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 오는데…여전히 싸늘

설 이후 부동산 시장 전망

설 연휴가 지났다. 아직 계절적으로는 봄이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본격적인 봄이 올 전망이다. 저금리에 각종 활성화 정책 덕분이다. 그렇다면 설 이후 부동산 시장별 전망은 어떨까.

전세가 상승에 떠밀려 매매 크게 증가
희소성 커진 2기 신도시들 인기 지속

먼저 주택시장을 살펴보자. 최근 정부의 1%대 초저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오면서 전세수요자들의 매매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전반적으로 상승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저평가된 지역과 개발호재가 풍부한 지역들 위주로 실수요자들이 전세에서 매매로 꾸준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신규 주택시장의 호황 속에 기존주택시장의 약세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섣불리 추가 주택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직 시장자체가 정책불신과 대내외적 변동성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파급력이 큰 공공택지에서 탄력운용 내지 전면 폐지했어야 했는데, 영향력이 적고 실효성이 미미한 민간택지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후퇴한 것이 가장 치명적인 실책으로 보인다.

정부 오판 부작용
언제쯤 나타날까

민간택지로 분류되는 재건축·재개발 같은 일부지역, 일부단지에만 찻잔 속의 태풍과도 같은 미미한 호재로 작용할 뿐 수도권 시장 전반적인 회복세에는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역시 시한부로 일시적 호흡만 연장했을 뿐 시간이 지날수록 재건축시장의 압박감과 실망감은 시장에 짙은 먹구름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책실효성의 감소는 시장에 곧바로 영향을 주고 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전세가격의 상승세도 그중 하나다. 설 이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일단 전세시장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히 불안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전세가격 상승세에 떠밀려 정부의 유인책이 아니라 전·월세시장에 머물고 있는 임차수요자들의 전세대란 알레르기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존 재고주택 매매시장에 뛰어들거나 청약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내집마련을 하겠다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일정비율 이상이 되면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상식이 깨진지 오래지만, 하반기에는 깨진 룰이 다시 깨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올해부터는 전세가의 비율이 조금 더 상승하면 전세수요자들의 임차시장에 머물기가 소위 임계점에 도달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매매가격 상승이 정부의 정책효과가 아닌 정부의 정책오판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매매시장이 활성화되는 현상이 올해부터는 나타날 것이다.

신도시 상가 주목
나머지는 ‘글쎄∼’

지방 대도시권 부동산시장은 3∼4년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조정 장세를 맞을 전망이다. 그동안 지방권 주택시장은 정부의 간섭이나 정책규제들이 거의 없이 순수하게 수급이 시장을 좌지우지한 특징을 보였는데 공급이 적고 수요는 늘면서 집값이 폭등했다.

그러나 상승장속에서 건설사들의 대규모 공급으로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큰 폭으로 오른 피로감 때문에 상승세는 멈출 전망이다. 다만 세종시의 경우 입주물량자체가 올해까지는 대폭 늘어나 전국에서 유일하게 역전세대란이 발생하는 이상 현상이 작년에 이어 올해 말까지 더 유지될 전망이다.

수도권에서는 소외되고 저평가된 2기 신도시들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위례신도시, 판교신도시, 광교신도시, 동탄2신도시 같은 경부축 인기지역들은 물론 한강신도시나 운정신도시 등과 같은 지역들도 수도권 집값상승률 1∼2위를 다퉜다. 그동안의 부진을 씻고 분위기가 급반전되면서 서울권 전세난민들의 가장 좋은 이동처로 각광받으며 가격도 수천만원 이상 급등했다.

설 이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유지 될 전망이다. 정부의 신도시 공급 중단 발표로 2기 신도시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2기 신도시의 위상은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오명을 씻고 쾌적성과 개선되는 교통여건 등을 등에 업고 실수요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량 60% 상반기 집중
요건 완화로 청약자 늘어날듯

올해 3월부터 청약제도가 확 달라지는 가운데 분양물량이 3월에만 전국적으로 5만 가구를 넘어서는 등 연중 최대 규모가 쏟아질 전망이다. 특히 상반기에 올 한 해 예정물량의 60%를 넘어서는 등 공급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내집마련 수요자들은 청약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들이 3월 분양물량을 쏟아내는 것은 2월27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수도권 1순위 청약자격이 종전 2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되기 때문이다. 무주택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도 국민주택 등 공공아파트 청약이 가능해지고, 청약 가능 주택형 변경도 자유로워지는 등 청약요건이 완화돼 청약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사들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양시장의 열기가 꺼지기 전에 사업물량을 털어내려고 최대한 분양 일정을 서두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건설사들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3만3325가구, 5월에는 4만7781가구 등 대규모 분양물량을 연이어 쏟아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1∼6월 분양물량은 총 19만2640가구로, 올 한 해 총 계획물량의 64.3%가 상반기에 집중된다.

최근 청약제도 개편으로 택지지구 등 인기지역은 청약과열 현상이 빚어지겠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신규 공급물량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초과 공급이 우려되는 곳이나 지방 또는 비인기지역은 추후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무리한 청약보다는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유망 단지를 중심으로 선별 청약하는 것이 좋다.

수익형 부동산은 인기지역 위주로 상가·오피스텔 등이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아파트 인기지역인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평택, 세종시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2015년에는 KTX라인인 광명, 동탄2신도시, 평택 등의 수익형 부동산 시장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은 공급 과잉 여파로 올해도 고전이 예상되지만, 신혼부부 등 2∼3인 가구를 겨냥한 투룸과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한 오피스텔이 유망하다. 지식산업센터는 한때 임대규제 철폐로 주목을 받았으나 제도 시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송파 문정지구를 제외한 지역은 투자 선호도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양형 호텔은 공급과잉과 수익률 하락에 대한 우려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에 국한된 공급이 서울, 송도, 평택, 영통, 속초, 정선, 청주, 목포 등 전국화 되고 운영업체의 운영능력·입지 등 상품 경쟁력에 따른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다음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전망이다.

공급 과잉 여파로
수익형 고전 예상

▲상가 = 위례신도시, 미사지구 등 아파트 인기지역 상가와 점포겸용 주택이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격인 상가는 2014년 내내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신규 분양상가 뿐 아니라 경매 상가도 인기가 높았다. 주택의 임대수익률 하락으로 투자 매력을 잃게 되자 월세 수익형 상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9·1 부동산 정책으로 희소성이 높아진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 상권에 들어서는 입지 좋은 상가는 2015년 설 이후에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정부의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방안’ 발표 이후 투자 관망세를 띌 전망이다. 향후 상가 투자 시에 입지와 가격뿐 아니라 권리금까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상임법 개정안이 결정될 때까지 시장 침체가 불가피해 보인다.

상가는 상권에 따른 수익률 편차가 크고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신중한 투자를 권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2015년에는 9호선 2단계 개통, 강남역 롯데칠성부지 개발 등 호재 많은 강남권 역세권 위주 강세 예상된다. 입주가 시작되는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광명역세권, 평택, 천안·아산 등 KTX 라인이 주목된다.


▲오피스텔 = 오피스텔은 신규 공급이 늘고 공실 위험이 늘면서 하락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2007년 상반기 6.8%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 2014년 5.7%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 재고 및 신규공급이 많은 서울(5.34%)지역 오피스텔의 수익률은 전국 오피스텔의 평균 임대수익률보다 더 낮았다. 때문에 오피스텔의 수익성이 회복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오피스텔 최고 인기지역인 강서 마곡지구, 송파 문정지구, 상암 DMC, 평택시 등은 개발호재의 약발이 떨어지고 단기 과잉 공급 여파로 투자수요는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2013∼2014년 분양된 3∼4만여실로 인해 향후 2∼3년까지 이 같은 양상이 지속될 경우 단기간에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설 이후 오피스텔은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탓에 지방보다 수도권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혼부부 등 2∼3인 가구를 겨냥한 투룸형과 광폭 주차장과 호텔식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오피스텔은 인기가 예상된다.

▲지식산업센터 = 수익형 부동산의 새로운 틈새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는 설 명절 이후 임대사업 규제가 풀릴 경우 사업전망이 점점 밝아질 전망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상가·오피스텔과 같은 기존 수익형 부동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상품은 아니지만 기존 오피스보다 관리비가 저렴하고 임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기업과 투자자의 지식산업센터로의 이전 현상이 꾸준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분양형 호텔 = 한때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견인했던 분양형 호텔과 과거 도시형 생활주택이 그랬듯이 ‘공급과잉·수익률 하락’우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제주도에 한정되었던 분양형 호텔이 현재는 전국화가 진행 중이다.

서울 명동·마곡지구·구로동, 인천 송도·논현동·영종도, 경기 평택, 지방 청주·속초·정선·광양·부산 등에 공급 중이거나 예정 중에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 일원에서 분양됐거나 진행 중인 수익형 호텔은 20여개이고 준비 중인 사업장도 50여곳으로 알려진다. 이들 상품이 다 공급된다고 가정할 경우 객실수는 1만5000∼2만실로 추산된다.


최근 공급이 크게 늘면서 분양형 호텔의 가장 큰 특징은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 우려가 높은 지역은 극심한 분양률에 시달리고 있지만, 최근 공급이 없거나 뜸했던 지역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 설 이후에도 호텔식 서비스 제공 오피스텔 등 유사 상품 등장으로 관심도 하락과 상품 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극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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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