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서청원 벼랑 끝 치킨게임

누가 죽고 누가 살든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나라 고조가 장자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이용하였다.” 정도전은 술에 취하면 위와 같은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진다. 신하가 군주를 이용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이와는 달리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피를 흘릴 때도 단심가를 불렀다. 감히 두 위인을 현대 정치인에게 대입할 수 없지만 일련의 상황은 너무도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무성과 서청원. 두 사람의 격돌에 여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 앞에서 책상을 치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이게 뭐 하자는 거냐.”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두 사람은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처럼 험악하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이 올린 부실 당협위원장 8명에 대한 교체 건 때문이었다.

점진적 혁신
전면적 개혁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교체 의견이 나오는 부실 당협위원장은 서울 동대문을(김형진)과 부산 사하을(안준태), 인천 부평을(김연광), 충남 공주(오정섭)를 포함해 총 8명이다. 교체가 거론된 이들 대부분은 친박계 핵심인물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지난해 7·14 전당대회 당시 서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측근의 교체를 제안하자 서 최고위원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친박계는 이런 김 대표의 제안이 ‘표적교체’를 위함이라 주장했다. 논쟁이 이어지자 서 최고위원은 고함을 치며 책상까지 내려쳤고 급기야 서류를 집어던지며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언급에 따르면 고성과 막말까지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서 최고위원은 논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그는 기자들 앞에서 “나중에 여러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유연하고 여유롭게 반응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당에서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교체가 아니라는 뜻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다”고 말했다.

현재 당협위원장 교체에 대해서는 친박과 비박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비박계 입장에서는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로운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친박계 쪽에서는 “멀쩡하게 있던 당협위원장의 목을 치는 일이고 사망선고인 만큼 앞으로 계속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전한다.

친박·비박
전면전 불가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이라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을 잡고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음과 동시에 이미 이러한 일이 예견된 사태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무총리후보자로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가 지명된 후 기존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각 언론사들은 비박과 친박 간의 전쟁을 예상한 바 있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차기 공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두 세력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선거가 치러지는 해당 지역의 위원장으로서 정당의 지역책임자를 뜻한다. 결국 이들의 존재는 공천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김 대표가 공약한대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당협위원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인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당협위원장은 결국 국민과 후보자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친박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상황에서 이번에 당협위원장 교체까지 주장하는 것을 보면 결국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친박인사들이 당협위원장 교체의 의도를 친박계 ‘공천살인’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지나친 억측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책상 치며 “뭐 하자는 거냐” 고성에 막말
친박계 ‘공천학살’, 비박계 ‘부실당협 교체’

결국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낙인찍힌 위원장들은 지난 4일 김 대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강수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김 대표는 지난 대표경선과정에서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내년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몰아내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한 질의서를 통해 김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질의서 내에는 “특정인을 내려보내기 위해 지역을 비우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게 공천 관여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즉 세간에서는 지금 ‘김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불편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무감사 결과를 보면 김 대표가 당협위원장 교체를 주장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협위원장들이 지역구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역 민심에 스며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당협을 방만하게 관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당협위원장이 자기와 친한 사람을 ‘대리 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의혹에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분류된 김형진 당협위원장(서울 동대문을)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시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협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이사했고, 줄곧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지역구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며 “날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지역을 다져온 그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이처럼 간단히 무시될 수 있다는 게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의혹에 이번 부실 당협위원장을 선정한 조강특위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보도자료를 보면 “해당 지역의 시·도당위원장의 의견 청취 후 8곳을 선정하여 3월2일 최고위원회 의결사항으로 보고한 것이다”며 “당헌당규상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미리 내려올 사람이 있다’ ‘특정인을 내려 보내기 위해 지역을 비우려 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보도했다.

대표경선 후
갈등 최고조

두 사람은 당대표를 두고 이미 한판 승부를 펼친 적이 있다. 이 시점을 두고 결정적으로 두 사람을 멀어지게 된 계기라는 의견이 정계 관계자 대부분의 주장이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대표 선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뤘다. 총선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라는 의미에서 두 사람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당선이 되는 사람이 최하 대권주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후보에 머물지 않고 대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건곤일척의 순간이었다.

결과는 김 대표의 승리로 돌아갔다. 여야 모두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보다 서 최고위원이 경력이나 영향력 측면에서 더 우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서 최고위원이 친박의 좌장격인 정계원로라는 측면에서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김 대표가 3만9553표를 받아 서 최고위원(2만8427표)을 약 1만1000여표 차이로 크게 누리고 대표에 당선됐다.

당선이 발표되자 서 최고위원은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발표가 끝난 후 그는 “김무성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을 대단히 축하한다”며 “김무성 대표가 위기의 대한민국, 박근혜정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화답해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며 “새누리당이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대표 두고 건곤일척 대립 ‘불화의 서막’
악순환 끊지 않으면 동반 추락 가능성도

그러나 이후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서 최고위원이 기대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당선 직후 김 대표는 간담회 자리에서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당에서 청와대에 말할 것은 했지만 부족하다고 많이들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청관계를 수립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김 대표의 발언을 친박계에서는 곱게 볼 리 만무했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두 사람은 여러 사안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대표적인 것이 여의도연구원장(이하 연구원장) 임명을 두고 벌인 기 싸움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박세일 연구원장 임명을 강행하면 사퇴를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때도 그들은 회의장에서 고성을 주고받았다.


서 최고위원은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1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 취임 후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당·청 관계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대표가 열심히 교감도 하고 정부의 정책을 성사시키는 데 노력하고,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김 대표가 지금 잘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진배없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두 거물 간의 싸움이 결국 계파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간의 갈등을 점점 줄여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에 반해 새누리당은 계파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학살의 악순환
공천 트라우마

현재 친박계는 과거 ‘공천학살’ 사건을 떠올리며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 총선이 있기 전 친이계 쪽에서 공천권을 휘둘러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킨 일을 회상한 것이다. 이후 친박계는 ‘연대’를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자칫 계파 와해까지 갈 뻔한 사건이 쉽게 잊혀질리 없었다.

결국 이는 피의 보복으로 이어진 바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친박계가 친이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킴으로서 보복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현재까지 끊어지지 않아 문제시되고 있다. 이전 사례를 참고해 앞으로의 일을 유추해 보면 2016년 총선에선 비박계가 친박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킬 차례라는 것이다.

김성한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되풀이되는 현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공천 학살에 의한) 트라우마를 한번 겪게 되면 정치인들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이번만큼은 정치인들이 공천 트라우마를 다시 겪지 않도록, 그런 악순환을 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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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