총장 대선 출마’를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에서 반기문 영입설이 나온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결국 이러한 영향력과 가능성이 본인이 부인함에도 반 총장을 대권후보 0순위로 올려놓는 요인이다.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여론도 있다. 반 총장은 지난 9일 러시아 방문 기간 동안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지난 1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에게 반 사무총장이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짧은 시간 동안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회동 내용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했다. 반 총장이 이번 방한 때 박 대통령, 정 의장 등 핵심 인사들과 이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반 총장과의 신년 전화통화에서 “남북대화 재개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근본적 개선을 유엔과 함께 다뤄가겠다”고 밝힌 적 있다. 그러나 북한의 김 의장이 ‘실권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성과가 없었을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김영남 만남
중재자 되나?

다른 쪽에서는 남북정상회담보다 성완종 사태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방문하는 것 아니냐며 의혹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반 총장의 방한은 이미 2014년 말부터 확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시기적으로는 반 총장의 방한 일정과 성완종 사태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성완종 사태에 대한 얘기가 있을 것이란 것이 정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반 총장의 조카가 경남기업과 연루되면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JTBC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까지 추진하던 매각사업을 반 총장의 조카에게 맡겼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반 총장의 조카로 알려진 데니스 반은 경남기업이 자금난 해소를 위해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을 ‘카타르투자청’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매각주관사 담당임원으로 해당 계약을 주도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정황상 반 총장이 성 전 회장에 대해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고 한 주장이 힘을 잃게 된다.

이 외에도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반씨가 경남기업 측에 건넨 문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카타르투자청 관계자는 해당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문서는 완전히 가짜다. 내 서명도 위조됐다. 우리는 경남기업을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여 경남기업이 반씨가 몸담고 있는 매각주관사에 인수의향서를 받는 조건으로 6억여원의 수수료를 선 지급한 것으로 전해져 ‘국제 사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박근혜·정의화·윤병세 만나 무슨 말 할까?
조카 경남기업 매각사업 연루, 변수 떠올라


반 총장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오고가고 있는 가운데 ‘반기문 효과’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반 총장의 행보로 인해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이미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올해 초 실시한 ‘차기대선후보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최근 한국리서치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반 총장이 18.1%를 차지, 16.4%를 기록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를 꺾고 1위에 올랐다. ‘방한 효과’가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4·29재보선 이후 리얼미터에 의해 조사된 바에 따르면 반 총장은 15.3%를 기록,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 이은 3위를 차지해 여전히 주목받고 있음이 나타났다.

방한 노림수
논란 덥기?

반 총장은 이미 여러 차례 국내 정치에 뜻이 없음을 알린 바 있다. 은퇴 후 삶에 대해 그는 “아내가 나를 위해 많이 참아줬고, 내 일을 이해해줬다.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면 아내와 멋진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특히 손자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밝혔을 만큼 뜻이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기문 대망론’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은 이런 논란들이 반 총장의 직무 수행을 방해할 수 있다며 자중할 것을 요청한다. 반면 충청권에서는 아직 강력한 대선주자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여전히 반 총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충청권 지역언론들이 연일 ‘충청 대망론’ 재점화를 다루고 있는 와중에 과연 반 총장은 고국에서 보낼 100여 시간 동안 어떤 ‘이야기보따리’를 풀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상옥·한명숙 빅딜?

지난 8일 박상옥 대법관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1월26일 국회로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후 그동안 야당으로부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연루 의혹’을 받아 임명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결국 인준이 지연되다 지난 6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및 여당 당독 표결로 가결됐다.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100일 만이었다.

직권상정의 후폭풍은 거셌다. 5월 임시국회 본회의가 있었던 지난 12일, 여야는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은 “박상옥 대법관은 자진 사퇴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무리한 직권상정을 사과하실 것을 촉구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당기간 정계가 냉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이날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된 법안은 불과 3건에 그쳤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방안 등 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는 핵심 현안이 눈앞에 있지만 당장 있을 28일 본회의에서조차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만약 통과되지 못한다면 6월로 넘어가는 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막혀버린 새누리당, ‘한명숙’ 보내고 주도권 잡나?

이에 정계관계자들은 5월 국회 내 통과를 위해 여당에서 박상옥·한명숙 빅딜을 타진할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이미 박 대법관이 임명된 직후 언론을 통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수사가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 바 있다.

박 대법관이 배속된 대법원 2부에는 한 전 총리의 9억원대 불법 정치자금 사건이 계류 중이다.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와 3심결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여야에서도 이를 두고 신경전을 펼친 바 있다.

새누리당에서 3월23일 당시 박 후보자에 대한 대법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한명숙 구하기’로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한명숙 구하기 논란이 불거지자 새정치연합은 하루 만에 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는 등 급변한 모습을 보여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한 전 총리를 두고 일련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5월 국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정치권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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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