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박원순 끌어내기’ 플랜

결국 넘어야 할 산…큰 봉우리 넘어야 최정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그 산은 오 전 시장이 직접 쌓아 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의 큰 산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정계의 지각변동으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 지각변동은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을 내걸자 일어났다. 자신의 과업을 청산하지 못하면 정상에 오르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현재 정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명이다. 홀연히 떠났던 사람이 돌연 나타났기 때문이다.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오 전 시장을 두고 수많은 정치전문가들은 그의 복귀를 당연시하고 있다. 몇몇 언론에서는 그의 훤칠한 키와 잘생긴 이목구비를 언급하며 마치 스타의 귀환처럼 보도하고 있다.

정치스타 귀환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차기대선주자적합도’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내에서 오 전 시장이 14.9%를 기록, 25.3%를 기록한 김무성 대표의 뒤를 잇는 2위로 나타났다.

리서치뷰가 인터넷방송 팩트TV와 함께 지난달 30일 실시한 정례조사 결과를 보면 대선후보로 느껴질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제치고 적합도 4위에 오른 것이다. 8.8%를 기록한 오 전 시장 앞에는 32.5%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16.8%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12.1%의 박원순 서울시장뿐이다. 특히 박 시장과는 단 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정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지난 3년6개월간을 되돌아 봤을 때 격세지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오 전 시장의 정계복귀에 대해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복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이다. 거론되고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당직으로 복귀한다는 설과 하나는 선거를 통해 복귀한다는 설이다.

당직을 통한 복귀 시나리오는 오 전 시장의 입장에서 안정적이다. 새누리당 내에는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가 1석 남아있어 김 대표의 ‘제가’를 얻으면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여의도연구원의 수장 자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다수의 정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당직으로의 복귀가 안정적이긴 하나 화제성 면에서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당당히 선거를 통해 복귀하라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미 오 전 시장이 선거를 통한 복귀 수순에 들어갔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선대위 발대식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리에 참석한 오 전 시장은 정계복귀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을 향해 “정계복귀는 아직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를 ‘얼굴 도장’ 찍기로 해석한다.

4·29 현장에 얼굴도장, “시장직은…실수”
정몽준과 테니스 회동, 노원병? 광진갑?

그러나 선거를 통한 복귀는 험로의 연속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오 전 시장 앞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라는 거물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오 전 시장과 박 시장의 인연을 살펴보면 정적(政敵)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시장 직에서 내려올 것을 다짐했다. 그리고 결과는 투표함을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끝났다. 결국 오 전 시장은 자리에서 내려왔고, 시민들은 그런 오 전 시장의 대체재로 박 시장을 선택했다.

2011년 서울시장재보선에 나선 박원순 당시 후보자는 전임 오세훈 시장이 추진했던 사업들을 두고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격렬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시장이 된 후에는 오 전 시장이 실시하고 있던 사업들을 대폭 축소했다. 이를 두고 언론은 ‘오세훈 흔적지우기’라 불렀다.


그러나 공고할 것 같았던 박 시장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오 전 시장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시장의 지지율은 2015년 1월 셋째 주부터 꾸준히 하락해 3월 들어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전체 2위 자리를 내줘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오락가락하는 서울시 재활용 정책 등으로 불거진 박 시장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시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오 전 시장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박 시장과 직접 붙기보다는 우선 다가올 20대 총선에 맞춰 준비를 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리고 현재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지역은 새정치연합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가 맡고 있는 노원병과 광진갑이다.

정적 박원순

노원병 출마 예상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지난달 21일 이 전 시장과 정몽준 전 의원이 ‘테니스회동’을 가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이 붙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게 “총선 출마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고 서울 노원병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원병은 현재 안 전 대표의 지역이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총선 출마에 관해서는 “그래야죠”라고 답했지만 노원병에 대해선 “생각을 안 해 봤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진갑 출마를 예상하는 사람들은 그가 광진구 자양동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26일 사퇴한 이후 종로구 혜화동 시장공관에서 나와 그곳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오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오 전 시장이 자양동에 전셋집을 구했다”면서도 “정치적 의미는 전혀 없으며 단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7호선 뚝섬유원지역 근처에 전셋집을 구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었다.

일각에서는 만약 오 전 시장이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 중 한 명을 잡을 수 있다면 그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과연 오 전 시장이 복귀와 함께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여당은 물론 야당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 경남도지사 

최근 공식석상에 다시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무상급식 중단’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간의 악연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둘의 악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5·31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맞붙은 둘 사이의 승부는 뒤늦게 뛰어든 오세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2011년에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들고 온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두고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쓴소리를 던졌다.

케케묵은 악연, 엎치락뒤치락 시소게임

홍 대표는 자신을 찾아온 오 시장에게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당과 상의 없이 시장 직을 사퇴한 오 시장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두 달 뒤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 후보에게 패했고 홍 대표는 이를 기점으로 악재가 겹쳐 취임 5개월 만인 12월9일 대표직에서 퇴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자신을 한나라당 대표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든 ‘무상급식’ 카드를 들고 나타났다. 오 전 시장은 오랜 재야생활 끝에 다시 정계 복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오 전 시장이 다시 복귀한다면 필연적으로 홍 지사와의 3라운드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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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