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증거인멸’ 진짜 이유

여의도판 <너는 내 운명> “걸리면 모두 공멸”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와 기업은 운명의 붉은 실로 묶여 있는 것일까. 그들은 서로 원하는 것을 보완해주는 ‘상호 호혜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은밀한 관계는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잠행을 원하는 그들은 음지에서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비밀의 문이 열리는 순간, 지금의 ‘증거인멸’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다.

‘성완종 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최근 측근의 ‘증거인멸’ 수사가 추가돼 복잡해졌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현재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트랙은 기존의 ‘리스트 8인’에 대한 수사다. 또 다른 트랙은 ‘측근의 증거인멸’에 대한 수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정황에 따르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전부터 증거인멸은 진행되고 있었다.

조직적 증거인멸

앞서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가 있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비서실장을 구속했다. 검찰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두 핵심 측근은 증거인멸을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발부의 이유를 설명했다.

증거인멸 정황은 다음과 같다.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착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2015년 2월 성 전 회장은 측근들에게 그간 금품을 전달한 대상자에 관한 자료를 취합하라고 지시했다. 그 후 2월에서 3월 사이에 성 전 회장은 박 전 상무 등에게 자료인멸·은닉을 지시함과 동시에 구명·폭로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후 3월1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됐으며, 검찰은 성 전 회장을 소환조사한다. 검찰의 수사가 점점 옥죄어오자 성 전 회장은 4월8일 박 전 상무, 이 전 실장과 마지막 대책회의를 가진다.


대책회의를 가진 지 하루 뒤인 4월9일 성 전 회장은 자살한 채 발견되고,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에 대한 1·2차 압수수색에 들어간다. 여기서 검찰은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 본격적인 투 트랙 수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때 검찰은 박 전 상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 긴급체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은 박 전 상무로부터 “성 전 회장 지시로 증거인멸했다”는 진술을 영장실질심사 때 받아냈다.

성완종 자살 전후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
이유는 회사 비자금? 금품 전달? “둘다”

이 전 실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더욱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 측 말에 따르면 경남기업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기 전인 3월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관련자료를 폐기·은닉했다. 이렇게 빼돌린 자료는 본사 지하 1층으로 옮겨졌다. 그곳에는 문서파쇄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증거인멸을 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됨에 따라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졌다. 따라서 검찰은 측근들을 대상으로 동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듣는데 집중하고 있다. 측근의 변호사는 최근 “증거 은폐 이유가 회사 비자금 의혹 때문인가 아니면 금품 전달 때문인가?”라는 모 언론사 기자의 질문에 “둘 다”라고 대답해 외압 의혹을 증폭시킨 바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이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번의 증거인멸이 성 전 회장의 자살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전후로 나뉘어 행해졌다는 점이다.

첫 번째 증거인멸은 3월18일 검찰이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한 뒤 직원들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끈 채 자료를 은닉, 파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성 전 회장이 살아있을 때여서 수사에 불리할 수 있는, 또는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추정된다.

그러나 의문이 제기되는 쪽은 두 번째 증거인멸 정황이다. 검찰의 말을 빌리면 경남기업은 성 전 회장이 자살한 지 3일 뒤인 4월12일 박 전 상무 등 측근의 지시로 대대적인 서류파쇄 및 은닉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소위 ‘성완종 리스트’가 대중에게 공개된 후라는 점에서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의 회유나 협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 전 회장의 주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캐물었다’는 주장이 나온 적 있어 대중의 의심은 깊어져갔다.


일각에서는 ‘제3의 인물설’을 주장한다.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안의 ‘민감성’ 등을 따져봤을 때 리스트 내 인물이 외압을 가했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특히 측근을 시켜 자신과 관련된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면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돼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리스트 8인’은 아닐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지만 아직 언론에 거론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설’이긴 하지만 언론을 통해 연일 ‘리스트’ 이외의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제3의 인물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불거진 외압의혹

검찰에서 주목하는 핵심측근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정낙민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이다. 그는 과거 성 전 회장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바 있으며 의원직 상실 후에는 경남기업에서 일해 왔다. 앞서 말한 투 트랙 수사에 모두 관여돼 있다는 측면에서 특별수사팀은 정 팀장이 이번 성완종 사태를 풀어줄 핵심 ‘키맨’으로 보고 집중 수사 중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흔히 수사를 건축에 비유한다. 이에 빗대어보면 성완종 사태는 기초공사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팀장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 전 총리,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본격 수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기둥을 세우는 단계로 보고 있다. 과연 기둥을 얼마만큼 높게 올릴지, 천장에 대한 공사는 마무리될 수 있을지 국민의 귀추가 주목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 자체 특검 실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 기존의 상설특검법과는 별도의 특검법을 발의해 화제다.

새정치연합 이춘석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달 28일 이 같은 내용의 특검법안을 만들었으며, 원내지도부의 동의를 거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그간 별도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꾸준히 주장해왔다. 현행 상설특검법은 검사 임명절차와 수사기간 등을 비춰봤을 때 부실수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완종 정국에 ‘맞춤형 특검’을 도입해야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별도 특검법 발의, ‘몸통은 박근혜’ 정조준

발의된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8명과 경남기업 로비 의혹으로 한정했다. 또한 파견 검사수를 상설특검법상 5명에서 15명으로, 특별수사관은 30명에서 45명으로 확대했다. 추천인원수에서 2명 중 1명은 대통령이 임명해야 됐지만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여·야 합의 또는 야당이 1명을 추천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기간의 측면에서도 기존 최대 90일인 것이 90일에서 최대 150일로 동안 수사할 수 있도록 차이가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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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