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사정에 박원순-안철수 떠는 내막

이상득 박영준만 덜덜 떠나 했더니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서슬퍼런 사정의 검날은 재계를 향해있다. 그러나 불안에 떠는 곳은 비단 재벌들만이 아니다. 현재 정계는 연대책임을 지게 될까 노심초사해하는 ‘조정 대신들’과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점점 옥죄어 오는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무르익어가는 사정정국이 불안한 사람들을 알아보자.

청와대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검찰의 수사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을 신호탄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은 신세계, 롯데그룹에까지 수사 폭을 확대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검찰은 ‘캐비닛’을 활짝 열고 그동안 묵혀둔 수상한 금융거래 정황까지 다시 들춰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묵혀둔 수사기록
벌벌 떠는 대기업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요청에 화답해 빠른 시간 안에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이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최소화시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정바람에 오히려 정계 측에서 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친이계는 사정의 첫 타깃으로 포스코그룹이 선정되자 ‘표적 수사’를 언급하고 나섰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5~6년 묵혀놓았다 수사하니 정치검사 소리 듣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정병국 의원은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에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방위산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공적문서 유출’을 대표적 부정부패 사례로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밝힌 4가지 중 적어도 2가지 이상에서 친이계를 표적으로 기획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이 있다.

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를 보는 정치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는 것이 아닌 ‘영포라인’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 인사들을 묶어서 지칭하는 말로 MB정권 당시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이 핵심 멤버로 꼽힌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건설공사를 하면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당시 베트남법인장 출신 박씨가 구속됐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박씨의 직속상관이던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물론이고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에 공개된 정동화-정준양 라인과 박영준 전 차관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모두와 막역한 사이였는데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박영준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박영준 전 차관
인사비리 의혹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영포라인과의 관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취임 후 5조원을 들여 몇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로이힐 광산, 성진지오텍, 포뉴텍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에너지 자원개발 기업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포스코가 이들 기업을 인수해 에너지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든 것이 과연 기업 전략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압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집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에너지 자원개발의 첨병역할을 할 때쯤 이상득 전 의원이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근거있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경남기업 특혜공여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영포라인’ 이상득·박영준 비리 청탁 의혹
이 “워크아웃 제외”, 박 “정준양을 회장으로”

<한겨례>는 지난 24일 단독기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이 2008년 9월경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금융지주 당시 고위관계자에게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요청을 받고 전화를 한 것인지 수사해 볼 방침이다.

결국 청탁 건은 신한금융지주 쪽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방의 주장처럼 사실이라 하더라도 (요구대로) 워크아웃에서 제외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본 정도 수준 아닌가 싶다”고 두둔했다.


이상득, 박영준 등 영포라인의 핵심이 의혹에 휩싸이는 등 일련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고려해 친이계는 최대한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전·현직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지난 19일 대규모 만찬회동을 알렸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정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회동을 준비한 의원들은 대규모 회동이 자칫 국민들 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모임에는 안경률·강승규·임해규 등 20~30여명의 원내외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안경률 함께 내일로 대표는 회동 연기 이유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친목모임의 원래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왜곡으로 몇몇 의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밝혔다.

비단 친이계 뿐만 아니다. 포스코 수사가 부담스런 사람들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박 시장이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감시에 소홀했음을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 그리고 포스코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아름다운재단은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퇴임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름다운재단은 박 시장이 주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이상득 전 의원
경남기업 청탁


이러한 새누리당의 주장에 박 시장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지난 23일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박 시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한 기간은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로, 정준양 전 회장과 임기가 겹치지 않는다”며 “정 전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세 차례 투표 과정에 박 시장은 당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이 CEO로 선출되자 곧바로 포스코 사외이사를 사임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준 사안에 대해서는 “(박 시장은) 스톡옵션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계속 반대했지만 결국 도입됐고 박 시장은 스톡옵션을 거절했다”며 “사외이사 기간 중 받은 급여 대부분도 모두 시민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박 “스톡옵션 거절”, 안 “보고대로 했을 뿐”

더불어 김 대변인은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 제의도 수차례 고사했으나 포스코라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신뢰도를 높여달라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끈질긴 요청으로 수락했고 활동기간 수차례 반대의사를 제시하는 등 견제역할을 수행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해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으며 최근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인수 사례로 꼽히고 있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인 2010년 4월경엔 이사회 의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안 의원이 의장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안 의원은 “당시 경영진이 이사회에 (성진지오텍을) 장래성 있는 기업으로 보고했다”며 “국내 최고수준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증권사부터 회계·법률 실사, 인수 가치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포스코 내부 보고내용에 따르면 성진지오텍은 안 의원이 사외이사로 있을 당시 부채비율이 1612%나 하는 부실기업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번 해명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본인이 한 말처럼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사회의 의장이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번 포스코 사외이사 건에서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해명 태도가 화제다. 각종 언론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적극적이고 명쾌한 해명으로 이번 난관을 잘 헤쳐 나갔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안 의원의 경우에는 두루뭉술하게 눈앞의 위기만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논란만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정계는 박 대통령이 꺼내든 부정부패 척결 카드로 ‘정국 주도권 확보’ ‘지지율 상승’ ‘정적 제거’ 등 ‘일거삼득’을 노린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로 비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포스코 수사가 이명박정부의 핵심세력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가들도 일련의 사정바람에 대해 신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정을 두고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비리에 대한 수사’로 해석하는 국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수사가 힘을 받고 있지만 만약 성과 없이 시간만 지난다면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언론사는 안 의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12년에 만약 대통령이 됐다면 박근혜 대통령보다 잘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경제외교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 대통령보다 낫지 않았겠나”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정준길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철수 의원과 사소한 인연이 있는 제 입장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며 “내가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었다면 성진지오텍같은 부채비율 1600%인 회사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면 안 의원보다 잘했을 것이다. 최소한 신당창당과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약속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야당 대표를 꿰차는 대국민 사기극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부대변인은 “국민들은 안 의원에게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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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