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당한 이완구 ‘다음 타깃은?’

언론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들었던 검찰 “눈치 보이네”

[일요시사] 최현목 기자 = ‘성완종 리스트’의 첫 관문이 뚫렸다. 이완구 총리가 지난 20일 사의를 표하면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성완종’하면 ‘이완구’로 불릴 정도로 이 전 총리는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왔다. 이제 그 이목은 다른 대상을 찾고 있다.

다음 타깃은 누가 될 것인가. ‘성완종 게이트’는 그간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수사로 기억될 정도로 집중 대상이었다. 언론 또한 연일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진행 상황과 드러난 의혹들에 대해 보도하기 바빴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전 총리는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하며 직에서 내려왔다. 자리에서 내려온 만큼 이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본격·직접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국민의 이목은 다음 타깃이 누가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이완구 사퇴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은 다음 타깃을 지목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 전 총리 사의 표명 직후 “이완구 총리 사퇴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전·현직 비서실장을 비롯한 권력 핵심인사들이 줄줄이 적시된 것을 두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중 이병기 비서실장은 현직에 있다는 점에서 직접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에 대한 의혹은 이미 제기된 상태다.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 있지만 금액은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병기 실장, 홍성 사람이고 착한 분인데 그 분도 참 처신을 잘해야 한다”면서 “(내가 얘기)하면 그 사람 물러날 텐데”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또 다른 사실도 드러났다. 이 실장이 성 전 회장과 2014년 3월 이후 140여 차례에 걸쳐 서로 착발신을 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둘 사이가 각별했음을 암시하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이 실장은 “전화가 오면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명했지만 성 전 회장이 살아생전 약속을 기록한 장부에 이름이 적혔다는 이유만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의혹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이 전 총리의 경우처럼 이 실장 또한 사퇴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CBS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쨌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청와대 비서실장을 하루빨리 내려놓아야 이 전 총리 같은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여·야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빠른 시일 내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 이 실장을 소환해 추궁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서 빠른 시일 내라고 하는 것은 4·29재보선이 치러지기 전으로 해석된다.
 

반면 새누리당은 완강히 거부하고 나섰다. ‘재보선 전 운영위 소집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인천 선거대책회의 자리에서 “야당이 전·현직 비서실장을 불러서 운영위 개최를 요구하는데 이런 정치 공세 때문에 여·야 간 합의했던 공무원연금개혁, 지방재정법 등 시급한 법안 처리를 재확인하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정치공세만 하고 합의를 지키지 않으며 민생을 팽개치는 야당을 국민들께서 심판해 달라”고 맞섰다. 이는 결국 ‘정권심판론’으로 끌고 가려는 새정치연합의 전략에 적극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준표, 서병수, 유정복 등 리스트에 적힌 새누리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의 거취도 관심을 끈다. 여·야는 지난 14일 주례회동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상임위원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여기서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 개최를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행위가 개최되면 기관장인 홍준표 경남도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리스트에 명시된 이들의 출석이 그만큼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다만 경남도와 부산시, 인천시가 안행위의 소관기관이 아닌 관계로 출석은 청문회 형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친박게이트 대책위, 이병기 다음은 홍·서·유
새정치 의원은 무관? ‘진실 혹은 거짓’ 논란

이에 새정치연합은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사안이 친박 실세 비리게이트라 보고 ‘친박게이트 대책위’를 꾸린 바 있다. 위원장으로 선출된 전병헌 최고위원은 대책위 회의자리에서 “비서실장 3인, 홍·서·유(홍준표, 서병수, 유정복) 3인, 더하기 1인(홍문종 의원) 등 ‘3+3+1’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록 ‘리스트’에 적힌 것은 전·현직 여권 인사들이지만 야권 인사들까지 타깃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조선일보>를 통해 ‘성완종 장부’가 존재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가시화됐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장부에는 야권 의원 7~8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적혀있어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들이 밝힌 장부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의 핵심 측근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여·야 유력정치인 14명에게 불법자금을 제공한 내역을 담은 로비장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장부에는 새정치연합 중진인 K의원과 C의원 등 야당 정치인 7~8명의 이름이 포함됐다고 보도됐다.

이에 국회는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K와 C가 누구인지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 소식은 의혹이 의혹을 낳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소위 말하는 ‘찌라시’도 등장했다.

다음은 이병기?

명확하게 드러난 것이 없어 의혹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추미애 최고위원은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자신이 C의원으로 의심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추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보도된 해당 기사를 보고 누구든지 새정치연합 중진 C의원이 추미애라고 추론할 수 있었다”며 “<조선일보>는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가 17년 전 국회의원실에 1년 동안 근무한 사실이 있다는 것만으로 아무 근거 없이 마치 모종의 긴밀한 관계를 짐작 가능케 하는 ‘짜깁기’ 기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추 최고위원은 <조선일보>를 서울지방검찰청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도 4·29재보선 지원 중 기자들과 만나 이번 보도에 대해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물타기 시도에 분노를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조선일보>에서 주장하는 장부의 존재에 대해 부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이미 ‘확장판 리스트’에 대한 얘기가 정가에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야권 인사들의 이름이 적힌 리스트가 곧 공개돼 수사의 균형을 맞출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정계전문가들은 4·29재보선을 기점으로 보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파 간 밀어내기 전략


‘성완종 사태’가 ‘친박게이트’에서 ‘친노게이트’로 번지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은 것이 논란으로 비화됐다.

새누리당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에 당시 청와대가 깊이 관여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명박 인수위’의 요청에 의한 사면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선 긋기에 나섰다. 친이계 측 한 인사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친이-친노, ‘성완종 특사’ 두고 인파이트

일련의 공방을 통해 일각에서는 친노 핵심도 수사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이른바 ‘찌라시’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들의 이니셜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호사가들은 “출구전략이 가동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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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