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야해지는 방송들 천태만상

케이블 예능 수위 19금? 29금!

[일요시사 사회2팀] 유시혁 기자 = 19금 방송이 예능에서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여성MC들이 누드톤 속옷 차림으로 방송을 진행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은 것에 이어 한 드라마에서는 남자주인공이 알몸(중요부위는 모자이크 처리)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흥미롭다”는 반응과 “도를 넘었다”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연 19금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그린라이트일까?

지난 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케이블방송 온스타일의 예능 <더 바디쇼>에서 최여진, 유승옥, 레이디 제인의 세 여성MC가 옷을 벗었다. 예쁜 가슴을 만드는 특급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자신의 몸매가 여실히 드러나는 초밀착 미니 드레스를 선보인 것이다.

한국 맞아?

누드톤의 드레스는 가슴골이 드러날 만큼 야한 속옷을 연상케 했다. 방송에서 최여진은 “오늘만큼은 당당한 여자가 되자”며 과감한 노출을 선보였으며, 유승옥은 자신이 직접 착용하는 D컵 브래지어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레이디 제인은 “D컵은 실제로 처음 본다”며 유승옥의 가슴에 손을 대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여성 누리꾼은 “몸매가 부럽다” “운동해야겠다” “저 옷 어느 브랜드냐” “당당해서 보기 좋다” 등의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남성 누리꾼들은 “아예 다 벗지” “당당하려면 벗어야 되나” “너무 섹시하다” “저런 여자 만나고 싶다” 등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일 케이블방송 엠넷은 19금 드라마 <더러버>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결혼 대신 동거를 택한 30대 커플, 띠동갑 연상연하 커플, 동거 초보 커플, 꽃미남 남남 커플의 동거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방송에서 오도시(오정세)의 중요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한 알몸이 공개되기도 했으며 류두리(류현경)의 가슴을 만지는 장면도 그려졌다.


“자기야, 나 이만해졌다” “누나 피임은 하냐” 등의 19금 멘트와 야광콘돔을 착용한 채 잃어버린 귀걸이를 찾는 장면도 화면에 담겼다. 이준재(이재준)가 캐리어에서 짐을 풀고 있는 타쿠야(타쿠야)를 향해 “이런 옷들이 많네요?”라고 묻자 “아, 쟈지요?”라고 말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방송에 대해 누리꾼 헨젤(65bd****)은 “드라마 중에 ‘헉’소리 내면서 본 건 <더러버>가 처음이다”며 “매주 본방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몽몽찌니(bklo****)는 “케이블방송이다보니 시대상을 빠르게 담아낸 것 같다”며 “다음 편이 기대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로그 운영자 lup****는 “참신하긴 하지만 성 관계 장면을 뺀 나머지 성적 요소는 다 담긴 거 같다”며 “스토리 있는 야동을 보는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하긴 하지만 코믹 요소가 많아 배꼽 잡고 볼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며 “이 드라마는 확실히 미쳤다”고 설명했다.  

JTBC 예능 <마녀사냥>은 19금 예능의 대표로 꼽힌다. 지난 2013년 8월 첫 선을 보인 이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연애 고민을 진행자와 패널들의 토론 형태로 진행된다. ‘그린라이트를 꺼줘’코너에서 시청자들의 고민은 수위가 높은 편이다. 21세 여대생의 사연은 <마녀사냥>의 19금 수위를 대변해주기도 한다. 이 여대생은 남자친구와 100일 기념을 맞아 여행을 갔다.

첫 잠자리에서 여대생은 왜 남자친구가 진도를 나가지 않나 궁금해서 눈을 떴는데, 남성의 물건이 너무 작아 아무런 느낌도 없어 이별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일반인 인터뷰에서 한 남성은 진행자들의 첫경험 느낌에 대한 질문에 “불교신자인데 천국을 봤던 것 같다”고 발언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게스트의 공식질문인 ‘낮져밤이’는 현재 방송 수위 논란 때문에 사라졌다.

누드톤 속옷 차림으로 방송 진행
섹드립 남발하는 토크쇼 우후죽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마녀사냥>의 진행자 신동엽의 '19금 드립'과 섹스칼럼리스트 곽정은의 어록 등의 포스팅이 자주 공개되고 있다. 신동엽의 베스트 19금 드립으로는 입 큰 여자에 대한 대화에 “지금 잘난 척하는 거예요?”, 홍콩투어 중 아침 촬영에 대해 “카메라 좀 꺼줘요. 나 못 일어나가지고”, 팔꿈치 질감에 대해 “주름이 있어서 고환하고 비슷해요” 등이 있다.

곽정은의 어록으로는 “땀 흘리는 남자는 언제나 옳다. 그것이 잔디 위에서든, 침대 위에서든”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여자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남자는 없어요” “연애에 대한 조언이 무의미한 이유는 결국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되기 때문” “여자는 사실 마음이 열리면 몸이 열리게 되어 있어요” 등이 있다. 또 곽정은은 게스트로 참여한 로이킴에게 “어리고 순수하게 보이는데 키스 실력이 궁금하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이에 로이킴은 “지금 혀 풀고 있다. 뭐든 잘하고 싶은 성격”이라고 답변했다.


한 인터넷카페에서 땡깡겅쥬(dare****)는 “진행자들의 유연한 진행과 다양한 사연들을 들으면서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신기해하곤 한다”며 “방송의 재미에 기분이 한결 좋아지는 등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엘리(ecen****)는 “늙었는지 요즘 젊은이들의 사연을 보면 당혹스러울 만큼 솔직하다”고 지적했으며, 쪼꼬미(bang****)는 “수위가 너무 높아서 처음에는 안 좋게 봤지만, 워낙 재밌는 토크라서 그런지 팬이 되고야 말았다”고 전했다. 귬띠겸띠(cjsr****)는 “불타는 금요일은 마녀사냥과 함께”라며 “한 주간의 쌓인 스트레스를 야한 방송으로 털어버린다”고 말했다.  

<SNL코리아>는 19금 코미디를 선보인다. 지난 4일 방송에서는 가수 가인을 게스트로 초대해 영화 <건축학개론>의 19금 패러디를 소개했다. 여기서 가인이 유세윤에게 “너 하고 싶은 거 없어?”라고 묻자 유세윤은 “하고 싶어”라고 대답했으며, 가인의 하얀 와이셔츠가 젖어 속옷이 비치자 유세윤이 가슴에 입김을 불어 말려주기도 했다. 하하 편에서는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해 “매너는 사람을 만든다. 콘돔은 사람을 안 만든다”는 19금 버전 명대사를 선보였다.  

인터넷 블로그 운영자 땡치리(neon****)는 <SNL코리아> 신화편에 대해 “19금이 아니라 29금이다”며 “19세 이하 시청 금지 방송이라고는 하지만 부모가 없는 틈을 타 청소년들이 시청하게 될까 걱정이다”고 전했다.

일본 될라∼

한편 케이블과 종편의 19금 방송이 인기를 끌자 SBS는 지난해 7월 예능 <매직아이>를 편성해 방영했으나 부진한 시청률에 조기 종영됐다. 이 방송에서 가수 이효리는 남편 이상순과의 사생활을 언급하며 ‘질외사정’에 대한 거침없는 입담을 선보였다.

 

<evernur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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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