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주총 시즌' 떨고 있는 기업들

국민연금에 치이고 외국큰손에 치이고

[일요시사 경제팀] 한종해 기자 = 2015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주총에서 경영권 분쟁,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외국인 큰손의 주총 압박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연루된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3월 말까지 상장사들의 2014회계연도 결산 등을 위한 정기 주총이 이어진다. 지난달 27일 KT&G가 주총을 개최했고 오는 13일에는 포스코가 정기 주총을 연다.

올해 역시 주총데이는 '3월 금요일'이다. 다수의 상장사 정기 주총이 몰린 '슈퍼 주총데이'는 주주들의 참여와 주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 정부가 개선에 나섰으나 기업들은 귀를 닫았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과 사회책임투자 연구기관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주총 일정을 공시한 상장사 236개사 중 금요일 (3월13·20·27일)에 주총을 여는 곳은 183개(77.5%)에 달한다.

3월 금요일
183개 주총

13일에는 삼성 계열사와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삼성카드, 에스원, 현대차, 현대모비스가 이날 오전 9시에 주총을 연다.

20일에는 30여개 상장사가 한꺼번에 주총을 예고했다. 네이버, 농심, AK홀딩스, LS, 한솔홀딩스, 만도, 한국항공우주, 신도리코, 한라, 아이에스동서, 녹십자, 웅진씽크빅 등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엔씨소프트 등 상장사들은 27일 주총을 예고했다.

올해 주총의 가장 큰 화두는 경영권 분쟁이다. 엔씨소프트, 일동제약, 한국토지신탁, 신일산업, 참엔지니어링, 광희리츠 등 다수 기업이 경영권분쟁을 겪고 있다.

한때 동업자였던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넥슨이 경영권 간섭에 나서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넥슨은 지난달 지분보유 목적에서 경영참여를 분명히 했고 이사 선임과 주주명부 열람, 부동산 처분 등의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엔씨소프트에 전달했다.

엔씨소프트의 등기이사 임기가 대부분 내년에 종료를 앞두고 있고 올해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임기만 만료되기 때문에 김 대표의 재신임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현재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를 보유, 9.9%를 보유한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주주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이 일시적으로 주가를 올리기 위한 것이며, 투자협업이라는 약속을 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동제약도 2대 주주인 녹십자가 이사 선임 요구 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일동제약의 이사진은 총 10명. 이정치 회장을 포함한 3명이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녹십자는 이중 감사 1명과 사외이사 1명을 선임 요구했다. 사실상 경영에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도 일동제약과 녹십자는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주사 전환 안건을 부결시키며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캐스팅보트'는 3대 주주인 피델리티가 쥐고 있다. 일동제약 지분 10%를 보유, 일동제약과 녹십자와 지분 차가 크지 않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부결 당시에 피델리티는 녹십자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토지신탁은 외국계 사모펀드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고펀드와 프론티어PEF는 한국토지신탁 2대 주주인 아이스텀이 보유한 지분 35.2%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최대 주주인 엠케이전자의 보유 지분은 37.6%다.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영권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신일산업이다. 신일산업은 1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부터 경영권 참여 선언을 하며 지분을 늘려온 개인 투자자 황귀남씨가 주인공이다. 황씨는 11% 선의 지분을 확보했다. 신일산업 기존 경영진의 지분율은 9%에 불과하다.

이미 황씨는 2월 초 신일산업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 영 회장과 송권영 부회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황씨와 신일산업은 경영진 횡령 및 배임 혐의 등 13건의 소송에 연관되어 있다. 주총은 법원에서 정한 직무대행자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신일산업 주총 최대 화두는 김 회장의 재신임 여부다.

올해도 반복되는 금요일 슈퍼 주총데이
경영권 분쟁 회사들 마지막까지 초긴장

참엔지니어링은 최종욱 전 대표가 지위 확인 가처분 소송을 내고, 한인수 회장을 횡령·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주인이 바뀔 위기에 처해 있다. 법원은 두 달 전 대표이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김종국 광희리츠 각자대표가 박광준 각자대표 외 3명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면서 광희리츠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김 각자대표는 한밭컨설팅과 함께 박 대표 해임 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상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광희리츠의 경영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관치 논란으로 그간 사외이사 선임 등에만 의결권을 제한적으로 행사해 왔던 국민연금의 입김이 올해는 세질 것으로 보이면서 긴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내 주식투자에서 마이너스 수익률(2.4%)을 기록했다. 손해에 따라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실 경영권 견제에 그치지 않고 아예 장악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이미 네이버, 포스코, KB금융, KT 등 6개 기업에서 1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이건희회장 보다 지분을 2배 이상 많이 가지고 있다.

대주주 횡령·배임
회사 주인 바뀌나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은 30대 그룹 상장사 107곳에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 중 64개 기업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은 이 회사 지분 7.81%를 보유했지만 이건희 회장 등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지분은 4.69%에 그친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도 국민연금이 12.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제일기획과 호텔신라의 경우 국민연금이 각각 11.3%와 10.4%의 지분을 보유한 데 반해 대주주 일가는 보유 주식이 전혀 없다.

삼성증권, 삼성SDI, 삼성화재, 에스원,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에서도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다.

대림그룹의 대림산업과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증권의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11.4%와 7.1%다. 각 그룹 대주주 일가 지분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포함한 6곳에서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를 앞섰다. 이밖에 금호타이어, 신세계아이앤씨, CJ오쇼핑, 롯데푸드, 대림산업, SKC, CJ제일제당,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 일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사 107곳 지분
국민연금 > 대주주

가장 좌불안석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 한국전력 부지를 감정가보다 3배 높은 10조원대에 낙찰 받았다. 고가 매입 논란에 주주들은 등을 돌렸고, 주식 매도가 이어지면서 현대차그룹 시가총액은 한 달 반만에 14조8000억원가량 날아갔다.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주식가치를 떨어뜨린 만도, 롯데그룹 계열사, 한진칼 등의 기업에 어김없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에서 현대차 주총의 화두가 되는 ▲윤갑한 현대차 사장 재선임 ▲정의선 부회장 현대제철 등기임원 재선임 ▲송충식 현대제철 부사장 신임 등기임원 선출 ▲정호열 전 공정거래위원장 감사위원 추가 선임 ▲박의만 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이은택 중앙대 교수 신임 사외이사 선출 ▲최병철 현대모비스 부사장 재선임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재선임 등 안건에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한항공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기대야 할 처지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으로 반 재벌 정서가 심화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주총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 중에 있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에서 국민연금은 한진칼, 대한항공, 한국공항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에서 대주주 일가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계 주주들 거센 압박
눈치보며 사외이사 모시기

형제 간 경영권 경쟁이 벌어진 롯데그룹도 국민연금 눈치를 보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중 지배구조를 이끌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는 동빈·동주 형제가 다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등에서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대주주 일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누구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가 흔들릴 수도 있다.
 

외국계 큰손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헤지펀드 아센더케피털,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 등이 이번 주총 시즌에 배당 확대 등 주주 이익 환원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펀드의 주주제안이 예정된 주요 상장사는 모토닉, 삼호개발, 인포바인, KTcs, 삼성공조, 대창단조 등이다.

먼저 SC펀더멘털은 자동차 부품사 모토닉에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제안할 계획이다. 양사는 소송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SC펀더멘털은 앞서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고 배당금 증액·감사 선임 등을 제안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지만 모두 거절 당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신청서와 의안 상정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SC펀더멘털은 KT계열사 KTcs에는 배당확대와 외부 감사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을 제안할 계획이다.

현대차·롯데
연기금 눈치

휴대폰인증서 보관서비스 업체인 인포바인은 아센더캐피털의 위협을 받고 있다. 아센더캐피털은 주총 때 배당확대를 요구할 방침. 아센더캐피털은 인포바인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그보다 많은 지분인 9.3%를 보유한 미국계 피델리티펀드도 아센더캐피털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델리티펀드는 자동차 냉각기 계통 부품 생산업체 삼성공조에 주주환원정책 시행을 요구하는 주주제안도 준비 중이다.

이밖에 미국계 투자업체인 코리아밸류오퍼튜니티펀드는 삼호개발(건설업체)에, 스위스계 투자기관인 NZ알파인은 대창단조(중장비제조업체)에 배당확대, 주주환원 강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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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