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로비 창구’ 고위층 사교클럽 대해부

돈 많아도 아무나 가입 못한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숨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사망 직전 인터뷰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한 호텔 휘트니스에서 10만달러를 건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성 전 회장은 생전에 이 휘트니스를 약속 장소로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닌 돈 로비 창구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처럼 사회고위층들이 몰리는 사교클럽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사회에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부자들은 어떻게든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상위 1%, 상위 0.1%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집단의 규모는 작아지고 결속력은 더욱 강해진다.

정재계 명문가
한데 모여 단합
 
세계 1위 갑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역시 중고등학교와 하버드대학교 인맥 덕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을 이끈 1등 공신 스티브 발머는 빌 게이츠의 동창이다. 빌 게이츠 아버지의 교육방침 중 하나가 ‘부모가 자녀의 인맥을 넓혀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빌 게이츠 아버지는 아들에게 큰 자산을 주지는 못했지만 인맥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물려줬다.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족에게 인맥을 물려주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진입장벽이 높은 엘리트들의 ‘사교클럽’은 일반인들에게 다소 낯설지만 이미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중 ‘서울클럽’은 사교클럽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 장충동에 있는 서울클럽은 상류층의 사교문화를 국내에 들여온 곳으로 1904년 고종황제가 외국인과 내국인의 문화교류 촉진을 위해 만든 사교클럽이다. 회원은 약 1000여명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원 가입비는 7500만원 선이다. 90년대 말 회원가입비가 30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5년 새 2.5배가 오른 셈이다.
 
서울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서울클럽 회원 2명의 추천을 받은 후 까다로운 절차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 기간이 대략 3∼4년 정도다. 회원 수가 정해진 사교클럽이기 때문에 기존 회원이 이탈해야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입 후에는 매달 35만원의 회원비를 따로 내야한다. 
 
정치인, 고위관료, 군 장성, 기업인…
1% 상류층 만남 장소 ‘사랑방’역할
 
이처럼 가입 문턱이 높다보니 세간의 시선을 피하고자 하는 정계와 재계의 유력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클럽은 1400여평 부지에 휘트니스센터와 레스토랑, 수영장, 테니스장, 어린이 놀이터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100여년의 오래된 전통을 갖고 있어 내부에는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다.
 
서울클럽에 가입돼 있는 재계 회원은 현대중공업 그룹 일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일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이 있다. 정치권 인사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있다. 그간 몇몇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등이 서울클럽의 문을 두드렸지만 회원 공석이 없어 거절당했다가 오랜 시간의 대기와 심사를 거쳐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전해진다.
 
서울클럽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상류층이 서울클럽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아나운서의 자녀들이 이곳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져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젊은 상류층이 서울클럽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회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외국인과의 글로벌 인적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화를 중시하는 상류층에게는 외국인 회원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서울클럽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클럽 내에서는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영어로 대화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싼 회원권
없어서 못사
 
서울클럽 회원전용잡지 ‘테들러’(TATTLER)에는 서울클럽 회원들의 모임사진이 실리고 있다. 테들러 자료를 보면 서울클럽 내부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교류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나 독일의 옥토퍼페스트 등 각국의 기념일에 여는 소규모 파티를 열어 교류의 장을 만든다. 할로윈, 크리스마스 파티는 기본이다. 방학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회원 자녀가 함께하는 캠프도 운영된다. 상류층의 문화가 기성세대 일부만 누리는 것이 아닌, 가족단위로 누리고 있는 셈이다.
 
‘명우회’도 국내의 대표적인 사교클럽이다. 1956년 결성된 명우회는 당초 경기고등학교, 서울사대부고, 경기여고 등 명문 고등학교 출신 대학생들이 함께 독서토론을 하는 교양 서클이었다. 자연스레 서울대,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명문가 자제들의 사교모임으로 발전했다. 이후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똑똑하고 집안도 좋은’ 재벌가 자제들의 연결고리로 그 성격이 바뀌었다.
 
이후 경제호황으로 인해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명우회의 위상이 올라갔다. 그러면서 한 해 30명 안팎의 엄선된 신입회원만 받아들이고 재계에서 정관계 자제들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와 동방유량(사조해표의 전신) 신명수 회장의 딸 정화씨가 인연을 맺은 곳도 명우회다.
 
정보 교류·친목 도모
은밀히 뇌물 오가기도 
 
‘땅콩회항’으로 논란을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들도 명우회 출신으로 알려진다. 서울대 재직 교수 가운데 명문가 출신인 이들도 학생시절 명우회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90년대 이후에는 진입장벽이 어느 정도 허물어져 정계와 재계 외에도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자제들도 가입이 가능해졌다. 회원가입 추천 기준이 과거보다 유연해져 회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남 구락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한남클럽’도 대한민국 1%를 위한 대표적인 사교클럽으로 꼽힌다. 한남클럽은 서울의 상징인 남산 인근에 있다. 주 회원은 기업 오너,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교수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고 여성 회원은 극히 일부다. 회원권을 얻는 방식은 앞서 서울클럽과 비슷하다. 철저한 ‘물 관리’가 이뤄진다.
 
한남클럽의 존재감은 역대 회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남클럽 초대 및 2대 회장은 김용우씨(전 국방부 장관·작고)였다. 3대 회장 김정렬(전 국무총리), 4대 회장 설국관(전 대한여행사 사장·작고), 8대 회장 정희택(전 감사원장), 9대 회장 김종규(전 서울신문 사장), 10대 회장 선우종원(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11대 회장 이태호(전 수출입은행장·작고), 12대 회장 유종해(연세대 명예교수), 13대 회장 조해형(나라홀딩스 회장), 15대 회장 강신호(동아제약 회장), 18대 회장 서태식(삼일회계법인 명예회장) 등이다.

추천 없으면 
가입 불가능
 
서울 연희동의 ‘우정스포츠센터’도 한때 사교클럽으로 유명했다. 우정스포츠센터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관계, 재계 등 상류층 인사들이 모이는 고급 사교장이었다. 당시 회원 수는 가족을 포함해 1000여명에 이르렀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전 애용해오다 이임 후 다시 정회원으로 등록해 한때 운동을 계속했다고 알려진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92년 대선 전 이곳에서 수영하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정스포츠센터에는 ‘우정회’라는 친목단체가 따로 운영되기도 했다. 명문가 자녀들의 자연스런 사교의 장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연희동 우정스포츠센터 자리에 14층 규모의 주거용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최근에는 특급호텔 휘트니스가 새로운 사교의 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종 정보를 교류하며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인 이익이 나오기 때문에 회원권을 얻으려고 난리다. 회원권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하지만 특급호텔 휘트니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매물부족 현상을 빚을 정도다. 지난달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특급호텔 휘트니스 회원권의 시세는 평년 동기 대비 15∼20% 가량 상승했다. 고급 휘트니스의 주요 고객층은 고위 공직자, 대기업 경영자, 연예인 등이다.
 
특급호텔 휘트니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서울 반얀트리 클럽’이다. 신라호텔, 하얏트호텔, W워커힐 호텔, 조선호텔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인 탤런트 박상아와 그의 자녀들은 지난 2011년과 2013년 서울시내 반얀트리 수영장에서 목격돼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은 상위 0.1% 사교클럽으로 지칭되며 개인 회원권은 계약 기간만 20년이며 가격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특히 반얀트리 내 ‘카바나’ 수영장은 회원이 아니면 이용자체가 불가능하다. 
 
큰돈을 들여 회원권을 구입해도 200만∼500만원 가량의 연회비는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거래 가격은 거래소의 중매로 매수자, 매도자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매물을 찾기 힘들 만큼 인기가 많다.
 
 
이 같은 호텔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휘트니스 회원권을 보유하면 실내외 휘트니스는 물론 수영장, 스파, 사우나, 골프연습장, 테니스를 비롯한 스포츠 코트, 키즈클럽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호텔에서는 멤버십 고객에게 바우처를 정기적으로 제공해 숙박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외에도 사교모임이 이뤄지는 호텔은 여럿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JW메리어트 호텔’ 인근에는 법원이 있어 법조계 인사가 자주 찾는다고 전해진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특이한 판결을 놓고 논쟁을 벌이거나, 변호사들이 각종 사건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전해진다. ‘리츠칼튼 호텔’에는 강남구 역삼동 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중년 사모님들이 주 고객이다. 삼성동 테헤란로 인근에 있는 ‘인터컨티넨탈 호텔’ 피트니스클럽인 ‘메트로폴리탄’(그랜드)과 ‘코스모폴리탄’(코엑스)의 주요 고객은 강남부유층과 IT기업 임원들이다.

경기 불황은
머나먼 남 얘기
 
호텔 휘트니스 회원들은 각자 스케줄에 맞춰 클럽 휴게실에 모여 소소하게는 재테크, 양육, 유학, 결혼정보 등 정보를 교류한다. 뿐만 아니라 자금을 모아 공동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휘트니스 간판이 걸려 있지만 사실상 그들만의 소속감과 동질성을 바탕으로 사교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근래에는 이러한 특권의 향유가 젊은 층과 가족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알려진다.
 
대기업에도 사교모임의 장이 마련돼 있다. 삼성전자 사옥 5층에는 VIP를 모시기 위한 ‘코퍼리트 클럽’이 있다. 이 클럽은 접대용 레스토랑으로 삼성 계열사 부사장급 이상 임원만 이용할 수 있다. SK그룹은 사옥 35층에도 ‘다이아몬드룸’과 ‘루비룸’ 등 VIP레스토랑이 있다. 임원들은 주로 이곳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한다. 때문에 도청방지장치도 설치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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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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