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총 시즌' 떨고 있는 기업들

국민연금에 치이고 외국큰손에 치이고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2015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외국인 큰손의 주총 압박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연루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3월 말까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결산 등을 위한 정기 주총이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KT&G가 주총을 개최했고 오는 13일에는 포스코가 정기 주총을 연다.

올해 역시 주총데이는 '3월 금요일'이다. 다수의 상장사 정기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데이'는 주주들의 참여와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정부가 개선에 나섰으나 기업들은 귀를 닫았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사회책임투자 연구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 236개사 중 금요일 (3월13·20·27일)에 주총을 여는 곳은 183개(77.5%)에 달한다.

3월 금요일
183개 주총

13일에는 삼성 계열사와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20일에는 30여개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예고했다. 네이버, 농심, AK홀딩스, LS, 한솔홀딩스, 만도, 한국항공우주, 신도리코, 한라, 아이에스동서, 녹십자, 웅진씽크빅 등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등 상장사들은 27일 주총을 예고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경영권 분쟁이다. 엔씨소프트, 일동제약, 한국토지신탁, 신일산업, 참엔지니어링, 광희리츠 등 다수 기업이 경영권분쟁을 겪고 있다.

한때 동업자였던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넥슨이 경영권 간섭에 나서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넥슨은 지난달 지분보유 목적에서 경영참여를 분명히 했고 이사 선임과 주주명부 열람, 부동산 처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했다.

엔씨소프트의 등기이사 임기가 대부분 내년에 종료를 앞두고 있고 올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임기만 만료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를 보유, 9.9%를 보유한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며, 투자협업이라는 약속을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이사 선임 요구 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동제약의 이사진은 총 10명.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이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녹십자는 이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 요구했다. 사실상 경영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캐스팅보트'는 3대 주주인 피델리티가 쥐고 있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 일동제약과 녹십자와 지분 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부결 당시에 피델리티는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토지신탁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PEF는 한국토지신탁 2대 주주인 아이스텀이 보유한 지분 35.2%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 주주인 엠케이전자의 보유 지분은 37.6%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영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신일산업이다. 신일산업은 1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하며 지분을 늘려온 개인 투자자 황귀남씨가 주인공이다. 황씨는 11% 선의 지분을 확보했다. 신일산업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은 9%에 불과하다.

이미 황씨는 2월 초 신일산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영 회장과 송권영 부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황씨와 신일산업은 경영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 13건의 소송에 연관되어 있다. 주총은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일산업 주총 최대 화두는 김 회장의 재신임 여부다.

올해도 반복되는 금요일 슈퍼 주총데이
경영권 분쟁 회사들 마지막까지 초긴장

참엔지니어링은 최종욱 전 대표가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내고, 한인수 회장을 횡령·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주인이 바뀔 위기에 처해 있다. 법원은 두 달 전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김종국 광희리츠 각자대표가 박광준 각자대표 외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광희리츠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김 각자대표는 한밭컨설팅과 함께 박 대표 해임 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상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광희리츠의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관치 논란으로 그간 사외이사 선임 등에만 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해 왔던 국민연금의 입김이 올해는 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긴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마이너스 수익률(2.4%)을 기록했다. 손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경영권 견제에 그치지 않고 아예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 포스코, KB금융, KT 등 6개 기업에서 1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이건희회장 보다 지분을 2배 이상 많이 가지고 있다.

대주주 횡령·배임
회사 주인 바뀌나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사 107곳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4개 기업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7.81%를 보유했지만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4.69%에 그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이 1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11.3%와 10.4%의 지분을 보유한 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다.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에스원,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다.


대림그룹의 대림산업과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증권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11.4%와 7.1%다. 각 그룹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신세계아이앤씨, CJ오쇼핑, 롯데푸드, 대림산업, SKC, CJ제일제당,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 일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107곳 지분
국민연금 > 대주주

가장 좌불안석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보다 3배 높은 10조원대에 낙찰 받았다. 고가 매입 논란에 주주들은 등을 돌렸고,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한 달 반만에 14조8000억원가량 날아갔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주식가치를 떨어뜨린 만도, 롯데그룹 계열사, 한진칼 등의 기업에 어김없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차 주총의 화두가 되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 ▲정의선 부회장 현대제철 등기임원 재선임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 신임 등기임원 선출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위원 추가 선임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이은택 중앙대 교수 신임 사외이사 선출 ▲최병철 현대모비스 부사장 재선임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재선임 등 안건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기대야 할 처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반 재벌 정서가 심화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주총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에서 국민연금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국공항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 거센 압박
눈치보며 사외이사 모시기

형제 간 경영권 경쟁이 벌어진 롯데그룹도 국민연금 눈치를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를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는 동빈·동주 형제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에서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외국계 큰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헤지펀드 아센더케피털,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 등이 이번 주총 시즌에 배당 확대 등 주주 이익 환원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펀드의 주주제안이 예정된 주요 상장사는 모토닉, 삼호개발, 인포바인, KTcs, 삼성공조, 대창단조 등이다.

먼저 SC펀더멘털은 자동차 부품사 모토닉에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제안할 계획이다. 양사는 소송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SC펀더멘털은 앞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배당금 증액·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 당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서와 의안 상정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SC펀더멘털은 KT계열사 KTcs에는 배당확대와 외부 감사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대차·롯데
연기금 눈치

휴대폰인증서 보관서비스 업체인 인포바인은 아센더캐피털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아센더캐피털은 주총 때 배당확대를 요구할 방침. 아센더캐피털은 인포바인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보다 많은 지분인 9.3%를 보유한 미국계 피델리티펀드도 아센더캐피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펀드는 자동차 냉각기 계통 부품 생산업체 삼성공조에 주주환원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업체인 코리아밸류오퍼튜니티펀드는 삼호개발(건설업체)에, 스위스계 투자기관인 NZ알파인은 대창단조(중장비제조업체)에 배당확대,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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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