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사정에 박원순-안철수 떠는 내막

이상득 박영준만 덜덜 떠나 했더니만...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서슬퍼런 사정의 검날은 재계를 향해있다. 그러나 불안에 떠는 곳은 비단 재벌들만이 아니다. 현재 정계는 연대책임을 지게 될까 노심초사해하는 ‘조정 대신들’과 같은 모습이다. 그들은 점점 옥죄어 오는 수사망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무르익어가는 사정정국이 불안한 사람들을 알아보자.

청와대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검찰의 수사는 날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을 신호탄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은 신세계, 롯데그룹에까지 수사 폭을 확대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검찰은 ‘캐비닛’을 활짝 열고 그동안 묵혀둔 수상한 금융거래 정황까지 다시 들춰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묵혀둔 수사기록
벌벌 떠는 대기업

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17일 “내사를 정밀하게 해 수사에 착수,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고 신속하게 종결함으로써 수사대상인 사람과 기업을 살리는 수사를 하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요청에 화답해 빠른 시간 안에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이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기업들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최소화시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정바람에 오히려 정계 측에서 더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친이계는 사정의 첫 타깃으로 포스코그룹이 선정되자 ‘표적 수사’를 언급하고 나섰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5~6년 묵혀놓았다 수사하니 정치검사 소리 듣는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정병국 의원은 “누가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에 가진 대국민담화에서 ‘방위산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부실 투자’ ‘일부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공적문서 유출’을 대표적 부정부패 사례로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밝힌 4가지 중 적어도 2가지 이상에서 친이계를 표적으로 기획한 것 아니냐고 보는 시선이 있다.

검찰의 포스코건설 수사를 보는 정치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하는 것이 아닌 ‘영포라인’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이라 보고 있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영일·포항지역 출신 인사들을 묶어서 지칭하는 말로 MB정권 당시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 전 차관 등이 핵심 멤버로 꼽힌다.

현재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건설공사를 하면서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당시 베트남법인장 출신 박씨가 구속됐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는 박씨의 직속상관이던 정동화 전 포스코 부회장은 물론이고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에 공개된 정동화-정준양 라인과 박영준 전 차관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정준양 전 회장, 박영준 전 차관 모두와 막역한 사이였는데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을 포스코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박영준 차관에게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박영준 전 차관
인사비리 의혹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영포라인과의 관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취임 후 5조원을 들여 몇 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대우인터내셔널, 호주 로이힐 광산, 성진지오텍, 포뉴텍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모두 에너지 자원개발 기업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포스코가 이들 기업을 인수해 에너지 자원개발에 적극 뛰어든 것이 과연 기업 전략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외부압력에 의한 것이었는지 집중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에너지 자원개발의 첨병역할을 할 때쯤 이상득 전 의원이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근거있는 주장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기 시작했다. 경남기업 특혜공여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영포라인’ 이상득·박영준 비리 청탁 의혹
이 “워크아웃 제외”, 박 “정준양을 회장으로”

<한겨례>는 지난 24일 단독기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이 2008년 9월경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금융지주 당시 고위관계자에게 “경남기업을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서 제외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의원이 평소 친분을 유지하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요청을 받고 전화를 한 것인지 수사해 볼 방침이다.

결국 청탁 건은 신한금융지주 쪽의 거절로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일방의 주장처럼 사실이라 하더라도 (요구대로) 워크아웃에서 제외된 것도 아니고, 그냥 알아본 정도 수준 아닌가 싶다”고 두둔했다.


이상득, 박영준 등 영포라인의 핵심이 의혹에 휩싸이는 등 일련의 좋지 않은 분위기를 고려해 친이계는 최대한 조심스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내 전·현직 친이계 의원들의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지난 19일 대규모 만찬회동을 알렸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정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번 회동을 준비한 의원들은 대규모 회동이 자칫 국민들 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모임에는 안경률·강승규·임해규 등 20~30여명의 원내외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안경률 함께 내일로 대표는 회동 연기 이유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 “친목모임의 원래 취지와 달리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왜곡으로 몇몇 의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밝혔다.

비단 친이계 뿐만 아니다. 포스코 수사가 부담스런 사람들은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모두 포스코 사외이사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23일 박 시장이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감시에 소홀했음을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정준양 전 회장의 선임, 그리고 포스코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해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포스코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아름다운재단은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외이사를 맡고 있거나 퇴임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아름다운재단은 박 시장이 주도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재단이다.

이상득 전 의원
경남기업 청탁


이러한 새누리당의 주장에 박 시장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지난 23일 김인철 서울시 대변인은 “박 시장이 포스코 사외이사로 활동한 기간은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로, 정준양 전 회장과 임기가 겹치지 않는다”며 “정 전 회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세 차례 투표 과정에 박 시장은 당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그럼에도 정 전 회장이 CEO로 선출되자 곧바로 포스코 사외이사를 사임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가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을 준 사안에 대해서는 “(박 시장은) 스톡옵션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계속 반대했지만 결국 도입됐고 박 시장은 스톡옵션을 거절했다”며 “사외이사 기간 중 받은 급여 대부분도 모두 시민단체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새정치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논란 
박 “스톡옵션 거절”, 안 “보고대로 했을 뿐”

더불어 김 대변인은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 제의도 수차례 고사했으나 포스코라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신뢰도를 높여달라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끈질긴 요청으로 수락했고 활동기간 수차례 반대의사를 제시하는 등 견제역할을 수행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은 성진지오텍 인수와 관련해 견제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05년부터 2011년까지 6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았으며 최근 포스코의 대표적 부실인수 사례로 꼽히고 있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인 2010년 4월경엔 이사회 의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는 안 의원이 의장으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수기’ 역할만 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안 의원은 “당시 경영진이 이사회에 (성진지오텍을) 장래성 있는 기업으로 보고했다”며 “국내 최고수준의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증권사부터 회계·법률 실사, 인수 가치에 대한 평가 결과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포스코 내부 보고내용에 따르면 성진지오텍은 안 의원이 사외이사로 있을 당시 부채비율이 1612%나 하는 부실기업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번 해명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안 의원이 본인이 한 말처럼 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사회의 의장이 서류만 보고 판단하는 자리는 아니기 때문에 당시 이사회 의장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세간에서는 이번 포스코 사외이사 건에서 볼 수 있는 두 사람의 해명 태도가 화제다. 각종 언론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적극적이고 명쾌한 해명으로 이번 난관을 잘 헤쳐 나갔다는 반응이 많은 반면, 안 의원의 경우에는 두루뭉술하게 눈앞의 위기만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 오히려 논란만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박원순·안철수
포스코 사외이사

정계는 박 대통령이 꺼내든 부정부패 척결 카드로 ‘정국 주도권 확보’ ‘지지율 상승’ ‘정적 제거’ 등 ‘일거삼득’을 노린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로 비리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홍준표 경남지사는 “포스코 수사가 이명박정부의 핵심세력을 겨냥한 기획수사로,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엄청난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치 전문가들도 일련의 사정바람에 대해 신중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 사정을 두고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보다 ‘비리에 대한 수사’로 해석하는 국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수사가 힘을 받고 있지만 만약 성과 없이 시간만 지난다면 명분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 안철수 의원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한 언론사는 안 의원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안 의원은 ‘2012년에 만약 대통령이 됐다면 박근혜 대통령보다 잘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대통령이 됐다면) 경제외교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대표에 대해서도 “지금 대통령보다 낫지 않았겠나”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정준길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철수 의원과 사소한 인연이 있는 제 입장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드릴 수 있다”며 “내가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었다면 성진지오텍같은 부채비율 1600%인 회사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을 거다. 내가 국회의원이 됐다면 안 의원보다 잘했을 것이다. 최소한 신당창당과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약속했다가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야당 대표를 꿰차는 대국민 사기극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부대변인은 “국민들은 안 의원에게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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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