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혹은 쪽박' M&A 대물 리스트

‘역전에 역전’재계 서열 요동친다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금호산업, 동부건설, KT렌탈. 인수합병(M&A)시장에 등장한 매물이다. 군침이 뚝뚝 떨어질 정도다. 이밖에 C&M,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 매물이 이어지면서 대기업간 M&A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0억달러대로 주춤했던 국내 M&A(인수합병) 시장 규모가 2013년 400억달러대로 확대된데 이어 지난해 800억달러에 육박했다. M&A 건수는 2013년 482건에서 지난해 468건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굵직한 거래가 연이어 성사되면서 오히려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건수↓ 규모↑
 
지난해 삼성그룹의 구조조정과 OB맥주, 다음카카오 등 M&A가 대표적이다. 올해 M&A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지배력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사업구조조정 개편이 시작됐고 정부의 M&A 관련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가장 탐나는 매물은 금호산업이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30%를 보유,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금호사옥, 아시아나개발 등의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단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겠다는 열망이 강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유력한 인수후보다.
 
사실상 인수 자금만 마련되는 되는 상황. 대체로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호반건설이 중견기업 3곳과 컨소시엄 구성을 합의했고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매각하는 등 인수 의지를 분명이 한 데다가 자금력을 앞세운 사모투자펀드들이 대기업과 손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법정관리에 돌입한 동부건설도 매력적인 M&A 매물이다. 동부건설을 품에 안을 경우 공공공사 수주 능력이 극대화되고 동부익스프레스를 통해 물류사업을 강화할 수 있고 센트레빌이라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 등을 손에 넣게 된다. 동부건설 매각은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오는 4월 채권자집회를 거치면서 시장 합류가 예상된다.
 
KT렌탈을 둘러싼 인수전도 뜨겁다. SK그룹과 롯데그룹이 최근까지 한판 제대로 벌였다. 지난 1월28일 오전 마감한 본입찰에는 SK네트웍스와 롯데그룹이(롯데쇼핑·호텔롯데) 각각 단독으로, 한국타이어는 아트라스비엑스와 컨소시엄을 맺어 참여했으며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 업체 에스에프에이도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MBK파트너스-IMM PE 컨소시엄과 어피니티에쿼티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도 참여했다. 
 
당초 유력한 인수후보는 SK네트웍스였다. 렌터카와 수입차 정비소 사업을 신사업으로 하고 적극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KT렌탈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AJ렌터카, 현대캐피탈을 단숨에 제치고 렌터카 업계 1위에 등극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KT가 KT렌탈 매각을 ‘프로그래시브딜(경매호가 매각방식)로 결정하자 SK네트웍스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 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고 결국 1조원대 ‘통 큰 베팅’을 한 롯데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금호산업 동부건설 KT렌탈 인수전 ‘후끈’
최대 몸집 홈플러스 누구 품으로 ‘관심’
 
유선방송 업계 3위 C&M도 새주인을 찾고 있다. 지난 1월15일 인수 유력 후보들에게 안내문을 발송, 매각절차에 들어갔는데 CJ헬로비전,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력 후보는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다. 이들이 C&M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시장 1위 업체인 KT와 함께 양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C&M 매각 대상 지분(93.81%)의 예상 인수 가격은 2조5000억원 이상이다.
 
오릭스에 넘어간 현대증권에 이어 KDB대우증권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초 산은지주가 연내 매각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한 만큼 증권업계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3%(약 1억4000만주)다. 1조4000억~1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대우증권의 업계 위상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 매각 대금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력 인수후보자는 KB금융지주다. 전체 증권사 20위에 머무르고 있는 KB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단번에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하기 때문.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사모펀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인수에 나섰다 실패한 교보생명도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있으며 해외자본의 인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대우증권과 함께 KDB생명, KDB자산운용, KDB캐피탈 등을 묶어 파는 패키지딜 가능성을 내비쳐 인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밖에 HK저축은행과 KT캐피탈, SC캐피탈 등도 펀드 만기와 기업 시너지 효과 등을 이유로 시장에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열정페이, 고객정보 장사, 갑질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홈플러스의 매각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지난달 8일 데이브 루이스 테스코 회장이 해외 자산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매각설에 선을 그었지만 매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2조~3조원의 매각 대금이 형성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 매물이 M&A 시장에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하락과 함께 원활한 매각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많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회복의 신호가 보이면 선제적 투자 방식으로 M&A가 진행되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매물이 쏟아질 경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승자 저주’ 우려 
 
실제로 아주캐피탈은 우선협상자까지 선정했지만 매각 작업이 무산된 바 있다. 아주그룹은 매각 철회 이유로 실적 개선을 내세웠지만 최근까지 본계약 체결을 위해 협상을 벌인 일본계 금융사 제이트러스트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주그룹과 제이트러스트는 아주캐피탈의 영업력과 시스템 등에 대한 가치평가, 일본자본 진입에 대한 고객과 직원들의 우려 등을 놓고 가격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욕 과시’ 삼성전자 움직임은?
 
삼성전자가 M&A(인수·합병)에 거침없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간 벌써 8번째 M&A를 성사시켰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인수한 22개 기업의 36.3%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비디오 관련 앱 서비스 개발업체 셀비의 인적자산 인수를 시작으로 같은해 8월에는 미국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랫폼 개발 회사 ‘스마트싱스’와 미국 공조전문 유통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했다. 한 달 뒤인 9월에는 캐나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업체 ‘프린터온’을 인수했으며 10월에는 미국 서버용 SSD 캐싱 전문업체 ‘프로시멀 데이터’를 품에 안았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월 브라질 통합문서 출력관리 서비스 전문업체인 ‘심프레스’를 시작으로 모바일 결제 플랫폼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지난 4일 미국 산업용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예스코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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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