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VS 서청원 벼랑 끝 치킨게임

누가 죽고 누가 살든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한나라 고조가 장자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고조를 이용하였다.” 정도전은 술에 취하면 위와 같은 말을 자주 했다고 전해진다. 신하가 군주를 이용한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이와는 달리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피를 흘릴 때도 단심가를 불렀다. 감히 두 위인을 현대 정치인에게 대입할 수 없지만 일련의 상황은 너무도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무성과 서청원. 두 사람의 격돌에 여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다. 지난 2일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무성 대표 앞에서 책상을 치며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이게 뭐 하자는 거냐.”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이하 최고위)에서 두 사람은 마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처럼 험악하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군현 사무총장이 올린 부실 당협위원장 8명에 대한 교체 건 때문이었다.

점진적 혁신
전면적 개혁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교체 의견이 나오는 부실 당협위원장은 서울 동대문을(김형진)과 부산 사하을(안준태), 인천 부평을(김연광), 충남 공주(오정섭)를 포함해 총 8명이다. 교체가 거론된 이들 대부분은 친박계 핵심인물인 홍문종 전 사무총장이 임명한 인사들로 지난해 7·14 전당대회 당시 서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다.

측근의 교체를 제안하자 서 최고위원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친박계는 이런 김 대표의 제안이 ‘표적교체’를 위함이라 주장했다. 논쟁이 이어지자 서 최고위원은 고함을 치며 책상까지 내려쳤고 급기야 서류를 집어던지며 항의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언급에 따르면 고성과 막말까지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서 최고위원은 논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그는 기자들 앞에서 “나중에 여러분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날이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유연하고 여유롭게 반응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정당에서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교체가 아니라는 뜻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에서 만장일치로 올라온 안이다”고 말했다.

현재 당협위원장 교체에 대해서는 친박과 비박의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찬성하는 비박계 입장에서는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새로운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하는 친박계 쪽에서는 “멀쩡하게 있던 당협위원장의 목을 치는 일이고 사망선고인 만큼 앞으로 계속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전한다.

친박·비박
전면전 불가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이라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당권을 잡고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음과 동시에 이미 이러한 일이 예견된 사태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무총리후보자로 당시 이완구 원내대표가 지명된 후 기존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각 언론사들은 비박과 친박 간의 전쟁을 예상한 바 있다.


당협위원장 교체는 차기 공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두 세력 모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들은 선거가 치러지는 해당 지역의 위원장으로서 정당의 지역책임자를 뜻한다. 결국 이들의 존재는 공천 시기가 다가올수록 더욱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김 대표가 공약한대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경우 당협위원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반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인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면 당협위원장은 결국 국민과 후보자 간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할 것이고 그렇다면 당협위원장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친박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가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상황에서 이번에 당협위원장 교체까지 주장하는 것을 보면 결국 그의 의도가 엿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친박인사들이 당협위원장 교체의 의도를 친박계 ‘공천살인’으로 해석하는 것을 두고 지나친 억측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책상 치며 “뭐 하자는 거냐” 고성에 막말
친박계 ‘공천학살’, 비박계 ‘부실당협 교체’

결국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낙인찍힌 위원장들은 지난 4일 김 대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는 등 강수를 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김 대표는 지난 대표경선과정에서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는데 내년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현역 당협위원장들을 몰아내는 까닭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또한 질의서를 통해 김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질의서 내에는 “특정인을 내려보내기 위해 지역을 비우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이게 공천 관여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즉 세간에서는 지금 ‘김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불편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당무감사 결과를 보면 김 대표가 당협위원장 교체를 주장하는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협위원장들이 지역구에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지역 민심에 스며들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당협을 방만하게 관리해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당협위원장이 자기와 친한 사람을 ‘대리 위원장’ 자리에 앉히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의혹에 부실 당협위원장으로 분류된 김형진 당협위원장(서울 동대문을)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시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협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동대문구 장안동으로 이사했고, 줄곧 그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지역구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다”며 “날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칼바람을 맞으며 수많은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지역을 다져온 그 많은 노력과 시간들이 이처럼 간단히 무시될 수 있다는 게 의아하다”고 주장했다.

여러 의혹에 이번 부실 당협위원장을 선정한 조강특위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보도자료를 보면 “해당 지역의 시·도당위원장의 의견 청취 후 8곳을 선정하여 3월2일 최고위원회 의결사항으로 보고한 것이다”며 “당헌당규상 절차적인 문제는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미리 내려올 사람이 있다’ ‘특정인을 내려 보내기 위해 지역을 비우려 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 보도했다.

대표경선 후
갈등 최고조

두 사람은 당대표를 두고 이미 한판 승부를 펼친 적이 있다. 이 시점을 두고 결정적으로 두 사람을 멀어지게 된 계기라는 의견이 정계 관계자 대부분의 주장이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은 새로운 당대표 선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뤘다. 총선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라는 의미에서 두 사람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정치평론가들은 당선이 되는 사람이 최하 대권주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후보에 머물지 않고 대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건곤일척의 순간이었다.

결과는 김 대표의 승리로 돌아갔다. 여야 모두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김 대표보다 서 최고위원이 경력이나 영향력 측면에서 더 우세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서 최고위원이 친박의 좌장격인 정계원로라는 측면에서 더욱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김 대표가 3만9553표를 받아 서 최고위원(2만8427표)을 약 1만1000여표 차이로 크게 누리고 대표에 당선됐다.

당선이 발표되자 서 최고위원은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발표가 끝난 후 그는 “김무성 후보가 당대표가 된 것을 대단히 축하한다”며 “김무성 대표가 위기의 대한민국, 박근혜정부,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화답해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며 “새누리당이 보수 혁신의 아이콘이 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대표 두고 건곤일척 대립 ‘불화의 서막’
악순환 끊지 않으면 동반 추락 가능성도

그러나 이후 김 대표가 보여준 모습은 서 최고위원이 기대하던 것과는 많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당선 직후 김 대표는 간담회 자리에서 향후 당·청 관계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당에서 청와대에 말할 것은 했지만 부족하다고 많이들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당·청관계를 수립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김 대표의 발언을 친박계에서는 곱게 볼 리 만무했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두 사람은 여러 사안에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 대표적인 것이 여의도연구원장(이하 연구원장) 임명을 두고 벌인 기 싸움이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박세일 연구원장 임명을 강행하면 사퇴를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때도 그들은 회의장에서 고성을 주고받았다.


서 최고위원은 불편한 심기를 여러 차례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 1월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 취임 후 다소 소원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당·청 관계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대표가 열심히 교감도 하고 정부의 정책을 성사시키는 데 노력하고, 그러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김 대표가 지금 잘 못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진배없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두 거물 간의 싸움이 결국 계파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파 간의 갈등을 점점 줄여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에 반해 새누리당은 계파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날 공산이 크다.


학살의 악순환
공천 트라우마

현재 친박계는 과거 ‘공천학살’ 사건을 떠올리며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 총선이 있기 전 친이계 쪽에서 공천권을 휘둘러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킨 일을 회상한 것이다. 이후 친박계는 ‘연대’를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자칫 계파 와해까지 갈 뻔한 사건이 쉽게 잊혀질리 없었다.

결국 이는 피의 보복으로 이어진 바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친박계가 친이계 인사들을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킴으로서 보복논란이 일어났다. 결국 이러한 악순환은 현재까지 끊어지지 않아 문제시되고 있다. 이전 사례를 참고해 앞으로의 일을 유추해 보면 2016년 총선에선 비박계가 친박계를 공천에서 대거 탈락시킬 차례라는 것이다.

김성한 시사평론가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되풀이되는 현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공천 학살에 의한) 트라우마를 한번 겪게 되면 정치인들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이번만큼은 정치인들이 공천 트라우마를 다시 겪지 않도록, 그런 악순환을 끊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다”고 말했다.

 

<ch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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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